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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데이 스페셜: 블랙홀을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을까?

Editor! 2019.04.11 16:37

과학 talk
블랙홀 데이 스페셜: 
블랙홀을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을까?

 

 


‘해피 블랙홀 데이!’ 2019년 4월 10일 오후 10시(한국 시간), EHT(사건의 지평선 망원경, 얼마나 시적인 이름인가요!)가 찍은 M87 중심 초거대 질량 블랙홀의 모습이 공개되었습니다. 인류 지성사의 한 획을 긋는 사건이라 전 세계가 열광하고 있습니다. 아인슈타인, 슈바르츠실트, 존 휠러, 호킹, 킵 손, 서스킨드 등으로 이어진 100여 년의 블랙홀 연구 역사가 새로운 전기를 맞은 셈이죠.

처녀자리 A 은하라고도 하는 M87 은하의 중심부에 있는 이 블랙홀은 초거대 질량 블랙홀로 질량은 우리 태양의 65억 배에 달하고, 그 크기는 400조 킬로미터로 우리 태양계가 통째로 들어갈 정도죠. 


M87 초거대 질량 블랙홀과 우리 태양계 크기 비교.  

블랙홀 자체는 눈에 보이지 않아 눈에 보이는 것은 그 주위, 사건의 지평선 근처에 형성되어 있는 강착 원반이죠. 블랙홀은 그 강착 원반의 중심부에서 암흑의 핵심을 드러내고 있죠. 이 강착 원반의 모습이 이론 물리학자들이 책상 앞에서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 계산한 그대로였으니, 이번 발견은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이 틀리지 않았음을, 인류의 지성이 나름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 주는 증거일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묻겠죠. 그게 무슨 쓸모가 있냐고. 물론, 과학자들이나 과학 마니아들은 이렇게 돈 한푼 되지 않는 연구에 큰돈을 쏟아붓는 것 자체에 뿌듯함을, 또는 부러움을 느끼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낭비라 보겠죠. 하지만 블랙홀을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 태양 정도 크기의 블랙홀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면, 인류가 지금 지구에서 쓰고 있는 에너지를 1조 곱하기 1조 년 동안 쓸 수 있습니다. 인류의 에너지 부족 문제를 단숨에 해결하는 것은 물론, 온실 기체도, 미세 먼지도 발생하지 않으니 환경 문제도 없어집니다!  

이 방법은 ‘블랙홀’이라는 용어를 처음 쓴 물리학자인 존 휠러가 처음 생각해 냈습니다. 영국 출신으로 현재 애리조나 주립 대학교 산하 ‘과학 기본 개념 초월 센터(Beyond Center for Fundamental Concepts in Science)’의 소장을 맡고 있는 폴 데이비스는 휠러의 이 아이디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한번 살펴보시죠. 

 

폴 데이비스 애리조나 주립 대학교 교수. 사진: 박기수 ⓒ (주)사이언스북스 

 


 

휠러는 자전하는 블랙홀 주변에 물질로 이뤄진 거대한 구를 만드는 것을 상상했다. 이것은 블랙홀의 장점을 잘 활용한 전략이었다. 첫 번째, 블랙홀은 절대로 수십억 년 뒤, 에너지를 다 써버려 우리를 성가시게 만들지 않는다. (실제로 블랙홀은 연료를 이미 다 태워 버린 별의 무덤이다.) 두 번째, 블랙홀은 원치 않는 쓰레기를 내다 버릴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오물 처리장이다. 무엇이든 떨어지면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가 영원히 없어진다. 세 번째, 우리는 블랙홀을 이용해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우주선을 발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블랙홀은 별이 핵융합을 통해 방출하는 것보다 훨씬 막대한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블랙홀이 만들어 내는 이런 어마어마한 위력의 비밀은 자전에 있다. 모든 별들은 자전한다. 그리고 에너지 보존 법칙에 따라 별의 핵이 수축해 블랙홀이 되면 자전 속도가 극적으로 빨라진다. 블랙홀이 될 뻔하다만 젊은 중성자별은 1초에 수백 번 자전하는 것으로 관측됐다. 회전하는 천체는 가만히 있는 것보다 많은 에너지를 갖는다. 에너지와 질량은 변환되기 때문에 물체의 회전 에너지가 총질량의 일부라고 해도 맞다. 블랙홀의 경우에 총질량의 29퍼센트까지 회전 에너지로 바뀔 수 있으며, 이론적으로 그만큼은 뽑아내서 쓸 수 있다. 전형적인 별 하나가 평생, 즉 수십억 년 동안 방출하는 열과 에너지를 전부 합쳐 봤자 고작 별 총질량의 1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이 1퍼센트를 29퍼센트와 비교해 보라! 회전하는 블랙홀은 그야말로 에너지의 보고다. 진정한 에너지의 원천을 찾는다면 그것은 블랙홀일 것이다!

휠러는 다음 그림과 같은 재미있는 시나리오를 꿈꿨다. 그는 머릿속에 산업 폐기물을 잔뜩 실은 트럭이 회전하는 블랙홀을 향해 정확히 계산된 궤적을 따라 폐기물을 버리는 그림을 그렸다. 그 폐기물이 블랙홀 표면 근처의 작용권에 진입하면 놀라운 변신이 가능해진다. 트럭이 짐을 쏟아부으면 블랙홀은 그 내용물을 집어삼킬 듯 빨아들인다. 쓰레기를 다 쏟아부은 텅 빈 트럭은 다시 작용권에서 추진력을 얻어 궤적을 따라 빠른 속도로 멀어진다. 짐을 잔뜩 실은 트럭이 아래로 떨어지던 것과 반대로 더 많은 질량-에너지를 얻어 도망치듯이 멀어지는 것이다. 최대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하는 것도 가능하다. 궁극적으로 어디선가 추가로 에너지가 공급되어야 한다. 그 공급원은 사실, 블랙홀의 자전 에너지다.

 

블랙홀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문명의 개요. 『침묵하는 우주』에서. (주)사이언스북스. 

이렇듯 쓰레기를 실은 트럭이 오르락내리락할 때마다 블랙홀의 각속도는 조금씩 떨어진다. 좋은 시간은 영원히 계속되지 않는다. 마침내 블랙홀의 회전 에너지는 모두 소진되고 이제 외계 문명은 비로소 다른 곳을 찾아 떠나야만 한다. 인류가 지구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량을 고려할 때 블랙홀 하나가 가진 에너지를 모두 소비하는 데에는 1조 곱하기 1조 년이 걸린다. 필자가 아는 바로는, 블랙홀에 초점을 맞춘 세티 탐색은 아직 없었다. 무엇보다도 찾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어떠신가요? 이래도 블랙홀 탐구가 돈이 안 되는 연구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인류 전체가 10의 24제곱 년 동안 쓸 수 있는 에너지의 보고인데요? 폴 데이비스는 블랙홀을 에너지원으로 쓰는 문명이 우주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얘기합니다. 앞으로 블랙홀에 대한 연구가 진전된다면 어떤 블랙홀 옆에 고도로 발전한 기술 문명을 구축한 외계인의 흔적을 찾아낼 수도 있을지 모르고, 그들로부터 새로운 기술과 문명의 힌트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방금 소개한 폴 데이비스의 이야기는 4월 하순에 출간될 『침묵하는 우주(The Eerie Silence)』에 실려 있습니다. 지구 밖에 외계에서 지적 생명체의 흔적을 찾아온 외계 지성체 탐사, 즉 SETI의 반세기 역사를 살피고, 인류가 우주에서 유일한 존재인지 아닌지를 성찰하는 책입니다.  

 

『침묵하는 우주』 표지 시안. ⓒ (주)사이언스북스 

『평행 우주』 저자 미치오 카쿠가 다음과 같이 평가한 책입니다.

폴 데이비스의 이 책은 인류가 직면한 중차대한 질문 중 하나를 다룬 책들 중 가장 탁월하고 깊이 있으며 포괄적인 책일 것이다. 우주에는 우리만 있을까? 데이비스는 이 문제를 위트 있게, 매력적으로, 엄밀하게 다뤄 나간다. 우주에 지성체에 관한 이 커다란 질문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할 것이다.

한국천문연구원의 문홍규 박사님과 과학책방 갈다의 대표 이명현 박사님이 번역했습니다. 기대해 주십시오. 출간 소식 종종 전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블랙홀에 떨어진 외계인들의 쓰레기는 어디로 갈까요? 다음 편에서는 그 문제를 다뤄 보겠습니다.

 


(다음 편에 계속)

 



관련 도서

 

『마지막 3분』 [도서정보]

 

『블랙홀 전쟁』 [도서정보]

 

『블랙홀 옆에서』 [도서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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