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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꿈틀 곤충 이야기 (3) 날렵한 사냥꾼 왕사마귀 본문

완결된 연재/(完) 꿈틀꿈틀 곤충 이야기

꿈틀꿈틀 곤충 이야기 (3) 날렵한 사냥꾼 왕사마귀

Editor! 2014. 10. 15. 09:52

꿈틀꿈틀 곤충 이야기 (3)

날렵한 사냥꾼 왕사마귀


글 / 사진 : 한영식



왕사마귀 ⓒ한영식


평화의 계곡에서 아버지의 국수 가게를 돕고 있는 쿵푸 팬더 포는 오로지 '쿵푸 마스터'가 되는 것이 관심사다. 결국 '무적의 5인방' 대결을 보러 간다. 용맹한 호랑이 권법의 달인 타이그리스, 날렵함의 대명사 원숭의 권법의 달인 몽키, 최고 정확도 뱀 권법의 달인 바이퍼, 침착한 파이터 학 권법의 달인 크레인의 모습에 넋이 나가고 만다. 그때 체구는 작지만 날렵한 몸짓으로 등장한 사마귀 권법의 달인 멘티스의 모습에 포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앞다리를 들어서 날렵하게 휘두르는 멘티스는 사마귀다.


왕사마귀 ⓒ한영식


왕사마귀 한 마리가 꼼짝하지 않고 기도하는 듯 머리를 회전시키며 눈동자를 요리조리 굴린다. 폴짝, 메뚜기 한 마리가 왕사마귀를 발견하지 못하고 왕사마귀 앞으로 점프하여 지나간다. 스사삭, 여지없이 왕사마귀는 능숙한 앞다리 무술로 메뚜기를 제압한다. 곧 메뚜기의 신경은 마비되고 왕사마귀는 배부르게 쩝쩝거리며 맛있는 식사를 즐긴다.


왕사마귀 ⓒ한영식


풀입 위에 왕사마귀가 앞다리를 들고 조용히 숨어 있다. 풀잎과 비슷한 왕사마귀는 초록색이나 갈색의 보호색을 가진다. 덕분에 나뭇잎, 마른 잎, 나뭇가지 등으로 위장하여 숨어 있을 수 있다. 열대에 사는 사마귀 중에는 나뭇잎을 닮은 나뭇잎사마귀와 꽃을 닮은 꽃잎사마귀도 있다. 왕사마귀의 사냥감도 천적도 그냥 스쳐 지나갈 뿐 쉽게 발견하지 못한다. 더욱이 보호색 덕분에 몰래 숨어 있다가 먹잇감을 사냥할 수 있다. 앞다리의 강한 공격력으로 선제 공격을 하면 곤충뿐만 아니라 도마뱀까지도 잡을 수 있다.


왕사마귀 ⓒ한영식


또 다른 사마귀 한 마리가 날아왔다. 슬금슬금 눈치를 보는 건 수컷이다. 암컷에게 조심스럽게 다가서서 짝짓기를 시도한다. 2시간 넘는 짝짓기가 끝나면 수컷은 부리나케 도망친다. 까딱하다가는 짝짓기에 지쳐 예민해지고 배고파진 암컷에게 잡혀 먹힐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짝짓기를 마친 암컷은 알을 낳기 위해 영양을 보충해야 되므로 닥치는 대로 사냥한다. 물론 짝짓기를 마친 수컷이 남아 있다면 수컷도 잡아먹기도 한다. 그러나 수컷을 먹는 일은 한정된 공간에서만 일어날 뿐 넓은 자연계에서는 매우 드문 일이다.



왕사마귀 난괴(알집) ⓒ한영식


영양 보충을 마친 암컷은 끈끈한 거품을 뿜으며 나뭇가지에 알을 낳는다. 알집 하나에 50~200마리의 알이 들어 있으며 보통 3~4개의 알집을 만든다. 시간이 지나면 거품은 점점 굳어져서 단단한 '난괴'라는 알집이 된다. 보온성이 뛰어난 난괴는 추운 겨울을 지내기 안성맞춤이다.


따뜻한 봄이 되면 알집에서 약충(불완전 탈바꿈하는 곤충의 애벌레)들이 부화되지만 이 연약한 약충들을 노리는 개미, 도마뱀, 도룡농, 여치 등의 먹잇감이 되고 만다. 살아남은 몇몇의 왕사마귀 약충만이 멋진 어른벌레로 성장한다. 그러나 어른벌레들도 새나 연가시라는 기생성 동물에 의해 죽음을 당하기도 한다.



왕사마귀 ⓒ한영식


그리스 어로 점쟁이를 의미하는 맨티스(mantis)라는 이름은 사마귀가 초자연적인 힘을 지녔다고 믿은 고대 그리스 인이 붙였다. 그러나 사나운 성격 때문에 서양에서는 'devil's horse(악마의 말)', 'mule killer(노새 살해자)'라고 불렸으며, 중국에서는 '당랑(螳螂)'이나 '거부(拒斧)'라고 불렀다.



왕사마귀 ⓒ한영식


우리나라에서는 '버마재비'라고도 하는데 범(호랑이)과 아재비(아저씨의 낮은말)가 합쳐진 이름이다. 매우 무섭게 생긴 아저씨라는 뜻일게다. 때로는 사마귀가 손등에 오줌을 싸면 몸에 사마귀가 난다는 의미에서 '오줌싸개'라는 별명도 있지만 손등에 생기는 사마귀는 주로 바이러스로 인해서만 생긴다. 흉측하고 무시무시한 모습 때문에 여러 별명들이 붙었지만 겉모습과는 달리 작물의 해충들을 잘 잡아먹기 때문에 사람에게는 매우 고마운 익충이다.



※ 해당 연재는 『꿈틀꿈틀 곤충 왕국』 '날렵한 사냥꾼 왕사마귀' 편에서 가지고 왔음을 알립니다.

『꿈틀꿈틀 곤충 왕국』 도서정보 ▶ http://sciencebooks.tistory.com/551



글쓴이 : 한영식

곤충 생태 교육 연구소 소장. 강원 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했으며, 1993년 국내 유일 딱정벌레 연구 모임인 비틀스(BEETLES)를 창립하여 본격적인 연구 활동을 시작했다. 2004년 출간된 『딱정벌레왕국의 여행자』로 과학 출판에 데뷔했다, 이 책은 KBS 《TV, 책을 말하다》에 2회 방송되는 쾌거를 이뤘다. 그 후 어린이들을 위한 곤충 동화와 그림책에서 숲 해설가나 과학 교사 같은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곤충 도감과 정보 과학 책까지 곤충 관련 도서를 여럿 펴내며 곤충 연구가이자 자연 체험 교육자로 정력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KBS 《스펀지》 곤충 관련 자문 위원은 물론, 여러 기관과 잡지의 우수 과학 도서 선정 위원 등으로 활동했고, 청소년 수련관, 지역 문화 센터, 풀뿌리 환경 단체, 도서관 등에서 열리는 자연 체험 교육 강사이자 그 강사들을 교육시키는 교육자로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딱정벌레 왕국의 여행』(환경부 선정 우수 환경 도서),  『반딧불이 통신』, 『남생이 무당벌레의 왕따 여행』, 『곤충들의 살아남기』, 『와글와글 곤충대왕이 지구를 지켜요』, 『물삿갓벌레의 배낭여행』, 『지구생태계의 수호자 곤충 없이는 못 살아』,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곤충 이야기』(초등학교 교과서 국어 읽기책 수록 도서), 『봄·여름·가을·겨울 곤충 도감』, 『곤충 학습 도감』, 『곤충 검색 도감』, 『파브르와 한영식의 곤충 이야기』, 『꿈틀꿈틀 곤충 왕국』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