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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강 이상한 나라의 ALICE: 윤진희 인하대 교수 1편 본문

완결된 연재/(完) 물리 어벤져스 2019 스케치

4강 이상한 나라의 ALICE: 윤진희 인하대 교수 1편

Editor! 2019. 10. 31. 15:34

한국 물리학회 교육 위원회가 주관하고 (주)사이언스북스가 후원하는 「물리 어벤져스 2019」 네 번째 강연의 주인공은 인하 대학교 윤진희 교수님이었습니다. 지난 9월 27일(금)에 진행된 강연에서 윤진희 교수님은 “이상한 나라의 ALICE: 원자핵에서 울리는 우주의 속삭임”이라는 제목으로 더 작은 입자를 찾아 우주의 탄생 순간을 탐색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입자물리의 세계에 관해 강연해 주셨습니다. 가속기의 역사부터 입자물리의 현재, ALICE에서 밝혀낼 ‘QGP’란 무엇인지 들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물리학자들의 강연 「물리 어벤져스 2019」, 시즌 1의 마지막 순서입니다. 스케치 기사는 신연선 작가가 정리해 줬습니다.


 

물리 어벤져스 2019 4강

이상한 나라의 ALICE: 윤진희 인하대 교수 1편 

 

 

윤진희 교수의 강연 자료에서.

윤진희 인하 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님은 국가 과학 기술 심의회 전문 위원, 한국 과학 기술 기획 평가원 청년 옴부즈맨 위원장, 세계 물리 연맹 여성 위원회 아시아 대표 등을 역임했습니다. 현재 한국 ALICE 실험 그룹 대표로, 4년째 연구팀을 이끌며 ALICE 실험에 참여하고 있죠. ALICE는 대형 이온 충돌기 실험으로, LHC의 일곱 개 탐지기 실험 중 하나인데요. 지난 9월 27일(금), 「물리 어벤져스 2019」의 네 번째 강연자로 선 윤진희 교수님은 “이상한 나라의 ALICE: 원자핵에서 울리는 우주의 속삭임”이라는 제목으로 가속기를 이용한 입자 물리학의 최전선에서 집중하고 있는 현재 과제를 소개하고, ALICE 실험 등을 통해 앞으로 밝혀내야 할 미지의 영역은 무엇인지에 관한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강의하는 윤진희 교수. 사진 ⓒ (주)사이언스북스.

 

 

인간은 왜 물리학을 하는가?

 

윤진희 교수님이 처음 던진 질문은 “인간은 왜 물리학을 하는가?”였습니다. 이 질문의 바탕에는 지구가 왜 도는지, 물질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태양은 왜 뜨거운지, 우주에는 별이 얼마나 존재하는지 등의 질문이 있겠죠. 윤진희 교수님은 “이러한 질문의 기저에 있는 것이 호기심”이라며 “인간의 호기심은 우리 문명과 문화를 만들었다. 물리학의 기본 역시 인간이 갖고 있는 원초적인 호기심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아직까지 인류에게 강력한 호기심의 대상으로 남아 있는 ‘우주’를 떠올리죠.

 

“인간은 왜 물리학을 하는가?” 물리학자는 이런 생각을 하는 존재이다. 윤진희 교수 강연 자료에서.

“과거에 사람들은 바다와 같은 미지의 세계를 보며 호기심을 가졌죠. 그런데 바다는 더 이상 미지의 세계가 아닙니다. 반면 우주는 아직까지 우리에게 호기심 덩어리죠. 과거에도 그랬어요. 아리스토텔레스도 ‘4원소 가변설(물, 불, 공기, 흙의 네 가지 원소 외에 건, 습, 온, 냉이 배합되어 만물이 형성된다는 것)’이라고 해서 물질을 계속 쪼개면 무엇이 남을지 생각해 봤잖아요. 이를 기반으로 중세 시대에는 연금술이 발전하기도 했죠. 연금술로 금을 만들어 내지는 못했지만 아주 많은 원소들을 발견해 내기도 했고요. 이렇듯 고대부터 갖고 있던 관심사가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물질에 대한 호기심이었던 것인데요. 이는 현대인들도 갖고 있는 질문입니다.”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물질”은 물리학자들의 가장 큰 질문이기도 할 겁니다. 물리학자들의 호기심과 질문을 이해하기 위해서 윤진희 교수님은 먼저 물질의 스케일을 가늠해 보기로 했습니다. 커다란 상상 속의 자를 통해서 말입니다.

 

기본 입자에서 우주 전체까지 우리 우주의 스케일을 상상 속의 자로 표현한다면. 윤진희 교수 강연 자료에서.

“우선 베리처럼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사이즈가 있죠. 작게는 센티미터(㎝) 정도의 물질로, 역시 물리학에서 공부합니다. 이보다 조금 더 큰 스케일로 지구나 행성이 있어요. 수천 킬로미터(㎞) 정도의 스케일로, 더 나아가면 우주 스케일이 되고요. 약 10의 30제곱 킬로미터입니다. 별로 안 되죠? (웃음) 이 거리까지가 우리가 관심 갖는 대상이에요. 이제 더 작은 규모로 가볼게요. 머리카락이 밀리미터(㎜) 정도, DNA가 마이크로미터(㎛) 정도의 크기입니다. 더 작은 원자핵 정도의 사이즈를 나노미터(㎚)라고 얘기하죠. 이런 식으로 현재까지는 10의 마이너스 15제곱 사이즈까지 들어가서 연구를 합니다. 우주 스케일부터 생각하면 약 10의 45제곱 범위의 스케일이 되는 거죠. 이렇듯 물리학자는 엄청나게 큰 우주와 엄청나게 작은 소립자의 세계를 같은 원리로 설명할 수 있는 겁니다.”

 

물리학의 원리로 아주 작은 세계부터 아주 큰 세계까지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이야말로 “인류가 쌓은 획기적인 문명이라고 생각한다.”라는 윤진희 교수님은 어째서 가장 큰 우주를 설명하기 위해 가장 작은 입자를 이해해야 하는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우주의 출발이 빅뱅(big bang, 대폭발)부터라고 하잖아요. 바로 그때의 우주 상태를 알려면 아주 작은 세계에서 벌어지는 입자의 상호 작용을 살펴봐야 하는 거예요. 그 상호 작용을 통해 현재 우주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고요. 나아가 앞으로 변화할 우주 모습까지도 예측이 가능할 겁니다.”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입자, 즉 우주 초기에 존재했을 입자들을 발견한다면 우주의 생성과 진화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물리학자들은 어떤 방법을 사용해 이 입자들을 발견할까요? 개념은 간단합니다. 깨 보면 되겠죠. “망치로 깨부수는 것이 사실은 물리학자들이 기본적으로 하는 일”이라는 윤진희 교수님은 이어 ‘도구, 관찰, 분석’이라는 관측의 3대 요소를 설명했습니다.

 

입자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깨 보면 됩니다. 물리학적 관측의 3대 요소는 ‘도구, 관찰, 분석’이다. 호두 속을 관찰할 경우 도구 역할은 망치가, 관찰은 우리 눈이, 분석은 우리 뇌가 한다. 윤진희 교수 강연 자료에서.

“관측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도구가 필요해요. 방금 이야기한 망치도 도구가 되겠죠. 그 다음, 도구를 가지고 나온 결과를 관찰해야 합니다. 또 관찰 결과를 그냥 두면 의미가 없죠. 잘 마무리해서 유용한 결과를 내는 분석이라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아요. 이 세 가지 요인을 물리학자들이 작은 세계를 관측할 경우에 대입해 볼게요. 도구는 가속기예요. 가속기를 이용해 입자를 때려서 부숴 보는 거죠. 그걸 관찰해야 하는데 너무 작아서 눈에 보이지 않거든요. 관찰을 위해서 검출기를 제작하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분석은 컴퓨터로 하고요. 엄청나게 오래 걸리는 계산이라 전 세계 네트워크를 다 이용해서 하기도 해요.”

 

궁금해집니다. 물리학자들은 과연 가속기와 검출기라는 거대한 도구를 통해 무엇을 알아냈을까요? 윤진희 박사님은 두 개의 표를 보여 주었습니다. 첫 번째는 칼슘 원자핵에 전자를 때리고, 이것들이 튕겨져 나오는 각도를 측정한 표입니다.

 

칼슘 표. 윤진희 교수 강연 자료에서.
원자 양성자 표. 윤진희 교수 강연 자료에서.

위의 표는 칼슘 원자핵을 전자로 때렸을 때 얻을 수 있는 데이터이다. 물리학자들은 계단 모양 패턴에서 칼슘 원자핵의 내부 구조를 추론해 낸다. 아래 표는 고에너지 전자로 양성자를 때렸을 때 얻을 수 있는 데이터이다. 물리학자들은 여기에서 양성자가 내부 구조를 가졌음을 발견해 냈다. 유진희 교수의 강연 자료에서. 

 

“칼슘 원자핵에 전자를 때리면 튕겨 나오겠죠. 그것들을 하나씩 다 센 거예요. 이쪽 각도로는 몇 개가 튕겨 나갔고, 저쪽 각도로는 몇 개가 튕겨 나갔는지를 셌죠. 보니까 중구난방으로 튕기는 게 아니라 어떤 특정한 패턴이 있었어요. 패턴이 발견되면 물리학자들은 열광하기 시작합니다. (웃음) 이걸 잘 정리하면 원자핵 안에 물질이 어떻게 분포되어 있는지를 알 수 있어요. 그것이 컴퓨터로 분석하는 단계입니다.”

 

원자핵을 때려 패턴을 발견한 물리학자들은 원자핵보다 더 작은 양성자도 때려봅니다. 다음 표는 더욱 흥미로운데요. “아무 구조가 없다면 결괏값이 직선으로 나타날 텐데 그렇지 않았다. 직선에서 벗어났다는 것은 무언가 그 안에 구조가 있다는 증거죠. 그런데 양성자를 때려 보니 원자를 때렸을 때의 구조와 같게 나왔습니다. 양성자 안에도 구조가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죠.”라는 것이 윤진희 교수님의 설명이었습니다.

 

강의하는 윤진희 교수. ⓒ (주)사이언스북스.

 

 

더 세게, 더 작게: 가속기의 역사

 

이제 가속기의 역사를 살펴봅니다. 더 높은 에너지로, 더 세게 때릴 수 있는, 더 많이 부수어서, 더 작은 물질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은 가속기의 역사에 그대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어니스트 로런스(Ernest Lawrence)는 최초의 가속기를 만든 미국의 물리학자입니다. 1925년 사이클로트론 원형 가속기를 개발했고, 1939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기도 한 인물이죠.

 

“어니스트 로런스가 원형으로 된 가속기를 개발해요. 자기장을 걸어 주면 전하를 가진 입자는 자기장 안에서 원운동을 합니다. 에너지가 높아질수록 훨씬 빨리 움직이겠죠. 그러면서 원의 반지름이 커지게 돼요. 자기장을 걸어 주는 동시에 가운데 빈틈 쪽으로 전기장을 걸어서 에너지를 조금씩 높여 주는 거고요. 진동수를 잘 맞춰서 전기장을 걸어지면 에너지가 점점 높은 입자를 만들어 낼 수 있어요. 이 원리로 원형 가속기를 개발한 겁니다.”

 

어니스트 로런스가 개발한 사이클로트론의 기본 원리. 윤진희 교수 강연 자료에서.

이때 개발된 가속기의 크기는 11인치(약 28센티미터) 정도로, 책상 위에 올려놓을 수 있을 만한 크기였습니다. 그 작은 가속기로 양성자를 8,000전자볼트(eV)까지 가속했던 건데요. “빛의 속도 근처까지 가려면 질량 정도의 에너지를 줘야만”하기 때문에 점점 더 큰 가속기를 개발하게 됩니다. 1946년이 되면 미국 로런스 버클리 국립 연구소(LBNL)에서 무려 184인치(약 4.7미터)에 달하는 가속기를 개발하죠.

 

“약 4.7미터 크기의 가속기예요. 여기에 쓰인 자석만 해도 4,000톤이었고요. 이 정도가 되면 더 크게 만들자고 말하기도 미안한 수준이 돼요. (웃음) 돈이 많이 드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포기한 건 아닙니다. 싱크로트론을 만들죠. 전자석을 이용해 자기장을 변화시키는 것이 가능해진 거예요. 전자석을 궤도에 덮어서 궤도를 고정시킬 수 있게 된 겁니다. 아까는 궤도가 변했고, 변한 곳에 다 자기장을 깔아야 해서 힘들었는데요. 궤도를 고정시키고 전자석으로 자기장만 변화시키면 된 거예요. 이러면서 에너지를 획기적으로 올릴 수 있게 됩니다.”

 

사이클로트론과 달리 싱크로트론에서는 입자의 궤도가 일정하게 유지된다. 현대의 입자 가속기는 기본적으로 거의 다 싱크로트론이다. 윤진희 교수의 강연 자료에서.

윤진희 교수님은 현대에 있는 거의 대부분의 원형 가속기는 싱크로트론과 기본적인 원리가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가속기의 작동 방식의 변화에 대해서도 설명했는데요. 처음에는 정지된 과녁에 맞춰 때리던 방식이었다면 점차 양쪽에서 운동을 해 정면 충돌하는 방식으로 바뀌게 된 거죠. 왜일까요?

 

“이렇게 되면 에너지가 4배 이상이 됩니다. 운동 에너지가 속도의 제곱에 비례하고, 실제로는 상대론적 효과까지 들어가서 4배보다 더 높은 에너지의 충돌 효과를 얻을 수가 있게 되죠. 하지만 이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기술이 더 발달해야 했습니다. 정지 과녁이 아니라 움직이는 것을 맞춰야 하니까요. 현재 미국의 RHIC이나 유럽의 LHC는 모두 ‘head-on collision’, 즉 두 개 트랙으로 돌려서 충돌시키는 방식입니다.”

 

한편 선형 가속기도 개발이 됐습니다. “전하를 가진 입자가 가속 운동을 하게 되면 방사능을 방출한다. 에너지를 잃는 것이다. 이러한 단점 때문에 선형 가속기를 만들었다. 물론 이 방사능을 이용한 연구도 진행을 한다. 포항 가속기의 경우가 그렇다.”라며 윤진희 교수님은 원형 가속기와 선형 가속기의 차이를 따져보았습니다.

 

“선형 가속기는 원형 가속기에 비해 발생하는 방사선이 적고요. 그만큼 에너지 손실이 적어서 보다 순수한 결과를 얻을 수가 있어요. 그러나 문제는 있습니다. 원형 가속기는 중간에 구멍이 있어서 안 좋은 것은 쓰레기처럼 버릴 수가 있는데요. 충돌이 항상 일어나지 않고, 스쳐 지나가는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에 충돌할 때까지 계속 돌릴 수 있죠. 반면 선형 가속기는 돌릴 수가 없잖아요. 그런 면에서는 원형 가속기의 장점이 있어요.”

 

곡선으로 가속 운동을 할 때 잃는 에너지는 질량이 적을수록 커집니다. 따라서 전자는 원형 가속기에 돌리면 에너지를 많이 잃겠죠. 전자보다 약 2,000배 무거운 양성자는 에너지 손실이 적기 때문에 원형 가속기에서 돌리기 좋습니다. 윤진희 교수님은 “대부분의 하드론 가속기, 양성자 가속기는 보통 원형으로 돌리고 전자 가속기는 선형으로 뽑는다.”라고 설명합니다.

 

원형 가속기의 단점을 극복한 선형 가속기. 사진은 스탠퍼드 대학교에 설치된 선형 가속기인 SLAC의 모습이다. 윤진희 교수의 강연 자료에서.

“현재 지구상에 있는 가장 큰 선형 가속기는 스탠퍼드 선형 가속기 연구소(SLAC)에 있는 가속기입니다. 3.2킬로미터 길이고요. 여기서는 50기가전자볼투(GeV) 정도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는 전자 질량의 100배에 해당하는 에너지예요. 굉장히 빨리 달리고 있는 거죠. 여기서 세 번에 걸친 노벨상을 받게 됩니다.”

 

한국의 가속기도 살펴보겠습니다. 윤진희 교수님은 앞서 잠깐 언급한 포항 방사선 가속기의 경우 “실질적으로 핵 입자의 구조를 연구하기보다 가속 과정에서 빠져나오는 비교적 낮은 에너지를 가지고 물질 쪽 연구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짓고 있는 한국형 중이온 가속기 ‘라온’을 소개합니다.

 

“라온은 순우리말로 즐겁다는 의미라고 해요. 대전에 짓고 있습니다. 핵이나 입자 쪽으로 이용할 수 있는 가속기이고요. 특징은 선형이라는 점이에요. ‘IF’와 ‘ISOL’, 두 부분으로 이뤄졌는데요. IF는 높은 에너지, ISOL은 낮은 에너지입니다. 궁극적으로 우리나라 물리학자들이 관심 있는 것은 여기서 새로운 원소를 찾아내는 거예요. 다른 나라에서도 원소를 발견하면 나라 이름을 붙였어요. ‘아메리슘(Am)’, ‘게르마늄(Ge)’, ‘프란슘(Fr)’, ‘니호늄(Nh)’ 등이 있는데요. 우리도 발견하면 좋겠죠.”

 

희귀 동위 원소를 만드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큰 원자핵을 작은 원자핵에 때리는 방법과 작은 원자핵을 큰 원자핵에 때리는 방법입니다. 한국형 중이온 가속기는 이 두 가지 방법을 복합시켜 ISOL에서 만들어진 희귀 동위 원소를 한 번 더 가속해 높은 에너지 부분인 IF에서 충돌시키는 구조입니다. “이 방법을 통해 아주 희귀한 동위 원소를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과연 가까운 미래에 이른바 ‘코리아늄’도 발견하게 될지 궁금해지는데요. 윤진희 교수님은 “새로운 원소를 찾는 이러한 작업은 우리 주변에는 없지만 우주 안에는 있을 이 희귀한 원소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어떤 작용을 통해 안정된 원소에 이르는지 등 원자의 기원이나 구조를 밝힐 수 있게 되는 일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입자 가속기를 통해 만들어 낼 수 있는 입자들과 그 활용 가능성들. 윤진희 교수 강연 자료에서.

 

한국형 중입자 가속기 라온 홍보 영상.

 

 

입자 물리학의 역사는 검출기의 역사!!

 

가속기를 통해 입자를 충돌시킨 결과는 검출기로 확인합니다. 이제 검출기의 흥미로운 역사를 살펴볼 차례입니다. 오스트리아 물리학자 마리에타 블라우(Marietta Blau)는 사진 검판을 여러 개 겹쳐두고 입자가 지나가면서 만든 궤적을 관찰했습니다. 1900년대 초반 ‘사진 유제(photographic emulsion)’ 기술이 개발되어서 파이온에서 뮤온이 붕괴되는 것을 발견했죠. 한편 당시 이보다 더 많이 사용된 방법은 ‘안개 상자’였습니다.

 

“영국 물리학자 찰스 윌슨(Charles Wilson)이 만든 것인데요. 만들기 쉬워요. 학생들이 실험실에서도 만들 수 있고요. 유튜브에도 방법이 많이 올라와 있습니다. 상자 안에 과포화된 수증기나 알코올 같은 기체를 넣어두면 전하를 가진 입자가 지나가면서 자국을 남기게 돼요. 아래 이미지는 실제로 안개 상자 안에 찍힌 궤적입니다. 이런 방법으로 양전자와 뮤온을 발견해서 또 노벨상을 탔는데요. 양전자는 궤적이 짧아요. 반물질에 속하거든요. 우리 주변에는 대부분 물질이 있으면 늘 그것에 반대되는 성질을 갖는 반물질이 있고요. 전자의 반물질에 해당하는 것이 양전자예요. 당시에는 양전자를 몰랐는데 이런 궤적이 발견된 거죠. 휘어진 정도를 보면 질량을 알 수 있거든요. 이 질량이 전자와 똑같았어요. 그런데 전자는 오른쪽으로 휘는데 이 궤적은 왼쪽으로 휜 거죠. 그래서 이것을 양의 전하를 가진 전하, 즉 양전자라고 부르게 됐습니다.”

 

윤진희 교수 강연 자료에서.

 

 

How to make your own cloud chamber

US / LHC communicator Sarah Charley explains how to make a cloud chamber (Video: Sarah Charley/US-LHC) Cosmic rays are high-energy subatomic particles that constantly bombard the Earth from outer space. Thousands of these particles pass through our planet,

home.cern

▲ CERN에서 제작한 안개 상자 DIY 동영상.

 

안개 상자를 더 발전시킨 형태의 거품 상자는 기체 매질을 사용한 안개 상자와 달리 액체 매질을 사용합니다. 안개 상자와 마찬가지로 하전 입자가 지나갈 때 궤적이 남는 원리인데요. CERN에는 지금도 과거에 사용했던 거품 상자가 남아 있습니다. 윤진희 교수님은 “퇴물이 된 거품 상자를 야외에 전시해 두었다. 언젠가 CERN을 방문하게 되면 꼭 찾아보시길 바란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CERN에서 1970년 초반에 사용된 대형 유럽 거품 상자(Big European Bubble Chamber, BEBC). 현재 CERN의 마이크로코숨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윤진희 교수의 강연 자료에서.

“거품 상자는 조금 더 명확한 궤적을 발견할 수 있거든요. 아래 이미지는 그것으로 발견한 람다(Λ) 입자의 궤적입니다. 궤적을 분석한 것이 오른쪽 이미지고요. 휘어진 정도를 통해 질량을 파악하고, 그리하여 이 입자가 어떤 입자인지 분석합니다. 양성자가 중성미자를 만나 D 메손(D meson)이 되고, 이것이 파이온(π)과 케이온(K)으로 나뉘고, 다시 시그마(∑)라는 하드론을 만들고, 이것이 π⁺와 π⁻로 갈리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거예요. 이렇게 시그마 입자를 발견하게 되죠.”

 

람다 입자의 궤적. 윤진희 교수의 강연 자료에서.

1960년대까지 거품 상자는 가장 활발하게 검출기로 사용돼 중요한 입자 물리의 발견을 가져다줍니다. 윤진희 교수님은 “당시 이러한 검출기의 발견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입자 물리학 지식이 생산되기 시작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리고 기술은 계속 발전합니다. 현재는 ‘실리콘 픽셀 검출기’가 개발되고 있는데요. “필름을 사용하던 아날로그 카메라 시대에서 반도체 센서를 사용하는 디지털 카메라 시대로의 변화”로 봐도 좋겠습니다.

 

“지금의 검출기는 디지털 카메라를 엄청나게 많이 갖다 둔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그래서 값이 엄청 비싸죠. 전체를 다 디지털 카메라로 깔면 궤적을 다 발견할 수 있고, 좋겠지만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현재는 내부에 6∼7겹 정도만 깔아두고 있어요. 원리는 같습니다. 하전 입자가 지나가면 주변을 이온화시키고요. 그러면 전자들이 끌려와서 뭔가 발생했다는 걸 알리죠. 그것을 보는 건데요. 센티미터당 13만 개 픽셀이 들어갑니다. 또 제곱센티미터당 100메가헤르츠의 개수만큼 측정할 수 있어요. 그 정도의 정확도로 측정을 하는 거예요. 아주 빨리 찍는 디지털 카메라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요즘은 거의 대부분의 검출기 안쪽에 이것을 장착해 두고 있어요. 따라서 지금은 이 칩을 개발하는 것이 검출기 기술의 주요 관심사예요. 원하는 속도와 원하는 정확도를 갖고 아주 가느다란 픽셀을 갖는 검출기를 개발하고 있죠.”

 

반도체 검출기. 윤진희 교수의 강연 자료에서.

그밖에도 입자를 알아내기 위해 입자가 지나가면서 남기는 에너지를 측정하는 방식의 검출기도 개발되어 있습니다. 전자-열량계(E-Cal)와 하드론-열량계(H-Cal) 등 관찰하려는 입자에 따라 사용하는 열량계가 그것입니다. 또한 “하나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여러 개의 검출기를 복합적으로 놓아 하나의 거대한 검출기를 만든다.”라고 설명하며 윤진희 교수님은 ALICE 검출기의 모형도를 보여 주었습니다.

 

ALICE 검출기의 내부 구조. 윤진희 교수의 강연 자료에서.

“충돌 빔이 있는 중심에서 3센티미터 되는 거리부터 6겹이 있어요. 지금은 7겹으로 늘리는 업그레이드가 진행 중인데요. 가운데 ITS(Inner Tracking System, 신형 내부 궤적 장치)라고 실리콘 반도체 트래커가 있고요. 주변에 TPC처럼 여러 기체를 채워 넣은 검출기가 있습니다. 그 다음에 EMCAL, DCAL 같은 열량계를 쭉 두었고요. 이런 식으로 크고 작은 검출기 18개를 넣었어요. 크기를 보세요. 모형도 옆에 사람이 보이세요? 이 정도로 검출기가 엄청나게 큽니다. ALICE는 약 56미터 지하에 있어요. 이 큰 검출기를 그 지하에 내려놓는 작업도 엄청나죠. 게다가 검출기가 워낙 예민하기 때문에 아주 천천히 내려야 하거든요. 내려놓는 데만 하루가 꼬박 걸리기도 해요.”

 

강의하는 윤진희 교수. ⓒ (주)사이언스북스.

 

(2편에서 계속)


윤진희 

인하 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국가 과학 기술 심의회 전문 위원, 한국 과학 기술 기획 평가원 청년 옴부즈맨 위원장, 세계 물리 연맹 여성 위원회 아시아 대표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 ALICE 실험 그룹 대표로, 4년째 연구팀을 이끌며 ALICE 실험에 참여하고 있다.

 


 

「물리 어벤져스 2019 시즌2」 
2강 "물리학자의 리더십: J. J. 톰슨, 오펜하이머, 그리고 LIGO?"

 

「물리 어벤져스 2019 시즌2」 2강 "물리학자의 리더십: J. J. 톰슨, 오펜하이머, 그리고 LIGO"가 11월 29일 금요일 저녁 7시 30분에 ‘강남출판문화센터 지하 2층 이벤트홀’에서 진행됩니다.

 

[강연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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