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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 북 뮤지엄] <썬더볼트의 밀리터리 여행> 박물관은 살아 있다: 런던 임페리얼 워 뮤지엄 본문

완결된 연재/(完) 한국 전쟁 70주년 기념 특별 앵콜 연재

[탱크 북 뮤지엄] <썬더볼트의 밀리터리 여행> 박물관은 살아 있다: 런던 임페리얼 워 뮤지엄

Editor! 2020. 7. 30. 09:44

썬더볼트의 밀리터리 여행


박물관은 살아 있다:

런던 임페리얼 워 뮤지엄






런던 워털루역 남쪽, 거대한 공원 중앙에 고풍스러운 건물이 서 있습니다. 이곳의 이름은 임페리얼 워 뮤지엄(Imperial War Museum), 직역하자면 제국 전쟁 박물관으로 100여 년 전 만들어진 국립 전쟁 박물관입니다. 제1차 세계 대전 말기 1917년, 영국은 육군, 해군뿐만 아니라 전쟁 수행을 위해 무기를 생산했던 노동자들과 여성들을 기리기 위해 임페리얼 워 뮤지엄을 설립합니다. 1920년 민간에 공개된 이후 제2차 세계 대전 등 여러 전쟁을 거치며 자료와 무기들을 수집하고 전투자료 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단순한 박물관이 아닌 IWM이라는 약자로 불리며 영국 전역의 전쟁 관련 전시품과 박물관을 관리하는 단체가 되었습니다.






박물관 입구부터 전함의 주포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리벤지급 5번함인 전함 라밀리스 15인치 주포입니다. 육중한 포신과 폐쇄기가 전함 주포의 위용을 뽐냅니다. 라밀리스함은 제1차 세계 대전 말기 건조되어 제2차 세계 대전까지 사용되었으며 종전과 맞춰 퇴역하였습니다.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이미 구식 전함이었지만 지중해, 인도양, 대서양을 누비며 고군분투하였습니다. 노르망디 상륙 작전 디데이 당일에도 화력 지원에 참여했습니다.






영국에 있는 대부분의 박물관은 입장료를 받지 않습니다. IWM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편안한 관람을 위해 물품 보관대에 짐을 맡기고 입장하였습니다. 입장 후 첫 번째 전시관은 제1차 세계 대전관입니다. 전쟁의 배경, 경과와 여러 전투들을 다루며 당시 입었던 의복과 사용한 무기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참호전으로 대표되는 관인 만큼 참호가 재현되어 있습니다. 참호 한쪽으로 프로젝터를 비춰 그 당시 군인들의 고된 장면들이 펼쳐 줍니다.





제1차 세계 대전이 이전과 다른 참호전이 되어 버린 원흉은 기관총입니다. 19세기 말, 최초의 자동 사격 기관총인 맥심기관총이 개발되었습니다. 제1차 세계 대전에서는 각국이 맥심기관총을 개량하여 서로에게 총탄의 비를 뿌렸습니다. 사진의 기관총은 영국군의 비커스 기관총으로 맥심기관총의 개량형입니다. 수랭식 기관총답게 밤낮으로 사격을 지속해도 작동 이상이 없는 우수한 신뢰성을 바탕으로 전선에서 애용되었습니다.



M1897 75밀리미터 야포



제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기 전 프랑스에서 현대적인 야포가 개발되었습니다. 단순히 포신에 포가와 바퀴만 달렸던 이전의 화포와는 달리 주퇴 복좌기를 탑재하여 반동 제어가 가능해져 재방열이 필요 없었습니다. M1897은 프렌치75라 불리며 여러 나라에서 사용되었습니다. 하지만 참호전에서 75밀리미터 구경은 금방 화력의 한계를 드러냅니다.




9.2인치 마더 곡사포와 마크 V 전차



이전 화에서도 언급했듯이 제대로 구축된 참호와 진지는 포격을 받아도 쉽게 무력화시킬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참호를 돌파하기 위해서 다양한 노력이 시도되었습니다. 먼저 근대 이전의 공성구포와 같은 거대한 곡사포들이 등장합니다. 영국군은 9.2인치, 233.7밀리미터라는 거대한 구경의 곡사포를 도입하여 전장으로 가져왔습니다. 최초의 전차 마크(Mark) 시리즈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흔히 박물관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은 고리타분한 이미지와 재미없고 지루한 공간입니다. IWM은 이와 달랐습니다. 이곳을 관람하며 전시품의 배치와 설명이 굉장히 세련됨을 느꼈습니다. 또한 관람객이 직접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장치들을 곳곳에 배치하여 주의를 집중시킵니다. 군복을 입고 참호에 들어가고, 게임 속에서 유보트의 함장이 되어 통상 파괴전을 주도하며 단순 관람이 아니라 몸으로 전쟁을 체험하고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여러 박물관들이 배울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시품들이 단순히 벽면에 붙어서 전시되어 있지 않고 중앙에 놓여 있어 앞뒤로 돌아가며 살펴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람객을 위한 배려가 돋보입니다.





제1차 세계 대전관을 지나 전쟁의 증인(Witnesses to WAR)관으로 들어옵니다. 이곳에서는 제2차 세계 대전에서부터 현대까지의 다양한 전시품들을 관람할 수 있습니다. 중앙 홀에는 항공기와 미사일이 매달려 있습니다.



V1 순항 미사일과 V2 탄도 미사일



순항 미사일 V1과 탄도 미사일 V2입니다. 둘 다 순항 미사일과 탄도 미사일 분야에서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 없이 무인으로 적을 공격하는 폭탄의 개념은 당시 영국인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독일은 전쟁 말기까지 V1과 V2를 사용하여 영국을 괴롭혔습니다. V2는 이후 연합군 각국의 노획되어 대륙간 탄도 미사일과 우주 발사체 개발의 토대가 됩니다.




스피트파이어



스피트파이어(Spitfire), 영국을 지켜낸 하늘의 구원자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 만큼 수 없이 많은 하늘의 전투를 승리로 이끈 주역입니다. 날렵한 형태의 기체에 강력한 롤스로이스 엔진을 탑재한 이 멋진 전투기는 독일의 명전투기 Bf109의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며 영국 본토 항공전에서 박터지는 싸움을 이어갔습니다. 스피트파이어와 Bf109 중 어떤 전투기가 더 낫다고 명쾌히 꼽을 수는 없어 전투 당시의 상황과 파일럿의 기량에 따라 승패는 계속 달라졌습니다. 하지만 영국 본토 항공전에서 Bf109는 원정 경기라는 불리한 상황이었고 만성 연료 부족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그 결과 최종 승자는 스피트파이어가 되었습니다. 구국의 전투기인 만큼 영국인들의 스피트파이어 사랑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제로센



인도차이나 반도와 오세아니아에서 영국군은 일본의 제로센에게 괴롭힘을 당합니다. 전쟁 초기 중일전쟁에서 숙련된 베테랑 파일럿들과 경량화로 달성한 우월한 기동성을 가진 제로센에게 연합군 공군은 큰 손실을 입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제로센의 위상은 땅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압도적인 성능을 가진 신형 전투기가 쏟아져 나오는 연합군과 달리 무리한 경량화로 설계된 제로센은 개량의 여지가 거의 없었습니다. 부족한 방어력 때문에 피탄 시 화재까지 빈번하게 발생하여 하늘의 사무라이는 하늘의 라이터가 되었습니다.



아브로 랭카스터 폭격기



영국의 전략 폭격을 담당했던 중폭격기 아브로 랭카스터입니다. 독일의 루프트바페와 영국 RAF의 가장 결정적인 차이점은 바로 중폭격기의 유무였습니다. 루프트바페는 전략 공군이 아닌 전술 공군을 지향했고 중폭격기보다는 일선에서 지상군을 보조하는 급강하 폭격기와 쌍발 폭격기 위주의 편성이 되었습니다. 결국 독일은 패망까지 제대로 된 중폭격기를 써먹지 못합니다. 이에 비에 RAF는 랭카스터를 앞세워 독일의 주요 도시들을 갈아 엎는 전략 폭격을 효과적으로 수행합니다. IWM에 전시된 랭카스터 폭격기는 683호기로 49소티의 폭격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기체라고 합니다. 대전 말기에는 폭격기 승무원들의 훈련용 기체로 사용되었습니다. 



8.8센티미터 Flak



독일의 상징, 티거 전차의 주포로 사용되었던 8.8 센티미터 Flak입니다. 8.8 센티미터 전차포의 원형인 대공포로서 전차포로 전용되기 이전부터 대전차전에 적합하다는 것이 실전을 통해 밝혀졌습니다. 대공포 포가는 높이 때문에 적에게 발각될 위험이 있어 저상 포가에 얹어져 본격적인 대전차포로 사용되었습니다. 대공, 대전차, 그리고 임기응변이기는 하지만 곡사까지 가능하여 만능 포라고 불렸습니다.





인간 어뢰라고 불리는 유인 조종 어뢰 이탈리아군의 ‘마이알레’입니다. 인간 어뢰라는 이름 때문에 자폭 무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수중으로 조용하게 침투해서 상대방 함선에 분리한 탄두를 장착하고 탈출하는 상식적인 무기였습니다. 이탈리아는 제2차 세계 대전 동안 마이알레를 운용하며 연합군 함선을 여러 척 파괴하는 성과를 올렸습니다. 사람이 끝까지 조종하여 적함과 함께 자폭하는 어뢰는 일본군의 ‘가이텐’입니다. 하늘의 카미카제와 더불어 가이텐을 조종하며 자폭한 일본군의 수는 150여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제2차 세계 대전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무기와 차량, 항공기를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반파된 장갑 지프차 한 대가 눈에 들어옵니다. 영국 언론사 로이터 통신의 차량으로 2006년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침공을 취재하기 위해 두 명의 기자가 이 지프를 타고 가자 지구로 향했습니다. 취재 도중 이스라엘 공격 헬기의 로켓 공격을 받아 차량이 파괴되었지만 탑승했던 두 기자는 부상만 입고 기적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전쟁의 증인’이라는 전시관 명칭과 가장 잘 어울리는 전시품이라고 생각됩니다.






IWM을 나와 런던을 둘러보려고 합니다. 런던의 상징이 된 지하철 ‘언더그라운드’를 탑승했습니다. 150년이 넘은 지하철답게 매우 좁은 지하철이 인상 깊습니다. 영국 본토 항공전 당시 지하철 터널과 역은 시민들의 방공호로 사용되었습니다.







런던의 중심에는 세인트 폴 대성당이 있습니다. 17~18세기에 지어진 이 성당은 제2차 세계 대전을 거치며 영국인들의 불굴의 의지를 상징하는 건축물이 되었습니다. 독일의 계속되는 폭격으로 인해 런던 전역이 불타는 와중에도 세인트 폴 대성당은 쓰러지지 않고 굳건히 자리를 지켰습니다. 폭탄 하나가 돔을 뚫고 들어왔지만 다행히 불발로 끝났습니다. 영국 공병대가 목숨을 걸고 이 불발탄을 밖으로 옮겨 처리했습니다. 불발탄을 안전한 곳에서 터트릴 때 30미터가 넘는 크레이터가 생겨났다고 합니다. 성당 내부에서 폭발했다면 이 아름다운 성당은 완파되었을 것입니다.


“혼돈과 파괴의 전쟁 중, 자욱히 피어오르는 연기 속에 서있는 창백한 돔은 긍지와 불굴의 영광의 상징이다.”

 리사 자딘(Lisa Jardine)







템스 강 한복판에는 순양함 한 척이 정박해 있습니다. 타운급 경순양함인 HMS 벨파스트 호입니다. 벨파스트 호는 현재 IWM에서 관리하는 박물관이며 내부까지 견학할 수 있습니다. 비록 해군 군축 조약의 영향을 받은 배수량 1만 톤급 조약형 경순양함이지만 6인치 3연장 주포탑을 보니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벨파스트 호는 대전중 틸피츠 사냥과 D-day라는 굵직 굵직한 작전에 참여했습니다. 독일이 패망을 앞두자 벨파스트 호는 일본과 맞서기 위해 극동으로 배치됩니다. 호주에 도착해서 일본 본토 상륙 작전인 몰락 작전을 대기하던 중 종전을 맞게 됩니다. 이후 한국과도 인연을 가집니다. 한국 전쟁에 참전하여 8,000발의 주포탄을 화력 지원에 쏟아 부었습니다.










IWM과 세인트 폴 대성당, 벨파스트 호까지 보고 나니 어느덧 해가 저물었습니다. 야경이 아름다운 템스 강을 다시 거슬러 올라가며 카메라 셔터를 열었습니다. 


 



항상 꿈꿔 왔던, 버킷 리스트에 올려 뒀던 여행을 마쳤습니다. 출발하기 전 설레는 마음이 앞섰습니다만 수많은 격전지와 사람들이 희생된 장소들을 직접 가보고 난 뒤 복잡한 심경이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마치 전설과 신화처럼 생각했던 일들이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그 당시, 이 자리에 있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상상을 반복하게 됩니다. 밀리터리 매니아가 아닌 한 명의 인간으로서 참혹한 과거의 일들을 되돌아보며 다시는 이런 역사가 절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썬더볼트의 밀리터리 여행기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그동안 재미있게 봐 주신 여러분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비행기』 112~113쪽에서 Copyright © Dorling Kindersley


『탱크 북』 200~201쪽에서 Copyright © Dorling Kindersley





글쓴이 손건(썬더볼트)

기계 공학을 전공하고 현재 발전소 엔지니어로 재직 중이다. 역사, 밀리터리, 자동차에 관련된 컨셉으로 각국을 탐방하는 아마추어 여행가이자 사진 작가이다. 루리웹과 인스타그램(https://www.instagram.com/night_thunderbolt)에 여행기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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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sciencebooks.tistory.com/1266?category=945104 [Science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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