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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미생물은 없다! : 『보이지 않는 권력자』, 이재열 경북대 명예 교수 편 ② 본문

(연재) 과학+책+수다

나쁜 미생물은 없다! : 『보이지 않는 권력자』, 이재열 경북대 명예 교수 편 ②

Editor! 2020. 6. 30. 16:30

코로나19 시대에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하는 필수 교양 지식은 뭘까요? 공중 위생 수칙? 당연하죠. K-방역의 우수성? 알면 기분 좋죠. 포스트 코로나 시대 경제 변화? 알아두면 손해 보진 않겠죠. 그리고 반드시 익혀야 하는 게 하나 더 있는데, 바로 미생물학입니다. 바이러스 전문가로 한국 미생물학의 기초를 닦아 온 이재열 경북 대학교 명예 교수께서 이번에 『보이지 않는 권력자: 미생물과 인간에 관하여』를 출간했습니다. 미생물학의 핵심 지식, 인간과 미생물의 관계에 대한 노학자의 성찰이 작고 아담한 책에 빽빽하게 담겨 있습니다. 이 책과 관련된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이번 과학+책+수다에서 준비해 봤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일독을 권합니다. 지난주에 발행된 1편에 이어지는 2편입니다.


「과학+책+수다」

나쁜 미생물은 없다!

『보이지 않는 권력자』, 이재열 경북대 명예 교수 편 ②

 

『보이지 않는 권력자: 미생물과 인간에 관하여』 출간을 앞두고 인터뷰 중인 이재열 교수. 사진: 박기수 ⓒ (주)사이언스북스.


사반세기 만에 개정판을 낸다는 것

SB: 선생님, 이번에는 이번에 새로 내신 책 얘기를 좀 해 보면 어떨까요? 『보이지 않는 권력자: 미생물과 인간에 관하여』. 그런데 선생님, 같은 제목의 책 한 권 더 있지 않습니까. 1997년에 저희 사이언스북스에서 출간된 『보이지 않는 권력자』. 23년, 거의 사반세기 만에 내는 개정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희 창립 일자가 1997년 3월 24일인데, 『보이지 않는 권력자』는 5월에 출간되었습니다. ISBN 상으로는 여섯 번째 책이죠. 사이언스북스와 선생님의 인연은 정말 오래되었군요!

 

이재열: 상당히 오랜 시간이 흘렀지요. 따지고 보니 23년 흘렀군요. 그저 감사할 따름이에요. 제가 1983년 귀국해 15년 가까이 학교에 있으면서 작가를 하겠다 하는 생각은 전혀 없었거든요. 그런데 우연히도 이 책, 『보이지 않는 권력자』를 쓰게 되면서 작가 반열에 오르게 된 거지요. 저는 몰랐어요. 책을 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이렇게 귀한 일인 줄. 제 주변 사람들도 많이들 쓰고 싶어 해요. 나도 책 한 권 써 보고 싶다, 작가가 되고 싶다 하죠. 그런데 사실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생각만 할 뿐 못 쓰고 만 사람들이 태반이지요. 그런 면에서 저는 감사하게 생각을 하지요.

 

처음부터 책으로 엮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죠. 학생들에게 미생물학을 좀 더 쉽게 소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하던 차에 칼럼 형식으로 정리해 보면 어떨까 생각을 했고, 그렇게 써 모은 원고를 정리해서 어떤 결과물을 만들 수 없을까 하고 서울 출판사에 의사타진을 한번 해 봤어요. 그게 바로 민음사였죠.

 

SB: 당시 민음사에서는 「민음의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과학책들을 내고 있었죠.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셨고, 한국 과학 문화 진흥회 회장을 지내신 김제완 교수님의 『겨우 존재하는 것들』 같은 책들이 독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어요.

 

이재열: 그리고 당시에는 좀 젊은 선생님들이 중심이 돼서 좋은 과학책을 하나둘씩 번역해 내고 있었죠. 아마도 ‘과학세대’라는 이름을 썼죠? 민음사에서 낸 『눈먼 시계공』도 그분들이 번역해 내신 거죠.

 

SB: 김동광 선생님이나 이용철 선생님 같은 분들이 중심이셨죠. 과학세대 선생님들이 「민음의 과학」 기획할 때나 사이언스북스 창립할 때도 많은 도움을 주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재열: 그분들이 참 감사해요. 그분들이 선구자 역할을 했고, 제게 자극을 줬죠. 아마 그 과학세대 선생님들 중 몇 분이 민음사 과학 관련 기획에 도움도 주고 그러셨던 것 같은데, 그분들께 제 분야에서 제 나름대로 정리한 걸 보여 드렸죠. 과연 이런 것도 책이 될 수 있을까 하고요. 그랬더니 될 것 같다 하시더니 바로 책으로 내게 되었죠. 그 후로 여기저기서 원고 청탁, 출판 요청이 오기도 했고, 저도 다른 출판사에서 다른 분야를 가지고 책도 내기도 하고 그랬지만, 시작은 민음사, 아니 사이언스북스였죠. 작가로서 살아올 수 있도록 북돋아 주고, 이 길을 꾸준히 걸을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셨죠. 감사합니다.

 

SB: 무슨 말씀이세요, 저희가 감사하지요.

이재열: 네. 덧붙여서 감사 말씀을 드리자면 그간 ‘민음사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좀 뻐기면서 살 수 있었답니다. 다른 출판계 사람들이 그렇게 불러 주더군요. 처음에는 그게 무슨 뜻인지 잘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 민음사가, 사이언스북스가 그래도 이름 있는 출판사구나 하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죠. 민음사의 역사 안에 들어갈 수 있어 영광입니다. (웃음)

 

 

『보이지 않는 권력자』와 함께 나온 「민음의 과학」과 사이언스북스의 초기 책들. 사진: ⓒ (주)사이언스북스.

 

SB: 아닙니다. 아닙니다. 저희가 영광이지요. 그러면 이번에 새로 내신 책, 23년 만의 개정판에 특별하게 담고자 했던 것이 있다면 그게 무엇일지 말씀 주시면 좋겠습니다. 1997년판과 비교해 주셔도 좋을 것 같고요.

 

이재열: 사실 그때는 일단, 미생물과 관련된, 학생들이 관심을 가질 만하고 도움될 만한 기본 자료 같은 것을 모아 보자, 그리고 그중에서도 좀 재미있고 특이한 것을 모아 글을 써 보자 하는 생각에 정신없이 글을 쓰느라고 책 전체를 아우르는 큰 그림이 있었다고 하기엔 좀 어렵겠죠. 다만, ‘이 일은 내 임무다.’ 하는 생각은 강했죠. 그러고 나서 시간이 지난 뒤, 편집부에서 개정판을 내자는 얘기를 주셨죠? 그런데 문득 여기에 뭘 덧붙이자니 큰 의미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똑같이 가는 것보다는 오히려 조금 좀 다르게 가야 독자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SB: 원래 저희는 좀 더 편하게 생각했죠. 기존 원고 중에 사실 관계가 바뀐 것들은 덜어내고 업데이트가 필요한 것은 업데이트를 하고 그 후 새로 발견된 과학적 사실들은 추가를 하면 되겠지 생각했죠. 하지만 선생님께서는 좀 과감하게 바꾸셨죠.

 

이재열: (웃음) 교양 과학서는 무엇을 지향해야 할까, 교양 과학서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생각해 봤죠. 일단, 대중에게 과학이 어떤 것인가 하는 걸 좀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요? 그다음에는 과학자들의 마음을 좀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야 ‘대중의 과학화’가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단순한 정보의 나열만으로는 부족하죠. 읽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해 줘야 하죠. 그렇게 하려면 가까운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글을 써야겠죠. 연인이 함께 산책을 할 때나 부부가 식사를 하면서 나누는 대화처럼 과학을 이야기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에 도달하게 되었죠. 이를테면 밥상머리 과학 대화, 아니면 미생물과의 노변방담(爐邊放談). (웃음)

 

 

밥상머리 과학 대화, 아니면 미생물과의 노변방담(爐邊放談)를 지향한 『보이지 않는 권력자』. 사진: ⓒ (주)사이언스북스.

 

그렇게 하려면 과학 이야기를 최대한 쉽게 만들어야 하죠. 제가 독자의 입장에 빙의해서 쉽다고 느껴질 때까지 쉽게 고쳐 써야 하죠. 그렇다면 일상 생활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주변 사물들을 가지고 와서 과학하고 결부시키면 어떨까! 그런 쪽으로 한번 다가가 보자.

 

사람이 살면서 가장 가깝게 느끼는 게 아마 계절 변화, 날씨 같은 거겠죠. 우리는 사계절의 변화 속에서 철마다 새로운 미생물과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가며 살잖아요. 겨울에는 김치를 숙성시켜 주는 유산균과, 봄으로 바뀌는 환절기에는 독감이나 폐렴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들과,  여름에는 음식을 상하게 만드는 곰팡이들과, 가을에는 쌀과 과일을 발효시켜 달콤한 술을 만들어 주는 효모들과 복작복작 이야기를 만들어 가며 살죠. 이렇게 사람과 미생물, 그리고 사람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이야기를 계절을 따라가며 설명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던 거죠.

 

‘인간살이’가 그런 것 아니겠어요? 관계를 만드는 것. 그런데 이 관계라는 건 꼭 인간들 사이에만 있는 게 아니죠.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우리 몸속에서도 서식하는 모든 생명체와의 관계가 우리 삶을 이루고 끌고 가죠.

 

 

나쁜 미생물은 없다!

SB: 선생님의 그런 고민에 책 체재에도 잘 묻어나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은 모두 4개의 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 「작고도 커다란 왕국」, 2부 「손끝보다 미세한 맛의 비결」, 3부 「권력자의 사계절」, 4부 「미생물에게서 우리를 보았다」 같은 부제목들만 봐도 미생물과의 노변방담이라는 선생님의 콘셉트가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저희도 그 콘셉트를 살리기 위해 이수연 선생님의 귀여운 미생물 그림을 가져다 썼죠. 다만, 책 나오기 직전, 코로나19가 갑자기 전 세계를 휩쓰는 바람에 코로나바이러스를 필두로 미생물은 다시 인류의 적으로 인식되는 듯합니다. 공포의 대상이 되었죠.

 

이재열: 저는 이 책 끝부분에서 “전쟁 대신 평화를”, “미생물이 미래다.”라고 얘기했죠? 코로나19 사태가 우리 사회를 크게 바꾸겠지만, 제 생각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 같아요. 우리는 진화의 동반자인 미생물을 좀 더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봐야 해요. 사람 마음이란 게 자신에게 이익된 쪽을 예쁘다 좋다 하고, 자신에게 해되는 쪽을 밉다  싫다 하는 거잖아요. 하지만 미생물의 세계는 엄청나게 다양해요. 혹시 윤구병 선생님이라고 아세요? 변산 공동체 학교 대표이고 농사 짓는 철학자로 유명한. 그분 책 중에 『잡초는 없다』(보리, 1998년)라는 책이 있어요. 제목이 확 다가오더라고요. “세상 풀은 다 풀인데 어느 걸 잡초라고 그러느냐? 세상에 잡초는 없다.”라고 일갈하죠. 사실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식물은 거의 천 가지가 넘는다고 해요. 농업 문명이 심화되며 우리의 편식도 심해진 것뿐이죠.

 

예를 들어, 인간은 셀룰로스 분해 효소가 없어 나무를 직접 먹을 수는 없어요. 그리고 아무 풀이나 먹을 수도 없죠. 또 먹을 수 있다고 해도 꼭 입맛에 맞는 것만 있는 것도 아니죠. 그런 식물들은 우리는 절여 먹거나 미생물의 도움을 받아 발효시켜 먹어요. 그런 의미에서 쓸모없는 풀은 하나도 없다는 거예요. 비슷한 맥락에서 세상에 나쁜 벌레는 없다고 할 수도 있죠. 곤충, 벌거지. 징그럽다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다 자기 나름의 삶을 가지고 있어요. 사람이 보기에는 해충도 있고, 익충도 있겠지만, 벌레는 다 벌레예요. 자연이 어디 거기에 구분선을 그었나요?

 

미생물도 마찬가지죠. 좋은 미생물이 있고, 나쁜 미생물이 있다고 얘기하죠. 과연 그럴까요? 예를 들어서 코로나바이러스 같은 감염병 바이러스나 병원균이 가장 나쁘다고 얘기를 할 겁니다. 하지만 미생물의 관점에서 보면 좋은 환경을 만나면 증식에 몰두하는, 자기 삶에 충실한 하나의 생명체일 뿐이죠.

 

발효와 부패라는 개념도 그렇죠. 둘 다 미생물이 자신이 좋아하는 먹을거리와 환경을 만나서 증식하는 것뿐이에요. 하지만 어떤 것은 인간에게 이익되고 다른 것은 해가 되기에 발효와 부패라고 구분해서 말하죠. 하지만 생화학적으로는 똑같은 작용이에요. 미생물은 거짓말을 하지 않죠.

 

또 부패라고 해서 꼭 나쁘기만 할까요? 만약에 부패 작용이 이 지구에서 없어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나무에서 떨어지는 수많은 이파리가 쌓여 썩지 않으면, 죽은 동물 사체가 썩어 흙이 되지 않으면, 이런 일이 2, 3년만 지속되어도 인류 문명은 버티지 못하고 부패 작용이 존재하는 행성을 찾아 떠나야 할 거예요. 또 부패 작용은 낙엽을 썩게 해 퇴비를 만들어 주죠. 중요한 것은 우리가 미생물들과 슬기롭게 공생하는 길을 찾는 거예요.

 

코로나19 이후 우리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자세는 미생물과 우리, 자연과 우리의 관계를 조화롭게 이끌어 갈 것인가 고민한 걸 거예요. 미생물은 모조리 때려잡자, 때려잡자 하는 게 아니라요. 그런 생각이 조금 듭니다.

 

 

미생물과의 슬기로운 공생을 강조하는 이재열 교수. 사진: 박기수 ⓒ (주)사이언스북스.


슬기로운 미생물과의 공생 생활

SB: 다음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방금 말씀하신 미생물과의 슬기로운 공존을 위한 고민에는 생명의 정의에 대한 고민도 포함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또 미생물학은 생명의 최소 단위에 대한 연구이기도 하잖아요? 생명 없는 무생물과 살아 움직이는 생물 사이의 경계를 찾는 학문이기도 하죠. 그런 측면에서 정말 이런 질문을 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생명이란 무엇인가요?

 

이재열: 한마디로 얘기하기가 사실 힘들어요. 그런 점 때문에 생물학이란 무엇인가 하는 학문적 정의도 힘들죠. 아직 아무도 (정의를) 못 내리고 있어요. 물론, 생명에 대한 정의라고 제시되는 문장들이 있기는 하죠. 하지만 구체적인 게 하나도 없어요.

 

생명이라는 것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흘러가는 과정의 일부이기 때문에 정의하기 정말로 쉽지 않죠. 또 환경 변화에 적응하며 변화까지 해요. 살아남기 위해서. 아마 이 과정 전체를 생명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인간도 마찬가지거든요. 어떻게 변할지 몰라요. 정해져 있는 건 하나도 없죠. 이렇게 정리해 볼까요? 저는 생명이란 환경의 변화 과정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향으로 적응해 나가는 것이다 하고 말하고 싶어요. 미생물부터 사람까지 모두.

 

SB: 참 쉽지가 않은 질문이기는 하네요.

 

이재열: 그런 것 같습니다.

 

SB: 그럼 질문을 바꿔 보겠습니다. 미생물학은 과연 우리 사회를 앞으로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까? 이 질문을 한번 여쭙고 싶었습니다.

 

이재열: 좀 어렵네요. 미생물학이 과연 우리가 사는 사회를 바꿀 수가 있을까? 어떻게 생각하면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은데……. 또 어떻게 생각하면 많은 것을 바꿀 수도 있겠죠. 코로나19를 가지고 한번 얘기해 볼까요?

 

이번 사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미생물은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어요. 전 세계 주식 시장을 들었나 놨다 했고, 초강대국의 항공 모함 함대도 작전 불능 상태에 빠뜨렸죠. 세계 각국의 정치 지도자들 보세요. 어떤 사람은 벙커에 숨고, 또 어떤 사람은 병원 음압 병실에 격리되기도 했고, 또 어떤 사람은 죽기도 했죠. 20세기 후반 이후로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이죠. 인류 역사상 어떤 독재자도, 어떤 권력자도 하지 못한 일이죠.

 

SB: 그러네요.

 

이재열: 우리가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이런 어려움을 대처할 수 있을까? 그 지침을 주는 게 미생물학이죠. 이번 사태는 이번만으로 끝나지 않을 거예요. 반복되겠죠. 그 패턴을 파악해 앞으로 올 사태를 예측하고 대응할 준비를 하는 것, 그게 미생물학의 일이겠죠. 미생물에 대한 깊은 이해, 관심이 없으면 불가능하죠. 제가 책에서도 얘기했고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코로나19에 대한 대처를 꼭 전쟁으로만 보면 안 될 것 같아요. 코로나19가 물러나도 그 돌연변이체나 또 다른 바이러스가 인류 생활 방식의 허점을 치고 들어올 테니까요. 그들 역시 환경 변화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거예요. 그것을 알고 이해하고 서로서로 공생하는 방향을 모색하는 게 미생물학을 배운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SB: 미생물과 우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일 테니까요.

 

이재열: 그렇지요.

 

SB: 그럼 이 질문을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마칠까 합니다. 선생님, 고생하셨습니다. 독자 여러분께 한 말씀 남겨 주시죠.

 

이재열: 감사합니다. 네, 『보이지 않는 권력자』, 이 책은 사람들이 어렵다고만 생각하고 무서워 하기만 하는 미생물을 독자들에게 좀 더 쉽게 소개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엮은 책입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누구나 밥상머리에서도 미생물에 대한 이야기를 편하게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게 제 바람입니다. 정보도 담고 지식도 담고 40년 넘게 미생물학을 파온 제 나름의 생각도 담았습니다.

 

많이 읽어 주시고 잘못된 부분을 지적해 주신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사랑을 기다릴 뿐입니다. 감사합니다.

 

『보이지 않는 권력자: 미생물과 인간에 관하여』 출간을 앞두고 인터뷰 중인 이재열 교수. 사진: 박기수 ⓒ (주)사이언스북스.

 


이재열

서울 대학교 농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기센 대학교에서 바이러스에 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 막스 플랑크 생화학 연구소에서 박사 후 과정을 마치고 경북 대학교 생명 과학부 교수로 근무했다. 현재 명예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모두들 어렵다고 말하는 과학에 대해 알기 쉽게 풀어 설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권력자』, 『바이러스는 과연 적인가?』, 『보이지 않는 보물』, 『바이러스, 삶과 죽음 사이』, 『미생물의 세계』, 『우리 몸 미생물 이야기』, 『자연의 지배자들』, 『자연을 닮은 생명 이야기』, 『담장 속의 과학』, 『불상에서 걸어나온 사자』, 『토기: 내 마음의 그릇』 등의 책을 펴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보이지 않는 권력자: 미생물과 인간에 관하여』

코로나19 시대의 필수 교양

 

 

『미생물의 힘』

인류 역사를 바꾼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의 진실

 

 

『담장 속의 과학』

과학자의 눈으로 본 한국인의 의식주

 

『파스퇴르』

과학을 향한 끝없는 열정

 

 

『아름다운 미생물 이야기』

미생물학의 과거, 현재, 미래가 한 권에

 

『겨우 존재하는 것들 2.0』

원로 석학의 재밌고 맛깔나는 물리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