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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한반도에 숨어 있는 진원 : 한반도 활성 단층의 비밀 본문

완결된 연재/(完) 그림으로 보는 지진이야기

④ 한반도에 숨어 있는 진원 : 한반도 활성 단층의 비밀

Editor! 2015. 9. 30. 15:00

2015년 9월 16일 오후 7시 54분(현지 시간)에 칠레에서 수도 산티아고 북서쪽으로 228킬로미터 떨어진 태평양 연안에서 규모 8.3의 강진이 발생했습니다. 다행히도 이 지진으로 인한 피해는 경미한 편이었습니다. 인명 피해는 일단 사망자 11명에서 멈췄으며 발령된 쓰나미 경보도 하루 만에 해제되었습니다. 

칠레는 '불의 고리'라고도 하는 환태평양 지진대에 속하며 전 세계에서도 지진 활동과 화산 활동이 가장 활발한 지역 중 하나입니다. 16세기부터 현재까지 규모 6.3을 초과하는 강진들이 130여 회 발생했으며 그중 쓰나미를 동반한 지진만도 30여 회 발생했습니다. 특히 지금으로부터 55년 전인 1960년에는 규모 9.5의 19세기 지진 관측 이래 최대 규모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그림으로 보는 지진 이야기」 4회에서는 외국에서 일어난 지진의 사례처럼 우리나라도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없는지 상세하게 알아봅니다. 우리나라의 활성 단층을 찾아보며 지진의 위험성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일반인도 꼭 알아야 하는 지진의 역사와 한반도 지진의 위험성, 그리고 지진이 발생했을 때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요령 등을 총 5회에 걸쳐서 연재할 예정입니다. 이번 연재를 통해서 한반도도 지진에서 안전한 지형이 아님을 지진학을 통해 알아보고 수많은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를 일으키는 거대한 재앙인 지진에 대해 더욱 깊이 있게 고찰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림으로 보는 『모든 사람을 위한 지진 이야기』

④ 한반도에 숨어 있는 진원 : 한반도 활성 단층의 비밀


"양산 단층이 활성 단층일 가능성이 50퍼센트,

비활성 단층일 가능성이 50퍼센트이다."

— 국내 어떤 지질학자


1978년 충남 홍성을 덮친 지진, 성을 무너뜨리다!

20세기 지진학에서 이루어진 가장 중요한 발견 중 하나는 지진들, 그중에서도 특히 진원 깊이 70킬로미터 미만의 얕은 지진들은 단층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지각에 존재하는 모든 단층에서 지진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고, 그 일부에서만 지진이 발생하는데 이러한 단층들을 활성 단층이라 한다.


정확하게는 세니기(지질학적 시대 구분 단위로 23만 8000년 전부터 현재까지의 시기)에 지진이 일어난 적이 있는 단층을 '활성 단층'이라고 한다. 한반도에는 활성 단층이 없는 줄 알았지만 1970년대 후반 이후 이기화 교수 등의 연구로 한반도 활성 단층의 비밀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사진은 1978년 10월 충남 홍성군 일원에 진도 5 정도의 지진으로 무너진 홍주성벽이다.)


경상 분지에는 양산 단층이 존재하는데 단층에서 작은 지진들이 관측되었다.

한반도에 활성 단층이 존재한다는 최초의 구체적 주장은 1983년 필자와 나성호가 《지질학회지》에 출판한 논문 「양산 단층의 미진 활동에 관한 연구」에서 제기되었다. 양산 단층은 경상 분지 내 부산에서 양산, 경주, 포항, 영해로 이어지는 총 연장 약 170킬로미터의 대규모 단층이다.


그리고 단층 근처에 고리, 월성 원전이 건설되어 있다.

한국동력자원연구소(현 한국지질자원연구원)는 1982년 8월 26일부 터 12월 17일까지 양산 단층을 따라 5개 지점에 지진계를 설치하고 이 지역의 지진 활동을 조사했다. 필자와 나성호는 이 지진 관측망에 기록된 다수의 규모 3.0 이하의 미소 지진들을 분석했다. 이 기간 중 매일 평균 1회의 미소 지진들이 양산 단층과 인접한 동래 단층과 언양 단층에서 발생했다.

위의 사진은 1982년 9월 12일 양산에서 경주 쪽으로 두 번째 관측소인 하북면 삼감리 관측소에서 기록된 미소 지진들의 지진파를 보여 준다.

미소 지진이 끊임없이 발생하며 자신이 활성 단층임을 과시하고 있는 양산 단층 주변에 우리나라 경제의 심장부라 할 대규모 공업 단지가 조성되어 있고 최단 거리 25킬로미터 지점에 고리 원자력 발전소가 건설되어 가동 중이다. 양산 단층 연구가 중요한 이유다.

※ 미소 지진이란, 진도 1 이상 3 미만의 지진을 말한다.


『삼국사기』에 기록된 파괴적인 지진들(경주 지역).

한편 『삼국사기』에는 경주에서 파괴적인 지진이 10회 발생했음이 기록 되어 있다. 지진은 단층에서 발생하고 또 대규모 지진들은 대규모 단층에서 발생한다. 경주를 통과하는 대규모 단층은 양산 단층이므로 경주에서 발생한 파괴적 지진들은 양산 단층에서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1984년, 한국 사회를 충격으로 몰고간 양산 단층 연구!

필자는 경주에서 발생한 대규모 역사 지진들과 양산 단층 일대에 발생한 미소 지진들을 근거로 양산 단층이 활성 단층이라고 주장했다. 한반도가 지진 안전 지역이라는 부정확한 고정 관념을 갖고 있던 정부와 국민에게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 졌는지 1983년 3월 6일자 《한국일보》 전면 톱기사로 보도되기도 했다.

특히 양산 단층 주변에 설립된 원자력 발전소들이 양산 단층이 비활성 단층이라는 전제 위에 내진 설계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 발전소들의 지진 위험이 중요한 국가적 이슈로 부각되었다.


한반도도 지진 안전 국가가 아니다.

한반도에 다수의 활성 단층이 존재하며 주요 활성 단층은 중생대의 격렬한 지각 변동을 통해 생성된 단층과 주요 지질 구조의 경계이다. 신생대에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각 변동도 활성 단층을 생성했다. 이 활성 단층들의 지진학적 특성, 즉 그 규모, 구조, 단층 운동의 양상과 역사 등에 대한 연구는 한반도의 지진 위험 평가와 지진 재해 대책 수립에 필요한 기본적인 자료를 제공한다.

최근 고리, 월성 지역의 원자력 발전소나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을 둘러싸고 논란이 많다. 지진학, 지질학, 지구 물리 탐사, 지형학 등 여러 지구 과학 분야를 종합한 활성 단층 연구가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 


『모든 사람을 위한 지진 이야기』 「10장 숨겨진 지진원」을 재구성하여서 올린 글입니다.







저자 이기화

1963년에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피츠버그 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5년부 터 1977년까지 캐나다 빅토리아 지구 물리학 연구소(Canada Victoria Geophysical Observatory) 연구원으로 재직했고, 1978 년부터 2006년까지 서울대학교 교수로 재직했다. 현재 서울대 학교 명예 교수이다.

1978년에 일어난 홍성 지진 이후 관심이 커진 첨단 지진학 연구 성과를 활용해 한반도의 지각 구조를 규명하고, 원자력 발전소 등 한국의 기반 산업 시설이 몰려 있는 양산 단층이 활 성 단층임을 발견하는 등 한국 지진학과 지구 물리학의 역사 를 이끌어 온 선구자이자 산증인이다. 대한지구물리학회 1, 2 대 회장, 명예 회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 한국지구물리・물리탐 사학회 명예 회장이다. 과학기술부 장관상, 3・1 문화상 학술상 등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한국의 지질학(Geology of Korea)』(공저), 『한국의 제4기 환경』(공저) 등이 있다.




"한반도는 지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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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이야기를 기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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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지진학의 역사를 바꾼 두 번의 지진 1 : 1906년 샌프란시스코 지진 [바로가기]

③ 지진학의 역사를 바꾼 두 번의 지진 2 : 1960년 칠레 지진 [바로가기]

④ 숨겨진 지진원 : 한반도의 활성 단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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