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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와 인간, 그리고 나 (4) 본문

(연재) <칼 세이건 살롱> 스케치

『코스모스』와 인간, 그리고 나 (4)

Editor! 2019.07.17 10:01

1969년 7월 20일은 미국의 우주 비행사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이 인류 최초로 달에 첫발을 내디딘 날이지요. 달 착륙은 냉전 시기 미국과 (구)소련 간 경쟁의 산물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 향할 인류의 미래를 우리에게 약속한 사건이었습니다. 
2019년 7월, ㈜사이언스북스에서는 달 착륙 50주년을 기념해 「『코스모스』와 인간, 그리고 나」 연재를 진행합니다. 네 차례로 나뉘어 소개될 이번 연재는 성균관 대학교 물리학과의 김범준 교수께서 2019년 1학기에 하신 ‘코스모스와 인간’ 강의에서 학생들이 쓴 소감을 모아서 독자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이 소감 하나하나에는 인문학과 사회 과학, 예술 등 다양한 전공을 가진 학생들이 각자의 맥락에서, 각자의 관점으로 읽은 『코스모스』가 담겨 있습니다. 
여러분이 『코스모스』를 통해 우주로 첫발을 내디딘 때는 언제인가요? 이번 연재가 독자 여러분께 『코스모스』가 존재하는 방식을 다시 한번 궁리하게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번 학기 성균관 대학교 인문, 사회, 예술 대학 학생들과 칼 세이건(Carl Sagan)의 『코스모스(Cosmos)』를 함께 읽고 토론하는 ‘코스모스와 인간’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이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읽고, 쓰고,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책의 내용과 다른 학생들의 생각을 더 깊이 이해하고, 이로부터 자신만의 생각을 갖도록 하고자 했습니다.

 

인문/사회/경영/예술 등 다양한 학생들과 함께 『코스모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무척 즐거웠습니다. 책에서 같은 내용을 읽었어도, 학생들이 제출한 글이 정말 다양하고 흥미로워서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이 제출한 글을 읽는 것도 좋았습니다. 특히, 조로 나눠 학생들이 토론한 내용이 정말 좋았습니다. 같은 내용이어도, 여러 전공의 학생들이 함께 이야기하면서 토론한 주제가 다양해서 흥미로웠습니다. 우주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책에서, 많은 학생들이 인간과 자신의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을 보면서 뿌듯했습니다. 제가 전하고 싶었던 『코스모스』의 주요 메시지들이 학생들이 적은 소감문에 들어 있어서 기뻤습니다.

 

학생들의 동의를 얻어 몇 글을 올립니다. 원 저자는 ‘코스모스와 인간’ 수강생입니다. 제게도 무척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학생들이 자랑스럽습니다.

 


─ 김범준(성균관 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먼 곳을 공부하며 가까운 것을 생각하다

 

“코스모스는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있으며 미래에도 있을 그 모든 것이다.”

『코스모스』를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이다. 아마 이 책 전체를 한 줄로 요약한다면 이 문장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아무것도 모른 채로 이 책을 처음 접했다. 당시의 나에게 이 책은 그저 우주에 대해 과학적으로 설명한 책일 뿐이었다. 한 가지 좋은 점은 과학 시간에 배우고 있던 내용을 다루기 때문에 수업 시간에 이해를 도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학생이 되어 인문학에 대해 회의감을 가질 즈음 읽은 이 책은 단순한 과학책이 아니었다. 우리 인간을,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을 이해하게 해 주는 빅 히스토리 도서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현재 공부하고 있는 사랑, 정치, 철학에 대해 더욱 깊고 근본적인 고민을 하게 되었다. 멀리 떨어진 곳을 공부하면서 가까운 것에 대해 생각하고, 먼 과거의 현상을 공부하면서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는 신비함 속에서 코스모스가 과연 거의 모든 것의 역사라고 생각했다.

학문들을 고민하는 데 있어 내게 『코스모스』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개념은 ‘진화’였다. 사랑, 정치, 철학을 공부하면서 ‘우리는 왜 사랑하는가?’, ‘우리는 왜 정치를 하는가?’, ‘우리는 왜 철학을 하는가?’를 끊임없이 고민했다. 『코스모스』를 읽기 전에는 항상 어딘가 부족한 결론을 낼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근본적인 의문을 해소하지 못한 상태에서 공부가 쉽게 될 리 없었다. 그러나 『코스모스』를 읽고 진화론적 관점에 흥미를 가지면서 이러한 의문들에 대한 답을 더욱 명쾌하게 찾을 수 있었다. ‘유전자의 생존’, 이것만으로 사랑, 정치, 철학, 그뿐만 아니라 인간 행동의 거의 모든 것을 설명했다. 『코스모스』가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두 설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장엄함을 조금이나마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코스모스』를 읽으면서 평소에 갖고 있던 고정 관념을 버리게 되었다. ‘항상 나만의 특별함을 추구해야 한다.’는 고정 관념이다. 이 고정 관념 때문에 항상 무언가를 할 때 두려움을 품고 있었다. 무엇이든 완벽하고 특별하게 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스모스에서는 내가 굉장히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하나의 물질이라는 점, 하지만 내가 이렇게 되기까지도 엄청난 역사가 흘렀기 때문에 이미 충분히 특별하다는 점을 깨달으면서 열심히 살되 너무 스스로를 옥죄지 말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코스모스』는 우리의 세상을, 그리고 나를 이해하게 해 주었다. 과연 코스모스는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있으며 미래에도 있을 그 모든 것이다.


─ 김창민 (사회 과학 계열) 



질문하는 인간


『코스모스』라는 책을 처음 집어 들었을 때 나를 사로잡은 문구가 기억난다. “무인도에 한 권의 책만 가져갈 수 있다면 나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가져갈 것이다.”라는 작가 유시민의 말이었다. 이 책이 어떻기에 그가 많고 많은 책 중에서 『코스모스』를 가져가겠다고 한 것인지 궁금했다. 시골에 있는 작은할머니 댁에서 쏟아지는 별들을 보며 품어 온, 어릴 적부터 시작된 별에 대한 동경도 나로 하여금 이 책을 읽게 만들었다.

 

『코스모스』 특별판.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고, 오래전부터 갖고 있던 나의 편견도 깨 주었다. 읽는 중간에는 솔직히 ‘허무함’이라는 감정도 느꼈다. 담론들, 생각들, 고민으로 잠들지 못하던 밤 모두 부질없는 것 아닐까? 나는 이 무한한 우주 속 먼지보다도 작은 존재인데, 내 고민은 부질없는 에너지 소모가 아닐까 두렵기도 했다. 코스모스를 깊게 생각하면 할수록 코스모스의 아득함에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내가 궁극적으로 더 크게 느낀 것은, ‘인간은 작은 존재이다. 그럼에도 우주를 이해하려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하고 대단한가?’였다. 칼 세이건이 말했다. “코스모스는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있으며 미래에도 있을 그 모든 것이다.” 코스모스를 인류가 탐구한 역사가 아주 길고도 깊으며, 인간은 과학으로 코스모스를 탐험해 왔음을 알게 되었다. 회의의 정신과 상상력을 통해 인간이 탐구해 갈 코스모스가 기대되는 한편 마음 한구석이 저릿했다. 나는 지구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라고 언제나 말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나의 이 믿음이 언제부터였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인간의 호기심에 대해 생각하면서부터인 것 같다. 󰡔코스모스󰡕에 등장하는 우주 탐구의 원동력은 고대 그리스, 중세, 르네상스 시기, 근대, 현대까지 제각각으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그 바탕에는 과학적으로 증명하지 못하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인간의 호기심이다. 인간의 끝없는 호기심, 자기 존재 자체에 대한 인간의 호기심을 누가 명확히 증명해 낼 수 있을까? ‘우주의 중심은 무엇인가?’, ‘인간은 어디에서 왔는가?’ 같은 질문에서 나타나는 호기심이 과학을 탐사 도구로 채택한 지는 얼마 안 되었다. 16세기까지만 해도 창조주가 만들었으니 당연히 지구가 우주의 중심임이 진리인 것처럼 받아들여졌다. 이제는 인간이 신에게 과학으로 묻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나 맹신이 종교 분야에만 있던 것도 아니다. 근대 과학에서도 뉴턴의 운동 이론은 우주의 운동 법칙 전부를 설명할 수 있다고 믿어져 왔다. 『코스모스』에 실린 과학사를 읽으며 천재들의 고뇌와 탐구의 발자취를 보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이전과는 다른 시각으로 현상을 바라보기 시작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목격하는 재미도 있었다. 인간은 얼마나 편협하게 생각하는지, 하지만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것에 질문하는 인간은 또 얼마나 대단할 수 있는지 말이다. 현상을 정확하게 바라보기 위해 기존의 낡은 사고에서 과감히 탈피하고, 합리적 설명 근거를 찾으려 사고하고 실험하는 노력이 과학임을 알게 되었다. 또한 과학도 인간의 다른 문화 활동처럼 총체적으로 논의될 수 있고, 논의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인간은 호기심과 함께 진화했고, 그것이 지금 이 순간의 우리를 만들었다. 한편 코스모스』의, “우리의 생존은 우리 자신만이 이룩한 업적이 아니다. 그러므로 오늘을 사는 우리는 인류를 여기에 있게 한 코스모스에게 감사해야 할 것이다.”라는 구절이 생각난다. 인간의 호기심은 우리를 만들었지만, 사실 우리를 이루고 있는 것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희박한 확률로 존재하는 감사한 것들이다. 현 인류는 우리의 힘만으로 고도의 문명을 발전시켰다고 자부하면서 지구를 망가뜨리고 있다. 망가진 지구는 봄을 빨리 오게 했으며, 많은 동물이 멸종 위기에 처하거나 이미 멸종했다. 우주의 관점에서 보면 아주 작은 지구에서, 우리 인류는 ‘우리가 가장 위대하다.’라는 안일한 생각에 쉽게도 빠져 무책임한 행동을 하고 있다.

인간의 무책임성에 대해서 생각하면 나는 인공 지능이 생각난다. 인공 지능은 분명 우리의 삶을 훨씬 더 편리하게 해 주었다. 더욱 발달한 인공 지능은 아인슈타인을 대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공 지능은 모든 것에 정확하게 답하고 결정해서 우리에게 알려 준다. 하지만 그 답이 무슨 뜻인지, 어떻게 도출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질문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 이해하지 않아도 살 수 있는 세상에서 인간이 맡을 역할은 무엇일까? 인간의 역할, 의무, 책임에 대해서 전 세계 사람들이 고민하고 생각해 보아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작은지, 그러나 호기심을 갖고 수많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존재이기에 얼마나 감사하고 대단한 것인지도 잊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 김연서 (중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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