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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GMO의 환경 위해성 1: 보이지 않는 위험 본문

(연재) 김병수의 GMO 가이드

3-1. GMO의 환경 위해성 1: 보이지 않는 위험

Editor! 2020. 4. 24. 18:36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간사 및 시민과학센터 부소장을 역임하셨고, 『한국 생명 공학 논쟁』, 『시민의 과학』의 저자인 김병수 성공회대학교 교수님에게 앞으로 한국 사회를 달굴 유전자 변형 식품(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GMO) 이슈에 대해 듣는 ‘김병수의 GMO 가이드’. 지난 번 연재에서 확인했던 대로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동안에 우리 식탁에서 한 자리를 차지한 GMO. 그 영향력은 어느새 인류의 손을 벗어나, 이제는 ‘환경’ 그 자체에 미치려 하고 있었습니다. GMO의 환경 위해성을 2주 연속으로 알아보는 이번 연재는 GMO의 힘이 지금 어디까지 닿아 있는지 김병수 교수님과 배워 볼 예정입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지구 곳곳에서 벌어졌던 GMO 오염 사건의 기록 속으로, 지금 함께 떠나 보시길 바랍니다.


김병수의 GMO 가이드
3-1. GMO의 환경 위해성 1: 보이지 않는 위험

북아메리카 대륙에서 광범위하게 재배되고 있는 GM 옥수수.

전 세계 환경으로 퍼져 나가는 GMO 

일부 국가에서 특정 GMO 품종이 광범위하게 재배되고 있고, 수출입도 활발히 진행되면서 GM 오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는 GMO 종자가 전통 종자와 섞이거나, 승인받지 않은 GMO 성분이 가공 과정에서 포함되어 식탁에 오르는 형태로 주로 일어난다. 심한 경우 종자가 섞이는 정도가 아니라 동일종 또는 근연종으로 GM 유전자가 전이될 수도 있다.

현재까지 GMO의 상업 재배를 허용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는 자연에서 GMO가 발견되는 상황을 ‘비의도적 환경 방출’이라고 하는데 주로 수입 GMO 곡물의 운송 과정에서 일어난다. 의도하던, 그렇지 않던 간에 GMO가 전통 종자와 섞이면 농민과 소비자의 선택권을 크게 제한할 수 있다. 특히 유기농 재배 농민에게는 오염 관리를 위해 유전자 검사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등 전반적인 경작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일부에서는 현재처럼 GMO의 환경 방출이 빈번히 일어난다면 일부 작물의 경우 GM 종자와 전통 종자가 공존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GM 쌀

2005년 4월 그린피스는 중국 후베이 성에서 미승인 GM 쌀의 불법 재배 및 유통 증거를 발견했다. 1999년 후베이 성의 화중 농업 대학에서 연구 개발된, BT(Bacillus Thuringenesis) 단백질 유전자를 지녀 해충 저항성을 가진 쌀 Bt63이었다. 이 쌀은 2009년에 가서야 ‘유전자변형생물안전증서(轉基因生物安全證書)’를 획득하였으나, 상업화 재배 허가를 받지는 못한 상태로 당시에는 수년 동안 그 지역에서 포장시험을 진행하던 참이었다.

Bt63은 2006년 하인즈(Heinz) 사의 이유식에 사용되었고 그린피스, 지구의 벗(Friends of the Earth), 유럽 정부 등이 오스트리아, 프랑스, 영국 및 독일의 수입 제품에서 Bt63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2007년에는 일본, 키프로스, 독일, 그리스, 이태리, 스웨덴, 영국에서도 오염이 확인되었다. 2008년 유럽 연합(European Union, EU) 집행 위원회는 미승인 GM 쌀의 수입을 방지하기 위해 중국산 쌀 전체에 대해 긴급 수입 통제를 실시하기도 했다. 이 조치로 중국산 쌀과 관련 제품은 GMO에 오염되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증명서를 제출한 경우에만 출시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조치에 따른 쌀 수입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2014년에는 중국에서 수입된 가금류 사료 첨가제 염화 콜린이 Bt63에 오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GM 쌀의 오염은 미국에서도 발생했는데 2006년, 2007년 바이엘 사 “LibertyLink” 브랜드의 GM 쌀이 미국의 수출 선적에서 발견되어 논란이 되었다. 당시 미국 쌀 공급량의 30퍼센트가 이미 오염된 것으로 추정되었으며 이후 미국산 쌀 수출이 금지됐다. 2006년에는 캐나다를 비롯한 30개국에 입항한 미국발 수출 선적에서 바이엘 사의 LL601이 발견되었다. LL601은 당시 어떤 국가에서도 승인되지 않은 GM 쌀 품종이었다. LL601은 바이엘 사의 글루포시네이트 기반 농약인 “리버티”에 내성을 갖도록 변형된 종자이다. LL601은 오염 발생 5년 전인 1998년부터 2001년까지 포장시험을 진행한 바 있다. 이후 11,000명의 미국 농부들이 시장 손실과 정화 비용으로 바이엘에 소송을 제기했다. 2011년 바이엘은 농부들에게 7억 5000만 달러를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미 농무부는 포장시험이 오염 원인일 수 있지만, 명확한 원인을 파악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사고 이후 바이엘은 미국 정부로부터 LL601의 인체 안전성 승인을 받아 더 큰 손실을 막을 수 있었다.

 

오염 경로를 알아내려는 GM 밀과 정부 당국 사이의 술래잡기는, 시험 종료 10년이 지난 지금도 진행 중이다. 

GM 밀

전 세계적으로 상업 판매가 허용된 GM 밀은 없지만, GM 오염이 지속적으로 발견되고 있으며 대부분은 그 경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2013년 미국 오리건 주의 농민이 글리포세이트(glyphosate) 살포 후에도 죽지 않는 밀을 발견하여 당국에 신고하였는데 농무부 분석결과 MON71800로 밝혀졌다. MON71800은 2004년 미국 몬산토(Monsanto) 사에서 식품 및 사료용으로 승인받았지만 이후 철회하였고, 상업적으로 판매하지 않은 품종이었다. 오염 경로는 밝혀진 바 없다. 이후 일본과 한국이 미국산 밀 수입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으며 중국, 태국, EU, 필리핀 등은 조사를 강화했다. 몬산토는 소송을 해결하기 위해 농민들에게 257만 달러를 지불했다 .

2014년에는 몬태나 주립 대학교 남부 농업 연구소(Southern Agricultural Research Center)의 시험 재배지에서 자생 중인 GM 밀이 발견됐다. 이 품종은 2013년 오리건에서 발견된 종자와는 달랐지만, 글리포세이트 내성 형질을 지닌 종자로 몬산토의 의뢰로 2000년에서 2003년까지 시험 재배한 적이 있었다. 연구소는 연구 종료 후 GM 밀을 전량 폐기했다고 밝혔다. 오염 보고 이후 미국 동식물 검역국(Animal and Plant Health Inspection Service, APHIS) 조사가 이어졌으나 포장시험 종료 후 10년이 지난 뒤 발견된 오염의 원인은 파악하지 못했다.

2017년에는 캐나다 앨버타 주 밀 농장의 잡초 제거 작업에서 GM 밀이 발견되었다. 몬산토는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캐나다 서부의 앨버타, 매니토바, 서스캐처원 주에서 MON71200의 포장시험을 실시한 바 있다. 캐나다 식품 검사국(The Canadian Food Inspection Agency, CFIA)은 방출 경로와 원인을 파악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포장시험 이후 오랜 시간이 경과했고, 광범위한 지역이 포함되어 연관성을 설명할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전에 미국에서 발생한 3건의 GM 밀 방출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CFIA는 앨버타에서 발견된 GM 밀이 현재 캐나다에서 재배 중이거나, 지난 3년간 캐나다에서 수출된 밀 종자와 유전적으로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식품 및 사료 시스템까지 오염된 것은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이 결과로 오염원 추측은 더욱 모호해졌다. GM 밀 오염 사고로 인한 무역 중단 이후, 대표적 밀 수입국인 일본과 한국에서 실시한 검사에서 GM 밀은 검출되지 않았다. CFIA는 일부 지역의 밀 농장에만 오염이 발생했고, 향후 3년간 현장 모니터링을 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2018년 CFIA는 앨버타 주 한 도로변에서 미승인 GM 밀을 발견하였다. 캐나다 정부는 포장시험을 한 지 17년이 지난 지금 이 밀이 어떤 경로로 방출된 것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캐나다산 카놀라유 원료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GM 카놀라.

GM 카놀라

GM 카놀라는 캐나다에서 재배된 지 7년 만에 전체 카놀라 재배 면적의 97퍼센트를 차지하게 되었다. 제초제 내성 카놀라는 1995년 승인되었는데, 2000년에는 절반, 2002년에는 대부분의 카놀라를 오염시켰다. 오염은 꽃가루받이(pollination)를 통해 발생하는데 바람으로 꽃가루가 2킬로미터 이상 운반되기도 하며 씨앗이 작아 GMO와 non-GMO가 섞이기 쉽다. GM 형질은 1998년 자생 형태로, 2003년 순종 카놀라 생산지에서도 발견되었다. 2010년까지 수출 카놀라를 선적한 장소 근처인 중부 매니토바 주와 서부 밴쿠버의 들판과 도로 주변에서 자생 GM 카놀라가 발견되었다.

GM 카놀라는 재배 중 선별이 불가능하고 수확 이후 검사에서 GM 유무를 검출할 수 있다. 따라서 몇몇 고립된 지역을 제외하고 대다수 유기농 카놀라 농가가 재배, 판매, 수출 능력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캐나다에서는 오염 방지와 책임 비용을 유기농 및 non-GMO 농가가 부담해야 한다.

GM 오염에 대한 국제적 모니터링

이렇게 GM 오염(GM contamination)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국제적인 모니터링 시스템은 제대로 구축되지 않았다. 그나마 GMO 관리가 상대적으로 엄격한 EU의 경우 회원국 간에 식품 사료 신속 경보 시스템(the Rapid Alert System for Food and Feed, RASFF)를 통해 GM 오염 정보를 제한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그린피스와 진워치(Genewatch) 영국 지부는 1997년부터 2013년까지 정부 기관, NGO, 언론을 통해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전 세계에서 발생한 GM 오염을 정리해서 발표했다. 이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17년 동안 63개국에서 396건의 GM 오염 사고가 발생했다. 이중 60퍼센트인 244개가 RASFF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처음 보고된 것이며, 일상적인 모니터링 시스템 존재 여부가 오염 사고 파악에 중요하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난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전체 오염의 50퍼센트가 11개국에서 각각 12건 이상 발생했으며, 그 빈도수는 독일, 미국, 프랑스, 영국 순이다. 그중 미국을 제외한 3개국(독일, 프랑스, 영국)은 RASFF 가입국이며, 이들 국가가 전체 오염 사고의 27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미국-브라질-아르헨티나-캐나다 순서인 GMO 재배 면적 순위와는 다르다.

작물별로 보면 쌀이 총 사고 건수의 1/3로 가장 많았다. 당시 GM 쌀의 상업적 재배가 허용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쌀 오염 사고 건수는 2006년과 2007년 급격히 증가했는데, 이는 미국의 LLRICE(LL601)와 중국의 Bt63 때문이다. 다음으로 GM 옥수수가 발생 건수의 1/4, 콩과 카놀라는 각각 매해 10건 내외로 사고가 발생했다.

우선 GMO 재배 면적이 영향을 줄 수 있다. GMO 재배지 인근에서 교차 수분이 일어나거나 전통 종자와 섞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의 한 조사에 따르면 재배지 인근의 전통 옥수수와 콩의 50퍼센트에서 GMO DNA가 발견됐으며, 카놀라의 경우엔 83퍼센트나 발견됐다. 물론 이 조사 결과만으로 미국이 광범위하게 오염되었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옥수수, 콩, 카놀라처럼 GM 사료 및 식품 원료로 국가 간 거래가 급증한 것도 오염 빈도를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오염의 구체적 경로는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 데이터베이스 분석에서 드러난 사실은 GMO 오염이 상업화와 독립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많은 오염을 가져온 GM 쌀은 상업적으로 재배가 허용되지 않은 상태였다. 또한 국가별로 상이한 모니터링 체계에 따라 GMO 오염의 확인 정도가 달라질 수 있으며, 포장시험 단계에서는 검출법의 부재로 오염 여부를 확인하기가 어렵다.

나라의 국경을 넘나드는 GMO 오염 사례가 일어나면서, 국제적 모니터링 시스템을 설립해야 할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GMO의 환경 위해성 2: GMO의 습격에서 계속


김병수
대학에서 생명 공학과 과학 기술학을 공부했다. 참여연대 시민 과학 센터 간사, 국가 생명 윤리 심의 위원회 유전자 전문 위원, 시민 과학 센터 부소장을 지냈고, 현재는 건강과 대안 연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성공회대학교 열림 교양 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황우석 사태, 생명윤리법제정 운동, DNA 검사 규제, 인보사 사태 등 한국 사회의 중요한 생명공학 논쟁에 깊게 개입해 왔다. 『한국 생명 공학 논쟁』,『침묵과 열광: 황우석 사태 7년의 기록』(공저),『불확실한 시대의 과학읽기』(공저),『시민의 과학』(공저)을 쓰고 『인체 시장』(공역), 『시민 과학』(공역)  등의 책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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