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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대 책' 대담 (3) 블랙홀, 끝나지 않은 전쟁!! <시간의 역사> vs. <블랙홀 전쟁> 본문

완결된 연재/(完) 책 대 책

'책 대 책' 대담 (3) 블랙홀, 끝나지 않은 전쟁!! <시간의 역사> vs. <블랙홀 전쟁>

Editor! 2011.12.01 11:57

과학의 역사에서 이정표가 되었거나 과학 대중화에 지대한 공헌을 한 책을 중심으로 인물 대 인물, 이론 대 이론, 명강의 대 명강의 등 두 권의 책을 비교 분석하는 <책 대 책>. 그 세 번째 대담회가 지난 11월 15일(화) 저녁 7시 문화공간 숨도에서 열렸습니다.

루게릭병이라는 육체적 제약 아래서도 우주의 진리를 탐구하는 고귀한 지성으로 이름 높은 스티븐 호킹. “(자신의 이론에서)오류와 만나더라도 의심하지 말지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분야인 우주론학계에서 그 명석한 지성으로 언제나 나중에 진리로 밝혀지는 말만을 해 왔던,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반쪽짜리 우주론학자’로까지 취급받았던 호킹은 1976년 실수를 하나 저지르게 됩니다. 하지만 그것은 물리학의 역사에서 가장 생산적인 실수였고 공간과 시간, 물질의 본성에 대한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책 대 책>에서는 이 실수를 놓고 거의 30년에 걸쳐 벌어진 물리학계의 논쟁을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대중과학서이자 1996년까지의 스티븐 호킹의 관점을 모두 모아 놓은『시간의 역사』와 호킹의 적수였던 초끈 이론의 아버지 레너드 서스킨드가 논쟁이 모두 끝난 2008년의 시점에서 저술한『블랙홀 전쟁』, 두 권의 책을 선정하였습니다. 



이종필 서울 과학기술대학 연구원님께서 『시간의 역사』, 이창환 부산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님께서 『블랙홀 전쟁』으로 지난 11월 1일 서평을 쓰고 대담자로 나섰으며 부산대학교 물리교육학과의 김상욱 교수님이 사회를 맡으셨습니다. 세 분에 대한 간단한 소개 후, 본격적인 대담이 시작되었습니다.

김상욱(사회자): 오늘 다룰 두 권의 책은 『블랙홀 전쟁』과 『시간의 역사』입니다. 먼저 대담회의 주제가 책과 책 사이에서 벌어진 어떤 전쟁이니만큼 먼저 상대편, 즉 두 저자에 대한 소개를 좀 부탁드립니다.

이종필(시간의 역사): 호킹은 제가 굳이 설명 안 해도 다 아실 것 같은데요. 근위축성측색경화증, 루게릭병에 걸렸지만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루카스좌 교수직을 하고 있죠. 그 자리가 원래 죽 올라가면 뉴턴이 하던 자리입니다. 오늘 이야기하게 될 블랙홀의 여러 열역학적인 성질을 규명한 게 가장 중요한 업적이구요. 한국에도 두 번 오셨고, 신체적인 제약이 있긴 하지만 논문도 쓰시고 아직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십니다.

김상욱(사회자): 블랙홀 전쟁의 저자인 레너드 서스킨드에 대해서는 이창환 교수님께서 좀 소개를 해 주시죠.

이창환(블랙홀 전쟁): 사실 『블랙홀 전쟁』의 역자가 바로 이종필 교수님인데 제가 그 앞에서 한다는 게 좀 어렵지만 나름대로 해 보겠습니다. 서스킨드는 제가 한국 고등과학원에 한 1년 반 정도 있었는데 그때 석좌교수로 계셨습니다. 그래서 뵌 적은 있지만 친분이 있을 정도는 아니었구요. 이번에 조금 찾아봤습니다. 1940년도에 뉴욕 출신인데 유대 인이더라구요. 이스라엘에서도 교수생활 좀 하시다 지금은 스탠퍼드 대학교의 교수로 계시구요. 특이한 게 아버지가 배관공을 하셨는데 열여섯 살 때부터 같이 일하다가 나중에 물리학에 입문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들어가기는 공학으로 시작해서 나중에 물리학을 하게 됐구요. 내용 속에도 많이 나오겠지만 초끈 이론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유명한 사람이구요. 상도 많이 받았는데 미국 물리학회에서 주는 사쿠라이상을 1998년에 받았습니다. 역대 사쿠라이상을 받은 사람 중에 노벨상 받은 사람이 많더라고요. 또 아직 노벨상은 안 받았지만 힉스라는 분이 2010년도에 사쿠라이상을 받았는데 힉스 입자로 많이 들어 보셨을 겁니다. 이게 서스킨드가 어느 정도 레벨인지를 반증하는 좋은 예가 되는 것 같습니다.


저자를 소개하고 나서 두 책의 내용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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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필(시간의 역사): 제가 고등학교 때 물리를 거의 못 배운 상태에서 물리학과에 들어갔기 때문에 물리를 사실 전혀 몰랐어요. 그런데 친구들은 물리학과 들어갔다니까 막 물어봐요. 야 호킹이 누구냐? 내지는 『시간의 역사』가 뭐냐. 그래서 어쨌든 물리학과 학생이니까, 봐야겠다고 봤어요. 전혀 이해를 못 했습니다. 당연히. 이 책은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우리가 물리학에서 다루는 가장 근본적인 것들에 대한 연대기라고 볼 수 있어요. 제목 자체에도 의미가 있습니다. 시간에 역사가 있다는 거예요. 까마득한 옛날부터 시간이 그냥 선험적으로 주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도 어느 순간 태어났다는 거죠. 우리우주의 탄생과 함께. 우리우주가 어떻게 생겨났느냐. 그리고 우주가 어떻게 진화를 해 왔고 진화하면서 어떻게 지금의 삼라만상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입자들과 그들의 상호작용은 어떻게 생겨나고. 그리고 그들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어떻게 별과 은하와 행성을 만들었는지 그 연대기들을 죽 쓴 것이죠. 비교적 짧은 분량 안에 굉장히 잘 썼습니다. 필요 없는 내용이 하나도 없어요. 제 전공이 입자 물리 이론이라서 교양 수준으로 알고 있는 우주론 지식으로 보더라도 굉장히 모든 분야에서 간결하게 아주 잘 쓰여 있고요. 입자물리 부분도 핵심을 짚어서 아주 정리를 잘한 책입니다. 하지만 책이 96년에 나왔기 때문에, 98년 이후에 우주론에서 혁명적인 사건이 많이 일어납니다. 그 내용이 없죠. 아쉽게도. 20세기 근본 물리학을 한 권으로 정리를 했다고 보셔도 됩니다. 98년 이후의 성과들이 정리된 것은 호킹이 최근에 쓴 『위대한 설계』란 책이죠. 그 두 책을 같이 보시면 20세기 물리학의 최전선과 21세기 물리학의 최전선을 동시에 접할 좋은 기회가 될 걸로 생각합니다. 

김상욱(사회자): 이창환 교수님께는 블랙홀 전문가로서 오늘 우리 논의의 가장 기반이 될 블랙홀이란 무엇인지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청중 여러분의 절반 정도가 물리가 고등학교 이후에서 멈춰 있는 그런 분들임을 염두에 두시고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창환(블랙홀 전쟁): 사실 제가 연구하는 게 중성자별이거든요. 중성자별하고 블랙홀. 그래서 사실 책에서 다루는 조금 이론적인 블랙홀하고는 조금 다르긴 합니다. 블랙홀이 이론 물리학에 처음 등장한 것은 다 아시다시피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내놓았는데 그 상대성이론에 의해서 빛이 휘어진다는 걸 알게 되었고 진짜 빛이 휘는지를 에딩턴이라는 영국의 천문학자가 직접 개기일식 때 남아공 케이프타운까지 가서 별빛을 관측했거든요. 그렇게 빛이 휜다는 게 확인이 되고 나니까 그러면 어디까지 휘느냐. 너무 많이 휘면 빛이 가다가 그 안으로 말려들어 갈 수가 있겠죠? 그것을 블랙홀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블랙홀이 진짜 존재하느냐 안 하느냐를 놓고 논란도 많았구요. 현재에는 존재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엑스선 관측으로 확인합니다. 엑스선은 다 아시죠? 엑스선 촬영할 때 우리 몸까지 뚫고 들어가는 빛이 엑스선이거든요. 이 엑스선 망원경을 가지고 하늘을 보다 보니까 저 멀리에서 아주 강한 엑스선을 내는 천체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엑스선이 나오려면 아주 뜨거워야 하는데 예를 들어 한 천만도, 우리 몸이 삼십칠 도인데 천만도 정도 되면 엑스선이 나옵니다. 태양 표면도 한 6000도 정도밖에 안 되거든요. 어디에서 천만도가 되는 그렇게 뜨거운 환경을 만들 수 있느냐. 그것을 이론적으로 찾다 보니까 블랙홀 밖에 없다. 거꾸로 유추를 했던 겁니다. 그렇게 간접적으로 블랙홀의 존재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우리 은하 내에도 수십만 개 정도의 블랙홀이 있으리라 유추됩니다.

김상욱(사회자): 블랙홀이 우주 전체를 빨아들이나요? 그러면?

이창환(블랙홀 전쟁): 그건 아닙니다. 우주는 넓거든요. 생각보다. 블랙홀은 작습니다. 아무리 블랙홀이 만들어지더라도 우주에서 공간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아주 작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무시할 만하고요. 더군다나 우주는 팽창하고 있습니다. 계속 팽창하는데 그중에 조그마한 블랙홀 하나 있다고 해도 거의 무시할 만하지요.

김상욱(사회자): 결국엔 몇 십만 개가 있어도 크게 걱정될 것은 없다.

이창환(블랙홀 전쟁): 전혀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늘 논의가 되는 호킹 복사까지 생각하면 블랙홀은 나중에 사라질 것이거든요. 블랙홀이 증발돼 버리고 나면 블랙홀이 존재하지 않게 됩니다.

김상욱(사회자): 블랙홀이 사라진다고 하니까 오늘의 주제가 바로 블랙홀에서 벌어지는 물리적 현상을 두고 스티븐 호킹과 레너드 서스킨드가 벌인 논쟁인데요. 왜 싸웠나, 전쟁의 논제가 도대체 무엇이었나에 대해서 이종필 교수님부터 설명해 주셨으면 합니다.

“블랙홀 안에 들어간 정보는 사라지는가? 살아남는가?”

이종필(시간의 역사): 이창환 교수님이 말씀하신 대로 블랙홀은 중력이 너무 세서 빛도 탈출을 못 하는 시공간의 영역입니다. 블랙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빠져나올 수가 없어요. 뭐든지. 그런데 호킹이 74년에 양자 역학적 효과를 고려했을 때 블랙홀의 표면이 빛을 방출한다는 아주 놀라운 결과를 발표해요. 이것을 호킹의 이름을 따서 호킹 복사라 하죠. 일단 이것을 그냥 잠깐 받아들입시다. 블랙홀 표면을 사건의 지평선이라 해요. 거기를 딱 넘어서면 밖으로 못 나가는 거예요. 그냥 끝없이 빨려 들어가는 겁니다. 이 사건의 지평선이 블랙홀의 크기를 결정합니다. 그런데 그 사건의 지평선 주변에서 양자 역학적인 어떤 과정이 있어요.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양자 역학적으로 순간적으로 입자들이 쌍으로 생겨났다가 그 쌍 중의 하나가 블랙홀 안으로 들어가고, 나머지 하나가 밖으로 나가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면 멀리서 봤을 때 블랙홀이 그냥 입자를 뱉어내는 것으로 보입니다. 호킹이 이것을 74년에 발표를 했습니다. 그렇게 블랙홀이 빛을 내면 나중에는 이게 증발을 해 버립니다. 에너지를 계속 내면서 질량이 줄어들어서 아침 햇살에 이슬이 말라버리듯 증발해 버려요. 
호킹은 여기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블랙홀 안에 어떤 정보가 들어간다면. 예를 들어서 내 아이폰에 저장된 엄청난 정보들이 들어갑니다. 그런데 그 블랙홀이 호킹 복사를 통해서 증발해 버렸다. 그러면 그 정보가 다 없어집니다. 아이폰의 정보가 나올 길이 없어요. 왜냐하면, 블랙홀 안에서 무언가 나오려면 광속을 초월해야 해요. 그런 일은 일어나지가 않죠. 그냥 안에 있는 거예요. 그게 호킹 복사로 증발해 버리는 겁니다. 정보가 사라지는 거죠. 그런데 양자 역학에 의하면 정보가 사라질 수가 없어요. 이건 양자 역학의 가장 중요한 성질 중 하나입니다. 블랙홀과 관련된 일련의 과정들을 보면 마치 정보가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니까. 양자 역학이 틀렸을 수도 있다는 거죠. 그게 호킹의 주장입니다. 중력이 아주 센 블랙홀같이 이상한 괴물이 있으면, 거기서 정보가 사라지고 양자 역학이 적용되지 않는다. 라는 게 호킹의 주장이고. 서스킨드하고 책에 나오는 헤라스뒤스 토프트는, 이분 노벨상을 받으셨죠,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건. 양자 역학이 틀릴 리가 없다. 그래서 맞짱을 뜬 겁니다.

김상욱(사회자): 정보가 없어지면 왜 안 되죠?

이창환(블랙홀 전쟁): 저에게는 쉽지 않은 질문인데요. 정말 김상욱 교수님이 질문하신 것처럼 왜 정보가 보존되어야 하느냐. 양자 역학이 왜 적용되어야 하느냐. 그것이 예를 들면 빅뱅처럼 시간의 역사가 있었다면 그때는 왜 양자 역학이 적용되어야 하느냐. 그런 것을 따지면 답하기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론하는 사람들이 두 부류로 나뉘어서 한쪽은 아직 모르겠다. 다른 쪽은 그래도 우리가 지금 양자 역학이 보존된다고 믿고 모든 전자제품이 양자 역학에 기초해 있는데 아무리 저 넓은 우주의 작은 구석이라도 거기서 양자 역학이 깨진다면 뭔가 완벽하지 못한 이론이 되는 것이 아니냐. 아무리 블랙홀이 작다고 해도 그게 확대된다면, 내가 여기 있을 때 나의 정보가 보존될 것이라고 어떻게 확신하느냐. 이런 식으로 생각한 것 같아요. 그래서 두 학자들이 블랙홀 전쟁을 벌였던 듯합니다.

김상욱(사회자): 제가 이렇게 표현을 해 볼게요. 저에게 『블랙홀 전쟁』 책이 있는데요. 책을 불에 태워서 안에 있는 정보를 다 잃어버렸어요. 지금 정보가 보존된다는 말이 맞았다면, 어떻게 하는지는 쉽지 않겠지만 원리적으로는 그 과정을 거꾸로 해서 우리가 책을 복원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저는 이해했는데요. 맞습니까? 이때 다시 정보가 복원될 거라고 믿는 사람이 서스킨드구요. 정보가 없어졌다고 믿는 사람이 호킹인 거죠. 처음에는 다수가 호킹을 지지했죠. 복원될 리가 없다. 
복원될 것 같지 않은데요. 지금도요. 

이종필(시간의 역사): 양자 역학의 원리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이죠. 정보 손실을 믿는 사람들도 일상 세계에서 양자 역학이 적용이 되는 걸 죽 봐 왔기 때문에 양자 역학의 원리는 받아들였습니다. 다만, 중력이 워낙 세지고 또 한가운데에 중력이 무한대가 되는 특이점이라는,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물리 이론들이 적용이 안 되는 뭔가 이상한 곳이 있는 블랙홀에서는 적용이 안 될 수도 있지 않느냐가 호킹 측의 생각이었습니다.

김상욱(사회자): 말씀하신 게 이 전쟁의 본질을 말씀하신 것 같습니다. 이 정도면 문제가 뭔지에 관해서는 공유가 된 것 같고요. 그다음에는 전쟁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었는지를 이야기를 해야 결론에 갈 수 있을 테니까요. 그 경과를 좀 정리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정보는 손실되지 않는다.

이종필(시간의 역사): 결론은 ‘정보가 손실되지 않는다.’로 났습니다.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이렇습니다. 블랙홀을 양자 역학적인 이론으로 설명해 버린 거예요. 양자 역학은 아까 말씀드렸듯이 원래 단계별로 정보가 항상 보존되게끔 구축이 된 이론입니다. 그걸로 블랙홀과 같은 현상을 다 설명한 거예요. 그러면 당연히 블랙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그게 양자 역학의 테두리 안에서 일이 벌어질 테니까 당연히 정보가 어디로 가지 않겠죠. 그 과정에서 도입했던 이론이 바로 끈이론입니다. 원래 끈이론은 70년대 핵물리를 설명하기 위해서 도입이 되었는데 핵물리쪽에선 잘 안 맞고 그쪽에서는 재미를 별로 못 보다가. 아 이게 혹시 중력을 설명하는 이론일지 모른다 하면서 80년대부터 급속적으로 발전을 해 왔거든요. 끈이론이 왜 각광을 받았냐면 우리가 알고 있는 거의 유일한 중력에 대한 양자이론입니다. 그 끈이론이 맞는지 틀리는지는 아직 확실하게 모르지만, 가장 유력한 후보 중의 하나입니다. 블랙홀 열역학의 여러 가지 성질들을 끈이론으로 설명을 해 버렸으니 그럼 블랙홀이 양자 역학적으로 설명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양자 역학이 맞는 거라고 사람들이 생각하게 된 겁니다. 
그게 결정타를 맞은 게 97년이에요. 이게 참 아쉬운 게 『시간의 역사』가 나온 게 96년이잖아요. 97년에는 이론적으로 아주 어마어마한 논문이 하나 나옵니다. 말다세나의 AdS/CFT라는 논문이 나와요. 책에도 나오는데. 이게 뭐냐면 5차원의 중력이론이 그 5차원의 표면에서의 양자 작용하고 똑같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것을 홀로그래피 이론이라고 그래요.

수학의 언어로 차원에 새로운 시각을 주는 것이 홀로그래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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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환(블랙홀 전쟁):
 설명이 필요할 것 같은데. 문제를 조금 단순하게 해 보겠습니다. 
(딸과 함께 찍은 사진을 들어 보이시며)자, 이 사진이 몇 차원인가요?
사진은 분명히 2차원이죠. 그건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진 속에 우리가 몇 차원을 보고 있나요? 3차원을 보고 있죠. 그것은 뇌가 하는 거죠. 그 논리가 뭡니까. 예를 들어 얘는 머리 크기하고 몸 크기를 비교해 보니까 머리가 너무 크다. 그러니까 나이가 어린 애다. 얼굴에 주름이 없다. 그걸로 판단을 하거든요. 그런데 뒤쪽에 앉은 사람은 머리/몸 비율을 보니까 나이가 많은 사람 같은데 어떻게 애보다 훨씬 작으냐는 거죠. 논리적으로 모순이죠. 2차원을 가정한. 그래서 뇌가 순간적으로 판단합니다. 아! 저 작은 사람은 나이가 많지만 뒤에 있으니까 작게 보이는 거다. 그렇게 뇌가 2차원 사진에서 3차원 사진을 해석해 내고 우리는 이 사진 속에서 3차원을 보고 있는 거지요. 늘 2차원과 3차원을 왔다 갔다 하고 있는 겁니다. 여러분 시신경에 저장되는 정보는 몇 차원 정보입니까. 2차원 사진 두 장입니다. 끝입니다. 매일 2차원 사진 두 장 가지고 뇌가 해석을 해서 거리를 판단해서 3차원 공간을 보는 거죠. 매일매일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차원을 하나만 늘이면, 우리는 일상적으로 3차원을 보는데 그 속에 모순이 자꾸 발견된다는 거지요. 2차원 사진 속에서 뭔가 나이하고 사람 크기하고 안 맞는 모순이 발견되듯이. 3차원을 자꾸 가정하니까 블랙홀 같은 이상한 곳에서는 정보도 소실이 되는 것 같고 뭔가 양자 역학도 안 맞는 것 같고 자꾸 이상한 일이 생긴다는 거죠. 그러니까 초끈 이론이나 이런 것 하는 사람들이 아 새로운 차원을 도입하면 어떻게 되겠느냐. 그래서 도입해 보니까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죠. 2차원 사진이지만 3차원을 가정을 하니까 사진 속에 있는 모든 스토리가 싹 맞아 들어가듯 말이에요. 2차원에서 3차원을 보는 것은 우리 뇌지만 3차원에서 4차원을 보는 것은 물리학자들이 가지고 있는 수학적인 논리죠. 근본적으로 우주를 지배하는 법칙에는 수학적인 완벽성이 있을 것이다. 그 능력을 인간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구요. 이종필 교수님이 말씀하셨듯이 이 공간에 있는 3차원 정보를 그 속에 있는 2차원 정보 가지고도. 아까 눈으로 보는 것이랑 똑같죠. 벽에서 사진 몇 개를 조합해서 3차원 공간을 재해석해 낼 수가 있거든요. 홀로그래피라는 게 이처럼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고 있는 차원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주는 건데 물론 양자 역학을 조금 넣어 가지고 도구로 만든 겁니다. 차원에 대해서는 그렇게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종필(시간의 역사): 원래 홀로그래피에 대한 아이디어는 90년대 초반에 서스킨드하고 토프트가 처음 제시를 합니다. 그런데 그게 조금 더 정교해진 모양으로 나타난 게 97년의 말다세나 논문입니다. 더 직접적으로 예를 들까요? 이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은 지구나 혹은 자기네들끼리 서로 중력을 주고받지요. 여기서 일어나는 중력과 관련된 효과들을 이 방의 표면, 겉 표면에서의 어떤 양자 역학 이론으로 완전히 대치할 수 있다는 거예요. 직관적으로 이해가 안 되죠? 굉장히 놀라운 이론이고 말다세나의 논문은 끈이론 40년 역사상 가장 위대한 논문으로 평가받는 논문입니다. 그러니까 중력 이론하고 양자장론하고 똑같은 거예요. 블랙홀도 중력 현상이잖아요? 내가 아이폰을 던지기 전과 던지고 나서 블랙홀이 증발한 그 상태를 그 과정을 어떤 가상의 표면에서의 양자 역학적인 과정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는 겁니다. 홀로그래피 이론대로라면. 양자 역학의 이론으로 대체되니까 그 과정에서는 정보가 손실될 이유가 없습니다. 결정적으로 그 때문에 블랙홀 전쟁은 종지부를 찍게 되었죠. 호킹도 나중에 2005년인가 2007년 논문에서 보면 AdS/CFT라는 것을 언급해요. 자기 논문에서 언급하면서 자기식으로 그걸 다시 해석을 해서 정보가 손실되지 않는다는 걸 이야기하는데 거기서 이제 그 AdS/CFT 이야기를 합니다. 거의 항복 문서죠. 그게.

김상욱(사회자): 결국은 끈이론 때문에 전쟁이 종결된 건가요?

이종필(시간의 역사): 그렇게 보셔도 됩니다.

김상욱(사회자): 블랙홀도 잘 모르겠는데 끈이론까지 나오니까 이제는 설상가상이네요.

이종필(시간의 역사): 핵심은 그거예요. 끈이론은 중력에 대한 거의 유일한 양자 역학적 이론, 중력을 양자 역학으로 설명하는 유일한 이론이에요. 양자 역학적으로 설명한다는 건 제가 맨 처음에 말씀드렸듯이 양자 역학은 정의상 정보를 보존하는 겁니다. 중력을 기술하는 데 정보를 보존하는 방식으로 다 기술하는 거예요. 블랙홀을 정보의 손실 없이 설명할 수 있다는 거죠.

김상욱(사회자): 제가 이해한 바가 맞았다면 처음에 양자 역학이 맞아야 하니까 정보가 보존되야 한다. 이것은 굉장히 이해하기 쉬운 이야기구요. 호킹이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은 아마도 블랙홀같이 중력이 큰 데서는 그게 적용 안 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중력과 양자 역학이 한꺼번에 정합적으로 만나는 이론이 없기 때문에. 하지만 끈이론이 나왔을 때 항복한 이유는 끈이론은 중력과 양자 역학을 정합적으로 결합시키는 현재 알려진 거의 유일한 이론이기 때문에 여기서 나온 답은 믿을 수 있어서 항복했다.

이종필(시간의 역사): 거의 맞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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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욱(사회자): 이렇게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한 가지 정도씩만 질문을 더 드리고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이창환 교수님께 드릴 마지막 질문은요. 실컷 블랙홀 이야기하고서 이런 질문 하면 좀 미안하긴 한데. 도대체 이 블랙홀 같은 것을 연구하는 게 우리 생활에 무슨 영향이 있는지. 이런 질문이 나올 것 같거든요. 사람들 입장에서는. 지금 주제가 그건데 전문가로써 한마디 해 주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이창환(블랙홀 전쟁): 사실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블랙홀 연구하는 것에 대해서 우리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지만 우리가 근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우주의 기원이나 생성의 본원적인 물음에 대한 해답을 줄 수 있고 인류가 그런 해답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간접적으로도 도움되는 게 많이 있습니다. 블랙홀을 보기 위해서 엑스선 망원경을 띄운다. 혹은 인공위성을 띄운다. 같은 일은 항상 새로운 최첨단 기술을 요구하거든요. 그런 기술 발달이 바로 실생활하고 연결되는 데에는 시간이 좀 걸리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인류에게 많은 도움을 줍니다. 그런 부수적인 도움은 많이 주는 것 같습니다.

김상욱(사회자): 이종필 박사님께는 좀 더 우아한 방법으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투고하신 서평을 보면서 특히 인상 깊었던 게 맨 마지막에 아인슈타인의 글을 인용하셨더라고요. 
“우주와 관련해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것은 우주가 이해 가능하다는 점이다.” 
왜 이 글을 인용하셨는지 직접 들으면 정리가 잘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종필(시간의 역사): 사실 저도 잘은 모르는데 멋있어 보여서……. 하하하. 아인슈타인이 한 말이기도 하고요. 
인류가 사바나에서 생겨나서 스스로를 자각하면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이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은 아마도 세상이 도대체 뭘로 만들어졌는가. 그러니까 what에 대한 질문이었을 거예요. 밤하늘에 엄청나게 많은 별들을 보면서 도대체 저게 뭐지? 그런 질문을 가졌을 때부터 저는 물리학이 시작되었다고 생각을 해요. 놀랍게도 지금 21세기에 오니까 그것이 단지 몇 줄 안 되는 굉장히 단순한 수학으로 너무나 많은 것들을 설명을 하고 있거든요. 그만큼 우리가 알고 있다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몇 줄 안 되는 수학을 가지고 그렇게 광활한 우주 전체에 대해서 이렇게 많이 설명을 할 수 있다는 것. 굉장히 놀라운 것이거든요. 결국에는 왜입니다. 왜. 왜 이게 존재하느냐. 시간의 역사에서 마지막으로 던진 질문도 같아요. 왜. 왜 우주라는 게 도대체 존재하느냐. 결국 물리를 한다는 것은 그것에 대한 답을 찾아 나가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이걸 항상 잊지 말아야 한다라는 생각에서 써 봤습니다. 
아직 우주에는 여러 가지 해결 안 된 문제가 굉장히 많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과학자들은 앞으로도 그런 질문에 이끌려서 똑같은 대답을 하려고 노력할 거에요. 그 여정에 우리가 있고. 그리고 지금 2011년 2012년은 과학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 정도의 놀라운 결과들이 쏟아졌거나 쏟아지려고 하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 무엇을, 왜, 어째서에 대한 답변들이 바뀔지도 모르는. 아니면 옛날에 답하지 못했던 문제들에 대해서 새로운 답을 줄지도 모르는 그런 굉장히 중요한 시기를 지나가고 있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넓은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우리 21세기 과학과 인간 사회에 대해서 조금 더 폭넓은 이해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김상욱(사회자): 감사드립니다. 훌륭하게 정리가 된 것 같습니다. 방청해 주신 여러분, 바쁘신 데도 나오셔서 이렇게 자리를 빛내 주신 두 대담자께 감사드립니다. 오늘 대담회는 여기서 마치기로 하겠습니다. 

사회자 김상욱 교수님의 말을 빌려 표현하자면 ‘입자물리학과 우주론 양쪽에서 블랙홀 설명에 가장 적합한 대한민국의 두 분을 모신’ 특별한 자리였던 만큼 대담회는 시종일관 수준 높게 진행되었습니다. 질의 응답시간에도 시공간 역학, 웜홀, 정보 이론 등 청중들의 날카로운 질문이 이어졌으며 두 교수님이 풀어놓은 풍요로운 (게다가 증발하지도 않는!)정보 보따리 속에서 많은 것을 얻어 가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블랙홀 전쟁은 양성자보다 10의 33승 배만큼이나 작은 플랑크 크기의 미시계와 블랙홀로 대표되는 엄청난 질량과 크기의 거시계가 만날 때 상대성 이론과 양자 역학 둘 중에서 어느 관점을 쫓을 것이냐를 두고 벌어진, 200만년 동안 인류에게 익숙했던 물리 관념으로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세계에서 일어난 과학 논쟁입니다. 

논쟁이라기보다는 자연법칙을 발견하는 인간의 위대한 능력을 기리는 찬탄에 가까웠던 이 전쟁에도 결국 승자와 패자는 존재했지만, 이는 완벽한 성공과 아무것도 낳지 못한 실패로 갈리는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두 견해는 합쳐져서 이제 새로운 패러다임을 낳았습니다. 낡은 물리 관념들을 대치해야만 할 시기가 우리 앞에 찾아온 것입니다. 이번 <책 대 책> 대담회는 관념 변화의 최첨단에 서 있는 물리학자라는 개성적인 정신들이 어떻게 사고하고 논쟁했는지를 엿보고, 이 새로운 패러다임이 불러올 미래의 모습은 어떨 것인가에 대한 기대를 품게 하는 자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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