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ScienceBooks

『지구의 정복자』 에드워드 윌슨 인터뷰 본문

책 이야기/뉴스!

『지구의 정복자』 에드워드 윌슨 인터뷰

Editor! 2013. 12. 2. 10:25


에드워드 윌슨 (2013)

사진 : 장대익 교수

제인 구달의 인형 'Mr. H'처럼, 사진 속에 보이는 윌슨의 저 개미 모형에도 이름이 있습니다. 저 개미의 이름은 뭘까요?  『지구의 정복자』에 그 정답이...^^


중앙일보(2013.11.30)에 게재된 장대익 교수님의 에드워드 윌슨 인터뷰 전문을 사이언스북스 블로그에 소개합니다. (중앙일보 지면 버전 / 온라인 전문 버전)


“그의 고차원적 사고와 글쓰기를 생각하면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결코 추천할 수 없다” 한 저명한 진화학자의 이런 평가를 받은 책이라면 독자들은 멈칫할 것이다. “살짝 던져 놓을 게 아니다. 온 힘을 다해 집어 던져야 할 책이다. 정말 유감이다.” 만일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이며 이 시대의 대표 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쓴 혹평이라면 어쩌겠는가?


일반 독자들은 앞표지를 보고 눈을 의심할지 모른다. 저자가 ‘통섭’으로도 유명한 하버드 대학교의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이 아닌가? 1975년 출간된 그의 『사회생물학』을 읽고 훗날 행동생태학자가 된 이들이 한둘이 아닐 진데, 왜 그는 지금 자신의 후배들에게 이런 ‘수모’를 겪어야 한단 말인가? 주류 진화학자들이 낙인찍은 문제의 책, 『지구의 정복자』를 나는 최근에 마치 금서라도 읽는 양 탐독했다.


이 문제작은 고갱의 화폭에 적힌 실존적 질문으로부터 시작한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무엇이며, 어디로 가는가?’ 통섭 학자 윌슨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처럼 유전학, 신경과학, 진화생물학, 고고학, 사회심리학, 역사학 등을 총동원하여 고갱의 화두에 답하려 했다. 그는 고갱의 물음을 다음과 같이 번역했다. '고도의 사회생활이 대체 왜 존재하며, 생명의 역사에서 왜 그토록 드물게 출현했는가?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원동력의 정체는 무엇인가?'


윌슨의 이전 저작들에 친숙한 독자라면 이 질문 자체는 오히려 식상하기까지 하다. 이타성의 진화야말로 그의 단골 메뉴니까. 자식도 낳지 않고 자매를 평생 돕는 일개미나 일벌의 이타적 행동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곤충 세계에서 이런 테레사 수녀들의 존재는 다윈의 후예들도 풀지 못한 한 세기의 난제였다. 영국의 천재 생물학자 윌리엄 해밀턴은 1960년대에 이 수수께끼에 대한 해답으로 포괄 적합도 이론을 제시한다. ‘포괄 적합도’란 자신의 번식적 성공뿐만 아니라 친족들의 번식적 성공을 함께 고려한 값인데, 이 이론에 따르면 어떤 행동을 통해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친족들이 그것을 상쇄하는 이득을 보게 된다면 그런 행동은 진화할 수 있다. 가령, 일개미의 불임은 자식보다 자매가 유전적으로 더 가까운 개미 사회에서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진화인 것이다.


지난 30여 년간 과학계의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켜온 『이기적 유전자』는 사실은 해밀턴의 포괄 적합도 이론을 세련되게 대중화한 것에 불과했다. 혈연 선택이라고도 불리는 이 이론은 후에 곤충 사회뿐 아니라 포유류와 인간에게까지 확대 적용되면서 진화학계에서 가장 포괄적인 일반 이론으로 자리를 잡았다. 해밀턴은 이 이론의 창시자였고 윌슨은 초창기부터 강력한 옹호자 중 하나였다. 윌슨의 초기 대표작인 『사회생물학’(1975)에 그는 명확히 인정했다. “이타적 행동이 대체 어떻게 진화할 수 있을까? 대답은 혈연 선택이다”(*포괄 적합도 이론은 혈연 선택 이론이나 이기적 유전자 이론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랬던 그가 최근에 자신의 입장을 180도 바꿨다. 이 최근 변화를 모르는 독자들이라면 이 책의 중간쯤에 와서 독자들은 어쩌면 번역을 의심할지도 모른다. “불행히도 혈연 선택의 가정들을 근거로 삼은 포괄 적합도라는 일반 이론의 토대는 무너져 왔으며, 그것을 지지하는 증거는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이 아름다운 이론은 한 번도 제대로 들어맞은 적이 없었고, 지금은 무너지고 있다” 그러니 지금 진화생물학계는 가히 패닉 상태라 할 수 있다.


이 책을 둘러싼 논쟁이 너무 궁금해 하버드대학교 비교동물학 박물관 4층에 있는 그의 연구실을 찾았다.




-개미와 인간이 지구의 정복자라고 했다. 왜 그렇게 보는가.

“외계인 과학자가 지구에서 가장 깊은 인상을 받은 동물은 뭘까? 단적으로 개미와 인간이다. 개미는 개체수, 몸무게, 환경에 미치는 영향 면에서 무척추동물계의 지존이며, 구성원들의 분업으로 이뤄진 고도의 조직을 갖춘 종이다. 그 분업 중에 이타적 행위를 하는 경향이 포함되어 있어서 ‘진사회성’ 동물이라 불린다. 개미, 벌, 흰개미 등은 이런 진사회성 동물인데 무척추동물 중에서 가장 복잡하고 생태적으로도 성공적인 종들이다. 한편 인간은 유일하게 언어와 문명을 진화시킨 지배적인 종으로서 개미와 같이 번식적 분업이 진화하지 않았지만 협력과 동맹으로 이뤄진 복잡한 사회성을 갖고 있다. 외계인의 시선으로 지구 생명체 진화의 패턴을 관찰한다면, 두 가지를 이야기할 수 있다. 육상 생물 중에서 가장 복잡한 사회 체제를 갖춘 종들이 우위를 점하여 그런 종들은 아주 ‘드물게’ 출현했다는 사실이다.


-드물게 출현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나.

“오늘날 곤충을 비롯한 2600개 과의 절지동물 중에서 단 15개 과에 불과하다. 대개 개미, 말벌, 벌, 흰개미 류이다. 척추동물의 경우에는 더 희귀한데 땅속에 사는 아프리카의 벌거숭이두더지쥐에게서 두 차례 출현했고, 현생 인류로 이어지는 계통에서 한 번 진화했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전제 조건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곤충이나 인간의 진사회성이 진화하기 위해서는 개미 군체나 인간 집단을 위한 이타적 행동이 선택되어야 하는데 이것은 드문 경우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들 사회의 진화 과정에서 집단 수준의 선택과 개체 수준의 선택이 상호작용을 해왔다는 사실이다.


-사회성 진화의 원동력을 설명하면서 지난 50년 동안 사실상 폐기되었던 집단 선택 이론을 다시 끌어들이는 이유가 정말 궁금하다. 이 책에서 당신은 포괄 적합도 이론은 틀렸다고 단언한다. 그 이론의 최고 옹호자였던 당신이 어떻게 그렇게 포기를 할 수 있는가?

“그 이론이 내게 영감을 준 것은 추상적인 그의 공식 자체가 아니었다. 그 보다는 반수배수성(haplodiploid) 가설이라 불리는 주장 때문이었는데, 반수배수성은 수정란이 암컷이 되고 미수정란이 수컷이 되는 성 결정 메커니즘을 말한다. 그 결과 딸과 엄마(r=1/2) 보다 자매들이 서로(r=3/4) 유연관계가 더 가깝다. 1960~70년대에 진사회성이 진화했다고 알려진 종은 모두 막시류에 속했기 때문에 이 가설은 잘 들어맞았다. 하지만 1990년대에 와서 이 가설은 몰락하고 만다. 가령, 흰개미는 이 설명 모형에 들어맞지 않았고, 이배수성 성 결정방식을 드러내는 진사회성 종들이 더 많이 발견되었으며, 포괄 적합도 이론의 기본 전제들을 실제로 만족하는 사례들이 자연계에 거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포괄 적합도는 유령 같은 측정치다. 실제로 그것을 측정하는 학자는 아무도 없다. 그동안 얼마나 옹호했건 좋아했건 그건 문제가 아니다. 그만큼 나는 틀렸었다.


곤충의 복잡다단한 생태를 더 깊이 연구하면서 이렇게 나는 혈연 선택보다는 생태적 요인들이 진사회성의 진화를 이끌어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가령, 진사회성 곤충들은 모두 암컷이 집을 짓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유전자를 얼마나 공유했느냐보다 집을 공유했느냐가 더 중요한 요인이다. 또 다른 정복자인 인간의 경우 사회성 진화의 원동력은 확실히 유전자나 개체가 아닌 집단 선택이다. 인류의 진화사에서 집단 간 충돌은 끊이질 않았는데 이 과정에서 부족주의, 명예심, 의무감 등이 이기심을 억누르게끔 진화할 수 있었다. 개미든 인간이든 혈연 선택만으로는 그들의 진화를 설명할 수 없다. 다양한 수준에서 작용했던 선택압을 동시에 고려해야만 한다. 인간의 본성은 그런 다수준 선택의 산물이다. 문화, 도덕, 종교, 예술이 그 예이다.”


-언제부터 혈연 선택 이론이 틀렸다고 확신했는가?

“10년 전쯤부터다. 2005년부터 혼자 또는 공동으로 계속해서 그 이론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논문들을 출간했다. 가령, 2008년에 'Bioscience'라는 저널에 실린 ‘One giant leap: How insects achieved altruism and colonial life’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그 즈음에 하버드대학교의 이론생물학자 두 명이 따로 나를 찾아와서는 내 생각에 동의를 표하며 이타성의 진화를 설명하는 새로운 수학적 모델 작업을 같이 해보자고 제안했고, 그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다수준 선택(multilevel selection) 모형으로 진화하게 된 것이다.”


사실 3년 전쯤에 윌슨은 하버드대학교의 저명한 수리생물학자 마틴 노왁(M. Nowak) 등과 함께 이 책의 이론적 근간이 된 논문을 ‘네이처’에 발표했었다. 거기서 그들은 오히려 포괄 적합도 이론이 기껏해야 자신들이 주장하는 다수준 선택 이론의 특수한 경우일 뿐이라는 도발적인 주장을 펼쳤다. 진화생물학의 근간을 흔드는 이 폭탄선언에 주류 진화학자들 중 137인이나 되는 이들이 그들이 오해에 근거한 하고 있다며 공동으로 서명하는 초유의 사태가 있었다. 엄청난 저항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윌슨의 반응이 궁금했다.


-당신의 이론이 맞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왜 그들은 포괄 적합도 이론을 패러다임처럼 고수하고 있을까?

“한마디로 무지다! 그 많은 서명자들이 공통적으로 인용하고 있는 참고문헌[West, S.A. (2009), Sex Allocation, Princeton University Press]이 하나 있는데 확신컨대 그것을 실제로 읽어본 사람은 거의 없다. 포괄 적합도가 실제로 측정된 적은 한 번도 없다. 지금부터가 중요한 얘기다. 우리는 지금 진화생물학의 역사에서 매우 드문 사건을 경험 중이다. 지금은 패러다임 전이(paradigm shift)가 일어나고 있는 과학 혁명기다(코페르니쿠스 혁명을 생각해보라). 포괄 적합도 이론은 사회행동의 기원을 설명하지 못한다. 대안 이론이 새롭지는 않다. 표준적인 자연 선택 이론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가령, 진사회성의 진화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는 현상은 그들이 집을 짓고 그것을 중심으로 협동을 한다는 사실이다. 침팬지와 우리의 중요한 차이는 그들에게는 함께 모여 둘러앉을 모닥불(야영지)이 없었다는 점이다. 방어가능한 안전한 보금자리에 집단이 집결함으로써 생긴 결속력은 인간의 사회성 진화에 결정적 한방이었다. 혈연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일 뿐이다.”


한때 같은 진영의 좋은 선후배 관계를 유지했던 도킨스의 ‘(쓰레기통에) 내던져야 할 책’이라고 혹평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나는 놀라운 대답을 들어야 했다.


-당신의 변심에 대해 맹렬히 비난하는 사람들, 가령 도킨스 등에 대해서는 어찌 생각하는가?

“(고개를 가로 저으며) 읽지 말라고 썼더라. ‘이기적 유전자’로 얻은 그의 평판은 포괄 적합도 이론에 근거해 있다. 오우, 그는 내 이론을 평가할만한 능력이 없는 사람이다. 그는 과학자가 아니다. 어떤 이들은 나와 그 사이에 충돌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그런 건 없다. 나는 과학자들을 설득 중이고, 그는 대중들에게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7년 전에 철학자 대니얼 데닛과 함께 그를 만났을 때 윌슨은 도킨스에 대해 반감을 표현하진 않았다. 그의 불편함은 종교에 대한 입장 차이에서도 이어졌다.


-이 책에서 당신은 여전히 종교에 대해 비관적이면서 인문학에 대해서는 파트너쉽을 이야기한다. 무슨 뜻인가?

“내가 종교에 대해 가지고 있는 불편함은 초월에 대한 그들의 관심이 아니다. 누구나 그걸 상상할 자유는 있다. 문제는 창조 스토리다. 이건 계몽의 대상이다. 도킨스는 종교에 대해 융단폭격을 하고 있지만 그것은 가장 쉬운 길이다. 많은 이들이 나를 과학으로 모든 것을 환원하려는 사람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외계인이 지구에 와서 인간의 행위 중에서 가장 흥미롭게 느낄 부분이 뭐라고 생각하나? 인간의 과학기술? 아니다. 외계인은 너무나 오래전에 그 정도의 과학수준에 도달했을 것이기 때문에 그에 관해 별 관심이 없을 것이다. 오히려 인문과 예술이지 않을까? 내년 가을에 나올 새 책은 그런 것에 관한 이야기다.”


그의 책들이 늘 그렇듯 『지구의 정복자』에도 사회성 곤충과 인간의 진화에 대한 최신 자료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그의 다른 책들과는 달리 그림, 도표, 사진도 곁들이며 매우 친절한 글쓰기를 보여준다. 80세가 훌쩍 넘은 그는 ‘통섭’을 비롯한 이전 저작들처럼 이번에도 도발을 감행했다. 다른 것이 있다면 그의 주목표물이 이번에는 외부(인문사회학계)가 아닌 내부(진화학계)라는 점일 것이다.


“개미와 인간을 정복자로 진화시킨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 집단의 힘”이라는 그의 메시지에 동의할 수 있을까? 인간의 행동과 사회의 현상을 유전자나 개체의 관점으로 해석하는 현재의 지배 패러다임에서 이것은 분명 큰 도전이다. 과연 그는 코페르니쿠스가 될 수 있을까? 내 귀에는 아직도 확신에 찬 어조로 ‘과학 혁명’을 장담하던 그의 목소리가 생생하다. 두고 볼 일이다.



장대익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졸업. 서울대학교의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과학철학으로 석사.박사학위를 받았다. 영국 외무성 장학금을 받고 런던정경대학(LSE)의 과학철학센터를 방문하여 생물철학과 진화심리를 연구하기도 했으며, 미국 터프츠 대학교의 연구원과 서울대학교 과학문화연구센터의 연구 교수를 지냈다.

저서로는 「다윈의 식탁」, 「과학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다윈과 페일리」, 번역서로 「통섭」, 「침팬지 폴리틱스」 등이 있다.

0 Comments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