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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가 침묵을 깨는 벼락같은 순간 본문

완결된 연재/(完) 강양구의 과학 블랙박스

우주가 침묵을 깨는 벼락같은 순간

Editor! 2019. 5. 17. 15:29

미국 애리조나 주립 대학교의 이론 물리학자 폴 데이비스를 가리켜 혹자는 “우리 시대의 가장 위험한 이론 물리학자”라고 이야기합니다. 왜냐면, 그는 위험한 질문을 던지고 누구도 좋아하지 않을 답을 두려움 없이 내놓기 때문입니다. 그의 질문과 답은 이론 물리학에 국한되지 않고, 생물학, 철학, 종교, 인류의 정신 문명 전반들 종횡무진합니다. 현대 물리학의 사상가라 할 그의 『침묵하는 우주』가 최근 사이언스북스에서 출간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 출간 직전인 올 2월 중순 우리나라를 다녀갔습니다. 그 현장을 지식 큐레이터 강양구 기자님이 짧고 굵게 소개합니다.


 

강양구의 과학 블랙박스

우주가 침묵을 깨는 벼락같은 순간

 

『침묵하는 우주(The Eerie Silence)』. 과학자 폴 데이비스가 2010년 세티(SETI, 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프로젝트 50주년을 기념해서 펴낸 책이다. 알다시피, 세티 프로젝트는 전파 망원경을 이용해서 우주 어딘가에 존재하는 지적 생명체가 남긴 흔적(전파)을 찾으려는 시도다. 데이비스는 평생에 걸쳐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해 온 과학자다.

하지만 1960년부터 60년 가까이 다양한 시도가 이어졌음에도 여전히 우주는 침묵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놓고서 또 다른 세티 프로젝트 과학자 세스 쇼스탁은 미국 의회 청문회를 비롯한 여러 자리에서 “2035~2040년경에는 외계 지적 생명체로부터 첫 신호를 수신할 가능성이 크다.”고 낙관적인 전망을 밝혔다. 정말로 그럴까?

마침 폴 데이비스가 지난 2월 강원도 평창의 행사 때문에 한국을 방문했다. 운이 좋게도 한 시간 정도 그의 목소리를 직접 경청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이 주제를 놓고서 몇 가지 질문거리가 있었던 터라서 궁금한 것도 직접 물었다. 데이비스의 이야기 가운데 인상 깊었던 몇 가지는 이렇다.

 

 


화성에 생명체가 있을까?

상당수 과학자는 화성에서 조만간 생명체가 발견될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화성 지하에 있는 대수층은 유력한 후보지다. 예를 들어, 2018년 7월에 화성 남극 고원 지하 1.6킬로미터에서 발견된 지름 19.2킬로미터의 지하 호수 같은 곳. 데이비스도 화성의 극한 환경에서 생존하는 미생물 등이 있을 수도 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화성에서 생명체를 발견한다면,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태양계에서 지구와 화성 두 곳에서 동시에 생명체가 탄생해서 진화했다는 것이니까요.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이 중요합니다. 우주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한 지구와 화성에서 가능했다면, 생명 탄생과 진화는 분명히 우주 전역에서 일어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또 다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지구에서 화성으로 혹은 화성에서 지구로 생명체가 확산되었을 가능성입니다. 오랫동안 혜성이나 소행성은 지구와 화성을 강타했고, 이 충격으로 지구와 화성에서 나온 파편(암석)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쳤을 수 있습니다. 그런 암석을 통해서 한 행성에서 다른 행성으로 이미 탄생한 생명체가 옮겨 갔을 가능성도 있어요.”

 

 


지구 같은 행성에 외계 생명체가 있을까?
2009년 발사된 케플러 우주 망원경은 지난 10년 동안 외계 행성을 2600개 이상 발견했다. 그 가운데 지구와 닮은 행성은 5개 정도다. 당장 흥미로운 질문이 꼬리를 문다. 그 행성에서도 지구에서 그랬듯이 생명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을까? 다양한 생명체 더 나아가 인류와 같은 지적 생명체가 존재할까?

“글쎄요. 외계 행성이 지구와 비슷하다고 해서 그 행성에 생명이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아직 무생물이 생물로 어떻게 변하는지 모르기 때문이죠. 그 과정이 엄청나게 가능성이 낮은 과정이라면, 우리 은하에 지구 비슷한 행성이 수십억 개가 있더라도 생명이 존재하는 행성은 단 하나도 없을 수도 있어요.

무생물에서 생물로의 전환이 우주에서 단 한 번만 일어난 놀라운 사건이었다면, 인간은 우주와 어떤 연관도 가지지 않는 존재겠죠. 그렇다면, 인간은 우주 한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괴물일 뿐입니다. 그래서 앞에서 언급했던 화성의 생명체가 중요합니다. 태양계에서 두 번이라면 분명히 다른 행성에서도 생명이 탄생하고 진화했을 가능성이 커지니까요.”

 

 


외계 생명체는 얼마나 다를까?
그동안 많은 SF 작가는 다양한 형태의 외계 생명체를 상상해 왔다. 이런 상상의 의미는 절대 가볍지 않다. 예를 들어, 외계 생명체도 지구 생명체와 똑같은 생화학 대사를 할까? 만약 생화학 대사가 같거나 다를 때의 형태는 어떨까? 사실 이런 질문은 지구 생명체를 놓고도 똑같이 던져 볼 수 있다.

시계를 거꾸로 돌린 다음에 다시 한번 지구에서 생명 탄생과 진화가 진행된다고 해 보자. 그때도 지구에는 지금과 같은 생명체가 존재할까? 생화학 대사가 전혀 다른 생명체가 탄생할 가능성은 있을까? 혹시 인간이 아닌 다른 종이 지적 생명체로 진화할 가능성은 어떨까? 폴 데이비스 역시 이런 질문에 관심을 가지고 탐구해 왔다. 나로서는 그의 대답이 뜻밖이었다.

“생명체의 생화학과 외부 형태를 구분해야 합니다. 만약 어딘가에서 생명이 탄생해서 진화한다면 그것의 생화학이 지구 생명체와 같은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정말로 그럴까?) 다만 외부 형태 즉 해부학적 특성은 비슷한 패턴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뜻밖에 외계 생명체 가운데도 눈이나 날개 같은 기관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어요.

왜냐고요? 지구의 진화 역사를 살펴보면, 눈이나 날개 같은 기관은 독립적으로 여러 차례 나타났습니다. 눈이나 날개 같은 기관의 이점이 있었던 것이죠. 그렇다면, 우리의 중요한 관심사인 지성은 어떨까요? 지구 생명의 역사에서 진정한 고등 지성은 단 한 번 진화했을 뿐입니다. 지성은 정말로 희귀합니다. 외계 생명체도 마찬가지입니다.

덧붙이자면, 여러 SF 작가가 묘사했듯이 설사 외계 지적 생명체가 있더라도 그 모습은 인간과는 상당히 다르리라 생각합니다. 어쩌면 우리가 가장 먼저 조우하는 외계 지적 존재는 인공지능과 인공물(로봇)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리처럼 외계 지적 생명체도 분명히 인공지능과 인공물을 만들 테니까요.”

 

 


외계 생명체는 위험할까?
폴 데이비스를 비롯한 과학자는 세티 프로젝트에 이어서 메티(METI, Messaging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세티 프로젝트가 외계 지적 생명체의 흔적을 찾는다면, 메티 프로젝트는 인류의 존재를 알리는 전파를 우주를 향해서 송신한다. 이런 메티 프로젝트를 놓고서는 과학자 공동체 안에서도 이견이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반대자가 1년 전(2018년 3월 14일) 세상을 뜬 스티븐 호킹이다. 호킹은 “외계인이 지구를 방문한다면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했을 때와 같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은 원주민 인디언에게 최악의 결과였다.”고 경고했었다. 폴 데이비스는 이런 걱정을 일축한다.

“지구와 인류의 존재는 이미 전 우주에 알려져 있어요. 20세기 들어 우주를 향해서 수많은 전파 신호가 이미 방출되었어요. 그것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만약 우주에 (호킹이 걱정할 정도의) 선진 외계 문명이 있다면, 전파 신호를 감지하기 전부터 지구에 지적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1000광년 떨어진 문명이 있다고 합시다. 그들이 정말 좋은 도구를 가졌다면, 지구에 지성체가 있음을 감지할 수 있어요. 왜냐하면, 1000년 전에도 인류는 농사를 지어서 지구 표면을 인공적으로 바꿀 수 있었어요. 중국의 만리장성이나 이집트의 피라미드 같은 것도 감지할 수 있었을 거예요. 그런 선진 외계 문명에는 메티 자체가 필요가 없어요.

둘째, 도대체 그들이 지구에 왜 오고 싶어 하겠어요? 지구는 45억 년 동안 이곳에 있었습니다. 그들은 언제든지 와서 지구를 점령할 수 있었어요. 만약 지구가 그들에게 꼭 필요한 서식지고, 그들이 1000광년 거리의 우주 공간을 여행할 능력을 가졌다면 말입니다. 그런데 그러지 않았죠!

다만 메티 프로젝트를 조심스러워하는 이들의 견해에도 경청할 만한 대목이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우주로 적극적으로 메시지를 보낸다면, 그것이 전달될 확률이 아주 낮다고 하더라도, 지구인 전체와 상의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를 비롯한 소수의 과학자가 인류를 대표해 우주로 보낼 메시지를 결정하는 일은 오만합니다.

또 가상의 외계인에게 보낼 우리의 메시지를 정하는 일은 대중으로 하여금 과학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 저도 두세 번 메시지 발신 과정에 참여했는데, 특히 젊은 세대에게 굉장히 인기가 있었어요. 저는 메티가 과학 교육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전혀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왜 외계 생명체를 탐색해야 할까?

‘우리는 왜 외계 생명체를 탐색해야 할까?’ 세티 프로젝트가 60년 가까이 진행해 오면서 끊임없이 받았던 질문이다. 세티 프로젝트의 주창자 가운데 하나였던 프랭크 드레이크는 이 질문에 “세티는 사실 우리 자신을 찾는 일이다”라고 답했다. 폴 데이비스도 똑같은 질문에 드레이크의 답변을 상기시켰다.

“드레이크의 답변에 공감합니다. 생명이 탄생하는 심오한 원리가 자연에 있다면 또 여기에 지성이 더해지는 일이 지구뿐만 아니라 우주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렇다면, 우리라는 존재는 이 거대한 사건과 연결이 됩니다. 저에게는 이것이야말로 일종의 종교적 감정과 가장 가까운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 세티 프로젝트는 ‘인간이란 무엇인가?’ 같은 우리의 존재 자체를 성찰하도록 돕습니다. 예를 들어, 다음 주라도 갑자기 우주에 인간만 있는 게 아니라는 증거를 얻게 된다면, 그것이 인류에게 미치는 충격은 얼마나 클까요? 내가 ‘우주에는 우리만 있을까’와 같은 질문을 평생 탐구해 온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폴 데이비스의 『침묵하는 우주』는 바로 이 질문(‘우주에는 우리만 있을까’)에 대답할 기회를 어떻게 늘릴지를 모색해 본 역작이다. 정말로 우주가 ‘침묵’을 깨는 벼락같은 순간이 찾아올까?



* 사족
폴 데이비스 인터뷰 전문은 『침묵하는 우주』 한국어판에 실려 있다.

 


 

강양구
프리랜서 지식 큐레이터. 연세 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했다. 《프레시안》에서 과학·환경 담당 기자로 일하면서 부안 사태, 경부 고속 철도 천성산 터널 갈등, 대한 적십자사 혈액 비리, 황우석 사태 등에 대한 기사를 썼다. 특히 황우석 사태 보도로 앰네스티언론상, 녹색언론인상 등을 수상했다. 《프레시안》 편집부국장, 코리아메디케어의 콘텐츠 본부장(부사장)으로 재직했다.   
『세 바퀴로 가는 과학 자전거』(1, 2권), 『아톰의 시대에서 코난의 시대로』, 『과학 수다』(공저), 『밥상 혁명』(공저), 『침묵과 열광』(공저), 『정치의 몰락』(공저), 『과학은 그 책을 고전이라 한다』(공저), 『과학자를 울린 과학책』(공저) 등을 저술했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

 

『침묵하는 우주』 [도서정보]

 

『마지막 3분』 [도서정보]

 

『코스믹 커넥션』 [도서정보]

 

『지구의 속삭임』 [도서정보]

 

『코스모스』 [도서정보]

 

『날마다 천체 물리』 [도서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