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ScienceBooks

인간을 위한 과학, 해방을 위한 기술! 『과학의 품격』: 강양구 편 ② 본문

(연재) 과학+책+수다

인간을 위한 과학, 해방을 위한 기술! 『과학의 품격』: 강양구 편 ②

Editor! 2020. 6. 1. 16:08

코로나19 전문 기자로 여러 매체에서 전방위로 활약하고 있는 강양구 기자님의 과학 기술 문화 비평서, 『과학의 품격』의 전자책이 출간되었습니다. 『과학의 품격』 전자책 출간을 기념해 아껴 뒀던 강양구 기자님의 인터뷰를 「과학+책+수다」로 방출합니다. 표지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와 한국을 대표하는 과학 저널리스트 강양구 기자님의 출발점이라고 할 역사적 사건 등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모두 2편으로 발행됩니다.


「과학+책+수다」

인간을 위한 과학, 해방을 위한 기술!

『과학의 품격』 : 강양구 편 ②

 

인터뷰 중인 강양구 기자. 사진 ⓒ (주)사이언스북스.

 

과학 기술은 하나의 문화

 

SB: 무거운 주제다 보니까 목소리가 많이 잠기시네요. 물 좀 드세요. 현 정부의 과학 기술 정책을 굉장히 비판적으로 보셨는데, 그래도 문재인 정부에서는 탈핵도 하겠다고 하고, 신재생 에너지로 에너지 체제를 전환하겠다고 하는 등 변화를 많이 주고 있지 않나요? 그런 부분은 어떻게 평가하세요?

 

강양구: 큰 틀에 대해서는 아까 질문에 답변을 드리면서 논평을 했던 것 같아서 다시 반복하지는 않겠습니다. 이 책 『과학의 품격』에서도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과 관련해서 생각해 볼 만한 소재들을 여럿 가져다 제 나름의 고민과 섞어서 몇 편의 글들로 정리를 했습니다. 저는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일단 첫 단추는 잘 끼웠다고 생각해요. 역대 정부 중에서 에너지 정책을 자기 임기의 주요 어젠다로 내세웠던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처음이었거든요. 그 점은 칭찬해 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평가를 해 보자면 과연 문재인 정부가 애초에 출범할 때 목소리를 높였던 것처럼 에너지 전환에 의지가 있는가 생각해 보면 거기에 대해서는 좋은 점수를 주기가 어렵습니다.

 

몇 가지 이유가 있죠. 첫 번째, 체계적이고 집중적인 에너지 전환과 관련된 고민이라든가, 그리고 그 고민에 뒤따르는 구체적인 정책이나 지원이 보이지가 않아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다른 에너지 전환 정책과 엇박자까지도 보입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수소 경제입니다.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죠, 우리나라 정부처럼 수소 경제 혹은 수소 자동차, 수소 연료 전지 이런 것에 거의 ‘올인’하다시피 하는 나라는.

 

현재 우리나라 에너지 전환에 쓰이는 정부 역량이 상당 부분 이 수소 경제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과연 그것이 장기적인 에너지 전환에 로드맵에서 봤을 때 맞는 방향인지, 그리고 정확하게 에너지 전환 로드맵을 설계한 다음에 그 설계에 근거한 정책 방향인지, 아니면 특정 기업들의 바람에 따라가는 것인지 의구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대한민국이 에너지 전환을 한다면 거기서 수소가 차지하는 우선 순위는 태양광이라든가, 풍력이라든가 혹은 기타 지역에 맞춤한 다양한 에너지 전환의 수단들이 있을 텐데, 그 뒤로 밀려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친환경 자동차만 놓고 봐서도 그렇습니다. 전기 자동차와 수소 자동차를 비교했을 때 오히려 지금은 전기 자동차에 적극적으로, 집중적으로 지원을 하고 전기 자동차 관련 인프라를 고민을 해야 할 때지. 그 자원을 수소에다가 돌리는 것은 올바른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좀 비판적이고요.

 

그래서 문재인 정부가 첫 단추를 끼우기는 했지만, 과연 그것이 제대로 된 고민과 설계 속에서 잘 추진되고 있는지는, 3년 동안 진행되어 온 과정을 봤을 때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것은 오랫동안 에너지 전환 정책을 고민해 온 국내의 많은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걱정하는 대목입니다.

 

SB: 오래전부터 에너지 전화를 재생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 온 진보 쪽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보수 신문으로부터 섣부른 탈핵으로 나라의 성장 동력을 망치고 있다고 집중 포화를 당하고 있지 않나요?

 

핵에너지에 대한 편중적인 지원과 특혜에 대해 비판적인 자세인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을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동시에 장기적 비전과 로드맵이 부재한 것은 아닌가 비판하는 강양구 기자. 사진 ⓒ (주)사이언스북스.

 

강양구: 특히 과학 기술계에 계신 분들 중에서 우리나라가 비교적 여태까지 잘해 왔고,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봐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 수준의 과학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핵에너지와 관련해서 이 정부가 너무 쉽게, 특히 과학 기술계의 의견 수렴을 하지 않고 포기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보수 언론은 그런 두려움을 부채질하는 거죠.

 

그런데 조심스럽게 말씀을 드리자면, 기존의 핵에너지 산업과 이해 관계가 없는 과학자, 기술자, 전문가 들이 그런 얘기를 내놓으실 때, 과연 전 세계적 에너지 전환 흐름이나, 핵에너지가 실제로 국제 사회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이나, 우리나라가 실제로 가진 핵기술에 대한 정교하고 정확한 정보와 고민 속에서 나온 것인지, 약간 의구심이 들 때가 있습니다.

 

어쩌면 문재인 정부에 대해 약간 비판적이고 좀 더 심하게 이야기하면 적대감을 가지고 계시는 분들이 그 적대감을 에너지 전환에 투영하고 있는 게 아닌가 여겨집니다. 왜냐하면 다른 나라들은, 심지어는 석유 회사까지 나서서 에너지 전환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등 에너지 전환에 올인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에너지 전환은 원자력만큼이나 많은 연구 주제, 일자리, 창업 기회, 산업을 창출해 낼 수 있어요. 왜 그런 것들은 무시하거나 축소하고 핵에너지에 대한 편중적인 지원과 특혜를 계속해서 보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과연 과학 기술자로서 올바른 태도인가 회의적입니다. 그런 고민들도 이 책에 조심스럽게 담아 봤습니다. 다른 의견을 가지신 분들도 한번 읽어 보시고 같이 토론을 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인간을 위한 기계, 해방을 위한 설계!”

 

SB: 질문을 바꿔 볼까요? 책 내용을 설명하는 중이니까, 어느 하나 아끼지 않는 글이 없으시겠지만, 두 편 정도 가장 사랑스러운 글을 골라 주시면 어때요? 예를 들어 저는 루스 코완의 언던 사이언스(undone science) 개념을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 엮어서 설명한 꼭지들을 골라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생리통 치료약은 왜 없나요?」하고 「지영 씨, 세탁기 때문에 행복하세요?」가 그거죠. 트렌디한 베스트셀러가 아무도 관심 갖지 않을 과학학 개념과 연결된다니!

 

강양구: 이런, 뭔가 들킨 기분인데요. 왜냐하면 저도 굉장히 좋아하는 글이고, 그리고……, 어차피 이건 책 홍보하는 자리니까 제 자랑 약간 해 보자면, “야, 이런 글을 대한민국에서 쓸 수 있는 사람이 강양구 말고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을 그 글을 쓰면서도 실제로 했거든요. 왜냐하면 언던 사이언스, 다시 말해 수행되지 않은 연구라는 개념이나 혹은 루스 코안의 연구를 공부하고 또 알고 계시는 분들은 학계에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그분들은 『82년생 김지영』을 읽으셨을 것 같지는 않아요.

 

반대로 『82년생 김지영』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굉장히 많은 분들이 이 책의 내용을 알고 있지만, 제가 이 글들에서 인용한 에피소드에서 과학 사회학적 개념을 떠올리기는 쉽지가 않겠죠. 심지어는 젠더나 페미니즘과 연관된 내용들을 오랫동안 고민해 오셨던 분들조차도 현대 과학 기술의 문제와 연결시키기는 쉽지 않으셨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어려운 걸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대한민국에 있었네. 그게 바로 강양구야.’ 이런 남우세스러운 생각을 제가 그 글들을 쓰면서 실제로 생각했어요. 굉장히 신나서. 실제로 『82년생 김지영』을 읽으면서 제가 그 두 부분에 메모를 해 놨거든요. 아, 이 부분은 언던 사이언스라는 개념을 소개하는 데 쓰기 굉장히 좋은 소재구나. 또 이 부분은 루스 코안의 연구 성과를 대중들에게 소개하기 굉장히 좋은 사례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고, 실제로 그걸 글로 만들어 본 것입니다.

 

너무 잘난척했나요? 자, 그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이 책 2부에 있는 「생리통 치료약은 왜 없나요?」하고 「지영 씨, 세탁기 때문에 행복하세요?」라는 글을 읽어 보시면 강양구가 저렇게 큰소리칠 법하구나 생각하시게 될 겁니다.

 

그리고 한 편 더 고르자면, 황우석 사태를 짧은 르포르타주인 1부가 끝나자마자 2부 시작에 넣은 글인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30퍼센트 법칙」을 들 수 있습니다. 과학 저널리스트 강양구의 현재 고민을 소개하는 글들 중 맨 앞에 배치된 글이죠. 이 글은 최근에 제가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많이 하고 있는 심리학의 여러 가지 성과들을 동원해서 미래를 바꾸는 방법에 대해서 논하고 있죠. 

 

사람은 원래 이기적인가? 사람은 원래 이타적인가? 인류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세상이 좀 더 나아지려면 그리고 사회 공동체가 좀 더 행복해지려면 자기만 아는 이기성은 약간 좀 죽이고 이타성을 좀 자극해야 하는데 그 이타성을 자극할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 사람들은 이런 고민을 많이들 하죠. 또 굉장히 많은 과학자들이나 학자들이 이 문제들에 대해서 자신만의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저 역시 짧은 글이지만 강양구식으로 한번 답변을 해 본 거예요. 아, 세상이 좀 더 나아지려면, 그리고 사회 공동체를 구성하고 있는 개개인들의 이기심보다는 이타성을 자극하려면 우리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그리고 사회를 어떻게 바꿔 봐야 할까에 대한 강양구 식의 대답인 거죠.

 

과학의 품격은 '인간의 얼굴을 한 과학 기술'에서 나오지 않을까요? 인터뷰 중인 강양구 기자. 사진 ⓒ (주)사이언스북스.

 

실제로 이 글의 초고, 그러니까 잡지에 게재했던 글을 중학교나 고등학교 선생님들께서 국어 시간이나 사회 시간에 학생들이랑 같이 읽고 토론을 할 때 이용을 해 보셨다고 해요. 굉장히 반가웠죠. 실제로 그런 식으로 이용을 하기에 좋은 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자꾸 구체적인 내용은 소개하지 않고 자랑만 하네요. 늙었나 봐요. (웃음) 아무튼, 한번 읽어 보세요. 읽어 보시고, ‘그럴듯한데.’ 하고 여러분이 고개를 끄덕이실 수 있으면 저자로서 굉장히 행복하겠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글을 한 편 더 골라 볼게요. 「로봇 해방의 상상력」이라고 하는 글도 제가 굉장히 제가 좋아하는 글입니다. 이 책은 사실 저 혼자 쓴 책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정말 많은 분들에게 가르침과 도움을 받아 이 책을 썼지요. 제가 생각하기에 공동 저자라고 할 만한 분들이 잔뜩 있어요. 뭔가 품격있는 과학 기술을 현장에서 실천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 분들의 이야기를 갈무리해서 제가 이 책에 몇몇 에피소드에 집어넣어 보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로봇 해방의 상상력」이라는 글은 이런 글 중 하나예요.

 

이 글의 주인공은 서울 대학교 공과 대학에 조규진 교수님이에요. 조규진 교수님은 ‘소프트 로봇’을 연구하는 공학자입니다. 그런데 조규진 교수님이 만든 소프트 로봇 중 하나가 로봇 글러브예요. 손을 움직일 수 없는 장애인이 이 로봇 글러브를 손에다 끼면, 손을 움직일 수 있어요. 저는 이 연구 성과를 소개했죠. 로봇 기술을 장애인들이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해 주는 사회 만들기와 연결하려고 하는 조규진 교수님의 노력이 과학 기술에 품격을 불어넣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인간을 위한 로봇, 해방을 위한 과학 기술’, ‘인간의 얼굴을 한 과학 기술’ 좋지 않아요?

 

자, 이 글들 말고도 제가 자랑하고 싶고, 또 독자 여러분과 함께 읽어 보고 싶은 글들이 굉장히 많은데 시간이 한정되어 있으니까 일단 이 정도에서 자랑을 멈추도록 하겠습니다.

 

 

내공 심후한 독서가, 강양구

 

SB: 이런 좋은 글들은 아마 강 선생님의 독서가로서의 내공에서 나온다고 봐요. 저는 강양구라는 저자를 과학 저널리스트나 지식 큐레이터만으로 볼 게 아니라 전통적인 ‘독서가’로서도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한국 출판 마케팅 연구소에서 내는 출판계 ‘인기’ 잡지 《기획회의》의 기획 위원으로 활동하시기도 하고, 「JYP와 YG의 책걸상」이라는 팟캐스트…….

 

강양구: 「YG와 JYP의 책걸상」.

 

SB: 죄송합니다. 「YG와 JYP의 책걸상」이라고 하는 팟캐스트, 오디오클립도 진행하며 매주 좋은 책들을 소개하고 계시잖아요. 최근에 나온 책들 중 강양구 선생님께서 주목하셨던 책 5종만 뽑아 주시죠. 내공 깊은 사이언스북스 독자들이 무척 좋아할 것 같습니다.

 

강양구: 갑작스러워서 약간 고민이 되기는 하는데요. 인터뷰 시작하기 전에 질문지를 슬쩍보고 한번 생각을 해 봤습니다. 최근에 제가 즐겁게 읽었던 책들 몇 권 있기는 하지만, 2019년을 대표할 만한 책들이라고 독자들에게 권할 수 있을 법한 책이 뭐가 있을까? 심지어 5종이나? 그런데 얼추 따져보니까 5권 정도는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사이언스북스 책은 없어요. 안타깝습니다.

 

SB: 죄송합니다. 

 

고착화된 한국 사회의 불평등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한국 사회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강양구 기자. 사진 ⓒ (주)사이언스북스.

 

강양구: 픽션 2권, 논픽션 3권을 꼽아 볼게요.

 

먼저 약간 가볍게 읽으실 수 있는 픽션부터 꼽자면 민음사에서 나온 조해진 작가의 『단순한 진심』이라고 하는 소설이 있습니다. 저는 그 소설을 읽으면서 굉장히 많이 울었고, 굉장히 많이 감동했고, 이런 소설을 읽는 분들이 세상에 많아지면 세상이 좀 더 따뜻해질 수 있고, 또 세상이 좀 더 나아질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아직 조해진 작가의 『단순한 진심』을 읽어 보시지 않은 분들이 있다면 꼭 한번 읽어 보시면 좋겠어요. 읽으면 여러 가지 생각을 하실 수 있습니다.

 

『단순한 진심』과는 약간 결이 다르지만, 지금 현재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청춘 남녀들의 아픈 사랑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 있어요. 드라마로 만들어지면 굉장히 좋을법한 흥미로운 에피소드들로 채워져 있는 『사랑의 이해』라고 하는 소설이 있어요. 이혁진 작가의 소설인데, 이 책도 민음사 책이네요. 소설 자체도 굉장히 재미도 있고, 작가가 전하고 싶어하는 메시지들도 독자들에게 생각거리를 많이 주죠. 현대 청춘남녀들의 연애에 대한 일종의 보고서 같은 소설이기 때문에 재밌을 거예요. 제가 이거 드라마로 만들어지면 굉장히 좋겠다는 생각을 그 소설을 읽으면서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실제로 드라마로 만들어지기로 계약을 했다고 해요. 독자 여러분도 관심을 가져 주시면 좋겠습니다.

 

SB: 감사합니다. 민음사 출판 그룹의 책을 벌써 2권이나. 

 

강양구: 논픽션은 여러 권 있는데, 이것도 공교롭게도 민음사에서 나온 책이네요. 제가 민음사에서 나오는 책들을 굉장히 좋게 읽나 봅니다. 리처드 리브스의 『20 VS 80의 사회』라는 책이죠. 미국의 불평등 연구자가 쓴 책인데 굉장히 중요한 화두를 던져 주죠. 지금 전 세계, 미국 혹은 우리나라에 불평등 문제는 1 대 99, 혹은 0.1 대 99.9의 문제가 아니라 20 대 80의 문제라는 사실을 여러 가지 사례들을 동원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책입니다. 2019년 대한민국을 가장 세게 뒤흔든 뉴스 중 하나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사태였잖아요. 저는 그 사태가 대한민국에 고착화된 불평등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했다고 생각합니다. 조국 전 장관이 물러나고 그 가족들이 재판을 받고는 있지만, 이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죠. 아마 민주당 정권의 미래도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달려 있을 거예요. 이 문제를 생각할 때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이 바로 리브스의 『20 VS 80의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네 번째 책은 제가 꼭 써 보고 싶은 종류의 책이었는데 남이 먼저 써 버린 책이죠. 훌륭해요. 그래서 그 책을 읽으면서 많이 배웠고, 공부도 됐죠. 또 제 고민을 깊게 하는 데도 도움이 되었고요. 바로 조천호 선생님께서 쓰신 『파란 하늘 빨간 지구』라는 책이죠. 동아시아에서 나왔죠. 제가 사이언스북스에서 에너지와 기후 변화를 다룬 책들을 내보려고 오랫동안 준비를 해 왔죠. 초고도 상당히 많이 써 놨었고, 그 책이 먼저 나왔어야 했는데 그 책이 지지부진한 사이에, 국립 기상 과학원에서 오랫동안 기후 변화와 기후 시뮬레이션을 연구해 온 조천호 박사님께서 연구소를 나오신 다음에 이 책을 펴내신 거죠. 신문에 연재된 글을 묶어서 냈다는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천호 선생님께서 지금까지 연구하고 고민해 온 내용들을 굉장히 잘 담아 냈습니다. 저는 외국에서 나온 기후 변화 책들도 많이 읽어 봤거든요. 그런 책들과 견주어 봐도 결코 정보의 폭이라든가 고민의 깊이 면에서 떨어지지 않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독자들도 우리 과학자가 쓴 멋진 기후 변화 책을 가지게 되었구나. 기후 위기의 시대, 반드시 읽어야만 하는 책이랍니다.

 

마지막 다섯 번째 책은 뭐로 할까요. 이철승 서강대 교수의 『불평등의 세대』도 있고, 에이미 골드스타인의 『제인스빌 이야기』도 제가 좋게 읽었던 책인데, 역시  프랭클린 포어의 『생각을 빼앗긴 세계』라는 책을 골라야 할 것 같습니다.

 

SB: 반비 책이군요. 감사합니다.

강양구: 이 『생각을 빼앗긴 세계』는 미국의 저널리스트가 인터넷 매체를 실제로 경험해 보고 실패한 경험을 염두해 두고서 쓴 책입니다. 그래서 지금 미디어 환경이 어떻게 변하고 있고, 또 디지털 시대에 생각한다는 것, 그리고 정보를 접한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성찰을 하고, 그 성찰의 결과물로서 어떤 행동을 한다는 것, 그러니까 저널리즘에 대한 다양한 측면을 다소 비판적인 시각으로 잘 정리해 놓은 책입니다.

 

저자 개인의 경험과도 맞물려 가지고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는 책이기 때문에, 이제 완전히 디지털 매체를 중심으로 해서 어떤 면에서는 획일화되어 있는 한국 사회에도 던지는 메시지가 굉장히 의미심장하다는 생각에서 독자들과 함께 읽어 보고 싶은 다섯 번째 책으로 골랐습니다. 5권 중 4권을 민음사 출판 그룹 책으로 골랐으니, 됐죠? (웃음)

 

 

4차 산업 혁명 시대의 공부법이란 무엇이고, 진로 선택은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내용을 새 책에서 다루고 싶다는 강양구 기자. 사진 ⓒ (주)사이언스북스.

 

앞으로의 저술 계획은?

 

SB: 감사할 뿐이죠. 그럼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저술 계획에 대해서 얘기해 보죠. 방금 전에 조천호 박사님보다 먼저 기후 변화 책을 먼저 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하셨죠? 앞으로의 저술 계획이 어떻게 되시죠?

 

강양구: 지금 머릿속에 세 가지 정도의 집필 구상이 있어요. 어쨌든 해야 할 일들입니다. 왜냐하면 출판사들과 계약이 되어 있기 때문에. 하나는 방금 제가 답변을 드리면서 말씀했던 것처럼 기후 변화와 에너지 전환를 묶어서 제 나름대로 정리를 해 보는 책이죠. 이미 저는 사이언스북스에서 나온 『아톰의 시대에서 코난의 시대로』라는 책을 통해서 2010년대 초 전 세계에서 이뤄지고 있던 에너지 전환과 관련된 사례들과 고민들을 갈무리한 적이 있습니다. 그 책의 업그레이드 버전이기도 하면서 최근에 전 인류가 고민하고 또 함께 대응해야 할 핵심적인 문제로 떠오른 기후 변화에 대한 성찰까지도 묶은 책을 한 권 준비하고 있어요. 2020년 제가 써야 할 첫 번째 책, 혹은 가장 관심을 기울여야 할 책이 아닌가 싶어요.

 

또 하나는 이 책의 동생 버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청소년들이나 눈높이를 약간 더 낮춰서 초등학교 고학년들이 에너지 문제와 에너지 전환 문제에 대해서 사례 중심으로 좀 쉽게 접할 수 있는 그런 작은 책을 써 보면 어떨까 싶어요. 마침 한 어린이책 전문 출판사로부터 그런 제안을 받기도 했고요. 그 책 초고도 어느 정도 준비하고 있거든요. 이 두 책은 제 2020년 플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과제이기도 하죠.

 

마지막으로 지금 머릿속에서 어렴풋하게 구상하고 있는 책이 하나 있습니다. 제가 『과학의 품격』의 원고를 계속 쓰면서, 한편으로는 전국 곳곳에 있는 도서관이나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학생, 학부모, 그리고 시민들에게 강연할 일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지식 큐레이터로서 집중한 또 하나의 일이었지요.

 

그런데 강연 끝날 때쯤이면 반드시 많은 분들이 저한테 물어보시는 게 있어요. 이른바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공부를 한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그리고 어떤 진로를 선택해야 되는가? 어떤 직업을 선택해야 되는가? 또 어떻게 하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가? 그런 질문들을 굉장히 많이 던지시더라고요.  그래서 제 나름대로 생각이 정리되어 있는 수준에서 그런 질문들에 답변을 드리기도 하고, 또 그것과 관련된 공부도 하고, 고민도 하면서 약간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생겼어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좀 정리를 해서 작은 책자로 펴내면 제 강연을 직접 듣지 못하시는 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런 책 어떨 것 같으세요?

 

SB: 좋을 듯하네요. 저희한테 주세요. 그러실 계획이죠?

 

강양구: 제가 어느 순간부터 계획을 안 하기로 했습니다. (웃음) 왜냐하면 사는 게 항상 계획대로 되는 게 없더라고요. 다만 바람이 있다면 2019년에 했던 것처럼 책도 쓰고, 강연도 하고 「YG와 JYP의 책걸상」 같은 팟캐스트도 하면서 읽었던 책을 많은 분과 공유도 하고. 이렇게 스스로도 성장하고, 또 이런저런 방식으로 관계를 맺어온 분들에게도 뭔가 도움을 드릴 수 있는 그런 일들을 꾸준히 지치지 않고 계속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여력이 된다면 『과학의 품격』을 잇는,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책들도 꾸준히 내고 싶습니다. 이상입니다.

 

SB: 아름다운 꿈이군요. 인터뷰하신다고 고생하셨습니다.

 

강양구: 하나만. 10만 부 나가면 선거 나간다는 공약을 저는 꼭 지킬 겁니다. (링크) 리커버판 꼭 내주세요. 정 교수님이나 사이언스북스는 그럴 책임이 있어요.

 

SB: 네. 알겠습니다.

 

(끝)

 

『과학의 품격』. 사진 ⓒ (주)사이언스북스.


강양구

프리랜서 지식 큐레이터. 연세 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했다. 《프레시안》에서 과학·환경 담당 기자로 일하면서 부안 사태, 경부 고속 철도 천성산 터널 갈등, 대한 적십자사 혈액 비리, 황우석 사태 등에 대한 기사를 썼다. 특히 황우석 사태 보도로 앰네스티 언론상, 녹색 언론인상 등을 수상했다. 《프레시안》 편집부국장, 코리아메디케어의 콘텐츠 본부장(부사장)으로 재직했다. 현재 팩트체크 미디어 《뉴스톱》의 팩트체커로 활동하면서, 지식 큐레이터로서 「YG와 JYP의 책걸상」을 진행하고 SBS 라디오 「정치쇼」 등 여러 매체에서 과학 뉴스를 소개하고 있다. 『과학의 품격』, 『세 바퀴로 가는 과학 자전거』(1, 2권), 『아톰의 시대에서 코난의 시대로』, 『과학 수다』(공저), 『밥상 혁명』(공저), 『침묵과 열광』(공저), 『정치의 몰락』(공저), 『과학은 그 책을 고전이라 한다』(공저), 『과학자를 울린 과학책』(공저) 등을 저술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

 

『과학의 품격』 [도서정보]
과학은 만능일까 묻는 시민들에게

 

 

『아톰의 시대에서 코난의 시대로』

원자력과 석유 없는 세상을 예언한, 에너지 전환 시대 필독서

 

 

『과학 수다』 1권

과학 콘서트의 시대가 가고 과학 수다의 시대가 왔다

 

 

『과학 수다』 2권
빅 데이터에서 투명 망토까지

 

 

『과학 수다』 3권
대통령을 위한 뇌과학 이야기

 

 

『과학 수다』 4권
김상욱, 이명현, 강양구가 펼치는 우주 최강의 과학 토크쇼

 

 

『불확실한 세상』

위기의 시대를 좌우할 열쇳말이 담겼다!

 

 

『정치의 몰락』

보수 시대의 종언과 새로운 권력의 탄생을 예언한 정치 대담

 

 

『단순한 진심』

냉철한 저널리스트 강양구를 울린 단 한 권의 소설

 

 

사랑의 이해』

오늘 대한민국을 사는 청춘 남녀의 사랑

 

 

20 VS 80의 사회

불평등, 불공정 사회를 돌파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생각을 빼앗긴 세계

뉴미디어는 어떻게 실패하는가?

0 Comments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