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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강 물리학자가 본 인류의 물질 문명사: 정재호 고려대 교수 2편 본문

(연재) 물리 어벤져스 2019 스케치

7강 물리학자가 본 인류의 물질 문명사: 정재호 고려대 교수 2편

Editor! 2020. 1. 31. 10:00

한국 물리학회 교육 위원회가 주관하고 (주)사이언스북스가 후원하는 「물리 어벤져스 2019 시즌 2」 마지막 강연의 주인공은 고려 대학교 물리학과 정재호 교수님이었습니다. ‘물리학자가 본 인류의 물질 문명사’라는 제목으로 지난 12월 27일(금)에 진행된 강연은 석기 시대, 청동기 시대, 철기 시대로 일컫는 “세 시대 체계(three-age system)”  안에서 인류가 어떤 물질을 발견하고, 그로 인해 어떠한 문명사적 영향을 받았는지 살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1편에서 고체 물리학의 연구 대상인 ‘물질’이 무엇인지부터 시작해 인류 역사의 여명에서부터 청동기 시대까지, 인류의 역사를 물질 문명 측면에서 바라보았던 정재호 교수님. 2편에서는 청동기에서 철기로, 또 현대로 이야기가 계속되며 교수님께서 던져 주실 더 많은 생각거리가 독자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문명의 수수께끼를 물리학으로 풀어내는 그 여정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물리 어벤져스 2019 7강
물리학자가 본 인류의 물질 문명사: 정재호 고려대 교수 2편

강연하는 정재호 교수. ⓒ (주)사이언스북스.

 

역사 속의 고체 물리학

청동제 칼 vs 철제 칼. 승자는? 정재호 교수 강연 자료에서.

자, 다시 생각해 보겠습니다. “과연 청동기 칼보다 철기 칼이 더 우수한 걸까요?” 정재호 교수님은 “사실 철기 문화가 막 나오기 시작했을 시기에 청동기는 이미 수천 년간 사용되어 온 것으로, 청동 칼의 제조 기술은 대단히 발달해 있었다.”라는 점을 짚었습니다. 철기 칼이 막 나오던 무렵의 품질은 사실 그리 우수하지 않았다는 것인데요.

“칼은 만들기 어려운 물건이에요. 단단해야 하고, 튼튼해야 하고, 유연해야 하고, 균형이 맞아야 합니다. 하지만 단단함과 유연함은 공존하기 힘든 특성이죠. 칼이 지나치게 유연하면 찌를 수 없고, 지나치게 단단하면 부러질 거예요. 청동기에는 거푸집을 이용해 대량 생산을 했는데요. 철기는 그렇게 만들면 다 부러져요.”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철기가 청동기를 누르고 인간의 문명을 바꿔놓았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과연 어떻게 철기의 단점을 극복했는지에 관한 비밀을 알기 위해서는 철과 구리의 특성을 살펴봐야 할 겁니다. 구리와 철을 비교한 다음 표를 보면서 정재호 교수님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주기율표로 알아보는 철과 구리의 특성. 정재호 교수 강연 자료에서.

“혹시 철이 구리보다 무겁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는데요. 구리가 더 무겁습니다. 주기율표에서도 구리가 원자 번호가 더 높고요. 원자들이 모인 형상을 보면 구리가 훨씬 빽빽하게 차 있죠. 한편 녹는점이 철이 더 높다는 이야기는 철이 더 단단하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모스 경도도 구리(3)보다 철(4)이 높습니다.”

구리가 철보다 부드러운 이유를 더 깊이 따져 보기 위해서 구리의 원자를 들여다봐야 합니다. 정재호 교수님은 원자를 형상화한 탁구공 모형을 보여 주며 설명했습니다.

탁구공 100개를 안정적으로 쌓는 방법은 몇 개가 존재할까? 정재호 교수 강연 자료에서.

“탁구공 100개를 일렬로 모으면 불안하죠. 탁구공 100개가 안정하게 있으려면 공이 엇갈린 상태가 되어야 합니다. 이것을 두 층으로 쌓는다고 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1층과 2층이 나란히 서 있으면 불안해요. 그래서 2층 탁구공이 1층 탁구공이 사이사이로 들어가야 합니다. 한 층을 더 쌓아야 하는데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3층을 1층과 2층이 없는 공간에 쌓는 방법이 있고요. 3층이 1층과 똑같은 위치에 들어가는 방법이 있어요. 전자가 구리, 은, 알루미늄 등의 원자 구조이고요. 후자가 아연, 티타늄 등의 원자 구조입니다.”

원자 구조의 차이가, 성질의 차이로 나타난다. 정재호 교수 강연 자료에서.

물질이 부드럽다고 느끼는 것은 원자들이 상대적으로 쉽게 움직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가령 순도가 높은 금을 생각하면 좋습니다. 흔히 진짜 금을 확인할 때 치아를 사용해 깨물어보는데요. 자국이 남는 것은 힘을 주었을 때 원자들이 움직였음을 뜻하는 것이죠. 이와 달리 철은 원자들이 구리처럼 가까이 있는 것을 싫어합니다. 원자 간 간격이 조금씩 벌어져 있는데요. 따라서 한쪽을 밀어도 다른 쪽이 같이 밀리지 않고, 밀리다 마는 겁니다.

“탄성도 마찬가지예요. 구리는 원자 배열이 워낙 빽빽하기 때문에 휘어도 원자들이 살짝 늘어났다가 힘을 풀면 다시 돌아와요. 그런데 철은 원자와 원자가 어긋나면 떨어져 나갑니다. 철의 단단하고, 쉽게 깨지는 성질은 이 때문이죠.”

철보다 원자 배열이 빽빽한 구리. 정재호 교수 강연 자료에서.

앞서 정재호 교수님은 청동기 시대에 구리와 주석 합금으로 구리의 단점이 보완되었고, 물성을 향상시켰다고 설명했는데요. 원자를 들여다보았으니 여기서 합금의 원리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주석 원자가 구리보다 살짝 커요. 그러니까 구리에 주석을 합치면 원래 구리 원자라면 밀려야 할 외력에도 주석 원자에 걸려 덜 밀리겠죠. 모양이 덜 변하는 겁니다. 당시 사람들은 경험적으로만 알던 이것을 20세기 들어 고체 물리학이 발전하면서 알아냈습니다.”

철의 단단한 특성 때문에 철 활용은 점차 중요해졌지만, 바로 그 특성 때문에 부러지는 단점을 반드시 극복해야 했습니다. 이때 ‘경험적으로’ 사람들이 알아낸 사실은 철 사용법이었습니다. “철을 어떻게 부드럽게 만들 것인가, 하는 것이 철기 시대의 가장 중요한 기술이었다.”라는 정재호 교수님은 대장장이의 기술을 소개합니다.

열에너지에 역학적 에너지를 더해 철을 제련하는 담금질. 정재호 교수 강연 자료에서.

“청동처럼 금속을 완전히 녹이는 것이 아니죠. 담금질은 금속에 열을 가해 빨갛게 달군 후 두드립니다. 당시 사람들은 ‘이놈의 칼이 왜 이렇게 부러져.’(웃음) 하면서 칼을 두드렸을지 몰라요. 두드리다 보니 점점 성질이 좋아진다는 것을 누군가 깨달았겠죠. 그때부터 담금질이 시작됩니다. 청동기 시대까지 열에너지만 사용되었다면 철기 시대에 오면서 열에너지에 더해 역학적 에너지를 함께 사용해 금속의 물성을 증진시켰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방식은 대량 생산이 어렵다는 점입니다. 대장장이마다도 기술이 달랐죠. “사람의 경험과 노하우에 따라” 칼의 품질이 달라졌습니다. 이는 어떤 결과를 낳았을까요? 힌트는 놀랍게도 전설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좋은 노하우를 가진 대장장이가 만든 정말 좋은 칼은 청동기 칼보다 훨씬 좋은 칼이 됐지만, 문제는 누가 만드느냐에 따라 편차가 심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철기 시대에는 칼과 관련한 전설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또한 아주 오랜 시간 공들여 칼을 만들기 때문에 그 칼에 영혼이 깃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죠. 여러분 잘 아시는 ‘아서왕’ 이야기를 보면 ‘엑스칼리버’라는 칼은 돌에 박혀 있고, 이 칼을 뽑는 자가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이 등장해요. 고구려 시대의 전설도 그렇죠. 아들이 기둥 밑에서 부러진 칼을 찾아 아버지를 만나 칼을 맞추잖아요. 그러자 두 조각이 연결되어 하나의 칼이 된다는 전설이 있어요. 부러진 칼이 나오는 전설은 백이면 백 다 철기 시대의 전설입니다. 청동기 시대의 칼은 부러지면 녹여서 다시 쓰는데요. 철기 시대의 칼, 특히 좋은 칼일수록 만드는 데 워낙 큰 노력을 들였기 때문에 부러진 칼을 버리지 않는 거예요. 물론 부러진 칼은 다시 붙인다 해도 다시 부러질 가능성이 높죠. 실제로 붙여서 썼다고 볼 수는 없고요. 당시 사람들의 소망을 담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품질이 들쭉날쭉했던 철제 검은 ‘명검’의 전설을 낳았다. 정재호 교수 강연 자료에서.

그뿐만 아닙니다. 북유럽에는 오딘(Odin)이라는 신이 그람(Gram)이라는 칼을 부러뜨리고요. 지크프리트(Sigurd)라는 인물이 칼을 다시 붙인다는 영웅 서사가 있습니다. 정재호 교수님은 이 철기 시대의 전설이 19세기 유럽의 바그너 오페라에서 재현된 장면을 보여 주기도 했습니다.

“이런 전통을 이어받은 할리우드 영화가 바로 「스타워즈」입니다. 제다이가 파다완, 나이트를 거쳐 마스터가 되는데요. 파다완은 반드시 자신의 광선검을 만들어야 한다고 되어 있어요. 만약 이것이 20세기의 스토리라면 자기가 만들 필요가 없어요. 사 오면 되니까요. (웃음) 파다완이 검을 만든다는 이야기는 이것이 철기 시대의 전통을 이어받은 전설이라는 뜻입니다.

유럽에서 청동기 시대의 최고 영웅은 아킬레스죠. 아킬레스는 칼과 관련된 이야기가 없거든요. 박물관에서 아킬레스 관련 그림을 보시면 칼을 들고 있는 모습이 없습니다. 청동기 시대는 단검이나 창으로 싸웠죠. 결국 칼이 중요해진 것은 철기 문화라는 것입니다.”

 

 

현재는 어떤 물질의 시대인가?

“우리 역사를 세 시대로 구분할 수 있었던 것은 해당 물질이 그 시대에 가장 중요하고, 가장 널리 쓰였기 때문.”이라는 정재호 교수님은 한편 “현대는 특정 물질의 시대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물질이 사용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워낙 기술이 빠르고, 많은 물질이 다양하게 발전해 왔기 때문입니다.

현대는 양자 물질의 시대. 정재호 교수 강연 자료에서.

“그럼에도 현재가 어떤 물질의 시대인지 정의해 볼 수 있을 텐데요. 1869년 드미트리 멘델레예프(Dmitri Mendeleev)가 화학 원소 주기율표를 정리했죠. 그야말로 ‘다양한 물질의 시대’입니다. 주기율표가 완성되었다는 의미는 지구 표면에 있는 모든 물질을 다 사용한다는 의미고요. 이후에 있었던 엑스선 결정 회절, 전자의 파동 역학 등의 발견을 묶어서 20세기의 특징을 정리한다면 ‘양자 물질의 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말씀드린 것, 원자를 다룬 내용은 예전에는 고체 물리였지만 지금은 재료 과학 수준의 이야기예요. 고체 물리에서는 전자를 다룹니다. 그리고 이제 전자를 이해하고 사용하려면 양자 역학을 알아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죠.”

20세기를 대표하는 물질로는 플라스틱, 다이아몬드 등이 있을 겁니다. 플라스틱에 대해서 정재호 교수님은 “나무 진액 등 고분자를 사용해 왔지만, 원자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서 좀 더 순수한 형태의 분자 구조까지 조절해 가며 여러 플라스틱을 만들었다.”라면서 “이것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이것들이 지구에 쌓여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유리가 20세기를 대표하는 물질인 이유는? 정재호 교수 강연 자료에서.

이제 양자 물질을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물질을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유리입니다. 전통적인 재료인 유리가 매력적이었던 이유는 단 하나, ‘빛’이었습니다. 빛에 대한 갈망, 생명에 대한 갈망 때문에 인간은 유리를 항상 사용해 왔습니다. “인간은 눈으로 봐야 만족감을 느낀다. 그릇 안에 무엇이 얼마나 들어있는지에 대한 관심과 만족감을 느낄 수 없었다면 유리를 사용할 이유가 없었다.”라고 말한 정재호 교수님은 이 오래된 재료가 지금 시대에 얼마나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지 따져보았습니다.

“고대부터 유리를 사용해 왔죠. 그러다 17세기 들어 유리가 과학에 기여를 하기 시작합니다. 고대 유리와 발전된 형태의 유리 사이에 가장 큰 차이는 투명도예요. 17세기 베네치아의 유리 기술이 가장 발달해 투명한 유리를 만들었고요. 그것을 당시 베네치아에 살던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가 굴절 망원경을 만드는 데 사용했습니다. 이를 통해 달 표면이 거칠다는 사실, 금성의 모양이 변한다는 사실 등 한 마디로 우주가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20세기에는 유리가 진공관이라는 것으로 과학에 기여를 해요. 이를 통해 엑스선, 전자 등을 발견한 겁니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21세기. 이제 우리는 유리를 통해 빛이 흐르는 것을 활용합니다. 광섬유에 빛 신호가 오가는 것을 이용해 인터넷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게 되었죠. 그리고 여기서 양자 물질을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물질 두 번째, 반도체를 살펴보겠습니다.

“반도체가 왜 그렇게 대단한 물건일까요? 우선 진공관이 하는 역할을 설명할게요. 전류는 한 방향으로밖에 못 흐릅니다. 진공관 안에 필라멘트가 있는데 이것을 뜨겁게 가열하면 거기서 전자들이 튀어나옵니다. 거기에 양전하를 걸면 전자가 딸려 가죠. 그게 전류의 방향인데요. 반대로는 못 흐르게 하는 것이 모든 제어의 시작이고, 그것을 조합하면 원하는 방향으로만 전류를 보낼 수 있습니다. 한편 사람들은 머리가 좋아서 중간에 망으로 된 전구를 하나 더 넣고 그것을 이용해 전자가 흐르는 양을 조절할 수 있게 했어요. 이것이 오디오에서 진공관이 하는 역할입니다. 전기 신호가 커졌다 작아졌다 하면서 소리가 그에 맞춰서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것이죠. 이와 똑같은 상태를 진공이 아니고 고체 물질 안에서 구현한 것이 반도체의 시작이었습니다.”

진공관에서 반도체로. 정재호 교수 강연 자료에서.

20세기 중반 이후 양자 물리에 기반한 고체 물리학이 발전하면서 반도체가 발달하게 되었다는 정재호 교수님은 결론적으로 “20세기와 21세기는 양자 물리의 이해에 기반해 전자를 제어한 새로운 물성 창출과 활용의 시대”라고 정리했습니다. 인류의 탄생과 물질 활용 기술의 발전, 그리고 물질 문명사. “비문자적 유물까지 포함한 넓은 의미의 역사”를 개괄한 정재호 교수님의 강연은 우리의 지금을 보다 분명하게 보여 주었습니다. 앞으로 또 새로운 물질의 시대가 열릴까요? 그렇게 된다면 그것은 어떤 물질일까요? 여러 가지 상상과 함께 「물리 어벤져스 2019」의 문을 닫습니다. 함께해 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참석자와 질의응답 중인 정재호 교수. ⓒ (주)사이언스북스.

 

 

질의응답

인류는 석기, 청동기, 철기 시대를 거쳐 왔는데요. 현재를 반도체 시대로 볼 수 있을까요? 앞으로는 어떤 물질이 중요해질까요?

강의 내용과 딱 맞는 질문이네요. 강의가 답이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현재는 쉽게 이야기하면 반도체 시대라고 얘기할 수 있고요. 좀 더 깊게 들어가면 이래요. 반도체 자체가 양자 물리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잖아요. 현재는 고대 사람들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물성을 만들어 내는 시대라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그 중심에 반도체가 있는 거죠.

 

유리를 고체가 아니라 액체로 봐야 한다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이에 관해 설명을 부탁드려요.

사실 유리가 아주 이해하기 어려운 상태예요. 고체는 대부분의 경우 원자들이 일정하게 늘어서 있어요. 그러나 액체는 일정하게 늘어서 있지 않고요. 아주 가까이 붙은 것 몇 개만 볼 때는 일정한 것 같지만 조금만 멀어지면 흩어져요. 그러면서 흘러 다니잖아요. 유리도 그래요. 가까이 보면 일정한 것 같은데 조금만 멀어지면 흐트러진 상태가 되거든요. 그래서 옛날 사람들은 유리를 액체라고 생각했고요. 한때 그러한 증거를 찾았다고 하는 이야기도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렇다고 보지 않습니다. 즉 유리는 고체라고 표현하는데요. 다만 유리는 학자들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고요. 결론적으로 현재는 유리가 비록 액체처럼 보이지만 고체라고 보는 것이 옳다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알루미늄은 언제부터 많이 사용했나요?

현대에 들어서야 많이 사용하기 시작한 물질입니다. 알루미늄은 대부분의 경우 산소와 결합한 형태로 존재하죠.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중 산소와 결합력이 가장 강한 금속이기 때문인데요. 따라서 알루미늄을 분리하기 시작한 게 얼마 안 됐어요. 녹이는 데에도 거의 섭씨 2000도 가까이 가열을 해야 하고요. 19세기 정도에 알루미늄을 분리해 내는 기술이 만들어졌죠. 게다가 알루미늄은 구리보다도 훨씬 약하기 때문에 공업용 재료로 쓰기에는 문제가 있었는데요. 이후 합금 기술이 발전하면서 광범위하게 사용하게 됐습니다. 알루미늄 합금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비행기 만들 때 쓰는 ‘두랄루민(알루미늄(Al)+구리(Cu)+망간(Mn)+마그네슘(Mg))’이죠. 이것은 20세기 들어서야 생긴 기술입니다.

 

원자나 양성자를 구(球) 형태로 볼 수 있나요?

현재 원자에 대한 이해는 구 형태는 아닌데요. 간단하게 구로 나타낼 수 있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가령 구리 원자들이 모여 있을 때 거의 구 형태로 봐도 상관이 없어요. 가운데에 원자핵이 있고, 주변으로 전자들이 도는데요. 초기에는 전자가 행성처럼 돈다고 생각했었거든요. 하지만 행성처럼 돈다면 원자가 구가 아니라 원반처럼 납작해지겠죠. 양자 역학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쉽게 대답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모든 것은 파동이다.”라는 것이고요. 파동이라는 것은 퍼져 있으므로 전자가 원자 주변을 돌 때 정확하게 원을 이루며 주변을 돈다고 말할 수 없는 상태가 됩니다. 궤도를 정확하게 그릴 수가 없으며, 동일한 확률로 퍼져 있다고 봐야 해요. 그렇게 보면 거의 구 같은 모양이 되는 거예요. 물론 한 단계 더 들어가면 모든 공간에 같은 확률로 퍼져 있는 상태가 구 외에 다른 형태가 되기도 해요. 그것은 양자 역학에서 자세히 다루고요. 또 양성자는 실제 정확한 모양은 모르지만, 구가 아닐 가능성이 꽤 있습니다. 다만 정확한 모양을 모르기 때문에 고체 물리를 하는 저 같은 사람은 구라고 생각하는 거죠. 더 정확히는 구가 아니라 점일 텐데요. 입자 물리를 전공하는 분들에게 물어보면 구가 아니라 모양이 있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극히 작은 입자의 세계와 우주의 세계에 유사성이 있다고들 말하기도 하잖아요. 교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단순히 감성적인 접근인지, 실제로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같은 물리 법칙이 지배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분명히 유사성을 찾을 수가 있죠. 원자핵 안으로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질지 모르지만 미시 세계건 우주건 같은 물리 법칙이 지배하는 곳이므로 비슷한 현상을 꽤 많이 찾을 수 있어요. 원자핵 밖, 전자가 있는 공간이라면 그곳은 전자기력이 지배하는 공간이니까요. 하지만 실제로 정확하게 같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우주 공간이 만약 진공 상태가 아니어서 소리가 난다고 가정했을 때 교수님은 어떤 소리가 날 것으로 생각하세요?

질문을 조금 바꿀게요. 우주 공간은 말씀대로 공기가 거의 없어서 소리를 전달할 수는 없지만, 우주 공간의 소리를 들었다고 얘기하는 실험이 최근에 있었어요. 소리라는 게 공기를 통해 밀려갔다가 밀려오는 것이잖아요. 중력파가 결국 그와 비슷한 겁니다. 질량이 큰 물체가 움직이거나 부딪칠 때 마치 공기를 흔들듯이 공간을 흔드는 것이 중력파거든요. 그 파형을 보면 소리와 흡사해요. 인터넷을 찾아보시면 그것을 소리로 변환한 영상이 올라와 있어요. 보셔도 좋겠네요. (웃음)

 교보재 탁구공 원자 모형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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