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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양구의 에너지 톡톡 ⑬ 누가 우리를 구원할 것인가? 본문

완결된 연재/(完) 에너지 Talk Talk

강양구의 에너지 톡톡 ⑬ 누가 우리를 구원할 것인가?

Editor! 2015.12.31 16:39

지난 12일, 프랑스 파리에서 의결된 파리 기후 변화 협정에 대해 ‘기후 정의의 승리’라는 평가와 ‘빛 좋은 개살구’라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21세기 대전환의 시대를 이끌 신(新)기후 체제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강양구의 에너지 톡톡」의 마지막 시간은 파리 기후 변화 협정이 가진 의미와 한계에 대해 자세히 논해 보려고 합니다.  

이번 연재를 마지막으로 7월부터 이어진 「강양구의 에너지 톡톡」은 종료가 됩니다. 에너지 문제에 대한 시민 사회의 폭넓은 논의를 이끄는 데 작은 보탬이 되고자 시작했던 이 연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독자 여러분의 사랑 덕분이었습니다. 내년에는 「강양구의 에너지 톡톡」을 토대로 한 강양구 기자의 신간이 출간될 예정이오니 지속적인 관심 부탁드립니다. 그럼 희망과 행복이 가득한 2016년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2도에서 1.5도로!

12월 12일, 프랑스 파리에서 이른바 ‘파리 협정(Paris Agreement)’이 탄생했다. 파리 협정으로 2020년 이후의 신(新)기후 체제의 윤곽이 잡혔다. 1997년 탄생한 ‘교토 의정서’가 지금까지 입에 오르내린 것처럼, 앞으로 적어도 15년 동안은 파리 협정이 계속해서 세계 각국의 환경 정책을 디자인하는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다.

파리 협정의 내용은 도대체 무엇일까? 정말로 인류는 온실 기체가 초래하는 지구 온난화로부터 인류의 미래를 구할 한발을 내디딘 것일까? 파리 협정 이후에 쏟아진 상찬과 우려 속에서, 그것의 정확한 의미를 짚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조금 복잡하더라도, 찬찬히 짚어 볼 필요가 있다.

파리 협정의 가장 중요한 진전 가운데 하나는 (산업화 이전과 비교했을 때) 지구의 기온을 “2도보다 훨씬 낮게 유지하고, 1.5도 아래로 억제하도록 노력한다.”라는 문구이다. 일상생활에서는 일교차가 2도, 아니 7도가 넘게 오르내리더라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지구 전체의 평균 기온은 사정이 달라도 한참 다르다.

과학자들의 추정에 따르면, 얼음이 지구를 가장 넓게 덮고 있었던 최근의 빙하기는 약 2만 년 전이었다. 바로 그때 지구 전체의 평균 기온은 현재보다 불과 5.6도 낮았다. 그러니까 지구의 평균 기온이 5~6도만 낮아져도 영화 「설국열차」(2013)나 「투모로우」(2004)에서 나오는, 북반구 전체가 얼음으로 덮이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런 사실을 염두에 두면, 지구의 기온이 갑자기 2도 이상 오르는 일이 얼마나 큰일인지 감이 올 것이다. 앞의 연재에서도 언급했듯 여러 가지 기후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기온이 현재보다 1도만 올라도 전 세계 인구 가운데 최소 4억 명, 최대 17억 명이 물 부족에 시달릴 수 있으며, 곡물을 비롯한 식량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1000만~3000만 명이 굶어 죽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지구 기온의 상승은 생물 종의 변화에도 심각한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개구리와 같은 양서류는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지구 기온 상승으로 수온이 오르면 직격탄을 맞는다. 2도가 오르면 개구리를 비롯한 현재 지구에 존재하는 생물 종의 20퍼센트 정도는 멸종한다.

그래서 그간 수많은 과학자와 환경 단체 등은 지구 평균 기온 상승 목표를 (산업화 이전과 비교했을 때) 2도에서 1.5도로, 더 나아가 1도로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파리 협정에는 바로 이런 위기의식이 반영되었다. 그래서 2도가 아니라 좀 더 이상적인 목표치인 1.5도를 언급하는 것이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 기후 변화 협약 당사국 총회(COP21) COP PARIS/flickr




추정 목표치의 착시 효과

앞에서 살펴본 대로, 온실 기체가 초래하는 지구 온난화의 목표치는 2도에서 1.5도 아래로 강화되었다. 그렇다면, 논리적으로는 전 세계 각국이 줄여야 하는 온실 기체 배출량도 훨씬 더 많아져야 마땅하다. 그런데 바로 이 대목에서 파리 협정에는 커다란 불협화음이 존재한다.

교토 의정서와는 달리 파리 협정은 온실 기체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의무(?)가 선진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국가에게 부과된다. 앞에서 목표치가 2도에서 1.5도로 낮아진 것처럼 이렇게 전 세계 국가가 참여하는 틀이 마련된 것 자체도 분명한 진전이다. 그런데 여기서 아주 낯선 용어가 등장한다. 바로 ‘INDC(Intended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다.

흔히 ‘자발적 감축 목표’ 혹은 ‘자발적 기여 방안’ 등으로 번역되는 이 용어의 의미는 이렇다. 온실 기체 배출량을 얼마나 줄일지 각국이 알아서 정한 다음에 발표하는 것이다. 그리고 2023년부터 5년마다 국제 사회(UN)가 이를 검증하고 ‘상향 조정(stocktaking)’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두 가지다.

우선, 각국이 내놓은 자발적 감축 목표가 산업화 이전과 비교했을 때 지구 기온 상승폭을 1.5도보다 낮게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파격적이어야 한다. 둘째, 세계 각국이 자발적 감축 목표를 얼마나 이행할지 여부다. 왜냐하면 지금도 0.85도가량 지구 기온이 상승한 데다, 이미 배출한 온실 기체의 효과를 염두에 두면 1도 이상 상승은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최소한 2050년까지 파격적으로 온실 기체 배출량을 줄이지 않으면 금세기 말에 지구 기온이 2도 이상 상승하는 것을 막기는 어려워 보인다. (물론 앞의 연재에서 살폈듯이 이 모든 것의 결과는 지극히 불확실하다. 우리는 내일 모레의 날씨가 아니라 수십 년, 더 나아가 100년 뒤의 지구 전체 기후가 어떻게 될지를 논하고 있다.)

그럼, 각국이 내놓은 자발적 감축 목표의 현실은 어떨까? 결과는 실망스럽다.

우리나라가 내놓은 목표가 한 예이다. 우리나라는 ‘배출량 추정치(BAU, Business As Usual)’ 대비 37퍼센트를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니까 2030년까지 우리나라가 온실 기체를 줄이는 노력을 별로 기울이지 않고 경제 성장을 계속할 때 예상되는 배출량 추정치보다 37퍼센트를 줄이겠다고 국제 사회에 약속한 것이다.

당연히 배출량 추정치는 추정치이기 때문에 계산하는 방식에 따라서 달라질 수밖에 없다. 배출량 추정치를 부풀린다면, 우리 정부가 내놓은 감축 목표(37퍼센트 감축)를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실제 감축량은 크지 않을 수 있다. 멕시코, 가봉, 방글라데시, 알제리, 에티오피아 같은 개발 도상국이 배출량 추정치 대비 감축 목표를 설정한 것도 바로 경제 성장 과정에서 온실 기체 감축 의무를 줄여 보려는 의도다.

반면에 대다수 선진국은 배출량 추정치 대신 기준 연도를 정해 놓고서 목표치를 설정했다. 예를 들어, 교토 의정서 체제에서 ‘문제아’였던 미국은 2030년까지 2005년 배출량 대비 26~28퍼센트를 줄이겠다고 약속했고, 유럽 연합(EU28)은 1990년 대비 40퍼센트를, 일본은 2013년 대비 26퍼센트를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처럼 2005년 배출량 대비 방식으로 계산하면 한국이 국제 사회에 약속한 목표치는 5.6퍼센트 감축에 불과하다. 국제 에너지 기구(IEA)가 세계 각국이 제출한 자발적 감축 목표를 토대로 2030년의 1인당 화석 연료 사용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분석한 결과, 한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9.4톤으로 러시아(12.0톤), 미국(10.9톤)에 이어 세계 3위다.

파리 협정의 결과를 비관적으로 보는 국제 사회 일각에서 한국이나 멕시코의 목표치를 놓고서 노골적으로 “거짓말”이라고 비아냥거리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또한 파리까지 가서 이런 목표치를 자랑스럽게 공언한 박근혜 대통령을 보고 녹색당이 “국제 망신을 당했다.”라고 논평을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고!


꼼수는 그만 부리고 이제 행동으로 보여 줄 때다 Mark Dixon/flickr




꼼수는 계속된다

기준 연도를 제시하고 목표치를 설정한 다른 나라의 사정은 어떨까?

러시아는 2030년까지 1990년 배출량과 비교했을 때 25퍼센트까지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응답하라, 1990! 1990년에 러시아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까? 그렇다. 1991년에 사회주의 체제가 차례차례 무너지면서 러시아 경제는 사실상 붕괴했다. 러시아는 1990년대의 혼란기를 극복하고 이제야 경제를 재건하는 과정이다.

또 그전에 러시아는 탄소 집약도(같은 일을 하는 데 필요한 화석 연료가 배출하는 탄소의 양)도 높았다. 당연히 1990년의 온실 기체 배출량은 지금과 비교했을 때 훨씬 높다. 그러니 진실은 이렇다. 지금보다 온실 기체 배출량이 훨씬 높았던 1990년 배출량 대비 25퍼센트를 줄이겠다는 약속은 2030년까지 지금(2015년) 배출량보다 30퍼센트까지 늘리겠다는 소리다.

중국도 앞에서 언급한 탄소 집약도 꼼수를 썼다. 중국은 탄소 집약도를 2005년과 비교했을 때 2030년까지 37퍼센트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에너지 효율이 늘어나면서 똑같은 일을 하는데 들어가는 화석 연료의 양과 그 결과 배출되는 탄소 배출량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그러니 중국의 약속은 사실상 온실 기체는 계속 내놓되, 효율을 높여 보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2005년 배출량을 기준으로 2030년까지 26~28퍼센트를 줄이겠다고 약속한 미국은 어떨까? 약속만 보면 버락 오바마의 미국이 조지 워커 부시의 미국과 달리 개과천선이라도 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2014년 미국의 배출량은 이미 2005년보다 9퍼센트 정도 낮았다. 그러니까, 사실 이 약속은 앞으로 15년간 배출량을 17~19퍼센트 줄이겠다고 약속한 것일 뿐이다. (이마저도 대단하다!)

유럽 연합의 사정도 비슷하다. 유럽 연합은 이미 1990년 배출량보다도 20퍼센트 정도 낮다. 그러니 1990년 배출량 대비 40퍼센트 줄이겠다는 약속은 앞으로 15년간 배출량을 20퍼센트 정도 더 줄이겠다는 약속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미국이나 유럽은 앞으로 15년간 매년 약 1퍼센트씩 배출량을 줄이기로 약속한 셈이다. (일본, 캐나다 등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파격적으로 배출량을 줄인 것처럼 보이는 나라는 사실 매년 1퍼센트를 줄이겠다고 약속한 것일 뿐이고, 중국, 인도, 멕시코 그리고 우리나라 같은 나라는 사실상 배출량을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오히려 늘리겠다고 공언한 셈이다. 전 세계 국가들 중 3분의 2 정도가 앞으로 15년간 배출량을 늘리기로 약속한 것이 이번 파리 협정의 실상이다.




불황이 지구를 구하리라?

물론 앞에서 지적했듯이 이런 목표치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그나마 이 정도라도 실행에 옮기느냐이다. 하지만 파리 협정은 세계 각국이 목표치를 달성하도록 하는 데 어떤 식의 강제도 부과하지 못했다. 각자도생의 냉혹한 국제 사회에서 불확실한 미래의 전 지구적 기후 변화를 위해서 과연 각국이 적극적으로 나설지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서 한 가지 역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전 지구적 저성장 기조가 끝이 보이지 않는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음울한 경고가 나오고 있다. 어쩌면 인류의 미래를 구하는 것은 우리의 자발적인 노력보다는, 불황이라는 고통스러운 외부 강제에서 비롯될지도 모르겠다. 2016년 병신년 벽두부터 어째 징조가 암울하다.

이 글로 지난 몇 개월 동안 지지부진 끌어 왔던 ‘에너지 톡톡’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원래는 인류의 미래를 구할 장밋빛 에너지 대안을 제시하면서 연재를 마무리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급격히 집필의 에너지(!)를 잃었다. 게으름이 가장 큰 이유다. 하지만 갈수록 희망보다는 절망만 안기는 이런 상황에서 몇 자 글을 끄적거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지 회의도 들었다.

그래도 뭔가를 하기는 해야 할 것이다. 새해에는 심기일전해서 ‘에너지 톡톡’ 연재를 보완하고 또 좀 더 아래로부터 제시된 치밀하고 생기 있는 대안을 덧붙여 여러분의 고민과 선택, 그리고 실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으로 만날 것을 약속 드린다. 거칠고 또 게으른 연재에 지금까지 관심을 가져 준 모든 분들, 새해 복 많이 받기를!


희망의 내일을 꿈꾸며 epSos .de/flickr




 

강양구

연세 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했다. 1997년 참여연대 과학 기술 민주화를 위한 모임(시민 과학 센터) 결성에 참여했으며, 2003년부터 《프레시안》에서 과학·환경 담당 기자로 일하고 있다. 부안 사태, 경부 고속 철도 천성산 터널 갈등, 대한 적십자사 혈액 비리, 황우석 사태 등에 대한 기사를 썼으며, 특히 황우석 사태 보도로 앰네스티언론상, 녹색언론인상 등을 수상했다. 『세 바퀴로 가는 과학 자전거 1, 2』, 『아톰의 시대에서 코난의 시대로』등을 저술했다.



※ 지금까지 연재된 「강양구의 에너지 톡톡」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석유 가격에 숨겨진 비밀 [바로가기]

2. 석유 시대의 종말?! [바로가기]

3. 여섯 번째 대멸종을 알리는 전주곡 [바로가기]

4. 기후 변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 [바로가기]

5. 원자력 르네상스는 없다 [바로가기]

6. 원자력 제국의 희생자들 [바로가기]

7. 후쿠시마 사고는 피할 수 없었다 [바로가기]

8. ​방사선 오염 물질을 먹이는 나라 [바로가기]

9. 디젤 자동차의 몰락, 녹색 교통의 시작? [바로가기]

10. 전기 자동차, 또 다른 ‘녹색 거짓말’ 아닐까?​​ [바로가기]

11. 원자력 족의 '미션 임파서블'?!​ [바로가기]

​12. 신(新)기후 체제를 준비하며: 핵에너지 너머의 세상을 꿈꾸다​ [바로가기]

13. 누가 우리는 구원할 것인가?


1 Comments
  • 프로필사진 dd 2018.07.05 11:54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최근에 파리기후협약에 대해 공부하는데, 각국마다 감축목표 기준이 달라서 (연도대비, BAU대비 등등) 무슨기준인지 찾아보다 읽게 되었습니다. 사실 과연 누가 적극적으로 대응할까, 회의적인 부분도 있었는데 이런 시각도 정말 흥미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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