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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김병수의 GMO 가이드

3-2. GMO의 환경 위해성 2: GMO의 습격

Editor! 2020. 5. 18. 16:30

참여연대 시민과학센터 간사 및 시민과학센터 부소장을 역임하고, 『한국 생명 공학 논쟁』, 『시민의 과학』의 저자인 김병수 성공회대학교 교수님에게 앞으로 한국 사회를 달굴 유전자 변형 식품(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GMO) 이슈에 대해 듣는 ‘김병수의 GMO 가이드’.  GM 작물이 ‘지구 환경’ 그 자체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는 'GMO의 환경 위해성' 강연 그 두 번째 시간입니다. 이번에는 우리가 살아가는 터전인 대한민국으로 범위를 좁혀서, 조용히 환경을 습격하고 있는 GMO 환경 방출의 현 상황을 김병수 교수님과 함께 알아봅니다. 


김병수의 GMO 가이드
3-2. GMO의 환경 위해성 2: GMO의 습격

GMO의 상업 재배를 허용하지 않는 대한민국에서도 GM 작물이 자생하는 사례는 해마다 발견되어 왔다. 이 ‘비의도적 환경 방출’과 관련해 국내에서는 2009년부터 환경부가 자연 환경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는데  2012년까지는 국립 환경 과학원이 현재는 국립 생태원이 조사를 맡고 있다. 우선 전국 단위 모니터링 결과인 국립 생태원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현황을 살펴보도록 하자.

 

2009년에서 2018년까지 진행된 모니터링에서 총 5,771개 지역(중복 지역 포함)을 조사, 138개 지역에서 GMO를 발견했다. 10년간 발견된 전체 GMO 개체는 총 539개이며, 2018년 조사에서 판명된 발견 지역 중 19곳은 과거에도 발견되었던 지점에서 재발견된 사례였다. 자생 GM 작물이 가장 많이 발견된 곳은 운송로 주변이고 그다음으로는 지역 축제장, 축산 농가, 사료 공장 주변 순이었다. 운송로 주변에서 많이 발견되는 이유는 작물 이송 과정에서 낙곡(落穀) 방지 시설의 미비, 낡은 차량 구조, 주변 정리 부실 등 취급 관리가 부주의했던 탓으로 보인다. 작물별로 보면 GM 옥수수는 전국 각지에서, GM 면화는 운송로, 지역 축제장, 축산 농가와 사료 공장 주변에서 발견되며 GM 카놀라는 지역 축제장과 운송로 주변에서 주로 발견되고 있다.

 

 

2009~2018년 동안 자연 환경에서 발견된 GMO 개체수(국립 생태원, 2018)

씨앗에 섞여 들어온 GM 면화

위 그림에서 보듯 2017년 이후에는 국내에서 GM 면화와 카놀라의 발견이 크게 증가했다. 면화의 경우 2017년 이전에는 축산 농가 주변에서만 가끔 발견될 정도였는데, 2017년엔 최소 93개 이상이 발견되었다. 면화의 경우는 국내에서 보관 중이던 GM 씨앗이, 카놀라의 경우는 중국에서 수입된 GM 씨앗을 통해 오염이 진행되었다. 특히 이 사건은 주로 곡물의 운송 과정에서 일어나는 낙곡 형태의 비의도적 환경 방출이 아닌 씨앗 단계에서부터 오염이 진행된 최초의 사례여서 당시 사회적으로 주목을 많이 받았다.

 

2017년 11월, 국내 첫 육지면(陸地綿) 재배지라는 상징성에 힘입어 목포시가 목화 관광단지를 조성 중이던 전라남도 고하도에서 GM 면화가 발견되었다. 이 면화는 미국 몬산토 사의 해충 저항성 작물 MON531로, 국내에서는 2003년과 2004년에 각각 식용과 사료용으로 승인받은 바 있다. 이 면화는 국립 생태원이 모니터링 과정에서 처음 발견해 농림 축산 식품부에 통보하였고, 이후 농림 축산 검역 본부, 국립 농산물 품질 관리원, 국립 종자원, 환경부가 합동 조사를 진행했다. 4개 기관이 3개 구역에서 무작위 추출된 90개의 면화를 분석했는데 모든 검사에서 GM 면화가 검출됐다. 문제의 GM 면화는 목포시가 농촌진흥청 산하 ‘바이오에너지작물연구소’에서 제공받은 종자(20킬로그램)와 목포시가 자체 채종해 축제용으로 재배한 종자(15킬로그램)로 파종한 것이었다. 농진청 조사 결과 ‘바이오에너지작물연구소’가 보관 중인 면화 종자 12종 중 2014년 외부에서 기부받은 1종이 오염원인 것으로 밝혀졌으나 더 구체적인 오염 과정은 알려진 바 없다.

 

사람이 먹지 않는다고 해도, 관상용으로 재배된 카놀라라도 환경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관상용으로 들어온 GM 카놀라

그동안 국내에서 거의 나타나지 않았던 GM 카놀라도 2017년을 기점으로 점차 그 수가 늘어 가고 있다. 2017년 5월 15일, 종자의 비의도적 환경 방출을 관리하는 기관인 국립 종자원은 강원도 태백산 유채꽃 축제장에서 몬산토 사가 개발한 GT73 카놀라를 발견했다. 이는 제초제에 내성을 가진 카놀라로 국내에서는 사료 및 식용으로만 승인 받은 품종이다. 국립종자원 주관·농촌진흥청 입회 하에 경운(耘), 제초제 처리로 축제장의 유채를 폐기한 후, 2016년에서 2017년까지 중국에서 수입된 10개 사 79.6톤의 카놀라 종자에 대한 전수 조사가 실시되었다.

 

이중 32.5톤(4개 사)에 GM 카놀라가 혼입된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이 중 32톤은 폐기되었다. 혼입이 의심되는 32.5톤에 대한 조치 내용을 보면 19톤은 GM 카놀라로 확인되어 보관 중이던 종자는 소각, 식재 상태인 유채(56개소 81헥타르)는 경운, 제초제 처리로 폐기하였다. 1톤은 GMO가 아닌 것으로 판명되었고, 12.1톤은 조사 당시 경운 등으로 폐기된 것을 확인했다.

 

최소한 16.5톤의 GM 카놀라가 전국 70개 시군구, 총 98개소로 방출되었고 면적은 721.73헥타르에 달했다. 98개소 중 농촌에 위치한 지역이 74개소, 도시 인근 12개소, 도시 내 택지나 공원 등이 12개소이다. 전 세계 재배 카놀라 중에서 GMO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고, 중국의 경우 쌀 오염에서 보듯 GMO 관리의 부실함이 잘 알려져 있음에도 검역을 허술하게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얼핏 생각하기에 지역 축제장에 살포된 관상용 GM 카놀라는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적거나 식용이 아니라서 인체 위해성 논란과 별로 관련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국내 일부 지역에서는 유채를 식용으로 사용하고 있고, 환경에 한 번 방출되면 완전한 제거가 쉽지 않다. GM 카놀라 씨앗은 토양에 들어가 수년간 생존할 수 있는데 최대 17년 후에도 발아했다는 연구가 있다. 꽃가루가 날려 잡초화가 되기도 쉽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갓, 무, 배추, 꽃양배추와 같은 근연종이나 non-GM 유채로의 유전자 이동이다. GM 카놀라의 유전자가 갓이나 무 같은 근연종으로 유전자가 이동된 사례가 이미 캐나다, 중국, 프랑스, 일본 등에서 발견되었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최대 2.5킬로미터 이상의 거리에서도 교잡이 발생한다. 물론 일부 해외 연구 사례를 여러 조건이 다른 국내 상황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례들은 GM 카놀라 오염 제거가 땅을 갈아엎는 손쉬운 작업으로 끝나지 않으며 장기적 모니터링과 지속적인 사회적 관심이 필요함을 말해 준다.

 

간이 키트를 통해 야생으로 확산된 GMO 여부를 확인하는 장면.

국내 관리 체계의 현실

이 사건 이후 농림축산식품부는 산하 기관인 국립종자원과 농촌진흥청을 중심으로 안전 관리 대책팀을 꾸렸으며 이후에는 시민 단체가 참여하는 민관 합동 조사도 진행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발 빠른 대응이었고, 민관 합동 조사의 경우 다른 나라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의 GMO 관리 체계는 '유전자 변형 생물체의 국가 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용도별로 각 부처가 책임을 맡고 있다. 농림 축산용 GMO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 부처이며 수입·생산 승인 시 환경 위해성 심사는 농촌진흥청이 진행한다. 검역은 농림축산검역본부가 국내 유통 관리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사료용)과 국립종자원(종자용) 등이 환경 방출 관리를 맡고 있다.

 

GM 카놀라 발견 이후 NGO들이 강한 우려를 표명하자 정부는 이들과 함께 민관 합동 조사단을 구성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사전 협의를 통해 일정과 방문 지역을 확정한 후 함께 현장을 방문해 목화나 유채를 찾는다. 발견된 목화는 간이 키트를 통해 GMO 여부를 확인하고 양성 반응이 나오면 수거 후 정밀 검사를 진행한다.

 

대책팀을 꾸리거나 신뢰 확보를 위해 시민 단체와 협업하는 것도 좋지만 수입 GM 작물의 환경 방출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담당 기관을 일원화하여 권한과 책임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2017년 사건에서 보듯 해마다 GM 작물을 1000만 톤 이상 수입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언제라도 오염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농업 생명 공학의 육성이나 승인 심사의 경우 여러 부처가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있으나 GM작물의 환경 방출에 대한 대응은 체계적이지 못하다. 사료용과 종자용을 농림축산식품부의 각기 다른 기관이 담당하며, 자연 생태계의 일상적인 모니터링은 환경부가 맡고 있다. 필요할 경우 협력하고 있지만 예산, 인력, 기술 수준 등에 차이가 나고 효율적이지 못하다.


김병수
대학에서 생명 공학과 과학 기술학을 공부했다. 참여연대 시민 과학 센터 간사, 국가 생명 윤리 심의 위원회 유전자 전문 위원, 시민 과학 센터 부소장을 지냈고, 현재는 건강과 대안 연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성공회대학교 열림 교양 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황우석 사태, 생명윤리법제정 운동, DNA 검사 규제, 인보사 사태 등 한국 사회의 중요한 생명공학 논쟁에 깊게 개입해 왔다. 『한국 생명 공학 논쟁』,『침묵과 열광: 황우석 사태 7년의 기록』(공저),『불확실한 시대의 과학읽기』(공저),『시민의 과학』(공저)을 쓰고 『인체 시장』(공역), 『시민 과학』(공역)  등의 책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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