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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꿈틀 곤충 이야기 (1) 메뚜기와 인간의 아웅다웅 공존과 경쟁 이야기 본문

완결된 연재/(完) 꿈틀꿈틀 곤충 이야기

꿈틀꿈틀 곤충 이야기 (1) 메뚜기와 인간의 아웅다웅 공존과 경쟁 이야기

Editor! 2014.10.01 13:07

꿈틀꿈틀 곤충 이야기 (1)

메뚜기와 인간의 아웅다웅 공존과 경쟁 이야기  

-식량을 노리는 도적 메뚜기 떼, 메뚜기를 식량으로 이용하기 위해 주목하는 인간. 


글 : 한영식

  


최근 전남 해남군 산이면 덕호마을 친환경 농지 일대를 습격한 몸길이 43~85밀리미터의 대형 메뚜기 뉴스로 언론과 SNS가 뜨거웠다. 아프리카에서나 볼 수 있다는 ‘황충의 재앙’이 우리나라에서 현실화되자 많이들 놀란 모양이다. 


 KBS News 보도영상

  메뚜기 떼의 습격… 농작물 쑥대밭



사실 이 황충의 재앙은 올해 아프리카를 강타해 큰 문제를 일으킨 바 있다. 바오밥나무, 여우원숭이 같은 신비로운 생물들로 가득한 마다가스카르를 수십억 마리의 사막메뚜기(Schistrocerca gregaria) 떼가 바다를 건너 습격해 와 농경지를 박살 낸 것이다. 전체의 인구의 60퍼센트를 차지하는 마다가스카르 농민들의 시름을 어떻게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바람의 이빨’이라 불리는 사막메뚜기 떼는 하루에 자기 몸무게의 2배를 게걸스럽게 갉아먹으며 건조한 바람을 타고 50마일씩 이동하며 번식한다. 심할 경우 1000억 마리가 한꺼번에 대발생하여 거대한 구름 모양을 형성하면 인공위성에서도 촬영이 가능할 정도다. 우리는 몇 년에 한번씩 이 사막메뚜기 때의 정복 전쟁을 국제 뉴스로 건너 듣고는 했다. 2004년 북아프리카에서 대량 발생한 사막메뚜기 떼는 북아프리카를 휩쓸고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까지 침공했다고 한다.



사막메뚜기 ⓒwiki


사막메뚜기 ⓒwiki



이 황충의 재앙은 기독교 성경에도 나온다. “메뚜기가 이집트 온 땅에 몰려와 전역에 내려앉았다. 이렇게 많은 메뚜기에게 뒤덮인 일은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온 땅을 새카맣게 덮은 메뚜기들은 우박의 피해에서 남은 땅의 모든 푸성귀와 나무 열매를 먹어 버렸다. 온 이집트 땅에 풀이고 나무고 푸른 것이라고는 하나도 남지 않았다.”(출애굽기, 10장 19∼20절) 이 사건 역시 사막메뚜기의 대량 발생 때문에 일어난 일일 것이다. 종은 다르겠지만 우리나라에도 『삼국사기』와 『조선왕조실록』에 황충의 창궐로 인한 피해가 기록되어 있다.

메뚜기 재앙에 대해 우리가 가진 이미지는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듯싶다. 그렇다면 전남 지방에 발생한 이 황충들은 과연 어떤 재앙을 우리에게 몰고 올까?

사실 이들은 풀무치(Locusta migratoria migratoria)라 불리는 메뚜기목(Order Orthoptera)에 속하는 곤충이다. 아프리카에 사는 사막메뚜기와는 달리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구북구에 사는 대형 메뚜기다. 풀무치가 이렇게 대발생한 이유는 환경적인 영향이 매우 크다. 해남 지역은 메뚜기들이 좋아하는 낮은 평야 지대로 먹이가 되는 풀이 많고 새롭게 조성된 간척지여서 메뚜기류의 번식에 유리하다.



모메뚜기 한영식



밑들이메뚜기 ⓒ한영식



특히, 올해 7월은 마른장마로 가뭄이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건조한 환경이 지속되자 메뚜기의 알은 부화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8월이 되어 큰 비가 내리면서 습도가 높아지자 한꺼번에 부화되어 풀무치가 대발생하였다. 사막메뚜기도 사하라 남쪽에 많은 비가 내리자 대발생했고 호주 괴물 메뚜기(Austracris guttulosa)도 120년 만에 내린 폭우 직후에 급격히 불어나 피해를 일으켰던 것과 같은 현상이다. 최근 기후 변화가 계속되면서 메뚜기로 인한 피해는 지구촌 곳곳에서 계속 발생하고 있다.

메뚜기가 우리 식량을 다 갉아먹는다고 야단법석이지만 반대로 지금 30대 이후 세대들에게 메뚜기 하면 한번쯤 볶아먹었던 추억이 있는 곤충이다. 보릿고개를 넘기기 힘들었던 가난했던 옛날, 메뚜기는 매우 귀중한 동물성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최근에는 영양 가치가 탁월한 식량 곤충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두꺼비메뚜기 ⓒ한영식



섬서구메뚜기 ⓒ한영식



이미 전 세계 국가의 80퍼센트는 벌, 개미, 메뚜기, 귀뚜라미, 잠자리, 매미 등 1,900종의 곤충을 먹고 있다. 곤충은 단백질, 비타민, 아연, 칼슘, 철분 등의 영양분이 육류나 생선만큼이나 매우 풍부해서 영양학적으로도 손색이 없다. 프랑스, 영국, 미국, 벨기에 등에서는 벌써 곤충 식품을 개발하고 있다. 곤충을 식용으로 이용하는 데 매우 인색한 우리나라에서도 메뚜기, 번데기, 백강잠, 갈색거저리 유충, 흰점박이꽃무지 유충, 장수풍뎅이 유충, 귀뚜라미를 식용으로 이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사실 딸기맛 우유 같은 친숙한 음료의 붉은색은 선인장에 붙어사는 연지벌레 또는 깍지벌레를 원료로 한 착색제로 만들고 있다.)



콩중이 ⓒ한영식


팥중이 암컷 ⓒ한영식



지금도 인간은 하늘을 뒤덮은 식량 도적 사막메뚜기, 괴물메뚜기, 풀무치로부터 식량을 지키기 위해 전쟁을 벌이고 있다. 동시에 식량을 갉아먹는 메뚜기를 미래의 식량으로 활용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메뚜기가 인간의 식량을 먼저 갉아먹을까? 아니면 인간이 메뚜기를 식량곤충으로 활용하는 데 성공할까? 메뚜기와 인간의 불편한 공존은 현재 진행형이다. 



방아깨비 ⓒ한영식


좁쌀메뚜기 ⓒ한영식





글쓴이 : 한영식

곤충 생태 교육 연구소 소장. 강원 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했으며, 1993년 국내 유일 딱정벌레 연구 모임인 비틀스(BEETLES)를 창립하여 본격적인 연구 활동을 시작했다. 2004년 출간된 『딱정벌레왕국의 여행자』로 과학 출판에 데뷔했다, 이 책은 KBS 《TV, 책을 말하다》에 2회 방송되는 쾌거를 이뤘다. 그 후 어린이들을 위한 곤충 동화와 그림책에서 숲 해설가나 과학 교사 같은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곤충 도감과 정보 과학 책까지 곤충 관련 도서를 여럿 펴내며 곤충 연구가이자 자연 체험 교육자로 정력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KBS 《스펀지》 곤충 관련 자문 위원은 물론, 여러 기관과 잡지의 우수 과학 도서 선정 위원 등으로 활동했고, 청소년 수련관, 지역 문화 센터, 풀뿌리 환경 단체, 도서관 등에서 열리는 자연 체험 교육 강사이자 그 강사들을 교육시키는 교육자로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딱정벌레 왕국의 여행』(환경부 선정 우수 환경 도서),  『반딧불이 통신』, 『남생이 무당벌레의 왕따 여행』, 『곤충들의 살아남기』, 『와글와글 곤충대왕이 지구를 지켜요』, 『물삿갓벌레의 배낭여행』, 『지구생태계의 수호자 곤충 없이는 못 살아』,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곤충 이야기』(초등학교 교과서 국어 읽기책 수록 도서), 『봄·여름·가을·겨울 곤충 도감』, 『곤충 학습 도감』, 『곤충 검색 도감』, 『파브르와 한영식의 곤충 이야기』, 『꿈틀꿈틀 곤충 왕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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