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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새 사라지는 새: 『포토 아크, 새』 옮긴이의 말 본문

(연재) 사이언스-오픈-북

모르는 새 사라지는 새: 『포토 아크, 새』 옮긴이의 말

Editor! 2020. 3. 6. 14:51

『포토 아크, 새』가 출간되었습니다. 작년에 출간된 『포토 아크』를 보신 독자 분이라면 동물의 눈에 초점을 맞추어 촬영한 사진들을 기억하실 텐데요. 전 세계 동물원과 수족관, 자연 보호 구역에서 보호 중인 동물 1만 3000종의 사진을 촬영해 아카이빙하는 ‘포토 아크’ 프로젝트의 수립자 조엘 사토리가 이번에는 《탐조》의 부편집장 노아 스트리커와 함께했습니다. 이 책에 실린 새들의 사진은 정교하고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새들이 먹고 날고 노래하며 짝을 맺고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지기까지의 모든 순간을 한눈에 보여 주며, 역설적으로 새들이 사라진 세계를 상상하게 합니다.

이번 「사이언스북스-오픈-북」에서는 『포토 아크, 새』의 옮긴이인 도서 출판 공존의 권기호 대표의 옮긴이의 말을 옮겨 싣습니다. ‘포토 아크’ 프로젝트의 목표에 공감하실 독자 여러분의 일독을 권합니다.



모르는 새 사라지는 새:
『포토 아크, 새』 옮긴이의 말

 

『포토 아크, 새』 2~3쪽에서


최근 펭귄 캐릭터 ‘펭수’가 아이에 이어 어른의 영혼까지 사로잡아 ‘대통령’의 경지에 올랐다. 하지만 실제 펭귄의 안녕에 관심을 가진 이는 많지 않은 듯하다. 남극에만
1200만 마리, 남반구 전체에 4000만 마리나 살고 있는 펭귄의 안위를 왜 걱정해야 하나? 심지어 열대 지방에 사는 펭귄도 여러 종이 있고, 일부 지역에서는 펭귄의 개체수가 오히려 증가하지 않았나?

펭귄은 과거 수십 종이 멸종했고 현재 18종이 생존해 있다. 키가 180센티미터가 넘고 몸무게가 90킬로그램이나 나갔던 자이언트펭귄(Anthropornis)은 약 4000만 년 전 신생대 에오세 시절을 살다가 올리고세에 사라졌다. 지구 온난화가 현저해져 서식지가 파괴되고 크릴 같은 먹이가 급감하기 시작한 197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펭귄은 전체 개체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IUCN에 따르면 현재 11종은 지속적인 감소세에 있고 갈라파고스펭귄(Galapagos penguin, Spheniscus mendiculus, EN), 자카스펭귄, 노란눈펭귄(yellow-eyed penguin, Megadyptes antipodes, EN), 선눈썹펭귄(erect-crested penguin, Eudyptes sclateri, EN), 북부바위뛰기펭귄(Northern rockhopper penguin, Eudyptes moseleyi, EN) 등은 심각한 멸종 위기에 놓여 있다.

『포토 아크, 새』 58~59쪽에서.
『포토 아크, 새』 174~175쪽에서.

『포토 아크, 새』에서 지은이는 “최근 집계에 따르면 약 1500종의 새가 지구에 서식하고 있다. …… 지구 위에는 무려 2000억 내지 4000억 마리의 새가 살고 있다.”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세계에서 개체수가 가장 많은 조류는 무엇일까? 바로 닭이다. 흔하지 않은 야생 닭이 아니라 아무나 감히 흔히 볼 수 없는 공장식 닭장 속의 양계. 독일의 온라인 통계 포털 스타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2017년 지구에는 대략 228억 마리의 닭이 사육되고 있었다. 국가별 대량 사육 두수를 집계해 추정한 수치인 듯하다. 202076억 명을 넘어선 인간 개체수의 3배에 달한다. 그런데 상당수의 닭은 알을 깨고 나온 지 35~55일 만에 도축되므로 연간 총 개체수는 아마 사육 두수의 3~4배는 족히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해마다 1억 마리가 넘는 35일령 닭이 치킨이나 삼계탕으로 인간의 먹이가 된다. 도살당하지 않으면 닭은 10년 넘게 천수(天壽)를 누릴 수도 있다. 그 많은 닭이 천수를 누리는 것도 문제이지만.

『포토 아크, 새』 30~31쪽에서.

닭 다음으로 많은 조류는 무엇일까? 오리다. 역시나 인간이 사육하는 육용 오리. 그다음이 야생종으로 개체수가 가장 많은 아프리카의 홍엽조다. 15억 마리 정도가 살고 있다고 한다. 한때 큰 무리를 지어 미국의 하늘을 검게 뒤덮으며 50억 마리에 이르렀던 여행비둘기는 무자비한 남획으로 100여 년 전에 절멸했다.

10여 년 전, 뛰어난 통계학자이자 공중 보건 전문의인 한스 로슬링(Hans Rosling)은 세계 인구가 2100년경 한계에 이르러 110억 명을 넘지 않을 것이라 예측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200년 후에는 지구상에 새가 몇 마리나 살고 있을까? 닭과 오리와 칠면조의 수는 배로 늘겠지만 야생 조류의 수는 어쩌면 인구와 비슷해지지 않을까? 그러면 이 책에 등장하는 대다수의 새들은 야생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포토 아크, 새』 22~23쪽에서.

백범 김구와 여러 순국선열이 영면하고 있는 인근 공원에는 지금조차도 새가 별로 없다. 직박구리, 까치, 참새, 박새, 비둘기 정도. 이것은 실제로 서울 도심에서 볼 수 있는 새의 출현 빈도 순서이기도 하다. 영령의 한과 그리움을 달래 주는 소쩍새나 두견, 노고지리의 울음소리도 들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사방에 인기척과 차 소리만 요란하다.

『포토 아크, 새』에 실린 사진이 영정 사진이 아니라 멋들어진 초상으로 영원히 남기를 바라며, 이 중요하고 어려운 프로젝트를 지금도 사력을 다해 이끌어 가는 저자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아울러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새의 우리말 이름을 하나하나 찾아서 확인하고 원서의 오류까지 바로잡아 준 서울 대공원 동물기획과의 장현주 선생님과, 복잡한 편집 작업을 정확하고 철저하게 진행해 준 ㈜사이언스북스 편집부에도 깊이 감사드린다.

20201월 효창공원 발치에서

 

『포토 아크, 새』 184~185쪽에서.

 


권기호
서울 대학교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주)사이언스북스의 편집장을 지냈다. 현재 도서 출판 공존에서 좋은 책을 기획하고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번역서로 『포토 아크』, 『생명의 편지』, 『나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인체 완전판』(공역), 『현대 과학의 여섯 가지 쟁점』(공역) 등이 있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 ◆

『포토 아크, 새』
전 세계 조류 279종의 아름다운 초상 300여 컷 '포토 아크' 프로젝트의 최신작

 

『포토 아크』
인류세의 멸종 쓰나미에 맞선 400여 멸종 위기종의 존엄과 희망

 

『식물』
큐 왕립 식물원과 스미스소니언 가든으로 떠나는 세계대백과사전 식물 가이드

 

『자연의 패턴』
자연의 기발한 디자인과 경이로운 다양성을 300컷의 사진에 담은 장엄한 과학 화랑

『자연사』
40억 년 지구 생명의 역사를 한눈에 들여다보는 생물 도감의 결정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