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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팔원숭이 박사의 밀림 모험기! 『비숲』 출간 기념 저자 김산하 박사 인터뷰 ① 본문

책 이야기

긴팔원숭이 박사의 밀림 모험기! 『비숲』 출간 기념 저자 김산하 박사 인터뷰 ①

Editor! 2015. 5. 13. 15:16




긴팔원숭이 박사의 밀림 모험기!

『비숲』 출간 기념 저자 김산하 박사 인터뷰 ①



편집자: 긴팔원숭이를 연구하러 박사님께서 인도네시아로 떠나신 게 언제였나요?


김산하: 처음 연구지를 개척하러 간 게 2005년도였고 본격적으로 긴팔원숭이를 연구하러 떠난 건 2007년도였습니다. 그 전에 봉사단원으로 1999년도에 인도네시아에 가 보긴 했죠. 그리고 2년 여간 인도네시아 구눙할라문 국립 공원 내에서 긴팔원숭이를 연구하다 2009년 봄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박사 학위 논문을 쓰러 들어왔죠.



편집자: 이게 그때 가지고 들어오신 관찰 노트들이군요. 2년 여간의 기록이 담겨 있는 정말 소중한 노트네요.


김산하: ‘Write in the Rain’이라고 그래서 물이 묻어도 괜찮은 일종의 방수 노트입니다. 실제로 표지에 물이 떨어지면 흡수되지 않고 물방울 형태로 또르륵 굴러 내려가 버립니다. 근데 물을 너무 많이 맞으면 또 좀 젖더라고요. 미국에서 수입해서 참 비싸게 주고 샀는데 말입니다. 



편집자: 비에 젖은 자국 하며 군데군데 묻은 흙이랑 풀들이 정글에서의 고생을 정말 그대로 간직하고 있네요. 긴팔원숭이를 쫓아다니면서 이 노트에다 기록을 하신 거죠? 어떤 내용들을 적으셨나요?


김산하: 관찰을 시작한 시간과 끝난 시간, 그리고 긴팔원숭이가 발견된 장소를 나타내는 좌표 XY, 긴팔원숭이 개체명과 관찰하는 내내 무얼 먹었는지 등을 기록했습니다. 과일이나 이파리를 먹었는지, 식물 종명까지 적기도 했고요. 분당 몇 개를 먹었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편집자: 이 관찰 기록이 바탕이 되어서 박사님 박사 학위 논문이 된 거겠군요. 


김산하: 그렇죠. 노트에 있는 모든 걸 활용한 건 아니지만요. 



▲ 김산하 박사님 긴팔원숭이 울음소리 영상



편집자: 책에서도 언급하셨지만 긴팔원숭이의 행동 생태 중에서도 굳이 먹을거리를 연구 주제로 삼으신 이유가 뭘까요?


김산하: 긴팔원숭이들이 밀림 속을 먹을거리를 찾으며 돌아다니는데 그게 그냥 생각 없이 다닐 것 같진 않았습니다. 생활의 대부분을 먹을 것을 찾고 먹는 데 보내는데 그들 나름의 계획과 전략이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도 생물학자지만 그들도 생물학자가 아닐까. 오늘은 여기서 열매를 먹고 “아, 저기가 꽃이 필 때가 됐으니 다음엔 저기 가서 먹어야지.” 하는 생각들을 하고 있을 거란 거죠. 연구를 시작하고 보니 ‘ecological cognition’이라고 해서 막 뜨고 있는 분야더라고요. 


편집자: 워낙에 비가 많이 오는 습한 지역이라 이렇게 종이로 된 제품들을 보관하기도 쉽지 않았겠어요.


김산하: 그렇죠. 보통 펠리컨 박스라고 하는 플라스틱으로 된 상자 안에다 실리카겔까지 같이 넣어서 단단히 밀봉해 놓습니다. 때때로 실리카겔은 다시 꺼내서 프라이팬에다 볶아 수분을 날린 다음에 도로 집어넣습니다. 물론 볶을 때 기름은 두르지 않고요. 습기만큼이나 흰개미도 경계 대상이었지요. 



편집자: 『비숲』에 나오는 얘기지만 아끼던 책 하나를 개미들한테 제물로 바치셨다고요? 


김산하: 『Us and Them』(*『우리와 그들, 무리 짓기에 대한 착각』으로 번역 출간되어 있음)이라는 책이었는데, 희한하게도 이 책이 집단주의, 종족주의에 관한 내용이었거든요. (웃음) 나무 같은 데는 녀석들이 갉아먹으면 안으로 들어가 버리니까 잘 안 보이는데 책은 펼치기만 하면 딱 보이는 거죠. 흰개미를 정말 원 없이 본 것 같습니다. (웃음) 


편집자: ‘비숲’이라는 단어 자체와 이 책의 착상, 작품 정신 등이 동생인 김한민 작가¹와의 공동의 유산이라고 밝히셨잖아요.² 그래서 보통은 가족이나 배우자에게 바치는 헌사를 ‘동생에게’라고 딱 꼬집어 바치신 건가 싶기도 합니다. 

1 그림책 작가이자 번역가인 김한민

2 이전 포스팅 참조 [클릭]


김산하: 헌사에서의 ‘동생’에는 인도네시아로 직접 날아와 준 막내 동생도 사실 포함되어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한민이가 크죠. 한민이의 첫 데뷔작인 『유리피데스에게』에서 헌사를 ‘형에게’라고 썼기 때문에 그에 대한 답이기도 하고요. 한민이와 저는 우리끼리를 ‘빈센트 반 고흐와 테오 반 고흐’라고 가끔 얘기할 정도로 서로에 대해 생각하고 함께 공유하는 것들이 좀 있습니다. 


편집자: 한 공간에서 오랫동안 함께 지내며 함께 생각을 나누었기에 『STOP』 시리즈 같은 공동의 작업도 가능하셨던 게 아닐까 싶네요. 『비숲』의 표지 그림을 김한민 작가님께서 그려 주신 게 그래서 더욱 이 책을 빛나게 만들어 주는 것도 같고요. 



김산하 박사님 인터뷰 목차

『비숲』 김산하 박사님 인터뷰 예고 [바로가기]

『비숲』 출간 기념 저자 김산하 박사 인터뷰 ① 

『비숲』 출간 기념 저자 김산하 박사 인터뷰 ② [바로가기]




김산하

인도네시아 구눙할라문 국립 공원에서 ‘자바긴팔원숭이의 먹이 찾기 전략’을 연구한 긴팔원숭이 박사이자 한국 최초의 야생 영장류학자이다. 인도네시아로 떠나기도 전부터 함께 ‘비숲’을 떠올리고 ‘비숲’을 꿈꾸며 ‘비숲’에서 생활했던 동생 김한민 작가와 자라나는 어린아이들에게 자연 생태계와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는 그림 동화 『STOP!』 시리즈를 출간하기도 했다. 김산하 박사는 현재 이화 여자 대학교 에코 과학부 연구원이자 생명 다양성 재단 사무국장을 맡고 있으며,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지역 사회에서 동물과 환경을 위한 보전 운동을 펼쳐 나갈 수 있도록 돕는 제인 구달 연구소의 ‘뿌리와 새싹(Roots & Shoots)’ 프로그램 한국 지부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