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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율 책 7선: ‘국제 주기율표의 해’에 꼭 읽어야 할 책 본문

완결된 연재/(完) 강양구의 과학 블랙박스

주기율 책 7선: ‘국제 주기율표의 해’에 꼭 읽어야 할 책

Editor! 2019. 3. 6. 18:33

“수헬리베, 붕탄질산, 네나마, ……. 주문 같은 문장은 유튜브에서 주기율표 암기용으로 인기인 「주기율송」(링크) 가사입니다. 조회수가 43 회에 이릅니다. 영어 버전을 보면, 『기발한 과학책』의 저자들이 올려 놓은 『원소 주기율표 노래 (2018 업데이트!)(링크) 있는데, 조회수가 954 회에 이릅니다. 주기율표를 다룬 콘텐츠가 이것만일까요? 책도 있습니다. 지식 큐레이터 강양구 기자가 2019 3 6 멘델레예프 주기율표 발표 150주년을 맞아 주기율표 관련해서 읽어야 책들을 큐레이션해 주었습니다. 원소의 왕국으로 모두 함께 들어가 보시죠.



강양구의 과학 블랙박스 

주기율 책 7: ‘국제 주기율표의 해’에 꼭 읽어야 할 책

 


지식 큐레이터 강양구가 고른 ‘국제 주기율표의 해’에 읽어야 7.

 

2019년 유엔(UN)이 정한 ‘국제 주기율표의 해’다. 과학에 어느 정도 관심 있는 교양인이라면 드미트리 멘델레예프가 주기율표를 발표한 지 150년 되는 해라는 사실도 알 것이다. 실제로 멘델레예프는 1869 3 6일 자신의 주기율표 논문을 처음으로 공식 발표했다. 그러니 3 6일은 멘델레예프가 주기율표를 발표한 지 딱 150주년이 되는 해다.


사실 주기율표는 멘델레예프 혼자만의 작품은 아니었다. 멘델레예프가 꿈속에서 주기율표를 보고서 착안했다는 이야기가 구전되기는 하지만, 당대 여러 과학자가 주기율표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독일의 화학자 율리우스 로타르 마이어가 대표적이다. 실제로 멘델레예프와 마이어는 주기율표를 발표한 공으로 명명 높은 과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1882)


 

 

멘델레예프가 발표한 최초의 주기율표와 표준 주기율표.


‘국제 주기율표의 해’를 그냥 지나가려니 아쉽다. 이참에 주기율표, 더 나아가 원소, 화학, 물질의 구조를 깊이 알아볼 수 있는 책을 몇 권 추천한다. 아래 언급한 책들을 따라서 읽다 보면 과학 지식뿐만 아니라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극적인 삶의 환희와 비극 그리고 그 과정의 뜨거운 감동까지 맛볼 수 있다.


여러 가지 대안 주기율표.



1. 존 엠슬리의 『세상을 바꾼 독약 한 방울』(2, 김명남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

 

가장 부담 없이 손에 잡을 수 있는 책은 존 엠슬리의 『세상을 바꾼 독약 한 방울』. 이 책은 주기율표의 원소 가운데 독살에 이용되었던 다섯 가지 원소(수은, 비소, 안티몬, , 탈륨)를 중심으로 그 원소와 죽음의 키스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다룬다. 《뉴욕 타임스》가 이 책을 리뷰하면서 “범죄 수사극 100편을 보는 것과 같다.”라고 언급했으니 재미는 기대할 만하다.

 

과학책 초심자 권유 지수: ★★★★★ (별 다섯 개 만점)

 

『세상을 바꾼 독약 방울』 표지와 본문.



2. 휴 엘더시 윌리엄스의 『원소의 세계사』(김정혜 옮김, RHK 펴냄)

 

『세상을 바꾼 독약 한 방울』로 준비 운동을 했다면 펼칠 책은 휴 엘더시 윌리엄스의 『원소의 세계사』다. 이 책은 “주기율표에 숨겨진 기상천외하고 유쾌한 비밀들”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지만 정작 주기율표는 등장하지 않는다. 주인공은 주기율표의 원소들이다. 신화, 역사, 예술과 과학을 넘나들면서 원소에 얽힌 다양한 사연을 들려준다.

 

예를 들어, 위험한 중금속의 상징과도 같은 카드뮴. 카드뮴은 대표적인 공해병 이타이이타이병의 원인이 된 위험한 원소다. 하지만 카드뮴이 없었다면 미술사에서 인상파의 ‘색채 혁명’은 없었다. 노란색 황화카드뮴 덕분에 빈센트 반 고흐를 비롯한 화가들은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강렬한 색으로 세상을 표현할 수 있었다.

 

다만, 현재 온라인 서점들에서 품절 처리되어 구하기 쉽지 않다.

 

과학책 초심자 권유 지수: ★★★★★ (별 다섯 개 만점)

 

『원소의 세계사』 표지.



3. 샘 킨의 『사라진 스푼』(이충호 옮김, 해나무 펴냄)

 

『원소의 세계사』까지 읽었다면, 원소와 화학의 세계에 입문할 준비가 되었다. 이제 샘 킨의 『사라진 스푼』을 읽어야 할 차례다. 샘 킨은 주기율표와 원소 발견의 과학사를 한 축으로 또 원소에 얽힌 수많은 뒷얘기를 다른 축으로 두고두고 읽힐 만한 걸작 과학책을 완성했다.


 『사라진 스푼』 한 권만 읽어도 주기율표와 원소 또 물질의 비밀을 둘러싼 과학 지식을 대강 파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지식의 지평을 열었던 수많은 과학자의 활약상을 살필 수 있다. 덤으로 『원소의 세계사』와는 다른 색깔로 원소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도 머릿속에 채워 넣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프리츠 프리츠 하버와 결혼했던 비운의 여성 과학자 클라라 임버바르(1870~1915년)의 기구한 사연이 기억에 남는다. 하버는 질소 인공 비료를 만들어 수많은 인류의 생명을 구했지만, 브롬과 염소를 이용한 독가스로 수십만 명을 죽였다. 클라라는 독가스 개발에 전념하는 남편이자 동료인 하버의 모습에 절망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1915년 5월 2일).

 

과학책에 어느 정도 익숙한 독자라면 곧바로 샘 킨의 『사라진 스푼』을 읽기 시작해도 좋다. 제목 ‘사라진 스푼’은 갈륨(Ga)과 관계가 있다. (이유가 궁금하면, 주기율표에서 찾아볼 것!)

 

과학책 초심자 권유 지수: ★★★★ (별 다섯 개 만점)

 

『사라진 스푼』 표지.



4. 피터 앳킨스의 『원소의 왕국』(김동광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

 

『사라진 스푼』을 재미있게 읽었다면 좀 더 본격적인 책을 읽을 준비가 되었다. 앞에서 살폈던 주기율표와 원소의 과학을 본격적으로 맛보려면 피터 앳킨스의 『원소의 왕국』을 읽어야 한다. 이 책은 지도를 보면서 산과 들과 물을 머릿속에 그리는 것처럼 주기율표를 보면서 원소의 세계를 머릿속에 그리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원소 기호만 가득한 평면의 주기율표가 원소 여럿이 다채로운 모습으로 공연하는 입체의 공장으로 바뀐다. 덩달아 『사라진 스푼』에서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어렴풋하게 이해하고 넘어갔던 주기율표와 원소를 둘러싼 과학 지식이 좀 더 명확하게 이해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과학책 초심자 권유 지수: ★★★ (별 다섯 개 만점)

 

원소의 왕국』 표지와 본문.



5. 에릭 셰리의 『주기율표』(김명남 옮김, 교유서가 펴냄)

 

이제 ‘주기율표의 구루’ 에릭 셰리의 책을 접할 때다. 에릭 셰리는 말 그대로 ‘주기율표의 학자’다. 그는 2007년 주기율표 형성의 역사를 다룬 책(The Periodic Table)으로 호평을 받고 나서, 2011년 옥스퍼드 대학교 출판부의 「베리 쇼트 인트로덕션(Very Short Introduction)」 시리즈의 한 권으로 『주기율표(The Periodic Table: A Very Short Introduction)』를 펴냈다.

 

바로 이 책이 ‘국제 주기율표의 해’를 맞아서 번역되었다. 짧은 책이지만 만만치 않다. 원소에 대한 과학자의 인식이 어떻게 바뀌어 왔고 그 과정에서 멘델레예프를 비롯한 초기 주기율표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또 그 이후에 주기율표가 어떤 과정을 거치며 변모를 해 왔는지를 과학사 속에서 세심하게 짚는다. 뒷부분 주기율표의 미래를 다룬 부분도 흥미진진하다.

 

과학책 초심자 권유 지수: ★★★ (별 다섯 개 만점)


『주기율표』 표지.



6. 에릭 셰리의 『일곱 원소 이야기』(김명남 옮김, 궁리 펴냄)

 

앞에서 소개한 에릭 셰리가 공력을 기울여 쓴 책 『일곱 원소 이야기』도 소개할 만하다. 1913년부터 ‘비운의 과학자’ 헨리 모즐리 덕분에 정수로 된 원자 번호로 주기율표에 원소를 채워 넣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고 나서 주기율표에는 우라늄(92)까지 자연에 존재하는 92개의 원소 가운데 일곱 칸이 비어 있었다.

 

1차 세계 대전(1914~1918)부터 제2차 세계 대전(1939~1945)이 끝날 때까지 그 일곱 칸을 채우기 위한 ‘원소 사냥’ 경쟁이 과학자 사이에 진행된다. 1917년 프로트악티늄(91), 1923년 하프늄(Hf), 1925년 레늄(75), 1937년 테크네튬(43), 1939년 프랑슘(87), 1940년 아스타틴(85), 1945년 프로메튬(61)의 일곱 원소가 주인공이다.

 

에릭 셰리는 이 일곱 원소를 둘러싼 과학자의 경쟁사를 멋진 스토리텔링으로 재현했다. 1, 2장은 앞에서 언급한 책과도 겹치는 부분이 있으니 셰리의 책 가운데 하나만 읽는다면 곧바로 『일곱 원소 이야기』를 시작해도 무방하다. ‘원자 폭탄’을 키워드로 비슷한 시기에 초점을 맞춘 과학사 불멸의 고전인 리처드 로즈의 『원자 폭탄 만들기』를 함께 읽으면 금상첨화다.

 

과학책 초심자 권유 지수: ★★★ (별 다섯 개 만점)

 

『일곱 원소 이야기』 표지.



7. 프리모 레비의 『주기율표』(이현경 옮김, 돌베개 펴냄)

 

이제 마지막이다. ‘국제 주기율표의 해’를 맞아서 추천하는 마지막 책은 아우슈비츠 생존자이자 이탈리아의 소설가 프리모 레비(1919~1987)의 『주기율표』다. 유대계 이탈리아 인이었던 레비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전쟁이 끝나면서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그가 펴낸 『이것이 인간인가』는 아우슈비츠 생존 문학 가운데서도 최고봉으로 꼽힌다.

 

이뿐만이 아니다. 프리모 레비는 이탈리아 토리노 대학교 화학과를 최고 성적으로 졸업했다. 또 대학에 들어가기 전에도 물리학, 화학을 제일 좋아했었다. 기회만 닿으면 화학 시간에 배운 내용을 직접 실험해 보고자 했다. 말 그대로 그는 누가 봐도 완벽한 ‘준비된’ 화학자였다. 하지만 역사는 이런 일을 용납하지 않았다.

 

레비는 과학자로서 성공하지 못했다. 그는 아우슈비츠에서 생환하자마자 1946년부터 1977년까지 30여 년 동안 화학 공장에서 밥벌이해야 했다. 스스로 자조적으로 밝혔듯이 그는 실험실이 “왠지 불편한” “유사 화학자(para-chemist)”에 불과했다. 만약 그의 삶이 엉망이 되지 않았더라면 그는 유명한 과학자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을지 모른다.

 

레비는 1975년 ‘아르곤’에서 시작해 ‘탄소’로 끝나는 21개의 원소 이름을 장으로 한 자전적 소설 『주기율표』를 펴낸다. 과학자를 꿈꿨던 어린 시절, 짧았던 레지스탕스 활동과 동지 이야기, “이것이 인간인가”를 끊임없이 되물어야 했던 수용소, 삶과 타협하며 살다가 갑자기 맞닥뜨린 가해자, 예술과 역사에 대한 사색 등이 21개 원소를 매개로 펼쳐진다.

 

『주기율표』는 내가 읽은 삶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다. 당연히 주기율표와 원소에 얽힌 가장 빛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샘 킨도, 에릭 셰리도 모두 레비의 『주기율표』를 추천했다. 실패한 화학자의 책이 ‘국제 주기율표의 해’에 꼭 읽어야 할 책으로 꼽히는 것마저도 얼마나 멋진 일인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안타깝게도 레비는 1987 4 11일 자신의 집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986년 아우슈비츠 경험을 놓고서 다시 한번 사유와 성찰을 집대성한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를 펴낸 다음이었다. 그즈음 독일에서는 아우슈비츠 학살과 같은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역사학자의 주장이 나오는 상황이었다. 그는 자신의 죽음으로 항거한 것일까?

 

(프리모 레비의 『주기율표』와 『이것이 인간인가』 등에 대한 좀 더 자세한 리뷰는 한국에서 번역본이 나온 2007년 《녹색평론》(93)에 기고했던 링크의 글(「우리는 과연 ‘인간’인가」)을 참고하라. 레비의 유족은 지금까지도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 아니라 실족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과학책 초심자 권유 지수: ★★★★★ (별 다섯 개 만점)

 

『주기율표』 표지.

 


 

강양구

프리랜서 지식 큐레이터. 연세 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했다. 《프레시안》에서 과학·환경 담당 기자로 일하면서 부안 사태, 경부 고속 철도 천성산 터널 갈등, 대한 적십자사 혈액 비리, 황우석 사태 등에 대한 기사를 썼다. 특히 황우석 사태 보도로 앰네스티언론상, 녹색언론인상 등을 수상했다. 《프레시안》 편집부국장, 코리아메디케어의 콘텐츠 본부장(부사장)으로 재직했다.

『세 바퀴로 가는 과학 자전거 1, 2, 『아톰의 시대에서 코난의 시대로』, 『과학 수다』(공저), 『밥상 혁명』(공저), 『침묵과 열광』(공저), 『정치의 몰락』(공저), 『과학은 그 책을 고전이라 한다』(공저), 『과학자를 울린 과학책』(공저) 등을 저술했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


[원소의 왕국][도서 정보]

 

[세상을 바꾼 독약 한 방울][도서 정보]

 

 

 

[화학의 시대][도서 정보]

 

 

[역사 바꾼 17가지 화학 이야기][도서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