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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강 이상한 나라의 ALICE: 윤진희 인하대 교수 2편 본문

완결된 연재/(完) 물리 어벤져스 2019 스케치

4강 이상한 나라의 ALICE: 윤진희 인하대 교수 2편

Editor! 2019. 11. 5. 10:30

한국 물리학회 교육 위원회가 주관하고 (주)사이언스북스가 후원하는 「물리 어벤져스 2019」 네 번째 강연의 주인공은 인하 대학교 윤진희 교수님이었습니다. 지난 9월 27일(금)에 진행된 강연에서 윤진희 교수님은 “이상한 나라의 ALICE: 원자핵에서 울리는 우주의 속삭임”이라는 제목으로 더 작은 입자를 찾아 우주의 탄생 순간을 탐색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입자물리의 세계에 관해 강연해 주셨습니다. 가속기의 역사부터 입자물리의 현재, ALICE에서 밝혀낼 ‘QGP’란 무엇인지 들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물리학자들의 강연 「물리 어벤져스 2019」, 시즌 1의 마지막 순서입니다. 스케치 기사는 신연선 작가가 정리해 줬습니다.


 

물리 어벤져스 2019 4강

이상한 나라의 ALICE: 윤진희 인하대 교수 2편

 

 

 

강의하는 윤진희 교수. ⓒ (주)사이언스북스.

 

 

입자 물리학의 주기율표, 표준 모형

 

지금까지 가속기와 검출기의 역사를 살펴보았습니다. 축적되는 지식과 발전하는 기술로 열리는 비밀의 세계를 지켜보는 마음이 두근거릴 정도의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이를 통해 지금까지 우리가 알게 된 것들은 무엇일까요? 윤진희 교수님은 먼저 멘델레예프가 만든 주기율표를 보여 주었습니다.

 

“연금술 때문에 원소를 많이 알게 됐죠. 알게 된 원소가 많아지니 외우기 어려우니까 학급을 나눴어요. (웃음) 비슷한 성질을 갖는 원소들을 묶었고요. 묶은 것들을 다시 무거운 순서대로 줄 세우는 거죠. 그것이 주기율표입니다. 해놓고 보니 아주 잘 들어맞아요. 아래 이미지에 초록색으로 표시된 칸은 멘델레예프가 예측한 원소입니다. 이 정도 질량에, 이런 성질을 갖는 원소가 있을 거라 예측했고, 이내 그걸 찾았죠.”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 노란색으로 표시된 원소들은 멘델레예프 시대에 알려져 있던 원소들이고, 초록색은 멘델레예프가 예언한 원소들이다. 윤진희 교수의 강연 자료에서.

당시 사람들은 이 원소가 기본 입자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니었죠. 주기율표의 규칙성을 봤을 때 그것은 하부 구조가 있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그리고 원자핵을 발견합니다.

 

“어니스트 러더퍼드(Ernest Rutherford)가 원자핵을 발견했어요. 원자핵은 원자 전체 질량의 99.99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크기를 보면 커다란 경기장 가운데 있는 탁구공 정도밖에 안 돼요. 사실 여러분 몸은 다 비어 있는 것이죠. 다만 상호 작용이 아주 강하기 때문에 이것이 빛도 통과하지 못하게 하고, 다른 물질도 뚫고 지나가지 못하게 하는 거예요.”

 

이렇게 작고, 엄청나게 무거운 원자핵을 발견한 후 원자핵 안에 양성자와 중성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주기율표도 모두 설명이 됐습니다. 하지만 이게 끝일 리 없습니다. 윤진희 교수님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전자, 양성자, 중성자가 전부라고 생각했지만 가속기를 이용해 다양한 입자를 찾아냈다.”라고 말했습니다.

 

“새로 찾아낸 입자들 역시 멘델레예프가 했듯 종류별로 묶었습니다. 아래 이미지는 그 입자를 묶어 표현한 것인데요. ‘바리온(baryon)’이라는 애들과 ‘메손(meson)’이라는 애들을 성질에 따라 나눴고요. 전하량과 기묘도로 줄을 세우니까 신기하게 이런 육각형 모양이 나왔어요. 이걸 ‘옥텟(octet)’이라고 부릅니다.”

 

바리온과 메손의 옥텟. 윤진희 교수의 강연 자료에서.

분류가 가능하다는 것은 “이 입자들도 더 이상 기본 입자가 아닐 것”임을 말해 주는 증거일 수 있죠. 과학자들은 입자들을 더 충돌시켜 봅니다. 그리고 원자핵의 양성자나 중성자의 구성 요소이자 기본 입자인 ‘쿼크’를 찾아냅니다.

 

“예를 들어 ‘d’라는 쿼크 세 개로 이루어지면(ddd) ‘Δ⁻’예요. 여기서 마지막 ‘d’를 업(u) 쿼크로 치환하면(ddu) ‘Δ⁰’가 됩니다. 이런 식으로 하다 보면 두 가지 종류로는 불가능하니 종류 하나가 더 나와야 해요. 스트레인지(s) 쿼크가 추가되는 거죠. 스트레인지 쿼크는 두 개 있을 수도 있고요(ssd 또는 ssu). 세 개 있을 수도 있습니다(sss). 머리 겔만(Murray Gell-Mann)이 이 이론을 내세우면서 세 개도 있을 수 있다고 예측을 했고요. 1960년대 후반에 발견이 됐습니다.”

 

옥텟을 이용해 미발견 쿼크의 존재를 예측할 수 있다. 윤진희 교수의 강연 자료에서.

이로써 쿼크 두 개로 이루어진 메손 그룹과 쿼크 세 개로 이루어진 바리온 그룹으로 입자를 분류하게 되었습니다. 한편 원자를 원자핵과 전자로 붙어 있도록 하는 상호 작용은 ‘전자기 상호 작용’인데요. 그렇다면 중성자와 양성자를 붙어 있도록 하는 상호 작용은 무엇일까요. 윤진희 교수님이 소개하는 ‘강력’에 대해 들어보겠습니다.

 

“예전에는 ‘핵력’이라고 불렀는데요. 이후 ‘약력’도 발견되었고요. 핵력보다는 더 근본적인 이름인 ‘강력’이라고 이름 붙였어요. 강력은 양성자와 중성자 사이에서도 작용하지만 더 정확히는 쿼크 안에서 작용하는 힘입니다. 강력에 대한 연구를 QCD(양자 색역학)라고 부르는데요. 우리는 전자기 상호 작용은 아주 잘 알고 있어요. 전자 하나를 떼어내서 전자 하나와 상호 작용시켜 보고, 힘을 측정하고, 두 개도 만들어 보는 등 조작할 수가 있거든요. 변인을 바꿔 가며 실험할 수 있고, 이것이 거리 제곱에 반비례하고 전하의 곱에 비례한다는 쿨롱의 법칙을 아주 정확하게 측정할 수가 있어요. 그런데 강력은 사실 잘 몰라요. 쿼크를 따로 떼어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상호 작용이 너무 강하니까요. 쿼크를 떼어놓으려고 하면 떼어지는 게 아니라 다른 쿼크가 되거든요.”

 

강력이 전자기력과 다른 점은 또 있습니다. 전자기력은 양전하와 음전하, 두 종류의 전하로 상호 작용을 하는데요. 강력은 작용하는 힘이 세 종류입니다. 윤진희 교수님은 이를 빛의 삼원색(빨강, 초록, 파랑)을 빗대 RGB로 표현한다고 말했습니다.

 

“재미있는 건 강력으로 존재하는 세상이 안정되기 위해서는 이 세 가지 힘이 합쳐져서 ‘무색’이 되어야 하는 거예요. 그래서 바리온 그룹은 RGB가 합쳐져야 하는 거고요. 메손 그룹은 입자와 반입자, 즉 Green을 갖고 있으면 Antigreen을 갖고 있어서 무색이 되는 거예요. 항상 그렇게 존재할 수밖에 없고요. 계산을 통한 양적인 성질보다는 이러한 질적인 성질에 대해서만 잘 알고 있습니다.”

 

강력은 양전하와 음전하 두 종류의 전하로 설명되는 전자기력과 달리 세 가지 전하(빨강, 초록, 파랑)를 가지고 설명된다. 윤진희 교수의 강연 자료에서.

‘표준 모형(Standard Model)’은 이러한 발견을 기반으로 완성한 “기본 입자들의 주기율표”입니다. 입자는 ‘쿼크’와 ‘렙톤’으로 구성되며, 이들 사이에 상호 작용을 매개하는 네 개의 입자(게이지 보손(gauge boson)이라고 한다.)가 있습니다. 또한 이 입자들에 질량을 제공하는 입자인 힉스 보손(Higgs boson)이 있죠.

 

현대 입자 물리학이 찾아낸 입자 물리학의 주기율표인 표준 모형. 윤진희 교수의 강연 자료에서.

“힉스 입자는 2012년에 발견이 됐고요. 2013년에 노벨상을 탔어요. 아래 이미지는 CERN에 공식적으로 있는 힉스 메커니즘을 표현한 그림입니다. 1번처럼 물리학자들이 그냥 있다가 2번처럼 아인슈타인이 딱 나타나면 3번이 되는 거예요. (웃음) 아인슈타인 주위로 우르르 몰려오는 거죠. 이렇게 질량을 형성하게 된다는 설명입니다. 힉스를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에요.”

 

힉스 장에서 질량이 부여되는 힉스 메커니즘을 설명한 그림. 윤진희 교수의 강연 자료에서.

 

 

 

인류 지식의 지평을 넓혀 줄 새로운 LHC의 새로운 연구들

 

세계의 물리학자들이 더 작은 입자, 모든 입자들의 기본이 되는 입자를 찾아내고 그로 인해 우주 생성 초기에 존재했던 물질을 발견하고자 애쓰는 곳. 윤진희 교수님은 마지막 순서로 LHC를 소개했습니다.

 

“LHC는 반경 27킬로미터의 원형 가속기이고요. 스위스령 제네바에 있습니다. 그런데 원의 위쪽에 보시면 하얀 점선이 있죠? 이게 뭘까요? 국경입니다. 스위스와 프랑스의 국경이에요. CERN 본부 안에 국경이 지나가거든요. 여기에 있으면 국경을 넘나들기 때문에 우리나라 외교부에서 5개의 문자를 받습니다. (웃음) 뒤로 보이는 산맥은 알프스 몽블랑이고요.”

 

강의하는 윤진희 교수. ⓒ (주)사이언스북스.

LHC에는 윤진희 교수님이 참여하고 있는 ALICE, 그리고 ATLAS와 CMS, LHCb 등 네 개의 검출기가 있습니다. “ATLAS와 CMS는 주로 입자 관련 연구 중이다. LHCb에서는 암흑물질을 연구하고 있다.”라는 윤진희 교수님은 “올해와 내년까지 업그레이드를 위한 휴지기라 방문하면 지하 시설까지 가 볼 수 있다.”라고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현재 가동 중인 세계 최대 충돌기형 입자 가속기인 LHC. 윤진희 교수의 강연 자료에서.

“아래 이미지는 ALICE 검출기입니다. 사람이 보이시죠. 검출기 크기를 알 수 있어요. 여기 빨간 부분이 자석이거든요. 세계에서 제일 큰 자석이라고 해요. 이 장면은 검출기를 설치할 때 모습이고요. 이 안에 ITS, 실리콘 검출기가 들어갈 건데요. 한국은 이 실리콘 검출기 업그레이드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LHC의 검출기 중 하나인 ALICE 검출기. 윤진희 교수의 강연 자료에서.

이제 ALICE 검출기에서 실험하는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LHC에서는 1년에 11개월은 양성자-양성자 충돌 실험을, 나머지 1개월은 납-납 충돌 실험을 수행합니다. 납-납 충돌 실험을 ALICE 검출기가 관찰하죠. 윤진희 교수님은 “납과 납을 충돌시키면 QGP(Quark–gluon plasma)가 형성된다고 이론적으로 말한다. 격자 게이지 이론(Lattice gauge theory)에서 예측한 것이다. ALICE 실험은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만든 장치다.”라며 “QGP는 어느 정도 확인이 됐다.”라고 설명했습니다.

 

“QGP가 아주 뜨거운 상태에서 만들어지고, 점점 식으면서 하드론 가스가 만들어져요. 여기서 더 식으면 하드론이 튀어나오게 되는 거죠. 실제로는 하드론을 측정합니다. 짧은 시간밖에 못 살거든요. 이때 입자들이 만들어졌는지 측정을 하고요. 만들어졌을 때와 안 만들어졌을 때를 비교해 보는 겁니다. 이 실험은 특정한 무엇을 측정하는 게 아니라 마치 코끼리의 다리도 만져 보고, 꼬리도 만져 보고, 몸통도 만져 봐서 종합해서 이해하는 것처럼 유추하는 작업이에요.”

 

검출기의 데이터를 통해 자연의 신비를 탐색하는 것은 장님들 코끼리 만지기처럼 불완전한 유추일지도 모른다. 아래 이미지는 입자 충돌 메커니즘을 상세히 그린 것이다. 윤진희 교수의 강연 자료에서.

그런데 앞서 납-납 충돌 실험을 1년에 한 달 정도 진행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 이유에 대해 윤진희 교수님은 “납과 납을 충돌시키면 궤적이 아주 많이 나온다. 한 달만 충돌시켜도 데이터가 엄청나게 쌓이는 거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주로 양성자-양성자 충돌 실험에서 나타나는 현상과 납-납 충돌 실험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비교해 아주 짧은 시간, 아주 작은 공간에서 생성되는 QGP의 성질을 통해 우주 초기에 어떠한 일이 벌어졌는지, 우주 초기의 입자들은 어떠한 상호 작용을 했는지 밝혀내고 있다.”는 것이죠. 

 

윤진희 교수가 이끄는 ALCE 연구진의 연구 목표. 윤진희 교수의 강연 자료에서.

우주 초기의 입자들을 정확하게 발견해내는 일, 이로 인해 우주의 현재와 미래를 보다 정확하게 알게 되는 일. 다시 한번 놀라운 발견을 기대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윤진희 교수님은 CERN이 웹에 공개한 미션을 소개했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문구인 “forefront of human knowledge”와 “push the frontiers of science and technology”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결국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은 우리 인류의 지식의 지평을 넓히기 위함이고요. 여러분의 지식의 지평이 오늘 저와 함께한 이 시간을 통해 조금이나마 넓어졌기를 기대합니다.”

 

질의응답 중인 윤진희 교수와 홍석철 교수. ⓒ (주)사이언스북스.

 

 

 

질의응답

 

거품 상자와 안개 상자의 차이점과 각각의 작동 원리를 설명해 주세요.

작동 원리는 똑같고, 안에 채우는 물질이 다르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초기 단계에서는 수증기, 알코올 등을 채워 넣었고요. 이것이 안개 상자예요. 다음 단계에 예민한, 우리가 발견하고자 하는 물질과 반응할 확률이 높은 액체들로 채워 넣은 것이 거품 상자입니다. 하전 입자가 에너지가 크니까 지나가면서 상자 안의 기체나 액체 입자와 부딪히게 될 텐데요. 그러면서 입자들을 이온화시키고, 빛이 발생해서 그것을 우리가 보게 되는 거예요. 실제로 눈으로도 볼 수 있고요. 더 정확하게는 사진을 계속 찍어서 빛의 궤적이나 시간 등을 알아낼 수 있습니다.

 

빅뱅 후, 다른 물질 형태가 아닌 QGP(Quark–gluon plasma)라는 형태의 물질이 빚어진 순서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뭔가요?

‘강력’은 이론적으로 계산하는 데 한계가 있어요. 잘 모르거든요. 이것을 그나마 해결해준 것이 ‘격자 게이지 이론(Lattice gauge theory)’이에요. 그것을 이용해 컴퓨터를 엄청나게 돌려봤더니 높은 온도, 높은 밀도에서는 QGP라는 게 나오는 거죠. 원래 쿼크는 따로 나올 수 없지만 사실 초기에는 얘네들이 만들어지면서 따로 있을 수 있었을 거잖아요. 따라서 그런 상태가 만들어진다 하는 게 이론적으로 예측이 됐고요. 이론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가속기를 만들어서 그 상태를 재현하고자 하는 겁니다.

 

입자 가속기를 돌려도 충돌이 자주 일어나는 게 아니라면 결괏값에서 노이즈와 충돌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나요? 충돌이 일어난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특징이 있나요? 

노이즈는 항상 있어요. 그래서 데이터가 많이 필요한 거예요. 노이즈는 일반적으로 퍼져요. 그렇지만 이것이 진짜 시그널이라면 계속 같은 데서 생기겠죠. 여러 개의 데이터를 모으다보면 노이즈는 빠지고 시그널만 분명하게 보입니다. 통계적으로 노이즈를 없애는 데 쓰이는 것들도 있고요.

 

궤적이 끝나는 지점에서는 무슨 일이 생기는 건가요?

붕괴되어서 다른 것이 나올 수도 있어요. 가령 중성입자 같은 것은 이온화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궤적이 끝나버리거든요. 그러나 전하는 없어지지 않으니까 그러면 새로운 게 나올 수도 있어요. 보통 붕괴를 하면 더 작은 게 나오겠죠. 그런 것들은 워낙 에너지가 작아서 주변을 충분히 이온화시키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궤적이 끝나 버리는 경우도 있어요. 붕괴를 하면 갈라지잖아요. 만약 질량이 두 개로 나뉜 것이라고 하면 조금 더 가벼워지겠죠. 그러면서 에너지도 줄어들고, 궤적이 소멸되는 겁니다.

 

기존 CERN 시설로도 쿼크 아래 구조 연구를 위해 에너지 레벨을 계속 늘려 나갈 수 있나요?

아직까지 쿼크 아래 구조를 보고자 하지는 않습니다. 그것이 당면 목표는 아니에요. 쿼크는 거의 점입자로 생각하고 있고요. 따라서 쿼크의 아래 구조를 보기보다는 다른 상호 작용을 확인하거나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들을 연구하고 있어요. CERN의 LHCp에서 암흑 물질 연구를 한다고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도 모르고 있고요. 반물질도 찾아내야 할 거예요. 또 중성미자도 우리가 잘 모르거든요. 질량이 있다고는 하는데 정확하게 그 질량을 측정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새로운 입자를 찾고자 하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죠. 사실 더 높은 에너지의 가속기가 필요하긴 해요. 지금 시설로는 에너지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거든요. 현재는 양성자를 최대 14테라전자볼트(TeV)로 올리고 있는데요. 이것을 100테라전자볼트 정도로 올리는 계획이 있습니다. FCC라고, 지금의 LHC보다 5배가 더 큰 원형 가속기인데요. 이를 과학자들이 제안은 해놓은 상태입니다. 아직 승인되진 않았어요.

 

현재 거대 선형 가속기 건설 전망도 알려주세요.

지금 일본에서 ILC(International Linear Collider)라고 해서 국제 선형 가속기를 지으려고 하고 있고요. 중국도 제안해 놓은 게 있습니다. 다만 CERN 예산 규모가 거의 우리나라 정부 예산 규모와 비슷하거든요. 운용에 비용이 엄청나게 들어가는 거죠. 제 생각에 이런 것은 그냥 국제 협력으로 하고, 저희도 분담금을 내면서 시험에 참여하는 방향이 옳은 것 같아요.

 

가속기가 어떻게 운용되는지 궁금합니다.

거대 시설이라 몇 년 전부터 실험 계획이 수립돼요. 어느 기간 동안에는 양성자 빔을 어느 정도 에너지로 돌린다, 어느 기간에는 납 이온을 돌린다 하는 식으로 계획이 다 세워져 있죠. 제가 1년에 두 번 CERN 회의를 참석하는데요. 전 세계에서 온 사람들이 모두 모여서 그런 계획을 논의하고요. 한 해의 계획이 약 1년 6개월 전에 결정됩니다. 그때 이미 우리의 참여 여부가 결정되어야 하고요. 또 각 실험에서 받은 데이터를 분석하는데요. 똑같은 데이터를 갖고도 집중하는 것이 다르죠. 각 그룹마다 주제가 다르고, 그 그룹 안에 소규모 그룹이 또 있어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는 거예요. 한국 팀은 현재 7개 대학이 참여하고 있어요.

가속기는 하드웨어 점검도 필요하겠죠. 저희의 경우 10년 전부터 ITS라고 내부 궤적 검출기를 업그레이드해 왔어요. 디자인 연구부터 성능 연구까지 진행했고요. 2∼3년 전부터는 실제로 칩을 제작해서 검사하는 과정을 거쳤어요. 이제 올해와 내년에 걸쳐 CERN에 가서 실제로 이것을 조립해서 검출기 안에 넣는 과정까지를 다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후 빔이 돌아가면 검출기가 제대로 동작하는지를 봐야 할 텐데요. 지하에는 내려갈 수 없으니까 지상에 있는 30개가 넘는 모니터를 하나씩 보면서 검출기 작동 상황을 모니터링합니다. 매우 조직적으로 연구자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가속기에도 불확정성의 원리가 적용이 될 텐데요. 이것이 측정 결과에도 영향을 주나요?

불확정성 원리가 미시 세계에는 적용이 되죠. 데이터를 많이 받는 것이 그래서 중요해요. 힉스도 그랬거든요. 처음에는 이것이 진짜 데이터인지 잘 몰라요. 오랫동안 받아 보니까 점점 뚜렷해지고, 이것이 확실하게 힉스 입자라는 사실이 밝혀진 거죠. 불확정성이 물론 존재하긴 하지만 저희가 굉장히 많은 데이터를 받음으로써 그런 것은 없어지게 됩니다.

 

지구 상공의 우주선과 충돌해서 발견된 입자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가속기에서 발견된 입자와 어떤 차이가 있나요?

가속기가 많이 발달되지 않았을 때는 우주선으로 많이 연구를 했어요. 그때는 우리가 입자들을 많이 알고 있지 않을 때이기도 해서요. 우리 주변에는 안정된 양성자나 중성자, 전자 같은 것들이 많고 뮤온이나 타우온은 거의 없거든요. 한편 우주는 거의 진공이니까 얘네들은 우주에서 큰 상호 작용 없이 남아 있어 발견되는 아이들인 거예요. 이것들이 대기권을 통과하고, 그 과정에서 방전을 시키고 공기를 이온화시키면서 발견됐는데요. 가령 뮤온은 굉장히 에너지가 높아서 지상까지 도달할 수 있었고, 덕분에 발견을 했던 거죠. 그러나 실험을 하려면 변인을 조절해 가면서 확실히 알 수 있는 건데 그것들은 우리가 조절할 수 없어요. 가속기는 우리가 원하는 에너지 표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실험하기는 훨씬 좋죠.

 

별 중심에서 핵융합이 일어날 때 철보다 무거운 원소가 잘 생성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보통 외부보다 에너지가 낮아야 결합이 되겠죠. 그렇지 않으면 금방 밖으로 빠져나갈 테니까요. 결합이 될 때, 질량을 다 합친 것보다 질량이 더 줄어들거든요. 그것을 ‘결합 에너지(binding energy)’라고 불러요. 결합 에너지가 가장 큰 게 철 종류입니다. 그래서 그쪽에 결합이 이루어지고 나면 더 이상 안 가는 거죠.

 

강의하는 윤진희 교수. ⓒ (주)사이언스북스.

 


윤진희 

인하 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국가 과학 기술 심의회 전문 위원, 한국 과학 기술 기획 평가원 청년 옴부즈맨 위원장, 세계 물리 연맹 여성 위원회 아시아 대표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 ALICE 실험 그룹 대표로, 4년째 연구팀을 이끌며 ALICE 실험에 참여하고 있다.

 


 

「물리 어벤져스 2019 시즌2」 
2강 "물리학자의 리더십: J. J. 톰슨, 오펜하이머, 그리고 LIGO?"

 

「물리 어벤져스 2019 시즌2」 2강 "물리학자의 리더십: J. J. 톰슨, 오펜하이머, 그리고 LIGO"가 11월 29일 금요일 저녁 7시 30분에 ‘강남출판문화센터 지하 2층 이벤트홀’에서 진행됩니다.

 

[강연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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