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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강 금속이 액체라면? 임혜인 숙명여대 교수 1편 본문

완결된 연재/(完) 물리 어벤져스 2019 스케치

3강 금속이 액체라면? 임혜인 숙명여대 교수 1편

Editor! 2019. 10. 11. 10:44

한국 물리학회 교육 위원회가 주관하고 (주)사이언스북스가 후원하는 「물리 어벤져스 2019」 세 번째 강연의 주인공은 숙명 여자 대학교 임혜인 교수님이었습니다. 지난 8월 30일(금)에 진행된 강연에서 임혜인 교수님은 “금속이 액체라면: 재료 혁명의 시대”라는 제목으로 비정질 금속의 물리학에 대해 강연해 주셨습니다. 여러 산업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는 놀라운 성질을 가진 흥미진진한 새로운 재료들, 비정질 금속의 역사와 특징에 대해 알게 된 자리였습니다. 현장 스케치 기사는 프리랜서 라이터 신연선 작가가 수고해 줬습니다. 모두 2편입니다.


 

물리 어벤져스 2019

3강 금속이 액체라면? 임혜인 숙명여대 교수 1편

 

 

강의 중인 임헤인 교수. ⓒ (주)사이언스북스.

고대 그리스 신화를 정리한 헤시오도스는 인류의 역사를 다섯 시대로 나눈 바 있습니다. 금의 시대, 은의 시대, 청동의 시대, 영웅의 시대, 철의 시대. 문명의 발전과 도덕성의 타락을 인류가 사용해 온 ‘재료’에 비유한 것이지요. 그렇다면 지금은 어떤 시대일까요? 반도체의 시대? 플라스틱의 시대? 초합금의 시대? 재료 공학자들은 ‘비정질 금속’의 시대라고 답할지도 모릅니다.

 

임혜인 숙명여자대학교 응용 물리학과 교수님은 한국 물리학회, 한국 자기학회, 대한 금속 재료학회 등에서 활동하며 재료 과학, 재료 물리학, 응집 물리학 실험 분야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공과 대학에서 오랫동안 비정질 금속을 이용한 복합 재료를 연구하셨는데요. 지난 8월 30일(금), 「물리어벤져스 2019」 세 번째 강연자로 선 임혜인 교수님은 “금속이 액체라면: 재료 혁명의 시대”라는 제목으로 비정질 금속이 언제, 어떻게 발견되었는지, 비정질 금속은 어떤 성질을 가지고 있는지, 각종 산업 분야에서 비정질 금속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를 개괄해 주셨습니다. 대중 강연이 처음이라고 하시면서도 실용적인 물리의 세계에 대해 흥미로운 강연을 진행한 임혜인 교수님은 먼저 “재료 공학은 산업화 등 실용적인 부분에 있어 많은 공헌을 할 수 있는 분야다. 스스로도 보람 있게 생각하고 있다. 많은 학생들이 함께 연구하기를 바란다.”라는 말로 강연을 시작했습니다.

 

 

재료들, 그리고 비정질 금속

 

재료 공학에서는 기본적으로 재료를 금속(Metals), 세라믹(Ceramics), 고분자(Polymers), 반도체(Semiconductors), 복합 재료(Composites)로 구분합니다. 임혜인 교수님은 “학과 이름을 생각해 보자. 금속 공학과, 세라믹 공학과, 화학 공학과 등 각 학과에서 다루는 재료 이름을 학과명에 보여 주는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는데요. 그렇다면 각 재료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재료 공학에서는 재료를 금속, 세라믹, 고분자, 반도체, 복합 재료, 다섯 가지로 나눈다. 임혜인 교수 강연 자료에서.

임혜인 교수님은 가장 먼저 금속을 살펴보았습니다. 금속은 “강도, 연성, 열전도도, 전기 전도도가 좋은 재료”라고 설명하며 이 재료가 어떤 산업에서 활용되고 있는지 소개했습니다.

 

“크게 보면 철강과 비철 재료로 나눌 수 있습니다. 특히 포스코와 현대제철처럼 철강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산업이 있죠. 그 외에 타이타늄, 마그네슘, 니켈-타이타늄 합금 등이 여러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니켈-타이타늄 합금은 ‘나이티놀(Nitinol)’이라고 불리며, 흔히 치아 교정의 재료로 활용이 됩니다.”

 

크게 철과 비철 재료로 나뉘는 금속은 강도, 연성, 열전도도, 전기 전도도가 좋아 현대 문명의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임혜인 교수 강연 자료에서.

한편 세라믹은 금속과 성질이 많이 다릅니다. 금속과 비금속의 합성으로, 전기 전도가 되지 않는 ‘절연체’이며 ‘취성(脆性, brittle)’을 가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무엇보다 “세라믹의 가장 큰 장점은 고온에 잘 견디는 재료라는 것”이 임혜인 교수님의 설명이었습니다.

 

“전에는 금속으로 칼을 만들었는데 요즘 세라믹으로 칼을 만들기도 합니다. 사용해 보니 좋더라고요. (웃음) 그밖에 전자 패키징을 만든다든지 항공용 터빈 엔진을 만들 때도 세라믹을 사용합니다.”

 

세라믹은 도자기의 형태로 오래전부터 인류가 사용해 오던 재료다. 최근에는 첨단 재료로서 여러 산업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임혜인 교수 강연 자료에서.

이제 고분자를 보겠습니다. 고분자, 조금 낯선 단어인데요. 사실 고분자는 우리 생활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재료이기도 합니다. 바로 플라스틱이죠. 임혜인 교수님은 “플라스틱만이 고분자는 아니지만 아주 대표적인 것이 플라스틱”이라며 고분자는 고무, 접착제 등에 사용되는 재료라고 설명했습니다.

 

“고분자의 경우 강도와 밀도가 낮습니다. 화합물도 많고, 엄청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어서 늘 고분자 연구하시는 분들을 보면서 존경스럽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웃음) 현재는 갈수록 고분자 응용 분야가 확대되어 가고 있어요. 3D 프린팅 잉크로 많이 사용되는 것이기도 하고요. 전자 부품으로도 많이 사용됩니다. 자동차에도 들어가는 부분이 굉장히 많고요. 화장품에도 고분자가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고분자 재료의 대표가 플라스틱이다. 현대 문명의 일상 생활은 이 고분자 재료 없이는 성립하지 못할 것이다. 임혜인 교수 강연 자료에서.

 

복합 재료는 두 종류 이상의 물질이 결합한 것으로 원래 재료보다 우수한 성능을 가진 게 많다. 밀집 벽돌, 콘크리트, 탄소 섬유 강화 고분자 같은 게 좋은 예다. 임혜인 교수 강연 자료에서.

임혜인 교수님은 이어 반도체의 부러지기 쉬운 성질과 앞서 설명한 재료들을 두 종류 이상 결합해 각 재료의 강점을 강화한 복합 재료의 다양한 쓰임 등을 간단히 설명하고 교수님의 연구 분야이자 “새로운 타입의 금속”인 ‘비정질 금속’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했습니다.

 

“액체 상태에서 냉각을 시키면 대부분은 결정(crystal) 상태로 원자가 배열을 합니다. 그런데 조건을 달리 해서 냉각을 시키면 상당히 다른 배열을 보이죠. 원자들이 꽤 무질서해요. 이런 상태를 비정질(amorphous)이라고 부릅니다. 과연 어떤 조건을 주면 이렇게 무질서하게 될까요? 방법은 급랭을 하는 겁니다. 아주 빨리 냉각을 시켜 원자가 자리를 찾아갈 시간을 안 주는 거예요. ‘frozen liquid’라고도 많이 표현을 하는데요. 액체가 얼어 버린 거죠. 비정질 금속은 구조가 액체와 상당히 유사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새로운 타입의 금속인 비정질 금속은 현재 재료 공학에서 혁신적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임혜인 교수 강연 자료에서.

위 이미지 오른쪽에 이러한 비정질 금속의 성질을 이해할 수 있는 표가 있습니다. 참고로 “한국 용어로는 비정질 금속이라고 통일이 되었는데요. 영어로는 ‘amorphous’라는 용어 대신 ‘glass’라는 용어가 학술적인 부분에서 많이 쓰입니다.”라는 임혜인 교수님의 설명을 기억하며 보시죠. 온도를 나타내는 가로축에 ‘Tm’이라고 표기된 것이 녹는점(Melting Point)입니다. 액체 상태가 녹는점을 지나면서 볼륨이 급격히 줄어드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그에 비해 비정질 금속이 형성되는 과정에 해당하는(점선) 부분은 기울기가 완만한 것이 확인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비정질 금속의 발견은 1960년대에 시작되었습니다. 

 

 

수많은 실패와 도전으로 만들어진, 비정질 금속

 

“비정질 금속을 처음 발견한 것은 우연이었어요. 실리콘과 금을 섞어서 우연히 처음 만들게 된 겁니다. 캘리포니아 공과 대학 폴 듀에즈(Pol Duwez)라는 교수님이 1960년에 발견을 했고요. 보여 드리는 논문 내용은 실리콘과 금을 섞어서 빠르게 냉각시켰더니 우리가 알고 있는 결정의 패턴과 다르다는 내용을 다룬 것입니다. 이것을 비정질 금속이라고 발표한 것이죠.”

 

비정질 금속을 처음 발견한 폴 듀에즈 교수의 논문. 임혜인 교수 강연 자료에서.

이후 20년간 비정질 금속에 대한 연구는 매우 활발하게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연구자들이 서서히 빠져나갔다.”라고 설명한 임혜인 교수님은 “필름 형태로만 만들 수 있다는 한계 때문에 응용 분야가 제한적이었기 때문이었다.”라고 부연했습니다. 이어 다시 비정질 금속 연구에 활기를 띠게 된 1993년을 소개합니다.

 

“1993년에 처음으로 급랭을 하지 않아도 비정질 구조를 갖는 금속을 만들 수 있다는 연구가 발표되었어요. 위 이미지는 비정질 금속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만든 표인데요. 1960년에 금과 실리콘을 기본으로 한 비정질 금속이 개발되었고요. 1990년을 기점으로, 그 이후에 개발된 것들은 상당히 큰 사이즈의 재료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보시면 비정질 금속의 조성도 대부분 이해하실 수가 있을 거예요. 거의 대부분의 금속으로 비정질 금속을 만들 수 있다는 겁니다. 웬만한 금속들은 다 비정질 재료를 만들 수 있습니다.”

 

비정질 금속의 역사를 보여 주는 그래프. 임혜인 교수 강연 자료에서.

과거 필름 형태로만 만들 수 있어 실용성이 떨어졌던 단점을 1993년에 들어서며 극복하게 된 것입니다. 얇은 형태는 물론이고 1센티미터가 넘는 두꺼운 형태로도 비정질 금속을 만들 수 있게 되었죠. 임혜인 교수님은 “앞으로 응용 분야가 크게 많아질 것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시작”이었다고 당시를 설명했습니다. 바로 ‘BMG(Bulk Metallic Glasses)’였습니다.

 

다양한 비정질 금속들의 조성. 수많은 재료 공학자들의 ‘노가다’가 없었다면 알아낼 수 없었던 지식이다. 임혜인 교수 강연 자료에서.

“위 자료는 앞서 그래프로 보여 드린 것보다 훨씬 구체적인 자료인데요. 지르코늄(Zirconium), 팔라듐(Pd), 니켈(Nickel), 백금(Pt) 등 실제로 저희 그룹에서 개발한 비정질 금속의 조성을 보여 주는 자료입니다. 사실 재료 연구하는 사람들은 ‘노가다’(웃음)라고 표현을 합니다. 우선 금속을 자르고, 녹이고, 원하는 여러 특성을 측정해야 하는데요. 보람은 있어요. 이 표의 13번부터 18번까지는 제가 개발한 것이거든요. 이렇게 5∼6개의 좋은 특성을 갖는 조성을 개발하기까지 수많은 조성을 시도해요. 아주 많은 실패를 하고요. 그러다 비정질 금속이 나오면 정말 보람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학부 학생들에게 실험실 인턴을 해 보라고 꼭 권유하곤 합니다. 특히 여성 과학자들이 적은데 이 분야에 가능성이 정말 많아요.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인턴을 하면서 실험에 매력을 느껴 대학원에 진학하기도 하고, 이 분야에 끝까지 남아 취업을 하기도 합니다.”

 

강의하는 임혜인 교수. ⓒ (주)사이언스북스.

 

 

(2편에서 계속)


임혜인

숙명 여자 대학교를 졸업하고, 캘리포니아 공과 대학에서 재료 과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숙명 여자 대학교 응용 물리 전공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물리 어벤져스 2019 시즌2」
1강 "킬로그램의 정의가 바뀌었다고? 왜? 어떻게?"

 

「물리 어벤져스 2019 시즌2」 1강 "킬로그램의 정의가 바뀌었다고? 왜? 어떻게?"가 10월 24일 목요일 저녁 6시 30분에 ‘광주 광역시 김대중 컨벤션 센터 214호’에서 진행됩니다.

 

[강연 신청]

 

※ 이 강연은 한국 물리학회 2019년 가을 학회 대중 강연 프로그램으로 진행됩니다. 가을 학회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국물리학회

 

www.kp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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