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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비행기, 다시 하늘을 날다』 비행 소년의 꿈, 비거를 타고 날다 본문

책 이야기/편집자의 책책

『조선의 비행기, 다시 하늘을 날다』 비행 소년의 꿈, 비거를 타고 날다

Editor! 2016.07.07 09:52

『조선의 비행기, 다시 하늘을 날다』

비행 소년의 꿈, 비거를 타고 날다


꿈을 놓지 않은 사람의 이야기를 읽는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입니다. 더구나 그 꿈이 시간과 공간까지 뛰어넘는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죠. 우리가 생각하는 과학은 대부분 정확하고 사실적인 것이어서, 꿈과는 조금은 먼 것 같은 존재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보는 과학도, 할 수 없거나 알 수 없다고 여겨졌던 것을 해 내고, 알아 가는 과정이 쌓여서 실제로 이루어졌죠. 그런 까닭에 과학이야말로 오랜 시간과 여러 사람들을 거친 꿈의 결실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초등학생 시절에 고무 동력기를 만들어서 날려 본 경험이 한번쯤 있으실 거예요. 이게 과연 하늘을 날 수 있을지 미심쩍기도 한, 뭔가 어설픈 모형 비행기를 낑낑대며 만들어서 하늘에 시원하게 날렸을 때의 기분은 지금도 가끔은 생각날 때가 있는데요. 아마 그건 제가 손재주가 그리 좋지 못한 탓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성취감인 덕분인 것 같습니다. 『조선의 비행기, 다시 하늘을 날다』를 쓰신 이봉섭 선생님의 원고를 처음 봤을 때도, 어린 시절 조금이나마 느꼈던 비행의 쾌감이 떠올랐죠.

이 책은 조선 시대의 임진왜란 시기에 조선의 군관인 정평구가 발명했다고 전해지는 세계 최초의 비행기인 비거(飛車)를 복원해 나가는 과학 다큐멘터리인 동시에, 오랫동안 하늘과 비행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키워 왔던 한국의 한 젊은 항공 과학자가 자신의 꿈을 이루어 가는 과정에 대한 기록이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글라이더를 직접 만들고, 영화 「아름다운 비행」을 보며 자유로운 비행을 향한 꿈을 키운 ‘비행 소년’이었던 저자는 한국과 러시아에서 항공 공학을 전공하는 전문가가 되었죠. 저자는 자신에게 비거는 항공 공학으로 진로를 정한 20대 시절의 추억과 열정을 의미한다고 말하기도 했죠. 비거는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하려 했던 16세기 조선의 군관 정평구의 꿈이었을 뿐만 아니라, 좀 더 자유롭게 하늘을 날고자 했던 21세기 한국의 청년의 소망이기도 했죠.

“2002년 우연히 읽게 된 한 권의 책에서 시작한 꿈으로부터 어느덧 1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처음 비거를 알았을 때의 뿌듯함과 낮선 영역에서 뭔가 새로운 것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만나 몇 가지 발견을 이루며 내 나름의 비거를 구상했고, 오랜 시간 묵혀둔 끝에 이제야 세상으로 나왔다.”


『조선의 비행기, 다시 하늘을 날다』 저자 이봉섭


이 책을 편집하는 동안, 400여 년의 시간을 거슬러서 역사에 온전히 남지 못한 우리의 비행기 비거의 실체를 재구성하는 과정은 저자와 정평구의 꿈이 하나가 되어가는 것이라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만큼 저자는 철저히 조선 시대의 하급 군관이었던 비거의 발명자 정평구의 시선에서 비거의 발상부터 제작, 시험 비행, 비행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 접근해 나갔습니다. 저자가 블로그에 연재하던 시절부터 가능한 한 꼼꼼하고 자세하게 복원 과정을 낱낱이 사진으로 촬영해 두었던 까닭에,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조선의 하늘을 날 수 있는 비행기를 이 책에 담을 수 있었어요.


비거 날개의 복원 과정, 『조선의 비행기, 다시 하늘을 날다』 132~133pp.


특히 책에서도 강조했듯이, 비거를 복원할 때 가장 중요하고도 난해한 부분은 단연 그 날개일 텐데요. 저 역시도 이 책의 작업에 들어가기 전에, 과연 조선 시대에 하늘을 날 수 있는 날개를 만드는 게 가능했을지 가장 궁금했습니다. 저자는 조선 시대에 운송, 교통수단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됐던 전통 한선의 돛이 바로 날개의 원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일단 형태가 현대 비행기 날개의 메인 스파 구조와 전체적으로 대단히 유사하며, 또한 한선의 돛은 맞바람이 불어도 양력을 발생시켜서 배를 움직이는 장점이 있다는 사실을 책에서 정확히 밝혔죠. 이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저자와 마찬가지로 역사 곳곳에 단서가 흩어져 있는 비거의 가능성에 놀랐을 뿐만 아니라, 가장 큰 수수께끼가 풀렸다는 후련함까지 느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깊이 남은 깨달음은 과거에 만들어졌다는 이유만으로, 현재의 이론을 내세워 비과학적, 비효율적이라고 단정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우선 과거에 존재했던 과학과 그 성과의 본질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비거가 활약했던 진주성 전투의 전장인 진주성 밑으로는 바로 유명한 남강이 흐르고 당시에는 이 강을 따라 수많은 배들이 이동했던 까닭에, 이런 모습을 본 정평구는 급박한 전장에서 활약할 수 있는 비거의 날개를 만들 단서를 충분히 찾을 수 있었겠죠. 이처럼 저자는 이 책에서 단순히 우리가 세계 최초의 비행기를 개발했다는 사실을 피상적으로 강조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 우리의 역사와 환경 속에서 확인 가능한 단서들을 치밀하게 모으고, 살펴서 과연 전설로만 전해진 비거가 실제로 제작돼서 비행까지 할 수 있었는지를 보여 주는 데 집중합니다. 


「옛 진주 지도」


이처럼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은, 최대한 다양한 사진 자료들을 찾아서 배치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야만 조선 시대에 존재했던 다양한 요소들을 결합시켜서, 비거의 실체를 찾아나가는 이 책의 과정이 더욱 실감나게 그려질 수 있다고 생각습니다. 편집하면서 재밌었던 부분 역시 책에 쓸 법한 수많은 사진들을 찾고, 골라가는 과정이었습니다. 그 결과 서울대학교 규장각 한국학 연구원에 소장된, 비거의 존재를 기록한 조선 후기 실학자 이규경의 저서 『오주연문장전산고』 중 「비거변증설」의 데이터 파일을 구해서 원문과 함께 싣기도 하고, 진주성 전투가 벌어졌던 멋진 「옛 진주 지도」나 조선 시대 선박의 구조를 보여 주는 「각선도본」의 한선 사진 등을 찾아서 실을 수 있었습니다. 현재까지 복원된 2개의 비거 모형 사진을 촬영하러 과천의 국립 중앙 과학관에 가기도 했죠. 특히 「옛 진주 지도」는 책의 디자인 컨셉과도 잘 어울린 덕분에 표지의 배경으로도 쓰인 까닭에 더 오래 기억에 남을 듯합니다.

이 책의 저자인 이봉섭 선생님은 비거를 복원해 가는 과정에서 가장 힘든 것이 무엇이었냐는 질문에 “나 자신까지도 비거가 불가능하다는 벽에 갇히는 것”이었다고 답한 적이 있습니다. 400여 년의 시간을 가로질러서, 오랫동안 잊혔던 꿈을 현대의 과학으로 재구성하기까지의 어려움과 기쁨이 이 한 마디에 녹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과거와 현재의 꿈을 이어 준, 우리의 비행기 비거와 함께 하늘과 시간을 가로지르는 기쁨을 함께 느껴보셨으면 합니다.

“비거의 형상을 정확히 남긴 사료는 없는 까닭에, 실제 모습에 대한 다양한 학설들이 존재한다. 비거에 관한 자료를 최대한 광범위하게 확인하고 16세기 한반도의 과학 기술들까지 함께 탐구하면서, 비거는 조선의 과학적 역량이 충실히 반영된 비행체라는 가설을 세울 수 있었다. 그리하여 정평구가 관찰하고 고민하며 실험했던 과정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하늘을 비행하는 날틀을 구상하게 되었다.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필요하고, 막대한 소음을 발생시키면서 하늘을 가로지르는 지금의 비행기보다 좀 더 자연 친화적이고 지속 가능한 새로운 비행 수단으로 나아갈 단서를 비거에서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비거는 갈림길에 선 비행기의 역사에 새로운 길을 제시해 줄 우리 모두의 길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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