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ScienceBooks

우리는 왜 미세 먼지를 해결하지 못할까? 본문

(연재) 강양구의 과학 블랙박스

우리는 왜 미세 먼지를 해결하지 못할까?

Editor! 2019.01.16 13:54

과학이라는 블랙박스를 통해 사회를 읽어 내는 강양구 기자의 「과학 블랙박스」가  ≪주간동아≫에서 사이언스북스 블로그로 연재처를 옮겨 연재를 이어갑니다. 전염병, 환경 문제, 인공 지능 등 과학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주제들이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오늘날, 우리는 어떤 정보와 지식을 손에 쥐고 세상을 바라봐야 할까요? 한 달에 두 번 찾아오는 「과학 블랙박스」를 기대해 주세요. 

1월 13일부터 15일까지, 우리나라의 미세 먼지 농도는 연일 ‘매우 나쁨’을 기록했습니다. 짙은 안개가 낀 것처럼 하늘도 온통 뿌옇게 변했습니다. 미세 먼지는 대부분 중국에서 유입되었으니 편서풍 영향 하에 있는 우리나라는 앞으로도 숨쉬기 힘든 공기에 시달리는 수밖에 없을까요? 중국 탓에서 벗어나 당장 우리가 들이쉬는 공기를 개선할 방법을 강양구의 과학 블랙박스에서 찾아봅니다. 




강양구의 과학 블랙박스

우리는 왜 미세 먼지를 해결하지 못할까?



지금 이 글을 쓰는 1월 15일 오후 12시 기준 서울시의 미세 먼지(PM2.5) 농도는 101. ‘매우 나쁨’ 수준이다. 해마다 1월만 되면 미세 먼지를 둘러싼 야단법석이 반복된다. ‘삼한사온(三寒四溫)’에 빗대서 ‘삼한사미(三寒四微)’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날씨가 조금 풀린다 싶으면 미세 먼지가 심해지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서, 곧바로 여러 언론에서 이구동성으로 “중국발”, “중국 탓” 타령이 시작된다. 서해 상공으로 헬리콥터를 타고 날아가서 발전소나 공장 굴뚝, 자동차가 없는 그곳에서도 미세 먼지 농도가 높다고 강조하는 이벤트성 보도도 식상할 정도로 반복된다. 서해 건너 중국에서 날아온 미세 먼지가 원흉이라는 것이다.


방송을 비롯한 매체에서 마스크 착용법을 포함해 생활 속에서 미세 먼지를 막는 온갖 방법을 소개하면서도 이런 모습을 보이면 한숨부터 나온다. 왜냐하면, 중국 탓만 해서는 절대로 미세 먼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환경부의 한 고위 공무원도 사석에서 이렇게 토로했다. “처음에 중국 핑계를 대면서 시간을 벌어 보려고 했던 우리의 업보입니다.”


1월 13일에서 15일까지 전국적으로 미세 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을 기록했다. (cc)Saperaud/wiki.



대기 정체와 함께 높아지는 미세 먼지 농도

몇 차례 반복했지만, 다시 한번 가만히 따져 보자. 한반도는 편서풍이 분다. 당연히 대기의 큰 흐름은 서쪽에서 동쪽을 향한다. 하지만 한반도 안에는 편서풍 외에도 다양한 대기의 흐름이 있다. 겨울철에는 시베리아에서 차가운 북서풍이 불지만, 여름철에는 태평양에서 뜨거운 남동풍이 부는 것은 대표적인 예다.


수도권과 같은 특정 지역으로 시야를 좁혀 보면 대기의 흐름은 시시각각 변한다. 풍향계가 계속해서 방향을 바꾸고, 학교나 관공서의 태극기가 수시로 이리저리 펄럭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도권과 같은 비교적 좁은 범위에서 하루 이틀간의 미세 먼지 농도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바로 이런 시시각각 변하는 대기의 흐름이다.


이 대목에서 바로 중요한 용어가 등장한다. ‘대기 정체.’ 미세 먼지가 심한 날의 일기 예보에는 어김없이 ‘대기 정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슬쩍 언급하는 이 ‘대기 정체’야말로 미세 먼지가 심해지는 결정적인 이유 가운데 하나다. 예를 들어, 2018년 12월과 2019년 1월을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2018년 12월에는 상대적으로 추운 날이 많았다. 추운 날에는 어김없이 시베리아에서 날아온 차가운 북서풍이 한반도를 덮친다. 이 북서풍은 경로만 따져 보면 중국 대륙을 거세게 휩쓸고 날아온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북서풍이 심하게 분다고 해서 갑작스럽게 한반도 미세 먼지가 심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오히려 날씨는 춥지만 미세 먼지는 ‘보통’ 혹은 ‘좋음’ 수준이다.


왜일까? 그렇다. 미세 먼지 같은 오염 물질이 공기 중에 쌓이지 않고 강한 북서풍에 날아가기 때문이다. 2019년 1월의 상황은 달랐다. 시베리아의 차가운 북서풍이 주춤하면서 날씨가 풀렸다. 그 대신에 한반도에서는 1월 12~15일까지 공기의 이동이 잦아든 대기 정체가 시작되었다. 쉽게 말하면 바람이 불지 않았다.


그 결과, 발전소나 공장 굴뚝,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나온 미세 먼지를 비롯한 오염 물질이 날아가지 않고 쌓이기 시작했다. 대기 정체만 시작되어도 미세 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대기 정체와 함께 증가하는 미세 먼지의 대부분은 ‘국내산’이다!



중국 탓이라는 핑계

차가운 북서풍이 잦아드는 효과는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시베리아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이 대륙을 휩쓸지 않으면 중국도 한반도처럼 대기 정체 현상이 평소보다 심해진다. 겨울철이면 급증하는 중국의 오염 물질이 날아가지 않고 쌓이는 것이다. 이렇게 중국에 쌓인 미세 먼지 같은 오염 물질은 결국 서에서 동으로 이동하는 대기의 큰 흐름을 탄다.


그 가운데 일부가 서해를 건너서 한반도로 이동한다. 이렇게 중국의 미세 먼지 같은 오염 물질이 한반도로 유입하면, 그렇지 않아도 ‘나쁨’ 상태였던 국내의 미세 먼지 농도는 더욱더 높아진다. 1월 13일부터 15일까지 미세 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 수준을 유지했던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그렇다면, 한반도를 잿빛으로 만드는 미세 먼지의 원천은 어느 정도나 될까? 특정 지역의 미세 먼지가 어디서 왔는지를 밝히는 일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대기의 크고 작은 흐름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서해 상공의 미세 먼지가 편서풍을 타고 중국에서 날아온 것이라고 100퍼센트 확신할 근거가 없다.


단적으로, 서해안의 화력 발전소 굴뚝에서 나온 오염 물질이 서해로 확산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생각해 보라. 서해안 화력 발전소 굴뚝에서 나온 오염 물질이 북동쪽으로 확산해서 수도권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면, 그 가운데 일부가 북서쪽으로 확산해서 서해 상공으로 가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그러니 서해로 날아가는 헬리콥터 쇼는 그만하자!)


그나마 최근의 공신력 있는 연구는 한국 정부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한-미 협력 국내 대기질 공동 조사(KORUS-AQ)’ 연구다. 2017년 7월 19일, 그 연구 결과의 일부가 공개됐다. 2016년 5월 2일부터 6월 12일까지 연구진이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측정한 미세 먼지(PM2.5)의 기여율은 국내 52퍼센트, 중국 내륙 34퍼센트, 북한 9퍼센트, 기타 6퍼센트였다.


이 연구 결과에서 특히 의미심장한 대목이 있다.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는 지름 1마이크로미터 이하의 미세 먼지의 4분의 3이 질소 산화물과 같은 오염 물질이 공기 중에서 반응해서 2차 생성된 것이었다. 즉, 자동차(경유차) 배기가스에 포함되어 있는 질소 산화물 같은 오염 물질이 공기 중에서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미세 먼지로 변하는 것이다.


물론 이 연구 결과의 한계도 있다. 중국의 오염 물질이 많이 발생하는 겨울철이 아니라 5~6월에 조사했기에 중국 내륙이나 북한 등에서 유입된 외부 오염 물질의 비중이 다른 때에 비해서 적었을 가능성이 있다. 다른 선행 연구를 염두에 두면, 미세 먼지 농도가 심한 날(예를 들어, 이번 1월 13~15일)은 중국 내륙이나 북한에서 들어온 외부 오염 물질의 비중이 70퍼센트 정도로 높아질 수도 있다.


한국 정부와 NASA의 공동 연구는 2019년까지 계속된다. 이 연구가 마무리되면 우리를 괴롭히는 미세 먼지의 정체에 대해서 훨씬 더 아는 게 많아질 것이다. 조심스럽게 전망컨대, (북한 등을 제외하고) 중국 내륙에서 나온 미세 먼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많아야 절반을 넘지 못하리라고 생각한다.


테라 위성으로 찍은 중국 동부와 한반도 서부의 모습. 오염 물질이 중국 동부를 덮고 있다. NASA에서.



민주주의와 미세 먼지

이 대목에서 답답한 상황이 생긴다. 수년째 미세 먼지가 심할 때마다 중국을 욕해 봤자 현실은 변하는 게 없다. 중국과 한국의 국력 차이를 염두에 두면 한국이 미세 먼지를 비롯한 중국의 오염 물질 양을 줄이도록 강제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 설사 중국이 그렇게 강대국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남의 나라의 발전소나 공장 가동을 멈추도록 어떻게 강제한단 말인가?


중국 경제와 한국 경제가 어느 정도 동조화(커플링)된 현실을 염두에 두면 더욱더 그렇다. 중국의 발전소나 공장 가동이 멈추면 곧바로 한국 경제에 적신호가 온다. 중국의 경기 침체 상황이 예고되면서 벌써부터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긴장하는 모습을 보라. 한국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유일한 해법은 한국의 미세 먼지를 줄이는 것이다. 거의 절반에 가까운 국산 오염 물질의 양이 줄어든다면, 설사 중국을 비롯한 외부에서 미세 먼지가 날아와도 ‘매우 나쁨’이 아니라 ‘나쁨’ 수준에서 미세 먼지 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너도 나도 중국 탓만 하면서 정작 이런 노력은 안중에 없다.


예를 들어, 미세 먼지가 심한 날은 강제 차량 2부제 같은 파격적인 조치가 시행되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이런 정책을 지지할 ‘민주’ 정부의 ‘시민’은 없다. 당장 내가 미세 먼지를 마시는 게 싫으니 차량 2부제 따위는 생각하지도 않고 경유차를 거리로 몰고 나간다. 경유차가 배출하는 오염 물질과 도로의 비산(飛散) 먼지는 덩달아 미세 먼지 농도를 높이는 역할을 할 텐데.


중국과도 비교되는 대목이다. ‘민주’ 정부라고 할 수 없는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일사불란하게 오염 물질을 줄이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시진핑 정부가 경제 성장뿐만 아니라 ‘삶의 질’ 개선을 강조하면서 나타난 효과다. 그 결과, 실제로 지난 수년간 중국 내 오염 물질의 개선이 나타났다.


나는 민주주의를 누구보다 지지한다. 하지만 때로는 민주주의,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현재의 대의 민주주의가 환경 오염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아주 무력하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다. 매번 미세 먼지 때문에 고통을 겪으면서도 고작 할 수 있는 일이 “중국 탓” 타령에 불과한 대한민국의 현실은 그 단적인 예다.




강양구

프리랜서 지식 큐레이터. 연세 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했다. 《프레시안》에서 과학·환경 담당 기자로 일하면서 부안 사태, 경부 고속 철도 천성산 터널 갈등, 대한 적십자사 혈액 비리, 황우석 사태 등에 대한 기사를 썼다. 특히 황우석 사태 보도로 앰네스티언론상, 녹색언론인상 등을 수상했다. 《프레시안》 편집부국장, 코리아메디케어의 콘텐츠 본부장(부사장)으로 재직했다.   

『세 바퀴로 가는 과학 자전거 1, 2』, 『아톰의 시대에서 코난의 시대로』, 『과학 수다』(공저), 『밥상 혁명』(공저), 『침묵과 열광』(공저), 『정치의 몰락』(공저), 『과학은 그 책을 고전이라 한다』(공저), 『과학자를 울린 과학책』(공저) 등을 저술했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


『아톰의 시대에서 코난의 시대로』 [도서정보]


『과학은 그 책을 고전이라 한다』 [도서정보]


『과학 수다 1』 [도서정보]


『과학 수다 2』 [도서정보]

5 Comments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