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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데이 스페셜 2: 블랙홀에 빠지면 어떻게 될까?

Editor! 2019.04.26 09:31

과학 talk 
블랙홀 데이 스페셜 2:
블랙홀에 빠지면 어떻게 될까? 

 

지난 2019년 4월 10일 EHT(사건의 지평선 망원경)가 지구로부터 5500만 광년 떨어져 있는 은하 M87 중심의 초거대 질량 블랙홀의 모습을 찍은 기념으로 공개했던 「블랙홀 데이 스페셜」에 대해 독자 여러분께서 블랙홀을 에너지원으로 쓴다는 이야기가 좀 황당하다는 말씀을 주셨습니다.

 

당연히 저희도 인류 문명이 블랙홀을 에너지원으로 쓰는 일이 21세기 안에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는 사실, 폴 데이비스의 외계 문명 상상에서 따왔습니다. 그는 블랙홀이라는 이름을 만들어 내고, 블랙홀 근처 공간, 즉 작용권에서 벌어지는 일을 처음으로 수학적으로 규명한 미국의 물리학자 존 아치볼드 휠러(John Archibald Wheeler, 1911~2008년)의 아이디어를 빌려서 초고도 외계 문명의 무제한 재생되는 에너지원을 상상했던 거죠. 이 부분을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아 오해하신 분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EHT가 어떻게 블랙홀 사진을 찍을 수 있었는지, 왜 블랙홀이 맛있는 도넛 모습으로 보이는지는 많은 과학자 분들이 해설해 주실 것이기에 저희는 블랙홀을 둘러싼 상상의 세계를 소개해 보고자 했습니다. 너른 마음으로 해량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오늘은 블랙홀 데이 스페셜 2편입니다. 지난 편에서 외계 문명의 트럭들은 쓰레기를 블랙홀에 버리고 그 반작용으로 추진력을 얻어 이론상으로는 빛의 속도까지 가속돼 날아갑니다. 그런데 블랙홀에 떨어진 쓰레기들은 어떻게 될까요? 이번에는 미국의 천체 물리학자 닐 디그래스 타이슨의 설명을 들어볼까 합니다.

 

닐 디그래스 타이슨. 출처: Wikimedia Commons

『블랙홀 옆에서』 닐 디그래스 타이슨

 

두말할 것도 없이 우주에서 가장 완전하게 죽는 방법은 블랙홀의 내부로 빨려 들어가는 것이다. 블랙홀의 무자비한 중력에 걸려들면 몸이 원자 단위로 산산이 분해되고, 생명이라고 부를 만한 흔적은 남김없이 사라진다. 우주에서 이토록 완벽한 살생을 저지를 수 있는 존재는 블랙홀뿐이다.

 

블랙홀이란 ‘엄청난 중력 때문에 시간과 공간이 크게 뒤틀려서 자기 자신으로 되돌아오는 지역’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중력의 탈출구조차 중력권 안에 갇혀 있기 때문에 탈출이라는 것 자체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어떤 천체의 중력권을 영원히 벗어날 수 있는 속도를 ‘탈출 속도’라고 하는데 블랙홀의 탈출 속도는 광속보다 빠르다. 3부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빛의 속도는 진공 중에서 초속 299,792,458미터이며 어떤 물체이건 간에 빛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는 없다. 따라서 빛이 어떤 천체의 중력권을 탈출할 수 없다면 다른 물체는 두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그 천체는 빛을 전혀 방출하지 않으므로 우주 공간에서 완전히 검게 보일 것이다. ‘블랙홀(black hole, 검은 구멍)’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ETH가 촬영한 블랙홀 사진. 출처: NASA.

1916년에 발표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은 강한 중력이 작용하는 공간의 기이한 특성을 잘 보여 주었다. 그 후 미국의 물리학자 존 아치볼드 휠러(John Archibald Wheeler, 1911~2008년)와 그의 동료는 블랙홀이 근처 공간에 미치는 영향을 수학적으로 규명했다. (휠러는 ‘블랙홀’이라는 명칭을 가장 먼저 사용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어 블랙홀 주변에서 빛의 탈출 가능성이 좌우되는 정확한 경계선을 ‘사건 지평선’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우주 공간과 영원한 미지의 영역을 구별하는 경계선이기도 하다. 또한 사건 지평선은 수학적으로 정확한 계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블랙홀의 크기’로 통용되고 있다. 그러나 사건 지평선 내부에 있는 모든 내용물은 무한히 작은 블랙홀의 중심에 똘똘 뭉쳐 있다. 따라서 블랙홀은 ‘죽은 천체’라기보다 ‘죽은 공간’에 가깝다.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지만 사람이 블랙홀에 접근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보자. 당신이 블랙홀과 마주쳐서 다리부터 빨려 들어간다고 가정해 보자.

 

"당신은 이제 도넛이 블랙홀로 보입니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 채 웃고 있는 찰리."

 

중심부에 가까워질수록 블랙홀의 중력은 천문학적으로 커진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당신은 이 엄청난 중력을 느낄 수 없다. 자유 낙하하는 동안에는 무게가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 대신 중력보다 훨씬 끔찍한 느낌이 온몸을 휘감을 것이다. 당신의 두 다리는 당신의 머리보다 블랙홀의 중심에 더 가깝기 때문에 머리보다 다리가 훨씬 빠르게 가속된다. 흔히 ‘조석력’으로 알려진 이 차이는 중심으로 다가갈수록 크게 나타나서 당신의 몸을 산산이 분해시킬 것이다. 지구를 비롯한 일상적인 천체에서도 조석력이 작용하기는 하지만 사람의 키만 한 거리에서는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약하기 때문에 거의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당신을 끌어들이는 상대가 블랙홀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빨려 들어간다!"

 

만일 당신의 몸이 고무로 되어 있다면 조석력의 영향을 받아 길게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몸은 뼈와 근육, 생체 조직 등 탄성이 거의 없는 물질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분자들 사이의 결합력보다 블랙홀의 조석력이 강해지는 시점부터 당신의 몸은 산산이 분해되기 시작할 것이다.

"뚝!"

 

처음에는 다리와 머리에 작용하는 중력의 차이 때문에 몸이 허리 부분에서 두 조각으로 잘려 나가겠지만 중심부에 가까워질수록 조석력이 강해지면서 이미 분리된 상체와 하체가 또다시 두 조각으로 분리될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같은 과정이 되풀이되면서 조각의 수는 1, 2, 4, 8, 16, 32, 64, 128개 하는 식으로 늘어난다. 이런 식으로 분리되다 보면 당신의 몸은 분자 단위로 분해되고 그 후에도 조석력이 계속 작용하여 결국에는 원자 단위까지 분해될 것이다.

 

"산산이 조각났습니다."

 

물론 분해 과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블랙홀의 무자비한 조석력은 원자를 기본 입자(전자, 양성자, 중성자)로 분해하여 원래의 물질이 무엇이었는지 분간조차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찰리의 희생에 묵념을."

 

처참한 시나리오는 그 후에도 계속된다.

분해된 모든 조각은 블랙홀의 중심에 있는 ‘한 점’으로 집중되기 때문에, 당신의 몸을 이루던 모든 구성 성분은 튜브 속에 들어 있는 치약처럼 시간과 공간 속으로 스며들 것이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고 합니다."

무서운 블랙홀은 사이언스북스 직원이 해치웠으니 걱정 말라구요!

 


 

관련 도서

 

 

『블랙홀 옆에서』 [도서정보]

 

『블랙홀 전쟁』 [도서정보]

 

『날마다 천체 물리』 [도서정보]

 

『침묵하는 우주』 (곧 출간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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