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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무진 뒤섞이고 어우러지는 과학의 원리 본문

(연재) 사이언스-오픈-북

종횡무진 뒤섞이고 어우러지는 과학의 원리

Editor! 2019. 1. 29. 13:52

인포그래픽을 통해 ‘팩트’의 세계로 독자들을 안내하는 세상의 원리 시리즈의 최신작 『과학 원리』가 『인체 원리』, 『음식 원리』, 『돈의 원리』에 이어 출간됩니다. 「물질」, 「에너지와 힘」, 「생명」, 「우주」와 「지구」라는, 고등 교과 과정과 딱 들어맞는 다섯 부분으로 구성된 이 책은 통합 과학을 대비하는 학생과 교사는 물론이고 과학에 대해 알고 싶은 모든 사람을 위한 가이드가 될 것입니다. 『과학 원리』를 번역하신 김홍표 선생님(아주 대학교 약학 대학 교수)께서 보내 주신 서평과 함께, 작은 책 한 권에 담긴 거대한 과학의 원리를 향한 탐험을 떠나 보시기 바랍니다.




종횡무진 뒤섞이고 어우러지는 과학의 원리



전 우주에 걸쳐 여섯 번째로 많은 원소는 철이다. 불에 달궜다 망치로 내리치면 여러 모양의 도구를 만들 수 있었기에 오래전부터 철은 농기구와 무기 등의 주된 재료로 인류와 함께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니켈과 더불어 지구 중심핵의 주요 성분인 철은 거대한 지구 자기장을 형성하여 태양에서 몰아치는 광폭한 태양풍으로부터 지구의 공기를 안전하게 붙들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역할을 하는 철은 우리 몸 안에도 들어 있다. 철 원자의 바깥쪽 테두리를 돌고 있는 전자와 가장 친밀한 상대가 산소이기 때문에 철은 동물의 호흡에 필요한 산소를 운반하는 생물학적 소임을 맡게 되었다. 하나의 적혈구 세포에 들어 있는 약 2억 개의 헤모글로빈이 바로 철을 함유한 단백질이다.


식물에게도 철이 필요하다. 지구의 표면에 도달한 태양 에너지는 물을 분해하여 얻은 전자를 활성화한다. 이때 산소가 방출된다. 철이 포함된 전자 전달 단백질을 차례로 거친 태양 복사 에너지는 엽록체에서 ATP라는 화학 에너지로 전환된다. 그다음에 식물은 전자와 ATP를 사용하여 이산화탄소를 포도당으로 바꾼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가 태양에서 진행되는 핵융합 반응의 에너지를 모태로 삼아 살아간다는 말의 실체가 바로 이것이다. 그리고 그 현상의 배후에 산소와 탄소 그리고 철이 있다. 


이런저런 자원으로부터 에너지를 얻는 동안 미생물도 철을 사용한다. 이렇게 철은 거의 모든 생명체가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물질이다. 그렇다면 생명체는 언제 어디에서 등장하게 되었을까? 아직도 논란이 분분하지만 과학자들은 바다 속 열수 분출공에서 최초의 생명체가 탄생했다고 추측한다. 일찍이 20세기 초반 독일의 알프레드 베게너(Alfred Wegener)는 지구의 표면인 지각이 여러 개의 판으로 이루어졌고 그 판이 맨틀에서의 방출되는 열에너지에 의해 끊임없이 움직인다고 주장했다. 그런 운동이 있기 전 모든 대륙이 하나로 뭉쳐서 판게아 대륙을 이루었던 때도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2억 5000만 년 전의 일이다. 흥미롭게도 그때 당시 한반도는 북극 가까이에 있었다고 한다. 지구 중심핵 내부의 방사능 폭발에 의해 형성된 열에너지가 바닷속 지각판의 약한 고리를 뚫고 나오는 곳이 열수 분출공이다. 태양에서든 지구의 내부에서든 끊임없이 에너지가 유입되는 곳에서 그 에너지를 추출하여 자신을 유지할 뿐 아니라 자연 선택의 압력 아래 스스로 성장하고 재생산하는 생명체가 탄생하는 일은 여러 우연이 공교롭게 겹친 결과이다. 지구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그야말로 ‘골디락스’ 행성이었다.  


한번 탄생한 생명은 결코 단절됨이 없이 오늘날에 이르렀고 마침내 자신의 탄생 기원을 궁금해하는 이성을 가진 뇌마저 거듭 진화시켰다. 인간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서 최대한 에너지를 확보하고 그것을 전기 또는 운동 에너지로 바꾸어 생활 유형을 혁신적으로 변화시켰다. 내연 기관은 인간 근육의 한계를 크게 뛰어넘었고 현미경과 망원경이 인간의 시각을 미시적이고 거시적인 양극단까지 끌어올렸다. 마침내 우리는 인류가 사는 태양계가 은하의 변방에 위치하고 있음을 알아내고 탄식한다. 게다가 지금까지도 지구 말고는 다른 생명체가 존재하는 행성을 찾지 못해 외로운 데다, 지구 행성의 신참자로서 의당 갖추어야 할 예의를 차려야 함을 간신히 눈치채는 중이다.


DK 『과학 원리』 166~167쪽.



시간에 버무려진 생명의 역사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고등학교나 대학에서 내가 배웠던 과학은 물리, 화학, 생물, 지구 과학이라는 네 개의 분야로 나뉘어져 있었다. 하지만 생물학, 더 구체적으로는 세포 생물학의 그 어떤 질문도 생물학적 지식만으로 답을 구할 수 없는 현실을 나는 곧바로 깨닫게 되었다. 예를 들어 보자. 우리 동물의 세포 안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소기관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많은 사람이 미토콘드리아라고 대답한다. 더 나아가 어떤 사람들은 그 미토콘드리아가 과거 어느 때에는 독립생활을 하던 세균이었다는 사실도 안다. 하지만 미토콘드리아 안에서 전자가 흘러가고 양성자 기울기(proton gradient)가 형성된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화학을 알아야 한다. 그게 다가 아니다. 전자 전달계 단백질 사이에 전자가 흘러가는 현상은 양자 역학의 개념을 빌어 설명해야 할 때도 있다. 


식물의 엽록체에서 진행되는 몇 가지 현상을 설명할 때도 이런 일이 벌어진다. 전자 공급원으로 물을 선택한 식물 이파리의 엽록체는 망간-칼슘 금속 다발이 포함된 효소를 써서 전자를 얻는다. 이는 모든 식물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이다. 고생물학자들은 그 망간-칼슘 금속 다발이 암석의 한 종류임을 알아냈다. 생명체의 진화 어느 순간에 광물이 편입되었다는 증거이다. 망간-칼슘 금속 다발은 세포에 손상을 입히는 활성 산소를 무력화할 때도 사용된다. 미토콘드리아에 떡 버티고 있는 이러한 항산화 효소 덕분에 어떤 사람들은 100살이 넘도록 끄떡없이 살아가기도 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저 도저한 생명의 역사를 어렴풋하게라도 개괄하려거든 과학의 모든 분야가 총망라되어야 한다는 점이 거의 명백해 보인다. 생명의 역사에 시간이 버무려져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생명의 탄생에는 지구의 탄생을 가능하게 했던 에너지원에 대한 정보, 다시 말하면 열역학적으로 끊임없이 에너지가 유입되고 엔트로피가 커지는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우주 먼지가 합쳐지고 핵융합에 의한 에너지는 탄소와 산소 그리고 철을 만들어 냈다. 비틀거리는 지구는 불균등하게 나누어진 태양 에너지를 순환시켰다. 무거운 지각판이 아래로 내려가면서 가벼운 지각을 어깨로 받쳐 물 위로 들어 올렸다. 바다에서 탄생한 생명체는 언젠가 자신의 고향이 될 육지를 몰래 훔쳐보고 있었다. 조류(algae)와 식물은 지구 대기에 산소를 가득 채워 놓았다. 지느러미를 세우고 뼈대를 장착한 물고기는 폐를 발명한 뒤 마침내 육상으로 진출했다. 어떤 동물들은 물이 없어도 알껍데기 안에서 새끼를 안전하게 키워 낼 수 있었다. 물과 영양분이 포함된 그 알을 몸 안으로 집어넣은 생명체의 어느 한 분파는 털을 벗고 대신 옷을 입었다. 생각하는 우주 먼지, 바로 우리 인간이 지구 역사에 출현하게 된 것이다.       



빅히스토리와 맞닿은 과학적 통섭의 출발점

영국 출판사 DK와 ㈜사이언스북스가 펴내는 세상의 원리 시리즈 도서 중 하나인 『과학 원리』는 크게 다섯 항목으로 과학의 주요 분야를 구분해 놓았다. 물질, 에너지와 힘, 생명, 우주 그리고 지구이다. 앞에서 예를 든 것처럼 철을 중심으로 이러저러한 얘기를 풀어나가다 보면 다섯 항목에서 다루는 소주제를 두루 만나게 된다. 사실 앞 문단에 등장한 여러 명사가 바로 그 소주제들이라는 점은 책을 펼쳐 보기만 하면 바로 알 수 있다. 백과사전식 서술 방식을 택한 『과학 원리』의 장점은 이 책의 편집자들이 선택한 용어가 매우 포괄적이라는 데 있다. 그 용어를 출발점으로 좀 더 깊은 과학적 탐색이 가능하리라는 뜻이다. 


한편 『과학 원리』에는 재미난 숫자들이 여기저기 숨어 있다. 예컨대 약 37조 2000억 개인 우리 인간의 세포 안에서는 끊임없이 화학반응이 진행되고,(43쪽) 10번 중 9번의 지진은 바다에서 일어난다.(229쪽) 하지만 무엇보다도 적절한 정보를 시각화하여 제공하는 다양한 이미지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일 것이다. 책의 어디를 펼쳐도 과학적 이해를 돕는 그림을 발견할 수 있다. 우주의 미래가 궁금한가? 그럼 책의 208쪽을 펴 보자.


DK 『과학 원리』 208~209쪽.


태양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이 제공하는 에너지처럼 『과학 원리』는 한 권의 책 안에서 연결점을 찾을 수 있는 기초 정보를 제공한다. 예컨대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지구 핵 내부가 뜨거운 이유(224쪽)는 동위원소가 분열하면서 질량의 일부가 에너지로 전환되기 때문이다.(37쪽) 지구 과학적 지식과 아인슈타인의 물리 법칙이 하나로 연결되는 일이 한 권의 책 안에서 거침없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중력과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 언제든 예외가 발견되는 생물학의 세계에서 종횡무진 뛰어다닌다. 과학적 실재가 역동적으로 팡팡 뛰어 뒤섞인다는 사실은 우리의 과학 교과서가 새롭게 다시 쓰여야 함을 슬프지만 설득력 있게 증언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빅히스토리와 만날 때에만 백과사전식 지식이 빛을 발한다. 과학적 통섭의 출발점에 『과학 원리』가 자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것 저런 것 다 떠나서 『과학 원리』는 재미있다. 책이 귀하던 시절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동물도감을 보듯 논리적 순서를 따지지 않고도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하면서 과학적 여정에 흠뻑 취할 수 있다.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김홍표(아주 대학교 약학 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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