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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언어로 사유의 자유를 되찾다: 『자연스럽다는 말』 을 먼저 읽고 ① 본문
과학이 세상을 설명하는 가장 강력한 언어가 된 시대, 우리는 종종 그 언어에 기대어 인간과 사회의 문제까지 해석하려 합니다. 그러나 과학이 밝혀낸 사실이 곧 ‘옳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사이언스북스 신간 『자연스럽다는 말』에서 막스 플랑크 인구학 연구소 이수지 박사는 바로 그 지점—‘자연이 말해 준다’는 믿음의 함정, 즉 자연주의의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합니다.
진화론, 우생학, 성 역할, 출산과 양육 등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며 우리가 얼마나 자주 자연을 근거로 인간의 삶을 규정하고 사회 질서를 정당화하는지를 날카롭게 짚어 내는 이 책을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최정균 교수는 '과학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성찰로 나아가는 사유의 여정'으로 읽었습니다. 『유전자 지배 사회』와 『보수 본능』을 통해 인간 본성을 탐색해 온 그의 시선을 따라, 『자연스럽다는 말』이 열어 보이는 사유의 지도를 함께 걸어가 보면 어떨까요?

과학주의에 대한 우려와 비판은 거의 늘 진화론을 겨냥한다. 인간과 사회에 대한 ‘바람직하지 않은’ 가치관을 정당화할 가능성 때문이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찰스 다윈의 생각과 우생학, 그리고 현대 사회에 만연한 편견들은 이러한 우려가 망상이 아님을 보여 준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과학주의가 아니라 자연주의다. 과학은 여전히 인간 본성을 비롯한 자연 현상을 ‘이해하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다. 문제는 과학의 발견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자연에서 올바른 답을 찾으려는 인지 편향이 작동하는 데 있다.

이 책은 자연주의가 낳는 다양한 부조리를 진화 인류학 전문가의 시선으로 파헤친다. 자연에 대한 우리의 편향된 관점에서 시작해, 우리가 자신과 타인 즉 인간을 그런 관점에서 바라볼 때의 문제점, 그리고 이것이 어떻게 사회 문제로 확산되는지까지 과학과 역사를 오가며 흥미롭게 펼쳐낸다. 과학적 사실을 나열하는 통상적인 과학 서적과 달리, 이 책은 저자 특유의 감성과 문학적 언어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세상을 이야기한다. 출산을 연구하는 전문가답게, 저자는 과거 인구 과잉 논의에서 오늘날의 저출산 현실까지의 거대 담론을 짚어내는 한편, 일상 속 출산과 양육을 둘러싼 성 역할 고정관념 또한 날카롭게 해부한다. 특히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구분을 넘어 자연이 가진 복잡한 얼굴을 있는 그대로 독자들에게 전달하려는 노력이 인상적이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이들이 과학에 미심쩍은 눈길을 보내기 전에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최정균(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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