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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준 교수의 중국 반도체 4대 예언, 어디까지 현실이 되었나?: 변동성이 커진 시장에서 다시 읽는 『차이나 반도체 라이징』 본문

책 이야기/편집자의 책책

권석준 교수의 중국 반도체 4대 예언, 어디까지 현실이 되었나?: 변동성이 커진 시장에서 다시 읽는 『차이나 반도체 라이징』

Editor! 2026. 7. 31. 17:31

지난 며칠 반도체주가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며, 권석준 성균관 대학교 교수님의 『차이나 반도체 라이징』을 다시 펼쳤습니다. 책을 만들 때는 ‘앞으로 벌어질 일’에 가까웠던 문장들이, 이제는 뉴스 기사를 옆에 놓고 읽어야 할 문장이 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최근 시장의 변동성을 중국 반도체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SK하이닉스 실적과 AI 투자에 대한 기대 조정, 레버리지 청산 등 여러 요인이 한꺼번에 겹쳐 일어난 일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중국 최대 D램 업체 창신메모리(CXMT)의 상장과 중국의 액침식 심자외선(DUV) 노광 장비 생산 소식이 국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에 불안을 더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차이나 반도체 라이징』 속 문장들은 지금 어디까지 현실이 되었을까요? 사건의 날짜가 아니라 산업의 방향을 내다본 권석준 교수님의 책 속 4대 ‘예언’을 오늘의 뉴스와 함께 되짚어 보겠습니다.


예언 1. CXMT는 중국 D램 굴기의 핵심 기업이 된다
예언 2. 기술 제재는 중국의 자립을 재촉한다
예언 3. 중국의 우회로에는 대가가 따른다
예언 4. 한국에게 남은 시간은 길지 않다

 

예언 1. CXMT는 중국 D램 굴기의 핵심 기업이 된다

 

“CXMT는 한국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그리고 미국의 마이크론(Micron) 같은 기존의 글로벌 3강이 지배하던 DRAM 시장에 도전할 수 있는 유일한 중국 업체다. 중국 정부 입장에서 반도체 기술 자급화는 물론 인공 지능 생태계로의 확장을 위해 CXMT는 가장 중요한 포석 중 하나다. 따라서 이 기업의 생존은 매우 중요하고 앞으로도 대규모의 공적 자금이 지속적으로, 그리고 중복을 감수하더라도 투입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차이나 반도체 라이징』 31쪽에서

 

 

책을 편집할 때도 유일한 중국 업체라는 표현이 꽤 단호하게 느껴졌는데, 지금 다시 읽어 보니 이 문장의 강조점은 CXMT의 현재 기술력보다 중국 정부가 이 회사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있었습니다. 727CXMT는 상하이 증권 거래소 커촹반(科創板)에 공모가 기준 약 125조 원의 기업 가치로 상장했습니다. 중앙, 지방 정부의 지원에 증시 자금까지 더해진 셈입니다. 다만 아직 CXMT는 공정 수율과 HBM에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와는 격차가 있습니다. 같은 세대의 D램 수율은 국내 기업보다 낮고, 국내 선두 기업들이 HBM4HBM4E로 이동하는 동안 HBM2 양산과 HBM3 시험 생산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하지만 상장은 그 격차를 좁힐 자금 통로가 하나 더 생겼음을 뜻합니다. 시장이 놀란 까닭도 오늘의 CXMT보다 앞으로의 CXMT에 있었을 것입니다.

 

 

예언 2. 기술 제재는 중국의 자립을 재촉한다

 

“대중 반도체 기술·무역 제재가 심화되면서 중국의 첨단 반도체 생산에는 차질이 생겼고, 이러한 외생적 압력은 오히려 중국의 내재화 경향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즉 중국은 미국의 규제 상황을 자국의 반도체 제조 기업과 장비, 소재, 부품 기업들의 생태계를 다양하게 개발하고 내재화하는 방향으로 우회하고 있는 것이다.”
— 『차이나 반도체 라이징』 290쪽에서

 

 

미국의 기술 제재는 중국 반도체의 속도를 늦추는 동시에 장비와 소재를 자국 안에서 만들어야 할 이유도 훨씬 강하게 만들었습니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중신 국제 집적 회로(SMIC)는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구하지 못하자 이미 보유한 DUV 장비 수백 대와 다중 패터닝 공정을 활용해 7나노급 공정을 개발했습니다. 화웨이의 기린 9000s 양산이 바로 SMIC2019년부터 3년 동안 이 공정을 다듬고 개선한 끝에 거둔 성과입니다. 이제 DUV 노광 장비의 국산화도 생산 단계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들려오지만, 성능과 신뢰성 검증이라는 벽이 남아 있고 ASML 장비를 곧바로 대체할 수준도 아닙니다. 그래도 제재로 끊어진 공급망의 고리를 국산 장비로 이어 붙이려는 시도가 생산 단계까지 왔다는 사실은 가볍게 볼 수 없습니다. 기술 제재가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 아니라, 제재로 생긴 빈칸을 중국이 어떤 방식으로 메우고 있는지까지 함께 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예언 3. 중국의 우회로에는 대가가 따른다

 

“중국은 미국 주도의 기술 로드맵이 고비용 구조를 강요하는 것임을 확인하고 이를 따르지 않기 위해 전혀 새로운 로드맵을 주도하려고 할 수도 있다. 새로운 방식의 노광 공정이나, 나아가 아예 새로운 구조의 트랜지스터 등을 표준으로 제시하며 글로벌 시장에 도전할 수도 있다. 물론 이러한 새로운 시도와 역발상이 다 통한다는 보장은 없다. 관건은 그때까지 중국 반도체 산업이 버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 『차이나 반도체 라이징』 107쪽에서

 

중국에서 자국산 DUV 노광 장비의 생산이 시작됐다고 해서 단숨에 최선단 공정의 벽을 넘은 것은 아닙니다. 책에서 권석준 교수님은 DUV 다중 패터닝으로 5나노 로직 반도체를 만들 때 100~110단계의 공정이 필요하지만, EUV 단일 패터닝은 15단계면 된다고 계산했습니다. 3나노로 내려가면 그 차이는 450~460단계와 25단계까지 벌어집니다. DUV를 활용한 우회 공정은 가능하지만, 미세 공정으로 갈수록 시간과 비용이 늘어나고 수율을 안정시키기도 훨씬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중국산 노광 장비 자체의 성능도 선두 업체와 상당한 격차가 남아 있습니다. 책에 따르면 중국 업체 사이캐리어의 DUV 스캐너는 동 세대 ASML 장비 대비 노광 성능이 40퍼센트 이하로 평가됩니다. 따라서 최근의 성과는 중국이 제재 속에서도 생산을 이어 갈 우회 공정과 자체 장비 생태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것에 의미가 있습니다. 당장은 비용과 효율 면에서 불리할지 몰라도, 생산 현장에서 공정을 반복할수록 장비와 제조 기술에 대한 경험이 함께 쌓이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중국이 이미 한국을 넘어섰다고 겁먹는 것도, 아직 격차가 크다는 이유로 안심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습니다. 현재의 기술 격차뿐만 아니라 중국이 그 격차를 줄이기 위해 어떤 경험과 기반을 축적하고 있는지까지 함께 살펴야 합니다.

 

 

예언 4. 한국에게 남은 시간은 길지 않다

 

“다음 단계로의 전환 타이밍은 아직 닫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 창문이 열려 있는 시간은 길지 않을 것이다.”
— 『차이나 반도체 라이징』 509쪽에서

 

중국 반도체의 역습을 확인하고 나면 질문은 자연스럽게 한국으로 돌아옵니다. 한국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권석준 교수님은 중국의 투자 방식을 그대로 따라 하거나, 지금 남아 있는 기술 격차를 지키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AI와 반도체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하는 만큼, 그 성과가 실제 수익과 새로운 산업으로 이어질 길까지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은 산업 정책을 다시 기본부터 점검하고, 민주주의의 기준을 존중하면서도 유연함을 추구하며, 혁신의 함정을 피해야 한다. AI에 명운을 걸었다면 혁신에 가장 큰 가중치를 두는 것은 맞지만, 그 혁신이 어디로 어떻게 연결될지도 고민을 해야 한다.”
— 『차이나 반도체 라이징』 508쪽에서

 

중국을 얼마나 경계해야 하는지만이 문제는 아닙니다. AI와 반도체에 쏟아지는 투자가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 한국이 지금의 기술적 우위를 다음 단계의 경쟁력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를 함께 따져야 합니다. 산업의 전환 주기는 빨라지고, 한국을 지탱해 온 주력 산업의 유효 기간은 점점 짧아지고 있습니다. 당장의 주가에 일희일비하기보다 반도체 산업이 어디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먼저 읽어야 할 이유입니다.

 

 

주가가 흔들릴수록 해야 하는 것

 

주가는 하루가 다르게 오르내리지만, 산업의 변화는 훨씬 긴 시간에 걸쳐 진행됩니다. CXMT에 공적 자금이 계속 투입될 것이라는 전망, 제재가 중국의 기술 내재화를 재촉할 수 있다는 분석, DUV 우회 공정의 가능성과 한계. 지난 며칠의 뉴스는 차이나 반도체 라이징의 문장들을 다시 꺼내 보게 합니다.

 

책이 출간된 지 한 달 뒤 시작한 권석준의 반도체 살롱도 어느덧 마지막 화를 맞았습니다. 7화에서는 중국 반도체 굴기의 분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AI 데이터 센터 투자가 불러온 글로벌 반도체 버블의 가능성과 앞으로 시장에서 눈여겨봐야 할 관전 포인트까지 짚습니다. 차이나 반도체 라이징이 중국 반도체와 글로벌 산업의 큰 그림을 보여 주는 책이라면, 권석준의 반도체 살롱은 그 변화가 오늘의 시장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생생하게 짚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입니다. 휴가지에서는 책으로 반도체 산업의 긴 호흡을 따라가고, 이동하거나 쉬는 동안에는 영상으로 현재의 변수와 다음 관전 포인트를 살펴보시면 어떨까요? 당장의 주가에서 잠시 눈을 떼고, 반도체 산업이 앞으로 어디로 향할지 차분히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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