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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사이언스-오픈-북

브레이킹 바운더리스, 인류 생존의 전제 조건이자 한계선

Editor! 2022. 8. 24. 16:12

한여름 무더위와 태풍을 뚫고 출간된 『브레이킹 바운더리스(Breaking Boundaries)』의 저자 요한 록스트룀 박사님의 책이 예전에도 우리나라에 소개된 적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초대 국립기상과학원장을 지내신 조천호 교수님이 tvN 「책 읽어 주는 나의 서재」에서 소개해 주셨던 『지구 한계의 경계에서』입니다. 신작 『브레이킹 바운더리스』는 코로나 19 시대를 거치면서 달라진 인류의 과제와 최신 지구 환경 연구 성과를 오롯이 담고 있습니다. 록스트룀의 연구를 주목해 온 대기 과학자 조천호 교수님이 기후 위기 시대에 꼭 필요한 『브레이킹 바운더리스』를 강력히 추천해 주시는 이유입니다.


지구 위험 한계선이 곧 인류의 생존 한계선!

 

무분별한 산림 벌채, 과도한 경작으로 인한 가뭄, 급격한 도시화와 하수도 기반 시설 미비 등 인류 문명이 발달할수록 이상 기후 현상이 지구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인류가 유례없는 위업을 달성하고 지구를 지배하기 시작한 이 시점에, 인류는 바로 그래서 우리 문명이 지속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찬란한 문명의 또 다른 한편에서 발생하는 지구 위기는 우리가 의도하지 않았다. 문명 위기가 지구 위기를 일으키고 지구 위기가 다시 문명 위기를 부른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므로 자연을 해치는 문명이 결국 인간을 해친다.

 

『브레이킹 바운더리스(Breaking Boundaries)』는 문명을 발전시킬 수 있게 한 지구 여건을 우리 스스로 얼마나 붕괴시키고 있는지 그리고 이 위험을 피하려면 어떤 조치를 해야 하는지를 쉽게 보여 준다. 저자인 포츠담 기후 영향 연구소장인 요한 록스트룀은 지구 환경 과학자다. 2009년 요한 록스트룀은 세계적인 여러 연구 그룹과 함께 《네이처》 논문에 인류가 넘어서는 안 되는 ‘지구 위험 한계선(Planetary Boundaries)’ 개념을 처음 제시했다.

 

지구 위험 한계선은 오늘날 지구 위기를 이해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개념이다. 이 한계 내에서만 인류는 생존하고 문명을 발전시킬 수 있다. 반면 이 한계를 넘어서면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지구 여건이 우리 욕망보다 먼저 고갈될 것이다. 아직 미래는 정해지지 않았고 여전히 우리 손에 달려 있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앞으로 10년 동안 인류가 지구 위험 한계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스웨덴 스톡홀름 대학교와 독일 포츠담 대학교 지구 과학 교수인 요한 록스트룀이 유엔 기후 변화 협약 정상 회의(Global Climate Action Summit)에서 연설하고 있다. 위키피디아에서.

 

요한 록스트룀 연구팀의 2015년까지의 연구 결과가 반영된 지구 위험 한계선 그래프. 붉은색으로 표시된 범위가 한계선을 벗어난 고위험 영역에 속한다. 『브레이킹 바운더리스』 화보 B4쪽에서. 사진: ⓒ(주)사이언스북스. (Globaïa)Breaking Boundaries Text copyright © 2021 Owen Gaffney and Johan Rockström Copyright © 2021 Dorling Kindersley Limited,  A Penguin Random House Company.

 

거대한 가속은 인류 번영의 대가

 

‘큰 행성(big planet)’에서 인류가 이룬 ‘작은 세상(small world)’은 얼마 전까지 별 탈 없었다. 지구는 아주 커서 인간이 입힌 상처를 스스로 회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이러한 우호적인 지구에서 자신을 밀어내고 있다. ‘큰 행성의 작은 세계’에서 ‘작은 행성의 큰 세계’로 들어섰기 때문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사회 경제가 거대한 가속(Great Acceleration)으로 성장했다. 이 거대한 가속은 지구 환경의 파괴와 궤를 같이한다. 인류가 지금처럼 또는 지금보다 잘 살아가려면 부득이 치러야 할 비용이다. 우리는 지구 환경이 무한한 것처럼 여겼으나 실제 유한한 조건에서 살고 있다. 인간이 만드는 세상이 커질수록 자원이 점점 더 많이 필요하고, 그만큼 더 많은 폐기물도 배출된다. 앞으로도 유한한 지구에서 계속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여긴다면 그것은 망상에 불과하다.

 

 

1950년을 기점으로 인류의 사회 경제적 활동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지구 환경은 급격하게 훼손되고 있다. 『브레이킹 바운더리스』 화보 B2~3쪽에서. 사진: ⓒ(주)사이언스북스. (Globaïa)Breaking Boundaries Text copyright © 2021 Owen Gaffney and Johan Rockström Copyright © 2021 Dorling Kindersley Limited,  A Penguin Random House Company.

 

2019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리:푸블리카 2019(re:publica 2019)에서 지구상의 인류를 위한 안전한 미래(Safe Future for Humanity on Earth)를 주제로 강연 중인 요한 록스트룀. Stefanie Loos / Wikimedia Commons.

 

 

지구 위험 한계선은 폭주하는 인류를 위한 가드레일

 

인류는 현재 어느 지점에 도달해 있는가? 안전 지대 바깥으로 넘어간 요소들을 회복할 수 있을까? 지구 위험 한계선 개념은 시급한 조치를 찾기 위한 경고등이자 가드레일이다.

 

인류가 살아가는 터전인 지구 환경이 무너지면 인간 세상도 무너진다. 그러므로 지구에 작용하는 물리, 화학, 생물 과정은 인간 세상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구 환경은 경제 성장을 위한 ‘부차적인’ 위치가 아니라 인류가 지속하기 위한 ‘최우선적인’ 위치에 놓여야 한다. 인간 세상이 유한한 지구를 넘어서면 우리가 숨 쉬는 공기, 마시는 물, 먹는 식량과 삶의 거주지가 지구로부터 공격받는다. 인간은 지구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지만, 그로 인한 지구 반격을 통제할 수 없다. 인류는 까딱하면 굴러떨어질 수 있는 낭떠러지에 놓인 도로를 달리고 있는 것과 같다. 낭떠러지라 해도 보호 난간이 있으면 우리는 안전한 운행을 할 수 있다. 지구의 보호 난간은 9가지 지구 위험 한계의 요소로 구성된다. 기후 변화, 성층권 오존, 토지 사용, 민물 사용, 생물 다양성, 해양 산성화, 질소와 인, 에어로졸, 신물질이 그것이다.

 

지구는 어지간한 충격에 별로 티 나지 않게 감당할 정도로 회복력이 큰 시스템이다. 지구 회복력은 지구 위험 한계 내에서만 제대로 작동한다. 이미 4가지가 한계를 벗어났는데 기후 변화, 생물 다양성, 토지 이용 그리고 질소와 인이 이에 해당한다. 지구는 모든 요소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작동한다. 우리 몸속 여러 장기가 서로 연결되어 ‘하나를 위한 모두, 모두를 위한 하나’인 것과 마찬가지다. 몸속 장기 중 하나를 잃으면 생명이 위태로워지는 것처럼, 지구 위험 한계도 하나가 붕괴하면 다른 것들도 무너진다.

 

 

9가지 지구 위험 한계선 영역 가운데서도 기후 변화, 즉 지구 온난화는 다른 모든 위험 요소를 가속할 수 있는 엔진과도 같다.

 

찜통 지구는 현재로서는 필연

 

지구는 인간이 일으키는 지속적이고 강력한 충격으로 멍들고 있다. 화를 꾹꾹 누르고 있는 상황에서 사소한 말 한마디가 더해지면 쌓였던 분노가 한꺼번에 폭발할 수 있다. 기후 위기 역시 점진적으로 다가오는 게 아니라 어느 날 느닷없이 다가올 수 있다. 젖은 도로에서 표면 온도가 영상에서 영하로 바뀌는 순간 약간 미끄럽던 도로가 순식간에 치명적인 도로로 바뀌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처럼 하나의 상태가 질적 수준이 완전히 다른 상태로 진입하는 시점을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임계점)라고 한다. 티핑 포인트를 넘어서면 양의 되먹임(결과가 원인이 되어 더 큰 결과를 낳는 순환)이 일어난다. 마이크를 스피커에 가까이 두면 자기 증폭적으로 소리가 커져 마침내 귀를 찢는 듯한 소리가 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작은 변화가 되먹임을 통해 증폭하면서 전혀 다른 영역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도미노처럼 한 번 일어나면 중간에 정지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임계 요소 하나의 미미한 변화가 전체 기후 시스템의 급격한 변화로 이어진다. 온실 기체 증가라는 충격이 누적되면, 결국 지구는 티핑 포인트를 넘어서게 될 것이다. 그때는 지구 스스로 기후 위기가 증폭되는 찜통 지구(Hothouse Earth)에 빠지게 된다. 일단 찜통 지구가 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는 우리 노력은 쓸데없게 된다.

 

 

코로나 19 사태가 번져 갈 때와 마찬가지로, 티핑 포인트에 다다른 지구 환경 위험 요소들은 서로 맞물려 도미노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인류는 전쟁, 자연 재난, 감염병, 금융 위기 등 수많은 위험을 겪었다. 그렇지만 그 위험은 끝이 있었고, 회복할 수 있었다. 시행 착오를 겪는 과정에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도 했다. 기후 위기는 이러한 위기 중 하나가 아니라 모든 위기를 압도하는 통제 불가능하고 회복 불가능한 위기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기후 과학자들은 지구 가열이 산업 혁명 이후 4~5도 상승하는 시점에서 찜통 지구에 진입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후 위기가 점차 강해지고 빨라지고 명백해져 이제는 찜통 지구가 1.5~2도 상승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지난 10년간, 지속 가능성을 위한 해법들이 개발되고 시행되었다. 우리는 인류가 안전 지대를 벗어나는 시점으로 예측되는 2050년까지 이 안전 지대를 사수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당장 2030년까지 그동안 할 수 있는 최대치를 달성하는 것이 우선적인 과제이다.

 

담대한 과학, 또 담대한 전환 

 

기후 위기를 해결하려면 2050년 탄소 중립 달성은 ‘불가능’이 아니라 ‘불가피’해야 한다.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반으로 줄여야 하고, 동시에 지금 80억 명에서 100억 명으로 증가하는 인구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식량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인류의 안전한 생존은 앞으로 10년이 결정적이다. 화석 연료 기반의 문명에서 벗어나 생태계를 지키는 담대한 전환(Great Transformation)을 해야만 한다.

 

기후 위기는 지금 체계에서 일부를 고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세상을 바꾸어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우리는 기후 위기로 인한 파멸의 원인과 대응 방안을 알고 있기 때문에 파멸은 일어나게 될 결론이 아니라 선택일 뿐이다. 지금처럼 계속 살 것인지, 아니면 깨달은 대로 살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이 결정은 인류가 공존할 것인지 공멸할 것인지를 가르게 될 것이다.

 

 

『브레이킹 바운더리스』 화보 B1쪽에서. 사진: ⓒ(주)사이언스북스. (Globaïa)Breaking Boundaries Text copyright © 2021 Owen Gaffney and Johan Rockström Copyright © 2021 Dorling Kindersley Limited,  A Penguin Random House Company.

 

기후 위기가 영향을 미치는 대기, 물, 생태계는 모든 사람이 누릴 권리를 가진 공공재이며 현재와 미래 모든 사람의 공유재이다. 자원이 순환되고 에너지가 재생되는 세상에서만 우리는 생존할 수 있다. 한편 우리는 진퇴양난의 시대를 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 성장은 빈곤을 줄이지만,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환경을 파괴하고 기후 위기를 일으킨다. 그렇다고 경제 성장의 속도를 늦춘다면 그 피해의 우선 대상자는 사회 극빈층이 될 것이다. 기후 위기 시대에 우리 사회의 지향은 지금처럼 경제 성장이 아니라 공정한 부의 분배에 맞추어야 한다. 그래야 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고, 결과적으로 기후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정책 결정에 합의를 할 수 있다. 

 

인간이 만들 수 있는 세상의 한계는 지구의 보호 난간인 지구 위험 한계가 결정한다. 보호 난간은 우리가 가는 길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다. 지구 위험 한계도 인간 활동을 제한하자는 게 아니다. 그것은 운동 경기 규칙이 최고 기량의 선수를 더욱 빛나게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규칙 안에서만 선수는 창의성과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가 지구 위험 한계를 인식한다면 창의적인 방안을 모색하여 멋진 세상을 만들 수 있다.

 

인류는 위기에서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더 큰 도약을 해 왔다. 지금 바로 그래야 할 때이다. 우리는 기후 위기를 처음 인식한 세대이자, 그 위기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세대이다. 이때 지구 위험 한계를 넘지 않는 것은 여러 돌파구 중 ‘하나’가 아니라 ‘유일’한 길이다.

 

지구 회복 운동은 미래 세대 역시 우리와 같은 행복 추구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선언이다. 10대 학생들이 기후 과학을 더 접해야 하고 학교 밖으로 나와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해야 하는 이유다.

 

『브레이킹 바운더리스』 사진: ⓒ ㈜사이언스북스.

 


조천호

경희 사이버 대학교 기후 변화 특임 교수. 연세 대학교에서 대기 과학을 전공해 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립 기상 과학원에서 30년간 일했고 원장을 역임했다. 세계 날씨를 예측하는 수치 모형과 탄소를 추적하는 시스템을 우리나라에 처음 구축했다. 기후 변화가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공부하고 있다. 변화를 꿈꾸는 과학 기술인 네트워크(ESC)와 기후 위기 비상 행동에서 활동한다. 《중앙선데이》, 《한겨례》, 《경향신문》 등 여러 매체에 서 기후 위기를 다룬 글들을 연재하며 시민과 정부의 행동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저서로 『파란 하늘 빨간 지구』, 공저로  『궁극의 질문들』, 『십 대, 미래를 과학하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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