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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저를 넘어, 인류의 희망을 찾아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 편 릴레이 연재 본문

(연재) 사이언스-오픈-북

보이저를 넘어, 인류의 희망을 찾아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 편 릴레이 연재

Editor! 2020. 5. 21. 16:51

우주 과학 현장에서 인공 위성을 만들고 있는 한국 천문 연구원의 황정아 박사님이 앤 드루얀의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을 읽고 「사이언스+오픈+북」에 리뷰 한 편을 보내 주셨습니다. 칼 세이건과 앤 드루얀은 파이오니어 호와 보이저 호 미션을 설계하고 기획하는 일에서 사랑을 키웠죠. 칼 세이건과 앤 드루얀의 『코스모스』 시리즈에 담긴 사상과 사랑은 아마 우주 탐사를 요람으로 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우주 탐사 임무를 위한 인공 위성과 탐사선을 설계하고 있는 현장의 연구자는 이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할까요? 그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보시죠.


NASA에서 제작한 보이저 포스터. 사진 제공: NASA/JPL-Caltech.

 

나는 인공 위성을 만든다. 2003년에 우주로 떠난 과학 기술 위성 1호의 과학 임무를 설계하고 우주 물리 탑재체를 만들었다. 지금은 2021년 6월에 우주로 보낼 4기의 위성들을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우주 과학 미션을 설계하고 직접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현장 과학자로서, 다음번에는 위성을 어디까지 보내고 싶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언젠가부터 나의 답변은 한가지였다.

 

“Beyond Voyager.”

 

“꿈은 지도”라는 앤 드루얀의 말이 사실이라면, 언젠가 내가 만든 인공 위성이 보이저를 넘어서 더 멀리 나가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인류가 만들어 낸 인공적인 물체 중 인류로부터 가장 멀리까지 나가 있는 보이저 1, 2호는 태양이 영향력을 미치는 공간인 태양권의 최외곽 경계인 태양권계면을 벗어나는 중이다. 태양권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매일, 조금씩 인류 문명의 한계를 넓혀 나가는 보이저가 보내 주는 신호는 모두 인류에게 큰 선물이 될 것이다. 보이저 미션을 설계하는 데 참여해 그 속에서 사랑을 키운 칼 세이건과 앤 드루얀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내게는 어느 소설보다 흥미진진하다.

 

 

보이저 탐사선의 제작 중 모습. 프로젝트 책임자인 존 카사니가 미국 국기를 들고 있다. 그 앞에 있는 것은 칼 세이건과 앤 드루얀의 주도로 제작된 골든 레코드이다. 인류의 고향 행성 지구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1977년 8월 4일 사진이다. 사진 제공: NASA/JPL-Caltech.

 

이 책은 헌신에 대한 책

 

보이저가 지구를 떠난 1977년 이후 인류의 과학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이제 보이저 호의 기능 대부분을 동전만 한 우주선 안에 집어넣을 수 있다. 브레이크스루 스타샷 프로젝트에 사용될 나노 우주선들은 40여 년이나 먼저 출발한 보이저 우주선들을 겨우 4일 만에 앞지를 수도 있다. 보이저 우주선으로는 가장 가까운 별인 센타우루스자리 프록시마까지 7만 3000년의 비행 시간이 걸릴 거리를, 스타샷 우주선은 20년이면 갈 수도 있다.

 

앞으로 20년 후면 이 나노 우주선 함대가 지구를 떠날 것이고, 그로부터 다시 20년 후면 센타우루스자리 프록시마에 도착할 것이다. 대부분의 우주 탐사 프로젝트가 그렇지만, 오늘날 많은 과학자들과 공학자들은 살아서 그 사업이 완료되는 것을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럴지라도 그들은 인류의 도전이라는 큰 목표에 자신들을 기꺼이 헌신한다.

 

앤 드루얀의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은 보이저 호로 상징되는 우주 시대와 현대의 과학 기술 문명이 과학자들의 헌신에 빚지고 있음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특히 그 공헌에 비해 덜 평가를 받은 과학자들의 이야기가 발굴되어 있어서 너무나 반갑다. 대표적인 인물이 우크라이나의 잊혀진 과학자 알렉산드르 샤르게이(혹은 유리 콘드라듀크)다.

 

유인 달 탐사 방법과 중력 도움 항법을 고안해 낸, 잊혀진 과학자 유리 콘드라튜크.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에서. 사진 ⓒ  (주)사이언스북스.

 

그는 제1차 세계 대전의 전선에서, 달에 사람을 직접 보내는 전략을 과학적으로, 구체적으로 구상했다. 아폴로 미션을 다룬 수많은 다큐멘터리와 영화에서 우리가 보았던 장면들―지구에서 발사한 로켓에 실린 우주선이 달로 날아가 일단 달 궤도에 안착한다. 이 우주선은 궤도선과 착륙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3명으로 구성된 우주인 중 한 사람은 달 궤도를 도는 궤도선에 남아 있고, 나머지 두 명은 착륙선으로 옮겨타서 달 표면으로 내려간다. 달에 착륙한 두 명의 우주인들이 달 표면에서 계획했던 임무를 수행하고, 일을 다 마치면 착륙선을 다시 타고 달 궤도로 날아오른다. 이 착륙선이 달 궤도선과 랑데부하고 다시 지구로 돌아온다.―을 모두 지옥 같던 참호 속에서 구상한 것이다. 곧 있을 21세기 유인 달 탐사 역시 정확히 이 방식에 따라 이뤄질 것이다.

 

게다가 그는 우주선이 행성에서 행성으로, 별에서 별로 이동할 때 쓸 수 있는 획기적인 우주 항법인 중력 도움(혹은 스윙바이)에 대해서도 제안했다. 보이저 호의 ‘그랜드 투어’를 가능하게 했던 결정적인 기술이 바로 이 중력 도움 기술이다. 그는 전쟁과 이념 갈등 속에서 생사가 격렬한 전투 중간에 겨우 44세의 나이로 사라져간 인류의 우주 시대의 진정한 영웅이었다. 우주 과학계의 잊혀진 옛 선배를 복원해 준 앤 드루얀이 고맙다.

 

 

카시니의 장렬한 죽음에 전율을 느끼며

 

어디 인간 영웅만이랴. 앤 드루얀은 우리가 만들어 다른 세계로 보낸 로봇에도 애정의 시선을 돌린다. 예를 들어 토성계를 탐사한 카시니 우주선이 그렇다. 칼 세이건은 카시니의 미션 설계에는 참여했지만, 먼저 세상을 떠나 지구에서 발사되는 것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앤 드루얀은 카시니 우주선의 처음과 끝을 모두 볼 수 있었다.

 

카시니 우주선은 토성계에 도착해서 수십 개의 위성을 관측하고, 그중 하나인 엔켈라두스에 액체 물이 있다는 사실을 발겼했다. 뿐만 아니라 토성의 자기장 지도와 중력장 지도를 만드는 눈부신 성과를 보여 주었다. 수명이 다하자 토성의 대기권으로 뛰어들어 산화함으로써 혹시 있을지 모를 다른 세계 오염을 막았다. 인간이 만든 기계에 불과하지만, 그리고 이 모든 게   NASA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이 시나리오에 따라 이뤄진 것이지만, 이 장면은 전 인류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제트 추진 연구소의 주조종실에서 카시니에게 자살 명령을 내리는 순간, 앤 드루얀은 세심한 필치로 카시니 우주선 설계부터 제작, 그리고 발사까지 참여했던 과학자들의 모습을 묘사하며 로봇 영웅이 주는 감동을, 수십 년에 걸친 우주 미션에 젊음을 바쳤던 과학자들의 심정에 대한 공감을 한껏 끌어올린다.

 

NASA 카시니 임무의 원년 멤버들. 2017년 9월 제트 추진 연구소 심우주 통신망의 우주 비행 작전 본부를 굽어보는 VIP 관람석에 모여 카시니 우주선에게 작별을 고하고 있다.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에서. 사진 ⓒ  (주)사이언스북스. 

 

나도 2019년 봄에 제트 추진 연구소의 바로 그 자리에서, NASA의 관계자들과 함께 한미 공동 우주 탐사 임무에 대해서 회의하기도 했었다. 그래서 카시니가 토성 대기로 산화하는 장면을 지켜보고 있는 과학자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20년 넘게 인공 위성을 만들고 있는 사람으로서 숙연한 감정이 들 수밖에 없었다. 언젠가 나도 내가 만든 인공 위성에 작별을 고하는 장렬한 순간을 맞이할 수 있을까.

 

 

이 책은 희망에 대한 책

 

2020년 인류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의해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신기하게도 바이러스는 인류의 가장 취약한 고리부터 공격해 들어와서 아직 준비되지 않은 인류에게 엄청난 혼란과 막심한 경제적 피해를 주고 있다. 바이러스가 어떻게 그토록 정교한 공격을 해내는지, 바이러스에 지능이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갈 정도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위대한 생명 진화의 힘이다. 바이러스는 생존 확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또 생존에 유리한 그 기능은 후대로 계속 전해진다.

 

이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인류의 유일한 무기는 과학이다. 앤 드루얀은 이 책에서 과학의 핵심으로 ‘의심’을 꼽는다. ‘모든 것을 의심하라!’ 데카르트는 의심이야말로 모든 지식의 출발점이라고 여겼다. 현재 우리가 코로나19와 관련해 접하는 뉴스는 진짜 뉴스와 가짜 뉴스가 뒤섞인 것이라고 봐야 옳다. 이 속에서 지혜로운 행동을 취할 수 있게 해 주는 유일한 태도가 ‘의심’이다.

 

인류를 제외하고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수학적인 기호로 의사 소통하는 종이 있다. 바로 벌이다. 벌떼의 구성원들도 새집을 찾아 나갈 때 정찰 벌들이 가져온 정보를 무턱대고 믿지 않는다. 많은 벌이 제 눈으로 직접 살펴보러 간다. 이들에게 의심은 생존의 수단이다. 확인하러 갔던 벌들까지 모두 한 몸짓으로 춤을 추고, 모두가 하나의 춤으로 통일되면, 그제야 새집으로 이사가 결정되고 비로소 대이동이 시작된다. 지금 인류는 벌들의 지혜가 필요할 때다.

 

 

카산드라를 묘사한 16세기 태피스트리.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에서. 사진 ⓒ  (주)사이언스북스.

 

코로나19뿐인가. 인류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인자들은 너무나 많다. 핵무기 경쟁과 끊이지 않는 전쟁, 질병과 바이러스, 아무 생각 없이 200년 동안 대기에 버려 온 이산화탄소로 인한 기후 변화 때문에 미래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을 하는 과학자들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변하지 않는다면, 재앙을 내다보는 예측력을 갖춘 과학 기술을 보유하더라도, 아무 소용이 없게 된다. 과학은 예언할 수 있는 능력을 선물 받았으나, 그 말을 누구도 믿어 주지 않는 저주를 함께 받은 카산드라일까? 앤 드루얀은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에서 카산드라 신화를 이야기하며, 과학자들이 카산드라가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후손들, 더 나아가 인류의 미래를 위해, 목숨까지도 바쳐 가며 연구에 몰두했던 과학자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며 과학자들은 카산드라의 저주를 이겨 낼 것이라고 이야기해 준다. 철통같이 포위된 레닌그라드(현재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폭격과 굶주림에 시달리면서도 식물 종자들을 단 한 톨도 먹지 않고 지켜낸, 식물학자 바빌로프와 동료들의 희생을 감동적으로 재구성하면서, 앤 드루얀은 카산드라의 저주를 극복하는 데 성공한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과학은 우리가 겪을 위험을 예견할 수 있도록 해 주었고, 그것을 극복할 방법을 가르쳐 줄 것이다. 심지어 가까운 미래에 인류가 다른 세계(행성)으로 서식지를 찾아서 이주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다.

 

물론, 다른 행성으로의 이주 계획이 현실화되기 전에 먼저, 우리는 우리가 사는 지구의 다른 생명체들과 어우러져 공생하는 법을 익히게 될 것이다. 우리는 자연 법칙을 배우고, 조화롭게 서로를 보살피며, 코스모스라는 망망대해에서 살아나가는 법을 터득하게 될 것이다. 지구 바깥으로 이주를 위한 인류 대이동을 가까운 미래에 시작할 수 없다면, 당분간은 우리 서로 이해하면서 서서히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살다가, 자연스럽게 별로 돌아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우리에겐 아직 선택지가 있고 아직 늦지 않았다는 앤 드루얀의 낙관론은 강력한 근거가 있는 것이다. 나도 그의 낙관에 기대어 인류의 미래에 희망을 품고 잠들 수 있을 것 같다.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을 들고 있는 황정아 박사. 사진 제공 황정아.

 

황정아

카이스트에서 물리학으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7년부터 한국 천문 연구원 책임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며, 과학 기술 연합 대학원 대학교(UST) 천문 우주 과학 캠퍼스 대표 교수를 맡고 있다. 국가 우주 위원회 위원이며 한국 과학 창의 재단 이사로 활동 중이다. 2013년 ‘올해의 멘토’로 미래 창조 과학부 장관 표창을 받았으며 2016년 ‘한국을 빛낼 젊은 과학자 30인’에 선정되었다. 저서로는 『우주 날씨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주 날씨 이야기』 등이 있다.

 

 

 

◆ 칼 세이건과 앤 드루얀의 책들 ◆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

 

『코스모스』
전 세계 과학자들이 추천하는 제1의 과학서

 

『잊혀진 조상의 그림자』
인류의 운명에 대한 과학적 성찰

 

『혜성』
우주의 미스터리를 풀어 줄 타임캡슐의 모든 것

 

『지구의 속삭임』
인류가 심우주로 보낸 편지

 

『창백한 푸른 점』
현대 천문학을 바탕으로 우주에서 우리의 위치를 찾다

 

『과학적 경험의 다양성』
과학계와 종교계를 뜨겁게 달군 위대한 강연

 

『에필로그』
칼 세이건이 인류에게 남긴 마지막 메시지

 

 

『콘택트1』
『콘택트2』
외계 생명과의 만남을 그린 명작 영화의 원작

 

『에덴의 용』
뇌과학과 우주적 상상력의 만남!
퓰리처 상 수상작

 

『코스믹 커넥션』
50년의 세월에도 바래지 않는 칼 세이건의 통찰

 

『브로카의 뇌』 (근간)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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