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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된 연재/(完) 김병수의 GMO 가이드

2. GMO를 쫒는 모험

Editor! 2020. 2. 17. 10:00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간사 및 시민과학센터 부소장을 역임했고, 『한국 생명 공학 논쟁』, 『시민의 과학』의 저자인 김병수 성공회대학교 교수님에게 앞으로 한국 사회를 달굴 유전자 변형 식품(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GMO) 이슈에 대해 들어 보는 ‘김병수의 GMO 가이드’ 두 번째 시간. 어느새 우리 곁에 다가온 GMO라는 존재를 확인했던 첫 번째 연재에 이어, 이번에는 우리 식탁에 GMO가 실제로 어떤 품종이 어떻게 올라오고 있는지 확인해 봅니다. 갈수록 다양화·복잡화되며 혼란과 불안을 키우고 있는 GMO 이슈에서, 김병수 교수님의 친절하고 명쾌한 설명은 우리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시야를 길러 주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지금 바로 함께하세요!


김병수의 GMO 가이드
2. GMO를 쫒는 모험 - GMO의 종류와 현황

언론에서 나오는 뉴스만 보면, 마치 온갖 종류의 GMO가 이미 출시되어 시장에 나온 것처럼 느껴진다. 그 영향인지 우리 주변에는 색깔과 크기가 살짝 다른 토마토, 색이 다양하거나 단맛이 강한 옥수수, 칠면조만큼 큰 닭을 GMO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국가별로 승인을 받아 실제로 먹고 있는 GMO 종류와 형질은 생각만큼 많지 않다. 여기에 상업적 성공이라는 기준을 추가하면, 그 사례는 더욱 줄어든다. 즉 실험실에서 제작되어 논문으로 발행되거나 작은 규모의 포장 시험을 진행하는 단계의 GMO와 여러 심사를 거쳐 실제 판매가 가능한 GMO를 구분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GMO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 실체가 무엇인지는 아직 잘 감이 오지 않는 독자를 위해, 이번 연재에서는 우리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GMO가 실제로 얼마나 되는지 한번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

 

GMO의 현 상황

잘 알려진 것처럼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재배되는 GMO는 이른바 4대 작물인 콩, 옥수수, 카놀라, 면화이다. 콩의 경우 전 세계 콩 재배 면적의 약 77퍼센트, 면화는 약 8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이 가장 많이 재배하고 있고 다음으로 브라질, 아르헨티나, 인도, 캐나다, 중국 순이다. 이들 6개국이 전 세계 GMO 재배 면적의 약 90퍼센트를 점유한다. EU에서는 스페인이 옥수수 1종을 재배하고 있다.

이들 4대 작물은 주로 제초제에 내성을 가지거나 곤충에 저항성을 갖는 형질이다. 1996년 몬산토(Monsanto) 사의 라운드업(Roundup) 제초제에 내성을 가진 라운드업 레디(Roundup‐Ready) 콩이 미국에서 성공한 이후 옥수수, 카놀라, 면화, 알팔파 등이 같은 형질로 시장에 출시되었다. 제초제 내성 작물은 토양 박테리아의 유전자를 작물에 삽입한 것으로, 글리포세이트(glyphosate)나 글루포시네이트(glufosinate)와 같은 제초제에 내성을 가진다. 곤충 저항성 작물 역시 바킬루스 투링기엔기스(Bacillus thuringiensis, Bt) 라는 박테리아의 유전자를 삽입해 만드는데 여기서 생성되는 Bt 단백질은 곤충의 알칼리성 소화관에 구멍을 내어 죽게 만든다. 이러한 작물이 보급되면서 잡초와 작물을 구분하지 않고 제초제를 뿌릴 수 있게 되었으며, 살충제 없이도 곤충을 죽일 수 있게 되었다. 이론적으로는 이들 작물의 확산으로 살충제, 제초제 같은 합성 화학 물질의 사용량이 줄어야 한다. 최근엔 제초제 내성과 곤충 저항성을 동시에 가진 복합 형질 작물의 승인이 증가하고 있다. 2019년 기준으로 국내에서 수입 가능한 GMO 콩 29개 중, 26개 GMO 옥수수 89개 중 86개가 제초제나 곤충 저항성 작물이다. 2016년 기준으로 전 세계 GMO의 88퍼센트가 제초제 내성(복합 형질 포함) 작물이며 12퍼센트가 해충 저항성 작물이다.

이처럼 전 세계 GMO의 99퍼센트는 제초제나 곤충 저항성 작물로, 199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언론에 노출되었던 기아 해결을 위한 생산량 증가 및 가뭄 같은 특정 환경에 최적화된 GMO는 현재까지는 실험실 밖에서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미국에서 생산된 GMO 옥수수의 36퍼센트는 사료용, 40퍼센트는 바이오 연료로 사용되며 나머지는 사료용으로 수출한다. 미국 내에서는 아주 극소량만을 시럽 형태로 식용으로 사용한다. 지난 25년 동안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4대 작물이 일부 국가에서 성공한 여러 이유 중 하나는 이들이 밀, 채소처럼 서양의 주식이 아니었고, 주로 사료용이나 가공용으로 쓰였기 때문이다.

작물에서 동물로
넓어지는 GMO의 세계

식용 GMO를 작물에서 수산물로 확장시킨 것은 1989년 생명 공학 회사 아쿠아바운티(AquaBounty Technologies)가 개발한 성장이 빠른 연어였다. 식용 GMO의 범위가 넓어지는 분기점이었던 만큼, 아쿠아바운티 사는 규제 문제 해결에만 근 25년이라는 시간을 들였으며 승인을 둘러싸고 미국 내에서 논쟁이 활발히 전개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수산물 소비가 증가하는 반면 어획량은 감소하면서 양식에 대한 의존도가 늘고 있다. 그러나 양식장의 확장에는 한계가 있고, 여기서 자라는 어류들은 대체적으로 성장이 느리며 질병에도 취약하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성장이 빠르거나 질병에 저항성을 가진 GMO 어류의 개발이 1980년대 후반부터 진행되고 있다. 이미 연어, 농어, 틸라피아, 송어, 미꾸라지, 잉어 등 수십 종 이상의 어류가 개발되었다. 국내에서도 1997년 성장이 보통 미꾸라지보다 36배 정도 빠른 GMO 미꾸라지가 개발되어 언론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동시에 GMO 어류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었는데 생물 다양성 감소와 생태계 교란이 지적되었다. GMO 어류는 실제로 야생종과 교배해 자연종을 감소시키거나 빠른 성장을 위해 먹이와 번식지를 독차지할 가능성이 높아 자연종의 생존을 어렵게 할 수 있다. 생태계 교란도 우려되는데 외래종 출현으로 먹이사슬이 교란되고 지역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어류는 물속에서 서식하고 치어가 작아 관리가 쉽지 않으며 서식 범위도 넓은 특징을 가진다. 환경 위해성은 초기 단계에서는 확인이 어렵고 나중에 밝혀지는 경우가 많은데, 의도하지 않은 효과가 드러날 경우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 GMO 어류의 환경 위해성에 대한 우려는 미국의 주류 과학계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국내에서도 환경 위해성을 고려해 관상용 GMO인 형광 제브라피시, 도롱뇽(우파루파)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아쿠아어드밴티지 연어

아쿠아어드벤티지 연어와 보통 연어의 크기 비교. 사진 제공: AquaBounty

아쿠아바운티 사는 대서양 연어(Salmo salar)에 치누크 연어(Oncorhynchus tshawytscha)와 성장 호르몬 유전자와 등가시칫과 어종인 오션 파우트(Zoarces americanus)의 유전자를 도입해 성장이 약 두 배 빠른 GMO 수산물, 아쿠아어드밴티지(AquAdvantage) 연어를 개발해 2001년 미국 식품 의약국(Food and Drug Adminstration, FDA)에 승인을 요청했다. FDA는 약 10여 년이 지난 2010년이 돼서야 심사 준비를 시작했고, 2012년에 환경 영향 평가를 발표했으며 2013년 초반에는 대중 자문까지 완료했다.

GMO 연어의 승인이 임박해지자 미국 내 환경 소비자 단체들도 반대 운동을 활발히 펼쳤다. 2013년 대중 자문 전까지 약 200만 명의 소비자, 과학자, 어업 종사자 등이 FDA에 반대 의견을 보냈고 22개 동물 보호 단체들도 공동 서한을 보냈다. 상원 의원 12명과 하원 의원 21명도 FDA에 서한을 보내 우려가 해소될 때까지 승인 보류를 요청했다. 미국 내 60개의 슈퍼마켓 체인 약 9,000개 매장은 승인이 나더라도 이 연어를 판매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환경 소비자 단체들의 우려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는 생태계를 교란할 가능성이다. 개발사의 주장과 달리 시판 후 야생 연어가 감소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시판될 연어는 불임인 암컷이지만, 불임 처리를 100퍼센트 완벽하게 하기란 기술적으로 불가능해 자연종과 교배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회사는 FDA 신청 당시 95퍼센트만을 불임 처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두 번째는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영양학적인 측면에서도 별 이득이 없는데 GMO 연어는 일반 연어보다 오메가 3가 65.4퍼센트 적은 대신 지방은 57.8 퍼센트나 많다. 비타민, 필수 아미노산도 보통 연어보다 적다. 세 번째는 미국의 규제 시스템이 GMO 어류를 제대로 평가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점이다. FDA는 GMO 동물을 평가하기 위한 적절한 기준을 가지고 있지 못해 이 연어를 동물 신약(New Animal Drug Application)으로 분류해 평가하고 있으나 이 분류는 생명체를 평가하기엔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그리고 FDA의 승인 절차에는 GMO 연어의 확산이 사회·경제·문화적으로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에 대한 검토가 빠져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에 대응해 업체 측은 알은 캐내다에서 생산하고, 양식은 탈출 방지 대책으로 겹겹이 둘러싼 파나마 내륙의 시설에서 진행하고 연어를 가공한 이후 미국으로 수입하는 방식으로 승인 신청을 했다. 또한 실제 불임률이 99퍼센트 이상으로 설령 양식장 밖으로 유출된다 해도 생존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연어는 2015년 11월 FDA 승인을 받았고 미국 내 표시제 시행 이후 수입을 개시하기로 했다. 이에 맞서 시민 단체들은 FDA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을 제기한 이유 중 하나는 업체가 승인 이후 파나마가 아닌 미국에서 양식 계획을 밝혔음에도 정부가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연어는 2017년에 캐나다에서 약 4.5톤 정도가 판매되었으며 현재는 미국 내 판매를 준비하고 있다. 직원 10여 명 정도로 작은 회사였던 아쿠아바운티는 연어의 FDA 승인이 가시화되던 2012년 인트렉손(Intrexon) 사에 매각되었다.

 

뜨거운 감자? 판도라의 감자?

2019년 한국에서 문자 그대로의 뜻으로 ‘뜨거운 감자’를 꼽자면 그중 하나로 GMO 감자 이슈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이 GMO 감자는 2016년 2월 미국 J. R. 심플로트(J. R. Simplot) 사가 정부에 승인을 요청한 품종(SPS-E12)으로, RNA 간섭(RNA interference, RNAi) 기법을 이용해 아스파라긴 합성 효소 1(Asparagine synthetase 1, Asn1), 페놀 산화 효소 5(Polyphenol oxidase 5, Ppo 5) 유전자 등의 발현을 억제한 것이다. 이를 통해 감자를 튀길 때 생성되는 아크릴아마이드(acrylamide)와 유통 과정에서 생기는 검은 반점을 감소시킨다. 현재 이 감자에 대한 인체 및 환경 위해성 심사 절차는 모두 끝났으며 정부는 2019년 2월에 수입을 승인할 예정이었다. 심플로트 코리아는 국내에서 냉동 프렌치프라이, 감자 칩과 같은 가공 감자만 판매하고 있는데, GMO 감자가 수입된다면 당장은 이와 유사한 형태로 유통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미 수입을 승인한 일부 국가들은 생감자의 수입도 허용하고 있으며 업체의 향후 계획은 알려진 바 없다.

J. R. 심플로트 사의 감자 상품 판매 사이트. 

이 감자는 미국에서 2014년에 재배와 판매 허가를 받았다. 당시 이 회사는 일반 품종보다 아크릴아마이드 양이 50에서 70퍼센트 더 낮은 이 감자가 소비자에게 건강 상의 이익을 주리라고 홍보했다. 그런데 식품 속 아크릴아마이드 양과 암 발생 사이의 관계는 여전히 논란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아크릴아마이드는 감자를 튀기거나 커피를 볶을 때처럼 고온에서 만들어진다. 동물 실험에서는 발암 물질로 확인되었지만, 식품으로 섭취할 때의 위험성은 명확하지 않다. 게다가 식품 업체들은 이미 가공 과정에서 아크릴아마이드를 줄이는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지난 10년 동안 감자 칩이나 튀김에서 발견되는 아크릴아마이드 양이 70퍼센트나 감소했다.

검은 반점 감소와 관련해서는 안전성 우려가 제기되었다. 정부 심사 이후 이 감자의 위험성을 주장하는 제보자가 등장했다. 카이어스 로멘스(Caius Rommens) 박사는 『판도라의 감자: 최악의 GMO』라는 책을 통해 자신의 연구를 후회하며 GMO 감자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로멘스 박사는 몬산토에 재직하다 심플로트로 옮겨 GMO 감자를 직접 개발했던 과학자로, 지난 25년 동안 GMO 감자에 대한 10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한 바 있어 이번 주장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 수입이 예정된 GMO 감자는 국내에서 유통되는 다른 종류의 GMO와 달리 외부의 특정 유전자를 삽입한 것이 아니라 내부의 일부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한 결과물이다. 로멘스 박사에 따르면 감자의 PPO를 억제하면 독성 물질이 증가하거나 소비자들이 감자의 감염 여부를 모른채 섭취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 감자에 비해 알파-아미노아디페이트(Alpha-aminoadipate)의 양이 증가하는데 이 물질은 신경 독소로 알츠하이머, 당뇨, 암과 관련이 있다. 두 번째는 티라민(Tyramine)이 증가하는데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일부 사람들이 섭취했을 때는 혈액에 축적되어 고혈압, 심장 마비, 뇌졸중, 콩팥 기능 이상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세 번째는 차코닌 말로닐(chaconine-malonyl)이 증가하는데 아직 연구가 완료되지 않은 물질이지만 두통, 메스꺼움, 구토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감자가 잘 변색이 되지 않아서 감염이 감춰지고 결국 소비자들이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곰팡이나 박테리아를 섭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이 감자는 국내 승인이 보류된 것으로 보이나 명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김병수
대학에서 생명 공학과 과학 기술학을 공부했다. 참여연대 시민 과학 센터 간사, 국가 생명 윤리 심의 위원회 유전자 전문 위원, 시민 과학 센터 부소장을 지냈고, 현재는 건강과 대안 연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성공회대학교 열림 교양 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황우석 사태, 생명윤리법제정 운동, DNA 검사 규제, 인보사 사태 등 한국 사회의 중요한 생명공학 논쟁에 깊게 개입해 왔다. 『한국 생명 공학 논쟁』,『침묵과 열광: 황우석 사태 7년의 기록』(공저),『불확실한 시대의 과학읽기』(공저),『시민의 과학』(공저)을 쓰고 『인체 시장』(공역), 『시민 과학』(공역)  등의 책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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