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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과학+책+수다

궤도가 묻고 최재천이 답하다! “다윈, 어떠세요?”

Editor! 2023. 4. 13. 16:10

3월의 마지막 주 목요일, 홍대입구역 근처에 위치한 다리 소극장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수식어가 따로 필요 없는 국내 최고의 과학자, 최재천 교수님과 과학 커뮤니케이터 궤도의 북토크를 보기 위해서였는데요. 최재천 교수님의 대표 저서인 다윈 지능다윈의 사도들을 주제로 흥미로운 진화 이야기와 최재천 교수님의 내밀한 인생 이야기를 모두 들어볼 수 있는 시간인데요. 현장을 가지 못해 아쉬웠던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궤도가 질문하고 최재천이 답하는 10가지 질문! 어디서도 보지 못한 신선한 조합에서 나오는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함께 들어볼까요?


궤도의 질문에 답하는 최재천 교수. 사진 ⓒ ㈜사이언스북스.

Q1.

궤도: 때론 우리에게 혹독한 자연 속에서 인위적인 개입으로 인류의 생명이 연장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자연적인 선택과 인위적인 선택 중에서 어떤 선택을 더 선호하시나요. 그리고 교수님께서는 자연적이라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요.

 

최재천: 당연히 저는 자연적인 것을 선호합니다. 저는 강아지 10마리를 키웠습니다. 닥스훈트라는 정말 귀여운 강아지죠. 엄마 개, 아빠 개, 자식 여덟 마리까지 다 키웠는데 어제 마지막 아이를 하늘나라로 보냈습니다. 제 아내는 동물을 너무너무 사랑하는 사람이다 보니까 그동안 강아지를 못 보냈어요. 한 마리 한 마리에게 엄청나게 집착해서 24시간 돌보는 동물 병원에 맡기고도 그곳에서 밤을 새웁니다. 전문가에게 맡기자 해도 그걸 못하거든요. 아홉 마리를 보내면서 그 사람하고 저하고 생각이 많이 달랐어요. 그런데 이번에 마지막 아이를 보내는데 제 아내가 더 이상 연명 치료를 안 하더라고요. 9번의 경험으로 치료를 해 본들 시간만 끌었지, 어떻게 보면 정작 당사자는 고통스러운 기간이 더 길어졌던 것이었을 수도 있는 거죠.

 

엉뚱한 답이 되겠지만 저는 초지일관 생명은 소중하지만 다 갈 만한 시점이니까 그런 일들이 벌어진 거고, 마지막 길을 가장 편안하게 해 주는 데 초점을 맞추자.”가 제 주장이었어요. 삶을 살면서 가끔은 이런 대립 구도를 갖는 그런 경우가 생기잖아요. 그럴 때 저는 늘 자연 쪽을 택한 것 같아요.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보다 흘러가는 방향으로 제가 포기하고 받아들이고 그렇게 오히려 그렇게 살아온 것 같아요.

 

 

Q2.

궤도: 생존의 공식에 따라 벌어지는 자연적인 선택의 흐름을 우리가 굳이 진화라는 용어로 따로 정의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사실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잖아요. 그냥 두면 되는데, 우리가 이걸 진화라고 단어를 만들어서 계속 진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왜 굳이 이럴 필요가 있을까요?

 

최재천: 혹시 지금 진화를 마치 어떤 곳을 향해서 이렇게 점진적으로 가야 한다.”라는 의미로, “어차피 가는 건데 왜 진화라는 표현까지 써가면서 어떤 방향성을 갖는 듯 말하느냐?” 그런 뜻이라면 약간의 오해가 있습니다.

 

다윈 선생님도 종의 기원의 초판에서는 ‘evolution’이라는 단어를 쓰기를 거부했어요. 이 단어는 펼쳐 보인다라는 뜻이에요. 다윈 선생님은 신이 모든 걸 예정해 놓고 삶을 좌지우지한다.”가 아니라 자연에서 생물들이 서로 선택 과정을 거쳐서 변화가 일어난다.” 이것을 설명하려고 책을 썼는데, 거기다가 evolution이라는 단어를 쓰려니까 의미가 잘 들어맞는 것 같지도 않고 그래서 ‘transmutation’이라는 단어를 씁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그러니까 진화 말이죠?” 계속 이러니까 할 수 없어서 evolution이라는 단어를 결국 씁니다.

 

진화에는 방향성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없는 건데, 서양에서도 그렇지 않아도 이게 논쟁거리거든요. “진화냐, 진보냐?” 제 지도 교수님인 윌슨 교수님은 진화는 진보다.’ 편이에요. 저는 아니다.’ 편에 줄 섰어요. 제 나름대로 정리해 보면 진화의 방향성을 얘기하는 건 앞뒤가 안 맞는 얘기거든요. 서양에서도 이렇게 문제가 돼 있는데, 동양에서는 언어 자체가 너무나 문제를 안고 들어와 버렸어요.

 

북토크 행사 포스터. 사진 ⓒ ㈜사이언스북스.

Q3.

궤도: 생명체가 최초로 시작된 이후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가장 거대한 불균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최재천: 우리가 지금 한 3년 넘게 코로나를 겪었잖아요. 저는 이 코로나가 바로 그 불균형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해요. 더 안타까운 건 이 불균형이 바로잡히지 않으면 이런 일이 앞으로 계속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호모 사피엔스는 지구에 한 25만 년 살았는데 거의 24만 년 동안에 진짜 하찮은 존재였거든요. 존재감이 없었어요. 그때 인간과 개 고양이가 차지하는 비율을 계산하면 1퍼센트가 안 됩니다. 지금은 우리와 우리가 기르는 동물이 거의 99퍼센트입니다. 제가 아는 한 지구 역사에 생명의 역사에 이런 기가 막힌 반전은 없는 겁니다. 불과 1만 년, 38억 년 역사에서 1만 년이면 아무것도 아닌데 그 1만 년 동안 자기가 1퍼센트 미만이었다가 나머지 99퍼센트를 1퍼센트 남짓으로 줄여 버리고 완벽하게 장악했죠. 그러니까 이 불균형, 생물 다양성의 불균형과 한 종이 너무 지나치게 성공한 이것을 바로잡지 않으면 그냥 우리는 앞으로 이런 일을 계속 당할 수밖에 없는 거죠.

 

 

Q4.

궤도: 돌연변이가 진화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돌연변이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진화의 요소가 존재할 수 있을까요?

 

최재천: 많이 존재합니다. 돌연변이는 새로운 변이를 만드는 데 당연히 가장 중요한 메커니즘이지만 실제로 진화는 전체가 한꺼번에 진화하는 것이 아닙니다. 진화는 국지적으로 벌어지는 거거든요. 누군가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옮겨 가면, 그 사람이 가지고 오는 유전체와 변이도 옮겨 가요. 이를 돌연변이가 만들려면 수억 년이 걸릴지도 모르죠. 현대로 들어오면서 우리가 너무 자주 만나잖아요. 진화에는 돌연변이보다 오히려 이렇게 유전자가 전이되는 이런 일들이 훨씬 컸을 거예요, 현실적으로.

 

「다윈, 어떠세요?」 북토크 현장. 사진 ⓒ ㈜사이언스북스.

Q5.

궤도: 다윈의 악마라는 불리는 모든 자연 선택적 적합성을 극대화한 생물이 만약 현실에 존재한다면, 현시점에서 가장 가까운 생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최재천: 제 생각에 그 질문을 여기다 막 그냥 던지면 많은 분이 바퀴벌레나 곱등이를 말할 것 같아요. 바퀴벌레가 그럴 가능성이 높은데 그럼 같은 맥락으로 정말 누가 살아남을까?”라고 그러면 최근에 생물학자들이 꼽는 동물이 있습니다. ‘Tardigrada’라고 하는데 우리 말로 물곰이에요. 웬만큼 해도 파괴도 되지 않고, 우주에 데리고 가도 끄떡 없는 것 같다. 그놈은 좀 대단한 놈인가 봐요. 되게 어떻게 보면 귀엽게 생겼죠. 그런데 저는 뭐 그거보다 말 그대로 그냥 악마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우리일 것 같네요.

 

 

Q6.

궤도: 굉장히 많은 대상을 연구하셨고 연구 대상이 여러 번 바뀌셨어요. 그렇다면 다양한 대상을 연구하시는 과정에서 깨닫게 되신 궁극적인 공통점이 혹시 있을까요?

 

최재천: 사실 그렇게 된 데는 특별히 포부가 있어서 한 건 아니고요. 1994년도에 서울 대학교 교수로 딱 왔는데 연구비가 없어요. 열대 가는 거 포기하고 학생들이랑 같이 할 수 있는 연구가 없을까? 그래서 관악산 올라가서 개미 잡고, 물고기 잡아다가 연구했어요.

 

그 와중에 많이 가슴이 아팠어요. 제 친구들은 어느덧 어느 동물의 세계적인 대가 반열에 이렇게 오르는데 저는 이것저것 찝쩍거리는 놈이 되니까 학회를 가기 싫어지더라고요. 그런데 몇 년 전에 어마어마한 일이 벌어졌어요. 동물 행동학 백과사전을 만들었는데, 제가 총괄 편집장으로 추대 받았습니다. 동물 행동학 분야에 명함도 못 내미는 우리나라에서 전 세계 학자들이 다 같이 모여 만든 백과사전의 총괄을 한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익명으로 추천한 사람들의 글을 봤는데, 대충 누군지 알겠더라고요. 저보고 동물원장이냐고 골려 먹던 그 친구들이에요. 생각해 보니까 그게 전화위복이 된 거죠.

 

이야기를 하고 있는 최재천 교수. 사진 ⓒ ㈜사이언스북스.

Q7.

궤도: 광활한 우주에서 우리와 같은 지적생명체가 여기 존재할 가능성이 매우 낮을 텐데, 우리는 왜 여기에 존재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최재천: 어떻게 보면 지구만 모든 조건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거니까요. 결국은 확률적인 얘기를 해야 하는데요. 우주에서 저 한쪽 귀퉁이에 작은 소우주에 뭐 돌덩어리 하나인 지구에 이렇게 다양한 생물이 있는데 이 우주 전체에 없다? 확률적으로 말이 안 되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의 생명이 탄생한 그 과정을 확률적으로 계산해 보면 우연에, 우연에, 우연에, 우연으로 생성된 어마어마하게 힘든 확률이에요. 그러니까 또 다른 곳에서 이 일이 벌어질 확률은 무지하게 낮은 거죠. 그러니까 이 두 개가 같이 존재하는 거예요. 언젠가 어떤 결정적인 증거가 나오면 이제 그때부터 이제 어마어마한 일이 벌어질 텐데. 그때까지 버틸 수 있으려나 저도 보고 싶은데.

 

 

Q8.

궤도: 인간은 여전히 진화하는 중일까요? 그렇다면 우리의 최종 목적지는 어떻게 될까요?

 

최재천: 진화 생물학계에서 아주 유명한 스티븐 제이 굴드는 인간은 진화를 멈췄다.”라고 얘기한 적이 있어요. 말이 안 되는 얘기예요. 호모 사피엔스는 지금 진화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고 봐요. 예전 같이 돌아다니지 않는 시절에는 동네에서 괜찮은 남자, 괜찮은 여자랑 결혼하고 살았잖아요. 지금은 핸드폰, 티비만 틀면 잘생기고 섹시한 사람들이 계속 등장해요. 그러다 보니까 너무나 많은 분이 하나의 어떤 목표 지점을 놓고 전부 그리로 향해서 가고 있고요. 이게 점점 강화되는 그런 경향들이 많을 거예요. 그래서 저는 인간이 진화를 멈췄다는 건 말도 안 되고요 저는 오히려 진화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악화하고 있다.” 그렇게까지 주장을 해요. 사실 인위적으로 멈출 수 있는 건가?’라는 생각도 들어요. 그리고 최종 목적지는 모릅니다. 알 수도 없고, 그건 절대로 모르는 일입니다.

 

최재천 교수의 말을 경청하는 궤도. 사진 ⓒ ㈜사이언스북스.

Q9.

궤도: 으로 우리가 영원히 생존하기 위해 가장 집중해야 할 기량과 조심해야 할 위험 요소는 어떤 게 있을까요?

 

최재천: 우선 영원히 생존 못 할 거고요. 그런데 저한테 단계적으로 물으시면 제 답이 팔십 년으로 나오는 수가 있어요. 생물학자들끼리 지구의 생물 다양성이 절반이 사라졌을 때 호모 사피엔스가 살아남을 수 있느냐?”를 투표했어요. 압도적으로 불가능하다가 나왔습니다. 지구 평균 온도가 2도가 올라가서 생물의 50퍼센트가 사라진다면, 그중에는 호모 사피엔스도 섞여 있는 거예요. ‘자연을 착취하면서 우리만 살아남겠다.’라는 생각을 진지하게 버려야 될 때가 왔어요. 그걸 어떤 식으로 할 건가를 이제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거예요.

 

 

Q10.

궤도: 오래전부터 현재까지 대중과 과학을 연결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 주시고 계신데, 과거와 지금을 비교했을 때, 어떤 부분은 나아졌고, 어떤 부분은 더 힘들어졌는지?

 

최재천: 쉽지는 않았는데요. 제가 미국에서 공부할 때 보니까 제 지도 교수님은 매년 대중 과학서도 쓰시고, 기자들 만나고, 청문회, 의회에 가서 말씀하시고 이걸 다 하신단 말이에요. 그리고 우리 생물학과에서는 수업을 안 하시고, 법대 가서 하시고 이래요. 그래서 한 번은 항의했어요. 그랬더니 너희는 가르쳐 줄 교수들이 많아. 근데 내가 저 법대 놈들을 가르쳐 놔야 쟤네들이 예산을 다 주무를 놈들인데, 쟤네들을 지금부터 훈련시켜야 돼.” 아주 명확하게 얘기하셨어요. 저는 미국에서 그걸 보고 왔잖아요. 너무나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인 줄 알고 한국에 돌아와서 기회가 오길래 네 잘하겠습니다.” 그러고 글도 쓰고 막 이랬어요.

 

그런데 선배 교수님이 그냥 직격탄을 날리더라고요. “하버드 박사라고 그래서 데려왔더니 자기가 연예인인 줄 아나 봐.” 한동안 되게 당황스러웠어요. 주변 분위기 자체가. 근데 어느 순간에 생각해 보니까요. ‘과학을 알리는 일에 누군가가 나서야 한다면, 조금 널널한 과학을 하는 내가 하는 게 옳겠다.’ 결심하고 해야 하는 일이니까 했어요. 이제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습니다. 제 주변에 자연 과학 분야의 거의 모든 교수 저를 부러워하죠. 이제는 당신들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걸 이제는 분명히 이해하시거든요. 그런 분위기의 변화가 되게 뿌듯합니다.

 

사인 중인 최재천 교수. 사진 ⓒ ㈜사이언스북스.

최재천 교수와 다윈 포럼이 엮은 「드디어 다윈」 시리즈. 사진 ⓒ ㈜사이언스북스.

최재천

서울 대학교를 졸업하고 하버드 대학교 생물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하버드 대학교 전임 강사, 미시간 대학교 조교수, 서울 대학교 교수를 거쳐 현재는 이화 여자 대학교 에코 과학부 석좌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분과학문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내고자 설립한 통섭원의 원장이며, 2013년부터 국립생태원 초대 원장으로 있다. 미국 곤충학회 젊은 과학자상, 대한민국 과학 문화상, 국제 환경상, 올해의 여성 운동상 등을 수상했고, 개미제국의 발견으로 한국 백상 출판문화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다윈 지능, 거품예찬,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 대담(공저), 호모 심비우스등이 있으며, 통섭: 지식의 대통합, 인간의 그늘에서, 인간은 왜 병에 걸리는가, 생명의 기억등을 번역했다.

 

궤도

과학 커뮤니케이터. 현재 과학 유튜브 채널 안될과학의 크리에이터로 활약하고 있다. 연세 대학교 천문 우주학과 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했고, 공중파 방송, 유튜브 등 다양한 매체에서 과학을 소개하고 있다. 저서로 과학이 필요한 시간, 궤도의 과학 허세가 있다.

 

 


https://youtu.be/KREC6kcqq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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