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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된 연재/(完) 과학 수다

과학 수다 (5) [지구를 지켜라] 아이언맨보다 강한 과학 이야기

Editor! 2013.05.18 22:41

과학의 세계로 이끄는 흥미롭고 친절한 안내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APCTP) 주최/ 프레시안 공동기획 '과학 수다' 코너를 사이언스북스 블로그에서도 소개합니다. 과학 수다는 매월 첫 째주에 아태이론물리센터 웹진 크로스로드와 프레시안 books를 통해 소개됩니다. 


혹시 <딥 임팩트>, <아마겟돈> 같은 할리우드 영화를 기억하세요?


맞습니다. 외환 위기가 한국 경제를 풍비박산을 낸 직후인 1998년 잇따라 개봉한 영화입니다. 두 영화는 지구로 다가오는 혜성(<딥 임팩트>)과 소행성(<아마겟돈>)을 막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딥 임팩트>의 경우에는 불과 지름 800미터(0.8킬로미터)짜리 혜성이 지구에 떨어졌을 때 어떤 재앙이 일어나는지를 실감나게 보여줬죠?


15년이 지난 2013년 2월 16일 새벽 3시 20분(현지 시간), 러시아 첼랴빈스크에서 영화를 연상시키는 일이 일어났어요. 지름 17미터 정도의 소행성이 지구로 떨어져 고도 15~25킬로미터 사이에서 폭발한 것입니다. 이 폭발로 첼랴빈스크를 포함한 러시아 지역 다섯 곳과 카자흐스탄 지역 두 곳이 피해를 입었어요. 1459명이 다쳤고, 가옥 7200채가 피해를 입었습니다. (☞바로 보기)


이 폭발은 히로시마 핵폭탄의 약 20~30배에 해당하는 위력입니다. 히로시마 핵폭탄처럼 고도 850미터 인근에서 폭발이 일어났다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했겠죠. 만약 첼랴빈스크가 아니라 서울의 광화문이나 강남과 같은 인구 밀집 지역에 떨어졌으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혹은 첼랴빈스크 인근에 있는 핵발전소에 떨어졌다면요?


이번 사건은 새삼 소행성과 혜성과 같은 '근 지구 천체(Near-Earth Object)'가 얼마나 지구에 위험한 존재인지를 일깨워줬습니다. 실제로 지름 300미터 정도의 소행성만 떨어져도 한반도 정도 크기의 나라는 초토화됩니다. 지름 3킬로미터 정도의 소행성이 떨어지면 인류 문명 자체가 심각한 타격을 입고요.


지름 7~10킬로미터 정도의 소행성은 대재앙이죠. 지구 위의 생명체 50퍼센트 이상이 멸종 목록에 오를 거예요. 공룡 시대에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고요. 그렇다면, 이렇게 지구로 다가오는 소행성이나 혜성을 막을 방법이 있을까요? 영화처럼 핵폭탄으로 재앙을 막을 수 있을까요? 혹시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살짝 귀띔하자면, 재앙을 막는 데는 핵폭탄보다 흰 페인트가 더 유용하다고 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최근 몇 년 새 돈 냄새 맡는 데는 도가 튼 몇몇이 수상한 회사를 잇따라 설립했습니다. 이 회사는 소행성의 희귀 광물을 채취해서 팔아먹을 목적으로 설립한 회사입니다. '언옵테이니움(Unobtainium)'을 얻고자 나비 족을 괴롭히는 인간을 묘사한 영화 <아바타>가 생각나죠? 그런데 바로 이 회사 중 한 곳에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또 전자 통신 에너지 산업에 꼭 필요한 희토류 확보에 혈안이 된 일본도 이미 2003년에 소행성 탐사선을 보냈습니다. 소행성과 같은 근 지구 천체를 놓고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이거 "2020년에 달에 태극기가 휘날리게 하겠다"고 공언한 박근혜 대통령이 뭔가 방향을 잘못 잡고 있는 건 아닐까요?


"과학과 미래 그리고 인류를 위한 비전"을 찾는 <크로스로드>와 함께 하는 '과학 수다'에서 이런 궁금증을 모두 해결합니다. 한국의 첫 소행성 전문가 문홍규 박사(한국천문연구원)가 가이드로 나섰습니다.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부산대학교), 천문학자 이명현 '프레시안 books' 기획위원이 때로는 가이드로 또 때로는 독자를 대신한 질문자로 수다에 참여했고요. 수다 정리는 소행성의 매력을 뒤늦게 발견한 <프레시안> 강양구 기자가 맡았습니다.



'딥 임팩트'의 공포


이명현 : 오늘의 주제는 '니어 어스 오브젝트(Near-Earth Object)'입니다. 이렇게 영어로 얘기를 시작한 이유는, 니어 어스 오브젝트의 번역어가 계속 변해 왔기 때문이에요. '지구 접근 천체', '지구 근접 천체' 또 '지구 위협 천체'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근(近) 지구 천체' 혹은 '지구 근 천체'라고 부르더군요. 일단 용어 정리부터 합시다. (웃음)

문홍규 : 좋은 지적이에요. 사실 국내 학계에서 니어 어스 오브젝트에 대한 합의된 용어는 아직 없습니다. 국내에 이 분야를 연구하는 과학자가 극소수라서요.

강양구 : 몇 명이나 있나요?

문홍규 : 소행성으로 한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은 저밖에 없고요.

강양구 : 한 명이요?

문홍규 : 네. 그리고 혜성쳬를 주제로 학위를 받은 동료 최영준 박사가 있습니다. 역시 한 명이네요. (웃음) 그리고 마사테루 이시구로 서울대학교 교수가 소행성과 혜성 전문입니다. 그러니 소행성과 혜성을 포함한 태양계 소천체를 연구하는 학자는 국내에 딱 세 명 있는 셈이네요. 그러니 외국 분 빼고 저희 두 사람이 어떻게 부르는지에 따라 용어가 그 때 그 때 달라지곤 했어요. (웃음)

이명현 : 이제 사정이 어떤지 짐작이 되죠? 사실 앞에서 말했던 니어 어스 오브젝트의 번역어 변천사는 여기 문홍규 박사가 불러온 궤적과 일치합니다. (웃음) 그런데 이렇게 용어가 계속 바뀐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문홍규 : 처음 연구를 시작할 때만 해도 '뭔가 지구에 접근하고 있다' 이런 걸 강조하는 게 주목을 받을 것 같아서 고민 끝에 '지구 접근 천체'라고 불렀어요. 엄밀히 따지면 맨 앞의 'Near'는 형용사잖아요. 꼭 지구 가까이 접근하는 것만을 지칭하는 게 아니죠. 그런 식이라면 언젠가는 다 지구와 충돌한다는 얘기가 되니까요.

그래서 고유한 궤도를 돌면서 주기적으로 지구와 접근하거나, 원래 궤도가 바뀌어 지구 근방을 지나는 모든 천체를 포괄하는 용어를 찾다 보니 '근 지구 천체'로 낙점하게 된 겁니다. 근 지구 천체에는 '근 지구 소행성(Near-Earth Asteroid)', '근 지구 혜성(Near-Earth Comet)이 있습니다.

김상욱 : 그런데 소행성이든 혜성이든 원래는 지구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태양으로 접근하는 거죠? 명칭만 지구 중심으로 붙였을 뿐이지.

문홍규 : 정의를 해볼게요. 근 지구 천체는 소행성과 혜성 중에서 태양과 가장 가까운 거리(근일점 : 태양 주변을 도는 천체가 태양과 가장 가까워지는 지점)가 지구와 태양 사이의 평균 거리(1AU=약 1억5000만 킬로미터)의 1.3배 안에 들어오는 걸 말해요. 특히 근 지구 소행성은 근일점이 0.983AU와 1.3AU 사이에 있습니다.

이명현 : 그러니까 근 지구 천체는 태양 주위를 돌고 있는 소행성이나 혜성 중에서 그 궤도가 지구 궤도와 엇비슷한 것들이군요.

강양구 : 그래서 지금까지 확인된 근 지구 천체가 몇 개나 되나요?

문홍규 : 나사(NASA) 제트추진연구소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거의 매일 갱신이 됩니다. 그래서 숫자는 늘 변해요. 2013년 4월 24일 현재, 근 지구 혜성은 94개, 근 지구 소행성은 9797개나 됩니다. 그러니까 오늘까지 목록에 올라간 근 지구 천체 전체 숫자는 9891개입니다.

그런데 이 중에서 지름 1킬로미터보다 큰 천체는 861개. 그 중에 지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큰 킬로미터 급 지구 위협 천체는 155개고요.

이명현 : 그러니까 근 지구 천체가 약 1만 개 정도인데 그 중에서 약 150개 정도가 위험한 셈이네요.

문홍규 : 그렇습니다. 더 들어가기 전에 아래 그래프부터 보세요. 여기서 가로축은 시간, 세로축은 발견된 개수입니다. 그래서 왼쪽은 1980년까지 알려진 근 지구 천체, 오른쪽은 2013년 현재의 발견 개수입니다. 파란색은 지금까지 발견한 모든 근 지구 천체, 빨간색은 그 중에서 지름 1킬로미터보다 큰 것을 나타냅니다.

ⓒneo.jpl.nasa.gov

김상욱 : 갑자기 올라가네요.

문홍규 : 네, 1998년부터 급상승하기 시작하죠? 이 시점에 무슨 일인가 일어난 겁니다.

김상욱 : 1998년에 할리우드 재난 영화가 두 편이나 개봉했잖아요. 미미 레더 감독의 <딥 임팩트>와 마이클 베이 감독의 <아마겟돈>이요.

강양구 : <딥 임팩트>는 혜성이 지구로 돌진하는 내용이었고, <아마겟돈>은 소행성이 지구를 위협하는 내용이었죠. 물론 둘 다 겨우 막아내긴 했습니다만. (웃음)

문홍규 : 아시다시피 두 영화는 나사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작품이었어요. (웃음) 대중의 관심을 등에 업고 미국 의회에서 '우주 방위 목표(SpaceGuard Goal)' 프로젝트의 예산을 승인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1998년부터 2008년까지 만 10년간 지름이 1킬로미터보다 큰 근 지구 천체의 90퍼센트 이상을 찾아 목록을 만드는 걸 목표로 했죠.

제가 시뮬레이션 해봤는데, 2008년에 이 목표는 달성되지 못했어요. 최근 나사는 우주 망원경 WISE(Wide-field Infrared Survey Explorer)를 대기권 밖에 띄웠니다. 지름 40센티미터인 이 WISE는 애초 적외선을 많이 방출하는 별, 은하를 연구하는 게 목표였어요. 그런데 운 좋게도 수백 개의 근 지구 천체를 새로 발견하는 동시에, 이들이 크기별로 어떤 분포를 보이는지 밝혀냈습니다.

근 지구 소행성은 수 미터에서 수십 미터밖에 안 되는 작은 게 대부분이에요. 가시광선으로는 반사율이 낮아서 잘 보이지 않습니다. 소행성은 적외선에서 더 많은 복사를 방출하거든요. 그래서 WISE로 봤을 때, 훨씬 밝고 더 많이 보이는 거예요. WISE 덕분에 우리가 1킬로미터보다 큰 근 지구 천체를 94퍼센트 정도 발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강양구 : 여기서 왜 지름 1킬로미터 이상의 소행성에 그렇게 신경을 써야 하는지 한 번 따져보죠.

문홍규 : 충돌이 일어났을 때 지구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입니다. 먼저 'PHO(Potentially Hazardous Asteroid)'의 정의부터 해보죠. 보통 '지구 위협 천체'라고 번역하는데요. 근 지구 천체 중에 근일점 거리가 약 750만 킬로미터 이내이면서 150미터 큰 것을 말합니다.

아까 봤던 나사 제트추진연구소 웹사이트로 돌아갈까요? 근 지구 천체 9891개 중에서 'PHA'는 1397개입니다. PHA(Potentially Hazardous Asteroid)는 물론 PHO에 속하는 소행성입니다. 앞서 얘기했듯이 이 중에 1킬로미터보다 큰 것이 155개고요.

사실은 150미터보다 작은 천체들도 위험합니다. 30미터 급의 소행성이 폭발하면 대략 다이너마이트 200만 톤과 같은 위력을 발휘합니다. 폭발 고도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1킬로미터 아래에서 폭발한다면 반경 5킬로미터 안의 모든 물체는 흔적을 찾기 힘들 겁니다.

이 정도 규모의 폭발이 실제로 일어난 일이 있습니다. 1908년 6월 30일 시베리아의 퉁구스카에서 지름 30~50미터로 추정되는 소행성(또는 혜성)이 8킬로미터 상공에서 폭발해 2000제곱미터에 이르는 숲이 초토화되었습니다. 이런 사건이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난다고 가정해 보세요.

크기가 더 커지면 피해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지름이 한 300미터 정도면 한반도만한 나라가 초토화될 수 있습니다. 1.5킬로미터 정도 되면 유럽 면적에 해당하는 지역이 심각하게 파괴될 수 있고요. 이런 소행성이 지각의 얇은 부분을 뚫고 맨틀까지 들어가면 더 치명적일 겁니다. 화산체, 쇄설물이 나오고 이게 지구 전체를 덮어 극심한 기후 변화가 일어날 수 있어요.

3킬로미터 급 천체는 전 지구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10킬로미터 급이라면 전 생물종의 50퍼센트 이상이 멸종 목록에 오를 거예요. 백악기 말에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죠. 물론 충돌체가 바다에 떨어져 쓰나미가 일어난다면 피해가 극대화될 수 있습니다. 뉴욕, 샌프란시스코, 인천, 도쿄, 시드니 같은 대도시들이 해안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기 때문입니다.

김상욱 : 실제로 <딥 임팩트>를 보면 지구로 혜성이 날아옵니다. 핵폭탄을 장치해서 폭파를 시키긴 하는데, 완전히 폭파가 되지 않고 둘로 쪼개져요. 하나는 큰 것(지름 4.8킬로미터)이고, 다른 하나는 작은 것(지름 0.8킬로미터)이죠. 큰 것은 비켜가는 데 작은 것은 지구로 떨어져요.

영화에서는 0.8킬로미터 작은 것이 떨어지는 순간 해일이 일어나서 뉴욕이 다 물에 잠기고 수백만 명이 죽는 것으로 나와요. 다들 4.8킬로미터 큰 것이 떨어질 줄 알고 죽음을 준비하는데 극적으로 막죠. 방금 설명을 듣고서 영화 내용을 떠올리니, 상당히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거였군요.

문홍규 : 맞아요. 나사 과학자들이 밀착해 자문을 해준 것으로 알고 있어요. 사실 <딥 임팩트>나 <아마겟돈>과 같은 할리우드 영화가 1998년에 개봉한 데는 1994년 슈메이커-레비 혜성의 목성 충돌 사건과 무관치 않아요. 저희도 소백산 보현산에서 이 충돌 사건을 관측하며, 실시간 생중계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흥분했었습니다. 규모는 다르지만 비슷한 일이 지구에서도 일어날 수 있겠구나, 하는 불안에 쭈뼛했죠.

1994년 7월 14일부터 거의 일주일에 걸쳐 혜성이 여러 조각으로 쪼개져서 목성에 충돌했습니다. 이 때 발생한 화염 중에는 지구보다 큰 것들도 있었거든요. 목성이 아니라 지구에 그런 사건이 일어났다면 얼마나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지 생생히 볼 수 있었던 거예요.

이명현 : 그 때는 멋있었죠. 하지만 흥분을 가라앉히면 등골이 오싹해지죠. (웃음)


흰색 페인트로 지구를 구한다?

강양구 :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데요. 현재까지 1킬로미터 이상의 소행성의 94퍼센트 정도를 파악했잖아요. 그런데 그런 것들 중에서 지구로 다가오는 게 있다면, 그 충돌 여부는 얼마 전에야 예측할 수 있나요? 슈메이커-레비 혜성도 목성과 충돌하기 1년 4개월 정도 전에야 확인했었죠?

문홍규 : 분명한 것은 천체를 발견하는 것으로 끝나면 안 된다는 겁니다. 그 다음엔 추적 관측과 궤도를 결정하는 일이 뒤따라야 합니다. 궤도를 알아야 충돌 가능성을 계산할 수 있는데 그게 만만한 일이 아니거든요. 훌륭한 전산 인프라와 잘 훈련된, 경험 많은 전문가 집단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천체에 따라 크기, 반사율, 궤도가 모두 다르고 천체-지구-태양 간 거리와 이들 간 각도에 따라 충돌을 수십 년 전에 미리 예측할 수도, 직전까지 모를 수도 있다는 게 문젭니다. 예컨대, 충돌 수십 년 전, 미리 발견할 수 있는 기간에 하필, 계속 날씨가 나빴다면 중요한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겁니다.

강양구 : 그럼, 운에 달렸군요. 운이 좋아서 충돌 예상 시점 몇 년 전에 발견할 수도 있지만, 운이 나쁘면 한 3개월 전에 확인할 수도 있고요. (웃음)

문홍규 : 네, 그런데 지금까지 확인된 천체들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추적 관측을 하고 있고요. 1세기 내에 심각한 충돌이 예상되는 것은 한두 개입니다. 데이터가 축적되면 확률이 낮아지는 게 보통이기 때문에 아직 비관적인 예측을 하는 건 시기상조입니다. 사실 천문학자의 역할은 정밀 궤도를 얻고서, 충돌 확률을 계산하고, 계속해서 그것을 보완하는 데서 끝납니다. 일단 충돌이 확실시 되면 그 뒤부터는 저희들 몫은 아니죠. 그 때부터는 엔지니어와 정치가의 영역입니다. 물론, 궤도 변경 임무를 설계하는 일이나, 충돌 지역과 그 피해 규모를 예측해 정부에 자문하는 역할은 계속되겠지만요.

강양구 : 지구 위협 천체를 발견하고 추적하는 데 들어가는 예산을 결정하는 것도 정치인과 관료니까, 사실 모든 단계가 과학뿐만 아니라 정치와 행정의 영역이라고 할 수도 있죠. (웃음)

문홍규 : 실제로 그렇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 지구 과학 포럼에 이어 2005년부터 지구 위협 천체 충돌 이슈를 유엔(UN)이 주도하고 있어요. 유엔 평화적 우주 이용 위원회(COPUOS) 산하 액션 팀 14에 지구 위협 천체 문제를 다루는 세 개의 그룹을 조직하는 일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경보 발령 자문 그룹, 충돌 궤도 변경 자문 그룹, 재난 방지 자문 그룹, 이렇게요. 저희는 첫 번째 그룹에 참가 신청을 한 상태입니다.

김상욱 : 그런데 과연 소행성이나 혜성이 지구를 덮칠 때 우리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요?

강양구 : 방금 충돌 궤도 변경 얘기를 언급했는데, 사실 지구로 다가오는 소행성이나 혜성의 궤도를 바꾸는 게 말처럼 쉽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저는 그런 궤도 변경이 더 큰 재앙을 낳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 궤도가 변경된 소행성이나 혜성이 어떤 연쇄 효과를 낳을지를 정확히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니까요.

문홍규 : 좋은 지적입니다. 아폴로 9호와 스카이랩의 우주비행사였던 러스티 슈웨이커트가 만든 B612재단 궤도 계산 결과를 보면, 아포피스 소행성이 2039년 4월 13일 금요일 지구 가까이 지나갑니다. 하필이면 13일의 금요일이죠. (웃음) B612재단은 이 소행성의 진로를 바꾸는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어요.


문제는, 예를 들어 아포피스가 뉴욕이나 워싱턴에 떨어질 가능성이 예상되어서 진로를 바꿨는데, 그 결과 런던이나 파리에 추락하면 어떡하나요? 충돌 재난을 해결하기 위한 대응 방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벌써부터 이런 풀기 어려운 문제가 제기되었습니다. 정답이 없는 문제죠.


김상욱 : 칼 세이건도 <창백한 푸른 점>(현정준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에서 이미 그런 문제를 지적했어요. 세이건은 인간이 개입해서 소행성의 궤도를 바꾸는 것에 반대합니다. 왜냐하면, 인간이 그런 능력을 확보한다면 그 능력은 인류를 구원하기보다는 오히려 인류를 파괴하는 무기로 이용될 거라는 겁니다.


문홍규 : 맞아요. 바로 '카이네틱 웨폰(kinetic weapon)'인데요. 어떤 나라가 소행성의 궤도를 제어하는 기술을 가졌다고 칩시다. 그렇다면, 사전에 의도를 가지고 다른 나라에 소행성을 충돌시키는 군사적인 행동을 하지 말라는 법이 없잖아요. 이를테면 300미터 소행성 하나면 한반도 정도는 없애버릴 수 있으니까요.


김상욱 : 영화 <스타십 트루퍼스>(1997년)를 보면, 벌레 외계인이 지구에 선전포고를 할 때도 똑같은 방법을 사용하죠. 벌레 외계인이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소행성을 떨어뜨리잖아요. 그 일을 계기로 인간과 벌레 사이에 우주 전쟁이 일어나죠. 그러니까 그런 일이 가능하다면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날 수 있어요. 그래도 막기는 막아야 될 것 아녜요? (웃음)


문홍규 : 현재로서는 앞에서 언급한 위험에도 불구하고 궤도 변경이 가장 유력한 대응 방법입니다. 물론 재난 지역의 면적이 작다면 소개를 선포하는 방법도 있겠지만요. 궤도 변경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어요. 지구와 충돌 위협이 있는 크기가 작은 소행성의 경우에는 로켓을 설치해 추진 반작용으로 방향을 바꾸는 거예요. 소행성을 약간만 밀어도 장기적으로는 궤도가 바뀌어 위기를 모면하는 거죠.


김상욱 : 2012년에 유엔이 지원해서 '소행성 움직이기 대회(Move an asteroid competition)'를 했어요. 과학도와 과학자에게 소행성의 진행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아이디어를 모집해서 우수한 제안에 상을 주는 행사죠. 그런데 2012년 우승자가 MIT의 한국계 대학생 백성욱 씨입니다. (웃음)


이 백성욱 씨의 아이디어가 아주 재밌어요. 소행성에다 흰색 페인트 통을 던지면 충분하다는 거예요. 물론 흰색 페인트가 소행성 전체에 골고루 묻어야 합니다. 그러면 소행성에 묻은 흰색 페인트가 햇빛을 반사하게 됩니다. 그런데 마찰이 없는 우주 공간에서는 빛의 힘도 무시할 수 없어요.


앞선 과학 수다에서 빛은 '파동'이면서 '입자'의 성질을 띤다고 했잖아요. 빛의 입자인 광자는 공기의 흐름인 바람처럼 압력을 가집니다. 그런데 우주 공간은 마찰이 없기 때문에 그 힘이 누적되면 무시할 수 없는 효과를 낼 수 있어요. 이런 점을 염두에 두면, 소행성에 묻은 흰색 페인트가 빛을 반사할 때, 그 태양광 압력의 반작용으로 궤도에 변화가 생길 수 있죠.


이런 태양광의 압력을 이용한 아이디어는 이전에도 있었어요. 2008년에 첫 번째 대회가 있었는데, 그 때 우승했던 아이디어가 바로 이런 햇빛 입자의 흐름, 즉 태양풍을 이용한 거예요. 태양풍을 받을 돛을 소행성에 달면 굳이 로켓과 같은 것이 없더라도 궤도 변경이 가능하다는 거예요. 그런데 굳이 그런 돛도 필요 없이 흰색 페인트면 충분하다는 거죠. (웃음)


이명현 : 할리우드 영화를 비롯한 기존의 상상력이 얼마나 빈곤한지를 보여준 거죠.(웃음) 사실 소행성이나 혜성의 궤도 변경을 말하면 곧바로 핵폭탄을 떠올리잖아요. 그런데 크기가 큰 소행성의 경우에는 궤도를 바꾸려면 핵폭탄 한두 개로는 어림도 없어요. 그렇게 폭탄을 터뜨려서 소행성이나 혜성이 파괴되면 그 파편이 지구에 더 심각한 위협이 될 수도 있어요. 반면에 이런 흰색 페인트 아이디어는 비용, 효과 모든 점에서 탁월하죠.


김상욱 : 사실 지구로 다가오는 소행성이나 혜성에 핵폭탄을 사용하는 게 정치적으로도 쉽지가 않아요. 포괄적 핵실험 금지 조약에 우주 공간이 포함되어 있답니다. (웃음)그러니까 미국이든 중국이든 소행성이나 혜성에 핵폭탄을 사용하려면 국제 사회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거예요.


문홍규 : 네, 여기서 현재까지 나온 방법을 정리하면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폭파, 미는 것, 끄는 것. 이렇게요. 폭파는 방금 말씀하신 포괄적 핵실험 금지 조약 때문에 정치적으로는 재래식 무기만 가능하죠. 핵폭탄을 실제로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럭비공처럼 폭파 후 통제 불가능한 조각들만 더 많아질 거고요. 얼마나 많은 핵폭탄이 필요할지, 그 효과가 어떨지도 미지수고요.


미는 것. 아까 얘기했듯이 가장 먼저 로켓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어디에 어떻게 설치할지가 고민이에요. 소행성도 자전을 하거든요. 기술적인 문젭니다만 설치 위치와 방향, 추력 제어에 문제가 생긴다면, 엉뚱한 방향으로 소행성을 밀어서 지구가 더 위험해질 수도 있어요. 이런 불확실성 때문에 방금 말씀하신, 소행성 근방에 페인트를 담은 고무공을 터뜨리는 아이디어가 높이 평가받은 겁니다.


고출력 레이저를 쏘는 방법도 거론되고 있는데요. 그런 높은 출력의 레이저를 개발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강양구 : 그 정도 고출력 레이저면, 당장 살상 무기로 쓰일 수도 있겠군요.


문홍규 : 그렇죠. 마지막 방법은 끄는 것. 소행성의 크기가 작을 경우에는 중력적으로 그 천체를 끌어당길 수 있을 만큼 비슷한 질량을 가진 우주선을 보내 견인하는 거죠.


이명현 : 우주선을 보내서 소행성을 끄는 방법은 수명이 다한 인공위성과 같은 우주 쓰레기를 치우는 아이디어로 나왔던 거예요. 사실 지구 주위에 널려 있는 인공위성도 근 지구 천체에 속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인공위성 숫자가 계속 많아지면 그것도 아주 고약한 골칫거리가 될 거예요.


김상욱 : 우리가 심각하게 걱정하는 건 지름 1킬로미터 이상이니까 우주선을 보내서 끌기가 쉽지 않겠죠. 하지만 그보다 더 작은 건 끌 수도 있겠죠. 이렇게 작은 걸 끌어다가 큰 소행성에 충돌을 시켜서 궤도를 바꾸는 방법도 얘기가 되는 모양이던데요. 마치 당구공이 서로 부딪쳐서 진로가 바뀌는 것처럼.


문홍규 : 네, 그런 방법이 아까 언급한 유엔의 두 번째 자문 그룹(충돌 궤도 변경 자문 그룹)에서 논의될 거예요. 물론 아직은 다 탁상공론입니다.



강양구 : 사실 진짜로 소행성이나 혜성의 위협이 목전에 닥쳤을 때, 저런 대응 방법 중 하나가 일사불란하게 추진될 수 있을지 의문이에요.


이명현 : 지구 위협 천체의 위험을 얘기하면 꼭 제1차 세계 대전이 생각나요. 그 전쟁 전에 인류는 현대 과학기술에 기반을 둔 전 지구적인 전쟁을 한 번도 치른 적이 없었어요. 그래서 지금의 시각에서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낭만적이죠. 철모도 전투에서 쓰기엔 너무 비실용적이고, 군복도 위장과는 어울리지 않는 형형색색이고. 그러다 보니 피해도 엄청났죠.


김상욱 : 어쩌면 지금 얘기되는 대응 방법이 낭만적인 것일지도 모른다는 거죠?


이명현 : 예. 인류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잖아요. 당연히 실제 상황이 되면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겠죠. 아무리 준비를 철저히 한다고 하더라도 말이죠.


김상욱 : 그런데 이번에는 경험을 축적해서 다음에 더 잘 할 수도 없잖아요.


문홍규 : 지난 2월 15일에 러시아 첼랴빈스크에서 예행연습을 하긴 했죠. 일종의 경고라고나 할까요? 지름 17~20미터 정도의 소행성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폭발은 고도 15~25킬로미터 사이에서 일어났는데, 가장 큰 폭발은 13킬로미터 지점에서 일어난 것으로 계산이 되고 있어요.


김상욱 : 그럼 소행성 하나가 들어와서 여러 개로 쪼개져서 여기저기 떨어진 건가요?


문홍규 : 맞아요. 피해 지역이 마치 첼랴빈스크 한 곳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러시아 다섯 곳, 카자흐스탄 두 곳이 피해를 입었어요. 첼랴빈스크의 피해만 놓고 보면, 가옥 7200채가 폭삭 내려앉거나 유리창이 깨지는 등의 피해를 입었고 그 과정에서 약 1500명이 다쳤어요. 그 중 어린이가 300명이고요. 다행히 운석을 직접 얻어맞은 사람은 없었어요.


만약에 운석 중 하나가 첼랴빈스크의 핵발전소를 직접 타격했다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했겠죠. 인구 밀집 지역을 피해간 것도 정말 다행이었죠. 만약에 서울의 광화문이나 강남 한복판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고 생각해 보세요. 비교적 높은 고도에서 폭발한 것도 다행이었어요. 피해가 가장 큰 고도 850미터 정도에서 폭발했다면 피해는 훨씬 더 커졌을 겁니다.


강양구 : 그런데 이런 17~20미터 소행성이 떨어지는 것도 드문 일이죠?


문홍규 : 생전에 이런 모습을 볼 줄은 몰랐어요. (웃음) 이 정도 규모의 소행성이 지구에 떨어지는 일은 100년에 한 번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30미터 정도는 250년에 한 번이죠. 100미터 정도가 지구에 떨어질 가능성은 1만 년에 한 번, 300미터 정도가 지구에 떨어질 가능성은 5만 년에 한 번입니다. 물론 당장 몇 달 뒤에 끔찍한 재앙이 닥칠 수도 있죠.



소행성대의 기원은 제5행성이 아니다!


강양구 : 이런 근 지구 천체의 기원은 뭔가요? 첼랴빈스크에 떨어진 소행성은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대에서 왔죠? 소행성이 태양을 중심으로 길게 띠를 형성하고 있죠.


이 소행성대는 과학 소설(SF)의 단골 소재죠. 에드먼드 해밀턴의 <The Lost World of Time>(1941년)이나 혹은 SF의 고전으로 추앙받는 제임스 호건의 <Inherit the Stars>(1977년)가 대표적이죠. (호건의 <Inherit the Stars>는 <별의 계승자>(이동진 옮김, 오멜라스 펴냄)로 번역되었습니다.)


이런 소설은 대개 화성과 목성 사이에 애초 행성(제5행성?)이 하나 더 있었고, 이 행성이 어떤 이유로 사라졌고(화성인과의 대립은 흔히 쓰이는 설정입니다), 그 행성의 흔적이 바로 소행성대라고 가정합니다. 심지어 이 행성을 인류 문명의 기원으로 연결을 시키기도 하고요. (웃음)


문홍규 : 흥미로운 설정이긴 합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가설은 틀린 것으로 판명 났어요. (웃음) 근 지구 천체의 기원을 설명하기 전에 우선 태양계의 형성 과정부터 살펴보죠. 태양과 같은 별은 먼지와 가스가 응축해서 만들어집니다.


이런 원시 성운이 수축하면 중심 밀도가 높아져 뜨거워지기 시작합니다. 핵융합이 시작될 만큼 중심 온도가 올라가 '엔진'이 점화되면 비로소 별이 태어납니다. 이렇게 가스가 응축해서 별이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태어나는 가스 성운은 원반 형태를 띠는데요. 그건, 위치 에너지가 열 에너지와 회전 에너지로 바뀌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아기 태양 주변에 있는 가스도 따라서 돌게 되죠.


바로 이렇게 태양 주변의 가스와 먼지가 회전하면서 점차 태양계의 형태를 갖추게 됩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을 거쳐 먼지 덩어리들이 연쇄 충돌을 일으키고, 그렇게 몸집이 성장하면 지구나 화성 같은 행성이 되지요. 이렇게, 태양계 안쪽에는 주로 금속과 암석으로 이뤄진 지구형 행성이, 그 바깥에는 기체로 이뤄진 목성형 행성이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처음에는 태양계의 크기가 지금보다 작았어요. 그러니까 태양과 해왕성의 거리가 지금보다 가까웠던 거죠. 그 당시 태양계는 목성과 토성의 중력 때문에 역학적으로 아직 불안정한 상태였어요. 그런 태양계가 안정을 찾는 과정에서 짧은 시간에 바깥쪽으로 확장됩니다.


당시 토성 궤도 외곽에 있는, 그보다 가벼운 천왕성, 해왕성도 밖으로 밀려나면서 태양계의 크기가 갑자기 늘어납니다. 그 외곽에는 주로, 행성을 이루지 못한 작은 천체들이 넓은 지역에 걸쳐 분포하고 있었어요. 태양계가 확장되면서 당연히 그 변방에도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결과, 일부 소행성과 혜성들이 태양계 안쪽으로 들어오거나 튕겨져 나가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안쪽까지 들어온 놈들이 지구와 달에 충돌을 일으켰습니다. 화성과 목성 사이에 분포하는 소행성대도 태양계가 역학적으로 안정되는 과정에서 형성됐을 겁니다. 또 명왕성 같은 왜소행성은 태양계 외곽에 분포하던 천체들이 안쪽으로 끌려 들어온 거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명현 : 2006년에 명왕성이 태양계의 행성에서 퇴출되었죠? 이런 기원의 차이도 퇴출의 중요한 이유 중 하나였어요. 족보를 따져보면 명왕성은 행성이 아니라, 소행성이죠.


강양구 : 지금 설명은 모두 컴퓨터 시뮬레이션의 결과죠? (웃음)


문홍규 : 맞아요. 그런데 대다수 과학자는 이런 시뮬레이션 결과를 받아들입니다. 38억 년 전, 태양계 안쪽으로 대거 유입된 소행성과 혜성들이, 행성과 위성들에 무더기로 충돌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걸 LHB(Late Heavy Bombardment)라고 부릅니다. 태양계 형성 말기에 일어난 대규모 충돌 사건이죠. 특히 달에는 공기가 없기 때문에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요. 충돌 연대를 살펴보니, 38억 년 전에 굉장히 많은 소행성, 혜성이 융단폭격을 한 거죠.


강양구 : 그럼 38억 년 전의 일이 다시 재연될 가능성은 없나요?


문홍규 : 38억 년 이후에는 태양계가 역학적으로 안정되었기 때문에 다시 그런 일을 당하는 일은 없으리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융단폭격이라고 표현을 하긴 했지만, 이게 몇 초, 몇 분 동안 이뤄지는 게 아니에요. (웃음) 그보다 긴, 지질학적인 기간에 걸쳐 일어난 사건입니다.


강양구 : 정말로 화성과 목성 사이에 제5행성이 있었던 건 아닌가요? (웃음)


문홍규 : 소행성대는 행성들을 만들지 못하고 남은 것과, 소행성들 간 충돌에 의해 쪼개진 잔해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제5행성과는 다르죠. (웃음) 소행성대에 흩어져 있는 소행성의 질량을 다 합해도 도저히 행성이라고 할 만한 양이 되지 못하고요.


이명현 : 태양계의 초기 형성 과정에서는 충돌이 다반사였죠. 지구도 충돌해서 달이 나온 거니까요.


김상욱 : 그럼, 근 지구 소행성의 상당수는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대에서 오는 것으로 보면 되나요? 그런데 소행성대가 만들어지고 나서, 그 후에 궤도가 상당히 안정이 되었는데도 이렇게 계속해서 소행성이 지구 쪽으로 들어오는 이유가 있나요?


문홍규 : 근 지구 소행성의 대부분은 소행성대에서 옵니다. 그 이유는 소행성과 목성이 상호 작용을 하기 때문이에요. 이 상호 작용의 결과 소행성의 궤도가 불안정해지는데요. 이렇게 불안정해진 궤도가 안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태양계 안쪽 혹은 외곽으로 소행성들이 유입됩니다. 그 중 안쪽으로 들어온 게 지구나 화성, 심지어는 태양 쪽으로 날아오거나 충돌하는 거예요.


김상욱 : 덧붙이자면, 사실 목성과 소행성의 공전 주기가 1:2나 1:3처럼 정수배가 되는 경우, '비선형 공명' 현상이 일어납니다. 비선형 공명이 일어나면 소행성의 운동이 혼돈 혹은 카오스를 보이며 불안정해지죠. 즉, 궤도를 이탈하게 된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공명이 일어나는 부분마다 소행성이 존재하지 않는 틈이 만들어 지는데, 이를 커크우드 간격이라 부르죠.


일단, 공명에 해당하는 소행성이 모두 없어지면 더 이상 궤도를 이탈하는 소행성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야르코프스키 효과와 같은 다른 이유 때문에 소행성들이 궤도를 조금씩 바꾸다가 결국, 커크우드 간격으로 들어갑니다. 그러면 비선형 공명에 의한 혼돈 때문에 소행성이 궤도를 이탈해 다시 지구 쪽으로 날아올 수 있게 되는 거죠.


암튼 소행성대에 있는 소행성이 다 고갈되면 더 이상의 소행성 유입은 없을까요?


문홍규 : 근 지구 공간으로의 유입은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게다가 그 원천이 되는 소행성대 소행성의 개수도 많구요. 예전에는 지름 1킬로미터 이상인 소행성이 거의 100만 개가 있는 것으로 봤어요. 최근 연구에 따르면 현재는 그 숫자가 60에서 70만 개 정도로 줄었습니다.


김상욱 : 지금 계속 소행성대 얘기가 나오고 있잖아요. 사실 소행성대는 할리우드 영화에서 묘사가 많이 되고 있죠. 우주선이 소행성대를 지날 때 곳곳에서 출몰하는 소행성을 요리조리 피하는 장면이요. <스타워즈> 같은 영화를 보면 소행성대가 굉장히 비행에 위협적인 곳으로 나오죠.


그런데 나탈리 앤지어가 쓴 <원더풀 사이언스>(김소정 옮김, 지호 펴냄)를 보면 재미있는 얘기가 나옵니다. 1977년 6월과 8월에 보이저 1호, 2호가 각각 발사되었어요. 그래서 지금도 관측 자료를 보내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보이저 1호, 2호가 소행성대를 지나면서 소행성을 기적적으로 딱 2개 발견했다고 합니다. (웃음)


문홍규 : 맞습니다. 영화 속에 묘사된 소행성대와 실제의 소행성대는 달라요. (웃음)보이저 호의 예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실제로 그곳은 텅 비어 있어요. 소행성 사이의 평균 거리는 10의 7승 킬로미터 정도입니다. 0이 7개가 붙으니까 소행성 사이의 거리가 1000만 킬로미터네요. (웃음)


김상욱 : 10의 7승 킬로미터요? 보이저 호가 2개를 봤다는 게 정말 기적이네요. (웃음)


이명현 : 다음 화제로 넘어가기 전에 혜성 얘기만 잠깐 하고 넘어가죠?


문홍규 : 근 지구 천체 중에 근 지구 혜성이 있잖아요? 그런데 지구 가까이에 출몰하는 혜성 중에서 분명히 해왕성 바깥쪽에서 왔을 법한 게 있어요. 예를 들어서 1997년에 지구 근처에 나타난 헤일밥 혜성이 그렇죠. 이 혜성은 주기가 애초 4300년이 넘었어요. 그래서 우스개로 '단군 혜성'이라고 부르는데요.


김상욱 : 그러니까, 38억 년 전에 지구 근처 태양계 안쪽으로 대거 진입한 천체들, 바로 이것들이 우리가 아는 근 지구 천체 대부분의 기원이겠죠. 그런데 그 외에 지금도 숫자는 많지 않지만 지구 근처로 오는 천체가 있다는 말이군요. 그 대표적인 예가 헤일밥 혜성처럼 주기가 긴 혜성이고요.


문홍규 : 맞습니다. 과학자들은 일단 이 혜성이 '오르트 클라우드(구름)'라는 곳에서 오는 것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오르트 클라우드는 지름이 5만 광년 혹은 그 이상 되는 태양계 외곽을 둘러싼 얼음덩어리들이 거대한 구 형태를 이루는 거예요. 이곳에서 간헐적으로 태양계 안쪽으로 헤일밥 혜성 같은 것이 오는 거죠. 그밖에 목성 근방이 고향인 혜성들 가운데서도 근 지구 혜성에 속하는 천체가 많습니다.



탐욕의 손길, 소행성을 노리다


강양구 : 오르트 클라우드에 얽힌 뒷얘기도 흥미로울 것 같은데, 갈 길이 머니 다음 기회로 미루죠. 최근 몇 년 새에 흥미로운 기업 두 곳이 창업을 했죠?


문홍규 : 2010년 11월에 '플래니터리 리소스(Planetary Resources)'가 그리고 올해(2013년) 1월에는 'DSI(Deep Space Industries)'가 문을 열었습니다. 플래니터리 리소스만 살펴보면, 나사의 화성 탐사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이들이 중심이 되어 설립한 회사입니다. 그런데 투자자의 면면이 화려해요.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구글 회장 에릭 슈미트, 영화감독 제임스 카메론 또 전 골드만삭스 회장 등이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어요. 사실 <아바타>의 카메론 감독이 참여한 건 참 의미심장한데요. <아바타>를 보면 나비 족이 사는 행성에 인간이 들어가는 이유가 그 행성에 있는 광물 '언옵테이니움' 때문이잖아요. 얻기 어려운 원소라는 뜻이죠.


그런데 이 플래니터리 리소스의 설립 목적이 바로 지구에서는 얻기 어려운 희귀 광물을 소행성에서 캐려는 거예요. 얼토당토않은 망상 같죠? 그런데 이게 상당히 가능성이 있는 사업이라는 데 우리는 주목해야 합니다. 과거 지구에 떨어진 소행성, 혜성이 충돌해서 만든 운석구(운석 구덩이)를 조사해 보면 희토류(稀土類, Rare Earth Elements)가 많습니다.


이명현 : 한국에도 그런 곳이 많습니다. 지질학적으로 도저히 설명이 안 되는 곳에 뜬금없이 텅스텐 광산이 있거나 혹은 우라늄 광산이 있는 경우가 있어요. 과거에 소행성이 그곳에 떨어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북한에 우라늄을 비롯한 광물이 많이 매장되어 있는 것도 어쩌면 같은 이유일 거예요.


문홍규 : 지금 세계 각국이 희토류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잖아요. 왜냐하면 반도체, 디스플레이, 태양광, 풍력 산업 등 21세기의 핵심 산업에 꼭 필요하니까요. 2010년 댜오위다오(센가쿠열도)를 둘러싸고 중국과 일본 사이에 분쟁이 났을 때를 생각해 보세요. 중국이 희토류 수출 금지 카드를 들고 나오니까 일본이 꼼짝 못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플래니터리 리소스나 DSI 같은 회사가 소행성에서 희토류와 같은 광물을 캐는 사업을 추진하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겁니다. 플래니터리 리소스에서는 현재 적외선 우주 망원경으로 소행성을 관측해 표면에 어떤 물질이 있는지 확인하는 일을 1단계 사업으로 시작했어요.


적외선으로는 표면에 어떤 광물질이 있는지 알 수 있으니, 소행성과 매장 광물의 목록을 만드는 일부터 시작한 겁니다. 이렇게 소행성의 표면 성분에 대한 조사가 어느 정도 끝나면 소행성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겠죠. 소행성에서 광물, 물, 가스를 채취해 그것을 지구로 가져오는 겁니다.


강양구 : 그게 경제성이 있을까요?


이명현 : 나사에서 이런 계획을 발표했으면 혀를 찼겠죠. 허황된 얘기라고. 그런데 정말 돈 냄새를 맡는 데는 도가 큰 사람들이 큰돈을 투자하고 또 실제로 경영에 참여하는 걸 보니 '정말로 저 방향으로 가겠다' 싶은 거예요. 실제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냥 허황된 얘기가 아니에요.


문홍규 : 우주 계획을 평가할 때 과학적 측면, 기술적 측면, 경제적 측면을 비교 판단할 수 있을 겁니다. 비용 측면에서는 달이나 화성보다 근 지구 소행성에 가는 게 훨씬 간단합니다. 가깝기 때문입니다. 지난 2월 16일 지구를 스쳐지나간 소행성 2012DA14는 2만7000킬로미터 상공을 지나갔습니다. 정지 위성이 보통 3만6000킬로미터 궤도에 자리를 잡고 있으니까 그보다 9000킬로미터 가까운 거리예요.


그럼, 실제로 광물을 어떻게 채취할까요? 장기적으로는 로봇이 사람을 대체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초기에는 유인 임무를 통해 필요한 인프라를 설치하고 운영하겠지만, 그런 경험이 쌓이고 여러 가지 문제들이 해결된 이후에는 아마도 무인 시스템이 감당해야 할 몫이 늘어날 겁니다.


순서는 이런 식이 될 거예요. 우선 작고 가벼우며 느린 속도로 움직이는 근 지구 소행성 후보 목록을 작성합니다. 우주선이 적은 추진력으로 소행성을 따라잡아야 하니까요. 물론 자전 주기가 너무 빠른 것은 제외해야 합니다. 다루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후보군 우선순위가 높은 천체를 목표로 정합니다. 그리고 특별한 용기가 달린 우주선에 소행성을 실어서 달과 지구의 중력이 평형을 이루는 지점까지 운반합니다. 그 다음엔, 우주비행사들이 샘플을 채취하고, 지구로 가져와 시료 분석을 합니다. 거기서 필요한 광물을 추출하고, 이후 가공에 필요한 경제성 있는 방법을 모색하겠죠.


최근 각광 받고 있는 3D 프린팅 기술도 한몫을 하겠죠. 지구에서 파일을 보내면 소행성 현지 공장에서 그대로 프린팅해서 생산할 수 있을 테니까요. 지금 이미 플라스틱뿐만 아니라 금속을 이용한 3D 프린팅 기술이 개발 중에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명현 : 플래니터리 리소스는 실제로 소행성에서 광물 채굴 도구를 만들어서, 채굴을 하고, 그걸 지구로 보내는 모든 일이 가능하리라고 보고 있어요.


강양구 : 근 지구 천체의 위험도 기업의 탐욕이 해결하는 건가요? (웃음) 너도나도 혈안이 되어서 근 지구 소행성을 캐내다 보면, 소행성이 없어질 테니까요.


김상욱 : 오히려 더 위험해질 수도 있죠.


문홍규 : 맞습니다. 소행성에서 광물을 채굴하면, 질량이 가벼워져 궤도가 달라질 거예요. 그 중에는 지구 중력 영향으로 지구 쪽으로 더 끌려오는 소행성도 있을 수 있습니다. 더 위험해지겠죠. 위기가 기회가 될 수도, 기회가 위기가 될 수도 있는 '양날의 칼'입니다.


강양구 : 현재 소행성 자원을 이용할 권리에 대해서는 국제 사회의 합의가 없잖아요?


문홍규 : 아직 준비가 안 되어 있어요. 1984년 발효된 '달과 기타 천체에서의 국가 행위를 규제하는 조약'이 있어요. 그런데 이 조약에 가입을 안 한 나라가 많습니다. 내심 미래의 어느 시점에 달이나 다른 천체에 매당된 자원을 이용할 궁리를 하는 겁니다. 그러니 현재로서는 특정 기업, 특정 국가가 소행성의 자원을 독점하려고 나서도 현실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이명현 : 플래니터리 리소스도 공공연히 이렇게 공언을 합니다. "모든 법률 검토가 끝났다!" 법률이 없는데 법률 검토를 했다는 게 우습긴 한데요. (웃음)


강양구 : 자기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법률을 만들겠다는 것 아닐까요? (웃음)


김상욱 : 이 자리에 오기 전까지는 상상도 못 했던 얘기를 듣고 있네요. 근 지구 천체의 위험만 생각했는데….


강양구 : 심지어 거기에 투자를 하고. (웃음)


김상욱 : 네,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문홍규 : 기업만 나선 게 아닙니다. 아까 희토류 때문에 일본이 중국에 굴욕을 당한 얘기를 했었죠? 그런데 바로 일본이 소행성 탐사에 굉장히 적극적입니다.


아시다시피 일본은 세계 최고 수준의 로켓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요. 일본 로켓 개발의 아버지가 이토카와 히데오 박사고요. 이 이토카와 박사의 이름을 딴 소행성이 '25143 이토카와'입니다. 그런데 일본은 이 소행성에 이온 엔진을 탑재한 탐사선 '하야부사'를 보냈어요. 2003년 5월에 발사해 2005년 9월 이토카와 표면에서 먼지를 채집했습니다.


그리고 2010년 6월 13일 7년 만에 지구로 귀환했어요. 그 과정에서 본체는 대기권과 충돌해 연소했고, 소행성의 먼지를 담은 캡슐은 본체와 분리되어 오스트레일리아의 사막으로 떨어졌습니다. 캡슐 안에는 소행성 표면에서 건진 먼지 입자 1500여 개가 들어 있었는데, 그 분석 결과는 <사이언스> 특별호에 발표됐지요.


이명현 : 소행성 탐사선을 미국, 일본이 보냈고, 중국은 보낼 예정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소행성의 물질을 채취해서 온 것은 일본이 처음이죠. 일본은 지금 하야부사 2를 만들고 있고요.


문홍규 : 한국에는 소행성 연구자가 거의 없으니, 이런 얘기가 막연하게 들리겠죠. 그런데 미국 행성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미래에 가장 잘 나갈 만한 행성 과학 분야 가운데 일순위로 꼽히는 게 바로 '소행성 채굴(asteroid mining)'입니다. 미국 나사도 지금 그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고요.


강양구 : 박근혜 대통령은 "2020년에 달에 태극기가 휘날릴 것"이라고 공언했는데, 이거 방향을 잘못 잡고 있는 것 아닌가요?


문홍규 : 아시는 것처럼 1969년부터 미국은 여섯 차례 사람을 달에 보냈습니다. 러시아는 착륙에는 실패했지만, 로봇 탐사선을 여러 대 보냈고요. 계획대로라면 2020년 이전에 중국, 일본, 인도도 각각 탐사선을 파견할 거예요. 물론 달에 관해서 여전히 밝혀내야 할 문제가 남은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달 탐사 계획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전 세계 과학자뿐만 아니라 후손들이 우리가 한 일을 평가할 테니까요. 여러 가지를 따져보지 않고서 정치적 목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집행한다면 세금 낭비가 될지도 모릅니다.


좀 더 창조적인 발상의 전환을 할 수는 없을까요? 근 지구 소행성 중에는 희귀 광물 뿐만 아니라, 연료와 용수로 쓸 수 있는 물과 가스가 매장된 천체가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 가깝기 때문에 우주 개발 중간 기지로서 활용 가치가 큽니다. 지금은 국제우주정거장(ISS)이 '허브' 역할을 하지만, 20~30년 후에는 생산 기지(공장)와 중간 기착 기지(터미널), 연료 공급 기지(주유소)로서 소행성의 가치와 역할은 지금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크고 방대할지도 모릅니다.


어차피 개발해야 할 기술이라면, 선택과 집중을 통해 틈새를 공략하는 게 효과적인 전략이 아닐까요? 소행성 연구자의 욕심일까요? (웃음) 비판을 위한 비판, 반대합니다. 하지만, 남들이 거쳐 간 행선지를 지금, 꼭, 가야만 하는 마땅한 이유를 아직 듣지 못했습니다.


근 지구 소행성은 발사체 개발 측면에서 훨씬 부담이 적습니다. 하지만 착륙 기술은 난이도가 높죠. 앞선 제어 기술을 터득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어디에 집중해야 이득이 클지 비교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더 늦기 전에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자리가 마련됐으면 합니다.



한국의 망원경도 지구를 지킨다!


이명현 : 마지막으로 지금 한국에서 진행 중인 근 지구 천체 연구의 현황을 살피고 마무리하죠.


강양구 : 딱 세 분이서요. (웃음)


문홍규 : 가슴 아픈 일이죠. (웃음) 하지만 이 분야를 공부하는 학생들도 이제 거의 열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지금 저희는 큰 프로젝트를 추진 중입니다. 한국천문연구원이 망원경 네트워크 'KMTNet(Korea Microlensing Telescope Network)'을 준비 중입니다. 지름 1.6미터 망원경으로, 보현산 천문대 1.8미터 망원경보다 약간 작죠. 그런데 이 망원경이 2014년까지 오스트레일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칠레에 배치가 됩니다.


이렇게 망원경 네트워크를 완성하면 지구 자전에 상관없이 24시간 하늘을 감시할 수 있습니다. 이 망원경 네트워크의 원래 목적은 우리은하 중심부를 관측해서 지구 비슷한 행성을 찾는 거예요. 남반구에서는 여름에 은하 중심의 궁수자리를 볼 수 있으니, 1년에 6개월은 다른 용도로 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머지 6개월간 이 망원경 네트워크를 어떻게 사용할지를 놓고서 프로젝트 제안서를 받았어요. 제가 동료들과 근 지구 천체를 찾고 그 특성을 연구하는 프로젝트를 제안했는데, 고맙게도 15개 프로젝트 중에서 2등을 했습니다. (웃음) 그래서 망원경 한 대당 65~70일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어요. 다 합치면 약 210일입니다.


이명현 : 근 지구 천체를 찾는데 망원경 네트워크를 210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건데요. 이 정도면 엄청난 시간입니다.


문홍규 : 물론 혼자서는 절대 못하는 큰 사업입니다. 전략적으로 나사 제트추진연구소와, 소행성 발견에 성과를 많이 낸 미국 애리조나 대학 팀에 공동 연구를 제안했어요. 그들도 흥분했고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죠. 현재 소행성 감시 전용으로 제일 큰 망원경이 지름 1.5미터인데, 그보다 큰 망원경을 세 대나 쓸 수 있다고 하니까요. 목표와 내용도 좋지만, 이렇게 국제적으로 유력한 연구자들과 팀을 꾸린 게 선정된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였겠죠. (웃음)


강양구 : 소행성을 발견하는 국제 프로젝트 팀을 이끌게 된 거잖아요? 정말 축하합니다. (웃음) KMTNet이 대단한 재앙을 막을 수도 있겠네요.


문홍규 : 맞습니다. 그런 역할을 해야죠. 며칠 전에 확인해 보니까, 이미 발견된 근 지구 소행성 중에서도 자전 주기, 형상, 표면 물질 등의 특성이 제대로 밝혀진 게 5퍼센트도 채 안 됩니다. 그러니까 학술 측면은 물론이고 얼마나 위험한지 또 어떻게 이용할지와 같은 질문에 답하려면 할 일이 산더미 같이 많은 거죠.


올 가을부터 칠레 망원경에서 실험 관측을 시작할 거고요. 예정대로라면 2014년 10월부터는 망원경 석 대가 정상 가동에 들어갑니다. 그러니까 올해 가을부터 2018년 말까지 5년간의 시간을 번 셈입니다. 이 5년 동안 KMTNet이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이명현 : 원래 KMTNet은 지구와 유사한 행성을 발견할 목적으로 만든 거고, 근 지구 천체 관측은 세 번째 임무인데요. 그런데 과학사를 보면 이런 두세 번째 임무에서 오히려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온 적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서 일본의 고시바 마사토시에게 노벨 물리학상을 안겨준 가미오칸데 실험이 그랬죠.


가미오칸데 실험의 원래 목적은 물 분자의 원자핵 안에 들어있는 양성자가 붕괴하는 현상을 관찰하기 위한 것이었어요. 그런데 198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단 하나의 양성자 붕괴도 관찰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이 가미오칸데 실험을 통해서 중성미자(뉴트리노)를 관찰하는 데 성공했죠. KMTNet도 근 지구 천체 관측에서 훌륭한 성과가 나올지 몰라요.


김상욱 : 듣고만 있어도 흐뭇하네요. (웃음)


문홍규 : 처음에는 은하를 공부했었는데 어쩌다 근 지구 천체에 발을 담그게 되었네요. 처음에는 돌멩이를 연구하는 게 뭐 재미있을까, 하고 저도 반신반의했어요. 그런데 이게 공부를 하면 할수록 매력에 빠져드는 겁니다. 앞으로 이 분야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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