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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세이건이 시작한 이 이야기는 언제까지 계속될까?:『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 편 릴레이 연재 본문

(연재) 사이언스-오픈-북

칼 세이건이 시작한 이 이야기는 언제까지 계속될까?:『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 편 릴레이 연재

Editor! 2020. 4. 7. 19:33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제받고 있는 독자 여러분, 답답하시죠. 창밖에 활짝 핀 꽃을, 간만에 맑게 갠 하늘을 두고 최고 수준의 자발적 방역에 참여하고 계신 우리 독자 여러분에게 감사의 말씀과 위로의 말씀 드립니다. 노자(老子) 『도덕경(道德經)』을 보면 “문 밖을 나가지 않아도 천하를 알 수 있다(不出戶 知天下).”라는 말이 있다죠. 책이 있으면 하늘 아래만이 아니라 하늘 밖, 우주 삼라만상을 알 수 있죠. 칼 세이건 『코스모스』의 정식 후속작인 앤 드루얀의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의 옮긴이 김명남 선생님께서 「사이언스+오픈+북」에 짧은 리뷰 한 편을 보내 주셨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일독을 권합니다.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 편 릴레이 연재

칼 세이건이 시작한 이 이야기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천문학은 어쩌다 가장 낭만적인 과학 분과 중 하나가 되었을까? 이론의 여지는 있겠지만, 오늘날 우리에게 천문학과 천체 물리학이 심원할뿐더러 자못 서정적이고 철학적인 탐구 활동으로 여겨진다는 점에 토를 달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태양계와 우리 은하, 그 너머 우주를 탐사하는 일을 그저 우주의 나이, 형성 메커니즘, 시공간의 속성 등을 알아내기 위한 목적 지향적 작업으로만 여기지 않는다. 지구라는 행성에 발이 묶인 인간이 하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관측 가능한 우주의 가장자리를 더듬을 수 있고 약 140억 년 된 우주의 역사를 되짚을 수 있다는 사실(물론 두 가지는 같은 말이다.) 그 자체를 경이롭게 느낀다.

 

인간이, 약 45억 년 된 지구에서 약 40억 년 전 출현한 생명이 진화함으로써 존재하게 된 한 생물 종인 우리가 세상을 그렇게 넓고 깊게 볼 수 있다는 점을 대견해 하지만, 그런 존재이기에 우리 앎에는 한계가 있으며 우리도 언젠가 가뭇없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 앞에 겸허해진다. 우리 몸을 이루는 원자들이 원래 어느 머나먼 별에서 생겨났다는 지식은 상식이 되었고, 그 덕분에 모두가 우주 시민으로서 존재 지평을 넓혔지만, 인간사에 시달려서 지칠 때는 우주적 규모를 떠올려보라는 조언, 그러면 한낱 인간의 모든 고뇌는 티끌처럼 하찮게 느껴지리라는 조언 역시 상식이 되었고, 그 탓에(혹은 덕분에) 우리의 자아는 더 비대해질 수 없게 되었다.

 

이렇게 영원과 찰나를 동시에 감각하게 한다는 점, 그럼으로써 우리 존재의 의미와 무의미를 반추하게 한다는 점이 아마 천문학에 깃든 낭만의 핵심일 것이다. 그런데 ‘코스모스적 세계관’이라고 불러도 될 만한 이 관점이 그냥 과학 사실의 축적으로부터 곧장 따라 나왔을 것 같지는 않다. 이런 관점 자체가 실은 인간이 깨우친 또 하나의 앎일 텐데, 그 앎에 칼 세이건이, 그의 과학 커뮤니케이터로서의 활동이, 특히 그가 쓰고 출연한 1980년 다큐멘터리 「코스모스」 시리즈와 동명의 책이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는 역시 토를 달 사람이 많지 않은 말이다.

 

『코스모스』가 출간 4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읽히는 이유도 거기에 ― 우주 역사와 인간 역사, 별의 생로병사와 생명의 생로병사, 과학의 앎과 시적인 앎을 하나로 엮는 스토리텔링에 ― 있다. 그리고 그 스토리텔링을 세이건의 아내이자 여러 창작 작업의 파트너였던 앤 드루얀이 이어받아 풀어낸 것이 이 책,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이다.

 

여기서 잠깐 다큐멘터리와 책의 관계를 알아보자. 1980년 방영된 다큐멘터리 「코스모스」 첫 시리즈는 칼 세이건, 앤 드루얀, 스티븐 소터가 함께 대본을 썼다. 책은 칼 세이건의 이름으로 나왔다. 다큐멘터리 두 번째 시리즈는 2014년 「코스모스: 스페이스타임 오디세이」라는 이름으로 나왔고, 이때는 앤 드루얀이 스티븐 소터와 함께 대본을 썼다. 따라서 2020년 올해 공개된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은 다큐멘터리로는 세 번째 시리즈가 된다. 이번에 드루얀은 브래넌 브래가와 함께 대본을 썼고, 에피소드 중 몇 편을 직접 감독하기도 했으며, 다큐멘터리의 내용을 다 담고 더 확장한 이 책도 썼다. 책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와 앤 드루얀의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 두 권만 있는 것이다. 세 다큐멘터리는 모두 각 13화로 구성되었고, 두 권의 책도 마찬가지다.

 

하나로 이어진 스토리텔링이기는 하지만, 무려 40년의 간격을 두고 나온 속편이니만큼 이 책 속 과학은 비약적으로 발전한 수준이다. 8장 「카시니의 희생」이 잘 보여 준다. 토성 탐사선 카시니 호가 발사된 것은 1997년이었다. 칼 세이건은 1996년에 죽었다. 카시니 호는 이후 지구로부터 멀리 나아가면서 많은 발견을 해냈고, 무사히 토성에 도착했고, 그 행성을 특징짓는 ‘중력의 무지개’, 즉 고리를 가까이서 찍어 보여 주었다. 그러고는 20년 후인 2017년, 토성의 대기로 추락하여 ‘자살’하라는 명령을 마지막으로 수행함으로써 탐사선의 생을 마감했다. 세이건이 못 본 것은 그 찡한 장면만이 아니었다. 그는 태양계 밖에도 외계 행성이 무수히 많다는 사실, 토성 외에도 행성 고리가 드물지 않다는 사실, 중력파는 실재한다는 사실, 우주선(cosmic ray)은 우리 은하 밖에서 날아온다는 사실 등을 모르고 죽었다.

그간 벌어진 일 중에는 그가 몰라서 다행이라고 생각되는 일도 있다. 세이건은 지구 대기에 이산화탄소가 쌓임으로써 기후에 중대한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처음 대중에게 설명하고 경고한 과학자 중 한 명이었다. 그가 사람들의 상상을 자극하고자 화성의 뜨거운 대기를 예로 들었던 것은 유명한 일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드루얀이 엄중하게 지적하듯이, 그사이 기후 위기는 더 심각해졌다. 드루얀은 태양계 밖에 존재할지도 모르는 수많은 ‘가능한 세계들’(‘world’라는 단어에는 ‘세계’라는 뜻과 ‘행성’이라는 뜻이 다 있으므로 이것은 사실 중의적 표현이다.)을 근거에 입각하여 상상해 보면서도 그 어떤 상상의 세계보다 중요한 세계는 우리 지구가 살아남아 이룰 세계라고 힘주어 말한다.

 

속편에서 더 풍성해진 측면도 있다. 자신을 “이야기의 수렵 채집인”이라고 지칭한 드루얀이 인류 문명의 역사에서 두루 채집하여 선보인 사람들 이야기다. 마리 퀴리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같은 유명인 외에도 현재까지 쓰이는 『성운 및 성단 목록』을 처음 작성했던 캐롤라인 허셜, 중력 도움의 원리를 처음 떠올렸던 유리 콘드라튜크, 최초의 뇌전도 측정 장치를 발명했던 한스 베르거 등이 출연한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인물은 종자 은행 및 생물 다양성 개념을 선구적으로 떠올린 생물학자이자 용감한 탐험가이자 유능한 행정가였던 니콜라이 바빌로프다. 인간 뇌 회로를 지도화하려는 커넥톰 프로젝트, 우리가 지척에 두고도 몰랐던 지적 존재인 식물과 곤충의 세계 등 생물, 생태, 의학 이야기도 풍성하다.

 

『코스모스』 엽서

칼 세이건이 시작하고 앤 드루얀이 이은 이 이야기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지금으로부터 또 40년 뒤에 누군가 이 이야기를 잇는다면, 그때 그 이야기에는 희망과 우려가 어떤 비율로 섞여 있을까? 우리가 지금 상상하는 ‘가능한 세계들’ 중 무엇이 실현되고 실현되지 않았을까? 우리의 가장 강력한 도구는 여전히 과학(의 세계관)이라는 드루얀의 말은 사실로 확인되었을까? 스스로 온 코스모스를, 즉 우주와 생명과 의식을 이해하는 수단으로 진화해 왔다고 자부하는 인간은 그때도 지금과 같은 존재일까? 책을 덮으면 이런 의문들이 떠오른다. 하지만 이 의문들에 답할 사람이 드루얀은 아닐 것이다. 아직 이 코스모스에 나타나지 않은 세대, 바라건대 우리보다 나은 세계를 사는 세대일 것이다. 우리가 그들에게 건너갈 수 있기를 바라고 쓰인 징검돌이 이 책,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이다.


옮긴이 김명남
카이스트 화학과를 졸업하고 서울 대학교 환경 대학원에서 환경 정책을 공부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 편집팀장을 지냈고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제55회 한국출판문화상 번역 부문을 수상했다. 옮긴 책으로 『지구의 속삭임』,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 『갈릴레오』, 『세상을 바꾼 독약 한 방울』, 『인체 완전판』(공역), 『현실, 그 가슴 뛰는 마법』, 『여덟 마리 새끼 돼지』, 『시크릿 하우스』, 『이보디보』, 『특이점이 온다』, 『한 권으로 읽는 브리태니커』, 『버자이너 문화사』,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등이 있다.


◆ 칼 세이건과 앤 드루얀의 책들 ◆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

 

『코스모스』
전 세계 과학자들이 추천하는 제1의 과학서

 

『잊혀진 조상의 그림자』
인류의 운명에 대한 과학적 성찰

 

『혜성』
우주의 미스터리를 풀어 줄 타임캡슐의 모든 것

 

『지구의 속삭임』
인류가 심우주로 보낸 편지

 

『창백한 푸른 점』
현대 천문학을 바탕으로 우주에서 우리의 위치를 찾다

 

『과학적 경험의 다양성』
과학계와 종교계를 뜨겁게 달군 위대한 강연

 

『에필로그』
칼 세이건이 인류에게 남긴 마지막 메시지

 

 

『콘택트1』
『콘택트2』
외계 생명과의 만남을 그린 명작 영화의 원작

 

『에덴의 용』
뇌과학과 우주적 상상력의 만남!
퓰리처 상 수상작

 

『코스믹 커넥션』
50년의 세월에도 바래지 않는 칼 세이건의 통찰

 

『브로카의 뇌』 (근간)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