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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사이언스-오픈-북

WE ARE NOT ALONE: 『침묵하는 우주』

Editor! 2019.05.24 16:24

슈퍼맨 영화 「맨 오브 스틸」 보신 분 계신가요? 그 영화의 바이럴 마케팅용 동영상 중에 외계에서 온 메시지를 모티프로 한 것이 있었습니다. 슈퍼맨의 적인 조드 장군이 지구인 전체에 보낸 메시지였죠. 그 메시지의 첫 문장은 “YOU ARE NOT ALONE.”이었습니다. 지구인 “너희만 있는 게 아니다.”라는 거죠. (워너브라더스 유튜브 채널 바이럴 영상 링크) 만약 외계인이 존재해 지구인에게 메시지를 보낸다면, 아니 우주가 침묵을 깨고 우리에게 처음으로 말을 건다면, 정말로 어떤 메시지를 보낼까요? 과학과사람들 대표로 활발한 과학 문화 활동을 벌이고 있는 원종우 대표가 보내온 폴 데이비스의 신간 『침묵하는 우주』 서평을 본다면, 우리는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왜냐고요? 폴 데이비스 박사님이 계시니까요.


 

WE ARE NOT ALONE.
『침묵하는 우주』

 

폴 데이비스라는 이름은 내게 무척 특별하다. 유명세로 따지면야 천문학자이자 『코스모스』의 저자인 칼 세이건만은 못하고, 또 스티븐 호킹 교수처럼 블랙홀 증발 같은 새로운 개념을 창안해 낸 학자도 아니다. 그럼에도 그는 『코스모스』와 『시간의 역사』 사이에서 나를 과학의 길로 인도한 결정적인 사람이다. 바로 30여 년 전에 출간된 책 한 권 때문이다.

 

책의 원제는 God and the New Physics지만 우리나라에는 『현대 물리학이 발견한 창조주』라는 제목으로 정신세계사에서 출간되었고, 이후 인도나 명상 관련 글로 유명해진 류시화가 번역했다. 얼핏 봐도 원제와 한국어 제목, 그리고 작가와 변역자 간에 이해하기 힘든 간극이 느껴진다. 그 이유는, 1980년대 중후반 당시에는 상대성 이론과 양자 역학 등 현대 물리학을 뉴에이지적인 정신 세계와 연관시키는 경향이 있었는데 바로 그런 관점에서 나온 책이기 때문이다.

 

『현대 물리학이 발견한 창조주』. 1988년 6월 3일에 찍은 한국어판 1판 2쇄본이다. “과학계뿐만이 아니라 종교계, 특히 인간의 의식 분야에 관심을 가진 이라면 누구나 읽어야 하는 책.”으로 소개되었다. 원종우 대표를 과학 문화 분야로 끌어들인 출발점 같은 책.
『생명의 기원』. 원제인 “제5의 기적”을 부제로 단 한국어판 수정판 3쇄본. 2000년에 1판이 나왔고, 이 책은 2007년에 찍은 것이다. 한국어판 제목 그대로 생명의 기원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책이다. 콧수염을 멋지게 기른 폴 데이비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원자 속의 유령』. 영국 BBC에서 방송한 양자 역학 토론 프로그램을 책으로 옮긴 것이다. 1994년에 한국어판이 출간됐는데, 당시까지 살아 있었던 존 벨, 존 휠러, 데이비드 도이치, 데이비드 봄 등 양자 역학의 역사에서 한 획을 그은 학자들의 양자 역학 사상을 그들의 육성으로 확인할 수 있다. 폴 데이비스는 이 책의 기획자이자 진행자, 그리고 편집자로 참여했다.

 

현대 물리학이 발견한 외계인 첫사랑

저 제목 때문에 당시 신의 존재와 관련해 큰 고민에 빠져 있던 나를 낚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은 ‘창조주를 발견’하는 대신 창조주가 필요 없는 현대 물리학의 우주론을 보여 주었다. 비교적 가치 중립적이던 『코스모스』 이후, 과학이 이런 세계관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것은 막 고등학교에 입학한 소년이던 내게 혁명과도 같은 충격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는 크게 변했고 물리학과 천문학 등 과학 분야에 대한 기존의 관심이 단순히 지식과 호기심이 아닌 ’가치‘의 영역으로 바뀌었다. 말마따나 내 인생을 바꾼 책이고, 지금 「과학하고 앉아 있네」 팟캐스트로 과학 커뮤니케이터의 삶을 살게 된 것도 이 책의 영향이 결정적이다.

 

그날의 내가, 34년이 지난 미래에 폴 데이비스 교수를 직접 만나 이 사연을 전하고 심지어 사람들 앞에서 토크를 나누게 될 거라고 꿈이나 꿨을까. 그런데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내가 원해서도 아니고 순전히 우연이다. 평창 동계 올림픽 이후 만들어진 평창 포럼 이벤트에서 과학 토크쇼를 하게 되었는데, 기획자가 폴 데이비스 교수가 왔다고 함께 토크를 하지 않겠냐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거짓말 같은 만남이 이뤄지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사이언스북스에서는 내게 폴 데이비스 교수의 책 『침묵하는 우주』의 서평을 의뢰하기에 이르렀다. 와중에 이 책을 번역한 사람은 나를 과학계에 끌고 들어온 천문학자 이명현 박사이니 나로서는 두 사람의 멘토가 관여한 책에 대해 쓰게 된 셈이다. 이 어찌 기구한(?) 인연이라고 하지 않을 건가.

 

평창 포럼 강연 현장. 사진: 박기수 ⓒ (주)사이언스북스

 

 

SETI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을 한 권으로 조망하고 싶다면

『침묵하는 우주』는 해외에서는 이미 10년 전에 발간되었지만 국내에는 이번에 처음 번역 출간되었다. 제목에서 쉽게 유추할 수는 없지만 외계 생명과 이를 찾기 위한 노력에 대해 다루는 내용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외계 생명의 존재에 대해 원시 단세포 생물부터 지성을 가진 생명체, 나아가 인류보다 수백만 년 앞선 외계 기술 문명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가능성과 개연성을 제시하고, 여기에 과학이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 소개한다. 그리고 또 이를 찾기 위한 인류의 노력에 대해서도 무척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SETI, 즉 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활동의 주축 멤버 중 하나인 그는 칼 세이건 원작, 조디 포스터 주연의 영화 「콘택트」에서 잘 그려진 것처럼 전파 망원경을 통해 외계 지성체가 보낼지도 모를 전파 신호를 검출하려던 기존의 작업을 넘어, 보다 다양한 가능성을 탐색하는 최근의 SETI 경향에 대해 소개한다.

 

『침묵하는 우주』 원서를 들고 있는 폴 데이비스. 사진: 박기수 ⓒ (주)사이언스북스

SETI의 활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지난 60년 가까이의 끊임없는 관측에도 불구하고 외계 문명의 전파 신호를 찾는 일에 별다른 소득이 없다는 점을 알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외계 생명이나 외계 문명은 우주 어디에도 없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도 없지 않다. 이 책에서도 그런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는다. 방대한 우주의 크기가 곧 다수의 생명체의 출현을 마냥 보장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생명체가 생겨나고 인간의 수준에 이르도록 진화할 경우의 수가 너무 작아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별과 행성의 수로도 모자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반대의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인류 과학 기술의 역사는 이제 겨우 수백 년에 불과하다. 기존 SETI의 관점은 어쩌면 그저 50∼60년 전 우리의 과학 기술 수준을 반영하는 것에 머물렀던 것 아닐까. 수십, 수백만 년간 기술 문명을 발전시킨 외계 문명을 찾기에는 이런 접근은 너무나 고루한 것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1960년 세티의 시초인 오즈마 계획이 수립될 당시 천체 관측 수단은 일반 가시광선 망원경과 전파 망원경이 사실상 전부였다. 또 외계 문명이라고 해도 결국은 전파 신호로 통신을 할 것이라는 정도의 생각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해상도가 매우 높은 우주 망원경의 출현은 물론 가시광선과 전파 외에도 적외선, 엑스선, 감마선 등 다양한 방식으로 우주를 살피고 있다. 최근에는 중력파를 통한 관측이 추가되기도 했다. 따라서 단지 외계인의 전파 신호를 찾는 수준을 넘어 먼 우주에 존재하는 물질의 성분이나 에너지의 운용 같은 것도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

 

『콘택트』

예컨대 아주 오랜 기술적 진보를 통해 항성 전체의 에너지를 활용하는 문명이 있다면 그 자취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른 방식으로 통신하고, 어쩌면 고등 문명의 대부분은 이미 그런 기술적 단계에 도달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스타 트렉」의 우주에는 ‘서브 스페이스’를 통한 통신 수단이 존재한다. 광속 한계를 훌쩍 뛰어넘어 머나먼 우주 공간을 사이에 두고 실시간으로 통신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그런 것이 은하계의 ‘표준’ 통신 수단이라면 우리로서는 검출할 수 없는 게 당연한 일이다.

 

 

우주의 침묵을 깨고 싶다면, 먼저 폴 데이비스 선생님부터 찾아라!

이 책은 나아가 이런 과정을 통해 외계 생명이나 문명을 확인하는 경우 뒤이은 과학자들의 역할과 준비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이미 지난 2001년 국제 우주 항행 학회는 소위 외계 생명과의 ‘퍼스트 콘택트’ 이후를 대비하기 위한 ‘세티 검출 후 특별 그룹’을 발족시켰다. 외계 생명의 확인 후 뒤따를 수밖에 없는 과장된 보도나 혼란, 혹은 반대로 정부의 압력이나 검열 등에 대비하기 위한 대책과 과정을 공유하는 특별 위원회다. SETI 의 활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조차 이런 것까지 마련돼 있는지는 잘 모를 것이다.

 

앞의 이야기들에서 느껴지듯, 교양 과학서로서 『침묵하는 우주』의 매력은 과학적 관점을 충분히 견지하면서도, 대부분의 과학 서적들이 부담스러워하거나 피하는 유연한 상상의 여지를 또한 상당히 허용한다는 점이다. 특히 과학 문화에 종사하지만 연구자는 아닌 나에게는 이 부분이 크게 어필할 수밖에 없다.

 

『침묵하는 우주』(한국어판) 192-193쪽.
『침묵하는 우주』(한국어판) 224-225쪽.

과학적 증거를 잠시 떠나 논리적으로 생각했을 때, 길어야 400~500년 정도에 불과한 인류의 과학이 밝혀낸 지식과 법칙이 수백만 년 앞선 문명을 판단하고 제한하려 드는 것이 합당한 일일까? 볼펜으로 선을 그리면 그것을 넘어가지 못하는 개미들의 2차원적 ‘자연법칙’과 인간이 알고 있는 법칙 사이의 거리를 생각해 보면, 그런 관점은 불과 수십 년 전 오즈마 계획이 그랬듯이 시대적 한계에 철저히 매몰된 것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과연!’이라며 바로 밑도 끝도 없는 초자연적, 공상적 세계관으로 점프한다면 그것은 훨씬 더 불합리하다. 『현대 물리학이 발견한 창조주』가 창조주의 발견 과정을 묘사한 책이 아님에도 그런 식으로 소비되었듯이, 이 책 『침묵하는 우주』를 포함해 상상력의 확장을 다소 허용하는 과학 서적들은 결코 그런 것을 지지하지 않는다. 과학에 단단히 기초한 가운데에서만 논리와 상상을 통해 다소의 유연함을 보탤 자격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는다면 결국 다시 미신으로의 회귀로 귀결될 뿐이다.

 

『침묵하는 우주』(한국어판) 표지.

그런 의미에서 폴 데이비스의 『침묵하는 우주』는 외계인, 외계 생명, 외계 문명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오랫동안 관련 주제에 깊은 관심을 가져 온 나 역시 이 책을 통해 새로 알게 된 사실이 있고 새로 생각할 점들이 생겼으니.   

 

원종우 대표. 사진: ⓒ (주)사이언스북스


파토 원종우

과학과사람들의 팟캐스트 “파토의 과학하고 앉아 있네” 진행자.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 저서로 『파토 원종우의 태양계 연대기』『조금은 삐딱한 세계사』, 『파토의 호모 사이언티피쿠스』, 『과학하고 앉아있네』(공저) 등이 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

 

『침묵하는 우주』 [도서정보]

 

『마지막 3분』 [도서정보]

 

『코스믹 커넥션』 [도서정보]

 

『콘택트』 [도서정보]

 

『코스모스』 [도서정보]

 

『날마다 천체 물리』 [도서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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