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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히스토리 아카데미] ⑤ 특별편: 데이비드 크리스천 + 김한승 편 본문

(연재) 과학+책+수다

[빅 히스토리 아카데미] ⑤ 특별편: 데이비드 크리스천 + 김한승 편

Editor! 2017. 11. 16. 11:40

과학+책+수다 다섯 번째 이야기


5. “우리는? 『빅 히스토리』 아카데미”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특별편 : 데이비드 크리스천+김한승 편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빅 히스토리’ 전문가들과 함께 부활한 「과학+책+수다」. 그동안 원종우 과학과사람들 대표, 김서형 빅 히스토리 협동 조합 이사장, 윤신영, 이영혜 《과학동아》 기자, 송기원 연세대 교수, 이정모 서울 시립 과학관 관장, 이강환 서대문 자연사 박물관 관장 등 기라성 같은 지성들이 ‘빅 히스토리’를 화두로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빅 히스토리: 138억 년 거대사 대백과사전』 출간을 기념해 서울 시립 과학관과 공동 주최하는 특별 강연 “우리는? 『빅 히스토리』 아카데미”는 11월 16일로 종료됩니다. 그 마지막을 맞이하여 이번 「과학+책+수다」는 히스토리의 창시자 데이비드 크리스천 교수의 《과학동아》 인터뷰 기사와 김한승 교수의 인터뷰를 준비했습니다. 



(그림 출처: 데이비드 크리스천 제공)


‘빅 히스토리’ 창시자 데이비드 크리스천 호주 맥쿼리대 교수


1980년대, 러시아 역사를 가르치던 한 교수는 문득 지역별, 시대별, 문화별로 역사를 쪼개 가르치는 방식이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파편화된 역사를 모아 보편적인 인류사를 쓰겠다고 다짐했다. 오늘날 융합 교육의 대세로 떠오른 ‘빅 히스토리(Big History·거대사)’가 태동한 순간이다. ‘DK 빅 히스토리 대백과사전(사이언스북스)’ 번역·출간을 기념해 빅 히스토리 창시자인 데이비드 크리스천 호주 맥쿼리대 근현대사 정치국제관계학과 교수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글 우아영 기자)


“생물권 관리가 앞으로 가장 큰 도전이 될 겁니다. 우리 인간 종은 이제 너무 강력해져서 인류의 행동이 곧바로 지구의 미래를 결정짓습니다.”

 

‘빅 히스토리(Big History·거대사)’의 아홉 번째 장(章)을 아로새길 지구의 미래를 묻는 질문에 데이비드 크리스천 호주 맥쿼리대 근현대사 정치국제관계학과 교수가 이렇게 말했다. 그는 1980년대 후반 빅 히스토리 개념을 처음 만든 창시자다.

 

빅 히스토리는 138억 년 전 우주의 탄생부터 인류 문명의 발전까지를 종합적으로 살피는 거대한 이야기다. 물리학, 화학, 천문학, 지구과학, 사회학, 인류학, 역사학, 철학 등 여러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지역과 시대, 문화별로 파편화된 정보를 연결해 하나의 대서사를 구성한다. 한 마디로 말해 ‘모든 존재의 역사’다.

 

크리스천 교수는 “빅 히스토리는 시공간 전체를 그린 지도이자, 말과 사진으로 된 일종의 지구본”이라고 말했다.


네브라 하늘 원반 (그림 출처: Anagoria(cc)wiki)


인류 보편의 역사 쓰겠다는 다짐에서 시작


그는 본래 러시아 역사를 전공한 역사학자다. 러시아(옛 소련)의 근현대사는 미국과 벌인 우주 개발, 핵무기 개발 경쟁으로 점철돼 있다. 1980년대 어느 날, 크리스천 교수는 핵무기를 가진 뒤, 전세계 인류가 경쟁하는 국가로 분할된 역사를 젊은 세대에게 계속 가르쳐야 한다는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고심하던 그는 인류 보편의 역사를 정립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작업에 착수하자마자 곧 어려움에 직면했다. 인류 전체의 역사를 쓰려면 인간의 진화부터 이해해야 했다. 인간의 진화를 알려면 생물권과 지구의 역사를 알아야 했다. 지구의 역사를 알려면 우주의 탄생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했다. 결국 우주의 역사를 가르침으로써 인류의 통일된 역사를 정립해야겠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목표는 장대했지만, 목표한 만큼 과학적인 빅 히스토리를 정립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았다.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에는 지금처럼 우주와 지구, 생물의 역사가 충분히 밝혀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크리스천 교수는 “이제 인류는 빅 히스토리를 구성하는 모든 부분의 역사를 과거보다 훨씬 잘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30여 년간 새롭게 밝혀진 최신 정보를 계속 써 내려간 결과, 현재 빅 히스토리는 그 무엇보다 과학적인 역사서로 탈바꿈했고 전세계 융합 교육의 대세로 떠올랐다.


2010년 이탈리아에서 열린 국제 빅 히스토리 협회 창립회의 때 찍은 사진. 맨 왼쪽이 크리스천 교수다.(그림 출처: 데이비드 크리스천 제공)


문턱 넘을 때마다 새로운 세계 펼쳐져


대서사시를 다루지만, 최소한의 구분은 필요한 법이다. 현재 빅 히스토리는 크게 8개의 ‘문턱(Threshold)’으로 나뉘어 있다. 새로운 물질이나 현상이 나타나는 시기가 기준이다. 섭씨 100도가 되면 물이 끓듯, 하나의 문턱을 넘을 때마다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첫 번째 문턱은 우주의 시작인 대폭발이다. 빅뱅 이론에 따르면 약 138억 년 전 매우 높은 에너지를 가진 작은 공간이 폭발하면서 우주가 탄생했다. 두 번째 문턱은 혼란하기만 했던 우주 공간에서 일부 물질이 뭉쳐 생겨난 별을 다룬다. 세 번째 문턱은 별의 폭발로 생겨난 다양한 원소를, 네 번째 문턱은 46억 년 전 원소가 뭉쳐 생겨난 지구와 같은 행성과 태양계를 다룬다. 그리고 다섯 번째 문턱은 지구에 출현한 첫 생명체인 단세포 생물을 다룬다.


인류는 여섯 번째 문턱을 지나서야 등장한다. 훗날 인류로 진화한 ‘호미닌’이 이야기의 서막을 연다. 일곱 번째 문턱은 집단 학습을 통해 세대를 넘어 정보를 축적하는 호모 사피엔스 이야기를 시작으로 인류 문명의 발달을 다룬다. 여덟 번째 문턱을 지나면, 오늘날의 세계를 있게 한 산업혁명을 이해할 수 있다.

 

각 문턱은 누구나 한번쯤 던져 봤을 만한 큰 질문과 연결돼 있다. 세상의 끝은 어디일까, ‘나’는 어디에서 왔을까, 미래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등이다.

 

크리스천 교수는 그간 여러 인터뷰와 글에서 “민족, 국가, 종교적 전통에 얽매이지 않은, 보편적인 인류사를 썼다”고 밝혔다. 그러나 빅 히스토리를 구성하는 세부 내용을 실제로 보고 나면, 서구 시각에 편향돼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예를 들어, 동아시아의 문명은 일본과 중국의 역사 중 극히 일부만 다룬다. 전세계에는 수십 개의 문자가 있지만, 알파벳의 발달만 비중 있게 다룬다. 인류 문명과 문화는 대부분 로마 그리스의 유산을 다룬다.

 

“다른 문화권의 역사도 비중 있게 다룰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크리스천 교수는 “전통적으로 중국, 인도, 로마, 페르시아의 영향력이 강했고 유럽은 2~3세기 전에서야 중요한 존재가 됐다”며 “(영향력은 계속 바뀌므로) 어쩌면 현재 빅 히스토리가 균형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 빅 히스토리 학자들의 과업”이라고 덧붙였다.


 


빅 히스토리 통해 ‘행성 관리자’로 거듭나야


그러나 크리스천 교수는 “오늘날 인류는 전문 지식에 전념하는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에 보통 사람이 현실의 전체 숲을 보기란 쉽지 않다”며 “빅 히스토리에 모든 국가를 다루는 건 쉽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실수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세부 내용에 집착하면 인류사 전체를 보지 못한다는 얘기다. 그는 역사를 거시적으로 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수 차례 강조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빅 히스토리는 두 가지 상반된 관점을 제시한다. 우선 인간은 수십 억 개의 은하 중 하나에, 보통의 별을 도는 아주 작은 행성에 최근에서야 나타났다. 따라서 우주 관점에서 보면 인간은 그리 대단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이 행성에서는 몹시 중요한 존재다. 46억 년에 달하는 역사에서 지구 전체를 바꾼 최초의 생물이다.

 

이런 관점을 통해 우리 종, 바로 인류가 하는 이상한 일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그는 “우리는 이야기의 아주 끝에 등장하지만, 지구를 바꿀 정도의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므로 이제 이 행성을 잘 관리하는 법을 배워야만 한다”며 “다양한 전문 지식들 사이의 연결을 보지 못하면 행성을 관리하는 방법 같은 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 크리스천 교수는 ‘과학동아’의 젊은 독자들에게 “빅 히스토리를 통해 인류가 향후 50년 동안 직면할 큰 도전을 알아채고, 이를 해결하려면 전세계인이 함께 일해야 한다는 점도 깨닫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국인이나 미국인, 중국인 또는 러시아인이 별도로 일해서는 인류가 직면한 전지구적 문제가 풀리지 않을 겁니다. 빅 히스토리를 공부한 젊은 세대가 이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할 거라고 믿습니다.”



(기사 출처: 《과학동아》 10월호 156~158쪽)

※ 이 기사는 《과학동아》의 허락 하에 게재되는 것으로 모든 저작권은《과학동아》에 있습니다. 무단 전재와 무단 복제를 금합니다.




편집자: 먼저 빅 히스토리에 대한 선생님 생각을 여쭤봅니다.


김한승: 10초만 상상해 보세요. 책 100권이 방안 여기저기에 있습니다. 분야는 모두 다릅니다. 소설책, 역사책, 과학책, 요리책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구석구석 흩어져 있습니다. 읽고 싶은 책을 찾으려면 방 여기저기를 다 찾아 다녀야 합니다. 이럴 때 우리는 그냥 책 찾는 것을 포기하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만약 책장 하나만 있으면 깔끔하게 정리가 돼서 보기도 좋고, 필요할 때마다 책을 꺼내서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빅 히스토리는 우리의 복잡한 책들을 정리해주는 ‘책장’과 같은 것입니다. 빅 히스토리를 배운다는 것은 단순히 우리 머릿속에 지식을 넣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지식을 정리하는 좋은 책장을 짜는 것입니다.


편집자: 빅 히스토리에 대한 관심이 계속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빅 히스토리가 이렇게 대중의 관심과 인기를 끌 수 있는 특별한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김한승: 최근에는 지식의 총량이 13개월마다 2배가 될 정도로 엄청난 지식과 정보가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지식의 홍수 속에서 양질의 지식을 찾아내는 것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최근 넓은 분야의 다양한 지식을 정리, 요약해서 소개하는 서적들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파편화된 지식을 단순히 전달하는 것과 달리 빅 히스토리는 인류의 모든 지식을 몇 개의 관점으로 나누어 구조적으로 전달합니다. 특히 최고의 전문가들이 구성하고 검증한 양질의 콘텐츠가 융합적 방식으로 제공됩니다. 이렇게 사회적 니즈를 가장 잘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최근 대중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편집자: 그간 적지 않은 책들이 빅 히스토리를 국내에 소개했고 대중 강연도 여러 번 열렸습니다. 그중 DK 『빅 히스토리』의 의미와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김한승: 2012년 ‘빅 히스토리’를 학교에서 정규 교과목으로 개설하기 위해 서울시 교육청에 승인 신청을 냈습니다. 승인 신청을 받기 위해서는 사용할 인정 교과서도 함께 제출해야 했는데, 교양서로 출간된 책은 다수 있었지만 학생들의 교육용으로 적합한 책을 찾기는 어려웠습니다. 결국 그해 교재 문제로 승인을 받지 못하고 무려 2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2017년 현재도 교육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교재는 찾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DK 『빅 히스토리』의 다양한 자료와 시원한 구성, 그리고 어린 학생들이 읽어도 이해하기 쉬운 친절한 서술은 교육용, 입문용 서적으로 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편집자: DK 『빅 히스토리』는 수많은 요소들과 조건들이 결합되면서 새로운 주체가 등장하고 패턴이 복잡해지며 네트워크가 다양해지는 역사적 전환점을 문턱(threshold, 임계 국면)으로 정의하고 이를 이정표로 하여 138억 년의 모든 역사를 정리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정의된 8가지 문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김한승: 우리는 인류의 역사를 ‘시대’로 구분하여 인식하며, 살아가는 공간을 ‘지역’으로 구분하여 인식하는 오랜 관행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구분 기준을 설정하는 것은 역사, 지리와 같은 단일 학문에서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물며 인류가 등장하기 이전의 역사와 지구를 넘어선 우주 공간까지 함께 고려하는 것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픈 일입니다. 빅 히스토리의 8가지 임계 국면은 이렇게 어려운 문제의 해결을 위한 새로운 시도이고 도전입니다. 단 임계국면은 절대적인 구분 기준이 아니라 하나의 상대적인 관점입니다. 8개로 구분되는 임계 국면은 현 상황에서 138억 년의 시간을 구분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입니다. 


편집자: DK 『빅 히스토리』에서 특별히 좋았던 또는 인상 깊었던 부분이 있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김한승: 우리나라 교과서를 보면 전통적으로 텍스트가 많고, 사진이나 그래픽이 작습니다. 사진의 경우 많은 정보를 보여 주기 위해 사람은 작게 주변 풍경은 크게 들어갑니다. 그래프는 많은 정보를 동시에 보여 주려고 하기 때문에 복잡해지고, 의미를 해석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DK 빅히스토리의 경우 유럽, 미국 스타일 교재의 장점을 잘 보여 주고 있습니다. 절제된 양의 텍스트와 시원한 크기의 사진, 양질의 그래픽 자료들이 신선한 느낌을 갖게 합니다. 사진 속 사람들의 표정까지 세세하게 읽을 수 있었고, 이해를 돕기 쉽게 마인드맵, 펼침면 편집 등을 적절히 활용하였습니다. 한번쯤 수업에 사용해 보고 싶었던 영국식, 미국식 교재를 우리도 가지게 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편집자: 마지막으로 빅 히스토리와 한국 교육에 대해 말씀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최근 문이과 분리 교육의 병폐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적 교육 패러다임을 찾기 위한 노력이 경주되고 있는데요. 자연 과학과 인문학의 융합 교육을 지향하는 흐름 속에서 빅 히스토리가 어떤 역할을 해 줄 것으로(또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김한승: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알아야 볼 수 있고 알아야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계열이라는 큰 벽을 만들어 스스로 아는 영역을 줄이고 있습니다. 문이과 분리 교육은 우리 학생들을 절반 밖에 알지 못하고, 절반 밖에 볼 수 없는 반쪽 인재로 만들어 왔습니다. 빅 히스토리는 내가 가지고 있는 벽 너머의 새로운 세상으로 우리를 인도해 주고 나의 세상과 반대쪽 세상을 하나의 구조로 연결해 주는 최고의 가이드입니다. 또한 한국 교육은 지나치게 인풋 위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제는 아웃풋 교육에도 많은 신경을 써야 할 때입니다. 빅 히스토리는 최고의 액티비티 프로그램을 통해 단순히 지식을 통해 보고 이해하는 것을 넘어 문제를 인식하고, 친구들과 토론하고, 스스로 행동할 수 있는 힘을 키워 줍니다. 한국 교육의 두 가지 고민, 그 답이 빅 히스토리에 있습니다.


하나고등학교 교재.







10월 19일부터 11월 16일까지 서울 시립 과학관에서 열리는 특별 강연 “우리는? 『빅 히스토리』 아카데미”에서 보다 자세하고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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