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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통수 때리는 까치, 종아리 깨무는 펭귄 『물속을 나는 새』 : 이원영 편 ② 본문

(연재) 과학+책+수다

뒤통수 때리는 까치, 종아리 깨무는 펭귄 『물속을 나는 새』 : 이원영 편 ②

Editor! 2018. 11. 1. 09:51

이번 「과학+책+수다」에서는 『물속을 나는 새: 동물 행동학자의 펭귄 관찰 일지』의 저자 이원영 박사님을 만나봅니다. 극지연구소 선임 연구원이자 동물 행동학자인 이원영 박사님은 극지방의 동물들을 연구하러 떠난 이야기를 담은 『여름엔 북극에 갑니다』(2017년)에 이어 『물속을 나는 새』를 쓰셨습니다. 까치 연구자에서 펭귄 연구자로 거듭나신 이원영 박사님은 매년 겨울 남극을 방문해 연구 중이십니다. 남극으로의 또다른 여정이 시작되기에 앞서 이원영 박사님과 나눈 책 이야기와 펭귄 이야기는 3회에 걸쳐 연재됩니다. (SB: 사이언스북스 편집부)




「과학+책+수다」 여덟 번째 이야기

뒤통수 때리는 까치, 종아리 깨무는 펭귄 『물속을 나는 새』 : 이원영 편 ②



SB : 좋아하시는 펭귄 이야기를 먼저 할까요? 여러 번 바뀌셨다고 들었어요.

 

이원영 : 굉장히 어려운 질문인데요, 사실은 젠투펭귄 굉장히 좋아했는데 또 제가 젠투를 괴롭히다 호되게 맞았거든요. 괴롭혔다기보다 펭귄을 잡아서 장치를 부착했다 뗐다 작업을 많이 하다 보니까 펭귄들이 절 정말 싫어했을 것 같아요. 나중에 저만 보면 바들바들 떨기도 하고 잡히면 진짜 엄청 세게 때리더라고요. 한번 뺨도 맞고 좀 감정이 안 좋을 때도 있었는데 그러면 턱끈펭귄이 더 좋아져요. 그런데 턱끈펭귄도 부리가 무시무시하거든요. 지나가면 종아리를 막 물어요. 나중에 피멍 들어 있고. 다시 젠투펭귄이 더 좋아지는 거죠.

 

SB : 세종기지 근처에는 그 두 종류가 제일 많이 사는 거죠?

 

이원영 : 네. 아델리펭귄도 건너편 섬에 있고요. 눈썹처럼 노란 무늬가 있는 마카로니펭귄도 가끔 오는데 작년에는 길 잃은 유조인지 황제펭귄 한 마리가 온 적도 있었어요. 생물학적인 분산을 위해서 그런 거겠지만 펭귄 역시 상당히 많은 거리를 이동하거든요. 그러다 보면 뉴질랜드 해안에 닿은 적도 있고요. 호주 해안에서 발견됐다는 기록도 있고, 남극 반도 끄트머리에 있는 세종기지 근처에서 발견된 적도 있죠.



SB : 올 겨울에는 장보고기지 쪽으로 처음 가신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곳은 펭귄 종류들이 또 다르겠지요?

 

이원영 : 연구 방법은 거의 같지만 연구 종은 주로 아델리펭귄, 그리고 황제펭귄이 될 것 같습니다. 그 두 종이야말로 진짜 남극 펭귄이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왜냐하면 남극 대륙 쪽에서는 이 두 종 밖에 없기 때문에. 그래서 아마 저도 처음으로 진짜 남극을, 경험하는 셈이죠.

 

SB : 아델리와 황제펭귄이 가장 추운 곳에서 사는 새라는 거죠?

 

이원영 : 네, 제가 처음에 남극이 더 따뜻하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세종기지와 달리 장보고기지 쪽은 남극의 여름에도 영하 5도에서 10도 정도니까요. 7, 8월에는 영하 40도 밑으로 떨어지니까 일단 가는 것 자체가 문제에요. 비행기가 떠야 되는데, 극야 기간에다 기온도 낮으면 비행기 자체가 안 뜨거든요. 작년인가 미국에서 위급 환자가 생겨서 처음으로 비행을 시도했다고 하더라고요. 보통 때 거기 상주해 계시는 연구자들은 그냥 기지에서 안 나오는 거죠. 웬만하면 밖에 안 나온다고 하시더라고요.

 

SB : 알겠습니다. 선생님 까치로 박사 학위도 받으셨는데 많은 동물 중에 조류 연구 쪽으로 전공을 택하신 이유는 무엇인지요?

 

이원영 : 학부 과정 때 교내에서 까치 조사하는 연구팀이 있어서 조수처럼 도와드린 적이 있었거든요. 뭐하시는 분들일까? 이런 호기심도 생기고 진학하면서 자연스럽게 까치를 하게 되었지요.

 

SB :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이원영 : 실제로 학술지에 논문으로 나오기도 했는데, 이때 제가 까치들을 많이 괴롭혔어요. 까치 둥지에 올라가서 까치의 새끼들도 꺼내오고, 피도 뽑고 했으니 까치 부모가 봤을 때는 굉장히 싫었는지 저를 기억했더라고요. 나중에 근처를 지나가면 깍깍거리면서 저를 쫓아와요. 제가 둥지에 올라가는 날도 아닌데 교내 식당을 가는데 어느새 뒤에 와서 때리고 가는 거예요.

 

SB : 학교에 사는 새들이 선생님을 알아보고 히치콕 영화처럼 쫓아다녔나요?

 

이원영 : 그렇죠. 무서웠습니다. 신기하게 저는 졸업할 때까지 불과 한 40쌍 정도 밖에 안 되는데 까치들 구별을 못 했어요. 그런데 캠퍼스에 한 학년만 4,000~5,000명 되니까 상주 인원만 2만 명 된다고 들었는데 까치들이 그중 한 명을 알아봤다는 게 아직도 미스터리입니다.

 

SB : 까치랑 펭귄이 어떻게 보면 전혀 다른 새가 아닌가요?

 

이원영 : 다르다고도 할 수 있지만 같은 조류이고, 새끼를 키울 때 보면 거의 행동이 비슷하거든요. 사실은 굉장히 가까운 동물이라고도 할 수 있지요.

 

SB : 까치 연구를 계속 하시지 않고 펭귄으로 바꾸신 계기가 있으셨을 것 같은데요.

 

이원영 : 새로운 것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늘 했어요. 스스로 까치 연구자, 조류학자로서 공부를 했다기보다는 동물 행동학학자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분류군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믿고 있거든요. 그래서 제가 했던 방법론을 까치가 아닌 펭귄에 적용해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사람들을 설득했지요.

 

SB : 까치는 날아서 도망을 가지만 펭귄은 날아서 도망을 못 가니까 좀 더 수월한 부분이 있실 것 같은데요?

 

이원영 : 맞습니다. 그리고 바이오로깅이 처음 개발된 장소가 남극이기도 하고요. 동물을 잡아서 뭔가를 붙이고 다시 수거하는 작업에는 펭귄이 가장 이상적인 동물이라고 할 수 있지요.

 

SB : 그런데 펭귄도 선생님을 알아보고 도망치고 응징하지 않았나요?

 

이원영 : 뭔가 알기 위해서는 포획도 해야 되고 장치를 붙이기도 해야 하니 아이러니한 부분이 있는 거죠. 저는 굉장히 동물을 좋아해 왔고 그런 마음으로 연구를 시작했는데 또 내가 이러려고 했나 생각이 들면 많이 미안하기도 합니다. 물론 괜찮다고 검증된 방법이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거든요.

 

SB : 만약에 펭귄이 물속으로 도망을 가면 어떻게 하시죠?

 

이원영 : 물속까지 따라 들어갈 수는 없으니까 물속에서도 기록이 되는 카메라나 GPS를 달아 주는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다시 장치를 수거해야 거기에 담긴 정보를 알 수 있잖아요. 물 밖으로 나올 때까지 계속 기다리는 거예요.

 

SB : 들어갔던 자리로 다시 나오지 않을 때도 있지 않나요?

 

이원영 : 네. 그러니까 둥지에서 기다려요. 어쨌든 새끼가 있으니까 돌아오거든요.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왔구나 하고 잡는 거죠. 그런데 어떤 펭귄은 진짜 도망을 잘 치는 애가 있었어요. 특별히 예민했는지 100미터 밖에서 딱 눈이 마주치면 이미 뒤돌아서 바다로 쏙 들어가면 저는 망연자실해지는 거죠.

 


SB : 정말 극한 환경에 계셨군요. 다른 의미의 극한 환경이지만 매우 춥고 눈이 오는 현장에서 사용하시는 특수한 연구 도구가 있을까요?

 

이원영 : 일단 어떻게든 기록을 해야 되는데 야외에서는 특히나 남극에서 휴대폰도 잘 터지지 않아요. 휴대폰을 보통 사진용이나 기록용으로 많이 쓰거든요. 아이폰은 특히나 추위에 약해서 꺼내는 순간 이미 방전되어 있고 기록을 하기에는 굉장히 안 좋아서 종이 노트를 썼는데 눈이나 비가 오면 금방 젖어서 지워지거나 구멍이 난다든지 찢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악천후 속에서도 쓸 수 있는 노트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게 제가 쓰는 노트인데 평소에도 일기장으로 써요. 현장에서 메모할 것들이 있으면 쓰고 펭귄을 잡아서 수치를 잴 때도 여기에 쭉 기록했다가 기지에 돌아가서 컴퓨터에 옮기는 거죠.


(다음 편에 계속)



이원영

서울 대학교 행동 생태 및 진화 연구실에서 까치의 양육 행동을 주제로 박사 과정을 마치고 극지연구소 선임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남극과 북극을 오가며 펭귄을 비롯한 야생 동물을 연구하고 있다. 동물의 행동을 사진에 담고, 그림으로 남기며 과학적 발견들을 나누는 데 관심이 많아 《한국일보》에 “이원영의 펭귄 뉴스”를 연재하고 팟캐스트 “이원영의 새, 동물, 생태 이야기”, 네이버 오디오클립 “이원영의 남극 일기” 등을 진행하며 『여름엔 북극에 갑니다』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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