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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이불 아래 두 욕망, 그 아래 감춰진 진화사를 들춘 진화 심리학 바이블! : 『욕망의 진화』 본문

(연재) 사이언스-오픈-북

한 이불 아래 두 욕망, 그 아래 감춰진 진화사를 들춘 진화 심리학 바이블! : 『욕망의 진화』

Editor! 2019.07.01 16:14

오늘 사이언스-오픈-북 코너에서는 데이비드 버스의 『욕망의 진화』를 소개해 볼까 합니다. 왜 여자는 힘센 남자를 좋아하고, 왜 남자는 어린 여자를 좋아할까요? 왜 여자는 돈 많은 남자를 좋아하고, 왜 남자는 에스 라인 몸매 여자를 좋아할까요? 뜨거운 여름밤 인간 청춘 남녀를 번민케 하는 들큼한 욕망은 진화론 아니면 풀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남자가 여자를 알려면, 여자가 남자를 이해하려면, 진화를 알아야만 합니다. 데이비드 버스로부터 박사 학위를 받은 제자이자, 한국 최초의 정식 진화 심리학자 전중환 경희대 교수의 『욕망의 진화』 옮긴이 후기를 특별 공개합니다.


 

한 이불 아래 두 욕망,

그 아래 감춰진 진화사를 들춘 진화 심리학 바이블!

『욕망의 진화』

 

 

『욕망의 진화』 표지. ⓒ (주)사이언스북스.


진화 생물학자는 어디서나 진화를 본다. 더운 날씨에 흘러내리는 땀 한 줄기에서도 진화를 볼 수 있다. 체온이 높아지면 우리 신체는 정상적으로 활동하기 어렵기 때문에 땀을 공기 중에 수증기로 확산시켜 체온을 식힌다. 체온 상승이라는 적응적 문제를 풀기 위해 땀이라는 해결책이 진화한 것이다.

 

초콜릿 무스 치즈 케이크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든 까닭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먼 조상들이 살았던 당시에는 달콤하고 풍부한 맛을 내는 음식물은 그 안에 영양분이 다량으로 들어 있음을 뜻했다. 달콤한 음식물에 자석처럼 이끌렸던 사람들이 영양분을 더 많이 섭취해서 오늘날 우리들의 조상이 되었다. 놀라지 마시라. 초콜릿 무스 치즈 케이크 안에는 티끌만큼의 달콤함도 들어 있지 않다. 자연 선택에 의해 설계된 우리의 지각 체계가 초콜릿 무스 치즈 케이크를 달콤한 대상으로, 매력적인 대상으로 인식할 뿐이다. 요컨대 우리가 어떤 자극을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까닭은 그 특정한 자극이 과거의 진화적 환경에서 우리의 적응도를 높여 주는 데 기여했기 때문이다.

 

그림: 김예니 ⓒ (주)사이언스북스.

탤런트 김태희가 선전하는 핸드폰 광고에 자꾸 눈길이 가게 되는 까닭도 마찬가지다. 김태희의 얼굴이 본질적으로 아름답기 때문에 김태희에게 끌리는 것이 아니다. (김태희의 안티팬이 아님을 밝혀 둔다.) 김태희의 얼굴에서 찾을 수 있는 특정한 단서(예컨대 대칭적인 얼굴, 깨끗한 피부, 탐스러운 입술, 긴 머리카락)가 과거의 진화적 환경에서는 그 소유자의 번식 능력이 아주 뛰어남을 의미했다. 따라서 남성들은 그러한 단서들을 고루 갖춘 여성을 매력적으로 여기게끔 진화했다. 마찬가지로 여성들의 경우, 상대방 남성이 지닌 여러 가지 특성들 가운데 자신들의 적응도를 높일 수 있는 특정한 단서들만을 매력적으로 여기게끔 진화했다. 그 단서들이 남녀 모두에서 반드시 일치할 이유는 없으므로, 남녀의 배우자 선호는 서로 다르게 진화했으리라고 기대할 수 있다.


게다가 어떤 상대를 고를 것인가 하는 숙제는 성공적인 짝짓기로 가기 위한 수많은 관문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마음에 드는 배우자를 동성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쟁취해야 하며, 배우자 밀렵을 시도하는 무리들을 쫓아내야 하며, 배우자로부터 어느 날 갑자기 차이지 않게끔 계속 관심을 쏟아야 하며, 들키지 않게 바람도 피워야 하며, 자식을 잘 키우게끔 배우자의 협력을 이끌어 내야 한다. 이 모든 관문들에서 남성과 여성은 각기 다른 적응적 문제들에 맞닥뜨렸기 때문에, 남녀가 구사하는 짝짓기 전략의 레퍼토리들도 매우 다르게끔 이루어졌다. 

 

그림: 김예니 ⓒ (주)사이언스북스.


진화 심리학자 데이비드 버스는 1994년에 출간된 『욕망의 진화』 초판에서 남녀의 다양한 짝짓기 전략들이 왜,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자연 선택에 의해 만들어졌는지 규명한 바 있다. 이 책은 저자가 그동안의 최신 연구 성과들을 두 개의 새로운 장으로 보충하여 2003년에 낸 개정판을 완역한 것이다. 짝짓기 행동의 연구에서 최근 가장 두드러진 흐름은 여성의 단기적 짝짓기 전략이 특히 월경 주기의 변화와 맞물려 어떻게 진화했는가에 대한 탐구인데, 저자는 이를 ‘여성의 은밀한 성 전략’에서 요약해서 설명하고 있다. 그 밖에 동성애는 어떻게 진화했는가, 강간은 생물학적 적응인가와 같이 흥미롭고 때론 예민한 문제들이 ‘인간 짝짓기의 미스터리’에서 다루어지고 있다.


사실 이 책의 초판이 출간된 바로 다음 해에 우리나라에서 번역본이 출간되었으니, 진화 심리학 관련 도서들 가운데 이례적으로 빨리 국내에 알려진 경우이다. 절판이 되긴 했지만 이미 한번 번역이 된 책을 새로 씌어진 두 개 장 때문에 다시 내는 것이 그리 큰 의미가 있을까 싶어 처음에 역자는 번역을 망설였었다. 그러나 절판된 초판 번역본을 원서와 대조한 결과, 놀랄 수밖에 없었다. 초판의 번역자가 진화 심리학 전공자가 아니다 보니 잘못 번역한 부분이 곳곳에 눈에 띄는 점은 차라리 논외로 하자. 한 문단에서 그저 몇 문장만 뽑아서 옮긴다든지, 아예 한 문단을 통째로 빠뜨리고 넘어가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초판 번역본을 아직 가지고 계신 독자들은 이 개정판의 번역본이 새로 덧붙여진 두 개 장을 제외해도 훨씬 더 두껍다는 사실을 쉽게 알아차릴 것이다. 그러니 유감스럽게도 개정판을 번역한 이 책이 데이비드 버스의 저서 『욕망의 진화』를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제대로 소개하는 셈이다. 

 

그림: 김예니 ⓒ (주)사이언스북스.

진화 심리학은 인간의 모든 심리와 행동을 연구 대상으로 삼지만, 특히 인간의 짝짓기 행동은 진화 심리학자들이 가장 활발히 연구하고 있는 주제 가운데 하나이다. (진화 심리학을 아예 남녀의 성행동을 진화적으로 연구하는 분야로 정의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짝짓기의 심리에 대한 진화적 논쟁들이 교양 과학서 등을 통해 국내에도 자주 소개된 덕분에 이 책에 실린 내용들 중에는 이미 널리 알려진 것들도 있다. 하지만 역자는 짝짓기 행동의 진화 심리학을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조차 사실은 그릇되게 알고 있는 경우를 종종 접했다. 예컨대 진화 심리학은 남성은 수많은 배우자들과 능동적으로 짝짓기하는 반면에 여성은 대개 한 명의 배우자만을 수동적으로 고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는 학문이라는 믿음이 그것이다. ‘여성의 은밀한 성 전략’에서 다루어지고 있듯이 진화 심리학자들 사이에서 여성들의 혼외정사가 배란기에 어떻게 급증하는가 하는 문제가 최근 가장 뜨거운 연구 과제임을 감안하면, 대체 이러한 고정관념이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데이비드 버스는 자신의 대학원생들에게 월경 주기에 따른 여성의 혼외정사라는 주제는 이미 너무 많은 학자들이 연구하고 있으니 다른 연구 주제를 택하라고 진지하게 권할 정도다.) 어쨌든 남성은 예쁜 여성을, 여성은 돈 많은 남성을 선호하게끔 유전자에 의해 프로그램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학문이 진화 심리학이라고 믿는 분이 혹시라도 있다면, 이 책이 그러한 선입견을 바로잡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림: 김예니 ⓒ (주)사이언스북스.

진화 심리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함께 확립한 다른 동료들이 대개 생물학자로 경력을 시작한 데 비하여 데이비드 버스는 성격 심리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까지 마친 경우이다. 그는 일찍부터 진화적 사고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1980년대 초 조교수로서 처음 자리를 잡은 하버드 대학교에서 성격 심리학을 강의하면서도 남녀의 짝짓기에 대한 진화적 해석을 강조하였다. 그가 진화에 관심이 많다는 소문이 당시 하버드 대학교의 심리학과와 인류학과 대학원생으로 진화 심리학의 이론적 토대를 닦고 있던 리다 코스미즈와 존 투비 부부에게 흘러 들어가게 되어 결국 버스는 이들과 의기투합하기에 이른다. 당시 하버드 대학교에 방문 교수로 머무르고 있던 행동 생태학자 마틴 데일리와 마고 윌슨 부부도 여기에 합류하여 이 세 연구팀의 주도로 유전자 중심의 신다윈주의에 토대를 둔 진화 심리학이 태동하게 되었다. 진화 심리학은 1992년에 코스미즈와 투비 부부가 인류학자 제롬 바코와 함께 편저한 학술서 『적응된 마음(The Adapted Mind)』을 통해 본격적으로 출범하였다. 이후 『언어 본능(The Language Instinct)』, 『도덕적 동물(The Moral Animal)』 등의 과학 대중서가 잇달아 출간되어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진화 심리학이 빠르게 학계에 자리 잡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오늘날 진화 심리학은 거의 모든 심리학 개론에서 소개될 뿐만 아니라 인지 심리학, 사회 심리학, 성격 심리학, 임상 심리학 등 여러 세부 분야에서 그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역자는 학부 및 석사 과정의 스승이신 최재천 선생님을 통해 버스 선생님의 연구를 접하게 되면서 진화 심리학을 전공하는 꿈을 키우게 되었다. 결국 행동 생태학으로 석사까지 마친 후 텍사스 대학교 심리학과 대학원생으로 입학했을 때 역자가 버스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첫인상은 이러했다. “키 정말 크다.” 두뇌가 명석해 보인다든지 안광이 뿜어져 나온다든지 등등이 아니어서 버스 선생님께 죄송스럽다. (다행히 한글을 읽지 못하신다.) 여하튼 2미터에 육박하는 선생님의 거대한 체구는 비교적 큰 키인 역자를 간단히 압도하고도 남았다. 나중에 선생님의 수업을 듣고 함께 연구에 대해 토론해 가면서 진화 심리학에 대한 선생님의 열정이 그보다 훨씬 더 높고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같은 심리학과에 재직하는 동료 교수들 가운데서도 진화에 대한 무지와 반감을 드러내는 동료들이 적지 않지만, 버스 선생님은 진화적 관점이 우리 종에 대한 이해를 얼마나 넓힐 수 있는지에 대해 설득하기를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이 책이 같은 내용에 대해 지나치게 되풀이해서 설명한다고 느껴진다면, 그만큼 진화 심리학에 대해 아무리 이야기해 줘도 돌아서서 엉뚱한 소리를 하는 사람들까지 붙들고 싶어 하는 저자의 애타는 마음으로 이해해 주길 바란다.

 

그림: 김예니 ⓒ (주)사이언스북스.

명랑하고 위트가 넘치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버스 선생님의 모습은 선생님이 쓰시는 글에도 잘 반영되어 있다. 물론 독자가 그러한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었다면 이는 온전히 역자의 책임이다. 게으른 번역자를 탓하지 않고 기다려 준 (주)사이언스북스에 감사드린다. 마지막으로 번역 작업 내내 큰 힘이 되어 준 아내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전중환
서울 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의 최재천 교수 연구실에서 한국산 침개미의 사회 구조 연구로 행동 생태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으로 건너가 오스틴 소재 텍사스 대학교 심리학과의 데이비드 버스 교수 연구실에서 「가족 내의 갈등과 협동에 관한 진화심리학적 연구」로 진화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가족들 간 협동과 갈등, 먼 친족에 대한 이타적 행동, 근친상간이나 문란한 성관계에 대한 혐오 감정 등을 연구하고 있다. 현재 경희 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로 재직하면서 진화적 관점에서 들여다본 인간 본성을 강의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오래된 연장통』, 『본성이 답이다』, 옮긴 책으로 『욕망의 진화』, 『적응과 자연선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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