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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인만이 할 수 있는 짧고 굵은 화학 특강:『화학이란 무엇인가』 출간에 부쳐 본문

(연재) 사이언스-오픈-북

달인만이 할 수 있는 짧고 굵은 화학 특강:『화학이란 무엇인가』 출간에 부쳐

Editor! 2019. 11. 7. 14:20

화학은 이공계의 인기 과목입니다. 많은 학생들이 화학 관련 전공을 선택하죠. 왜냐하면 화학 강국인 우리나라 일자리 시장에서 화학을 공부했다는 사실은 대단한 스펙이기 때문이죠. 의대를 가거나 약대를 갈 때도 화학은 필수 과목입니다. 하지만 화학이 어떤 과목인지 소개하는 교양서는 귀합니다. 이번에 (주)사이언스북스에서 출간된 『화학이란 무엇인가』는 그 희귀한 화학 교양서의 대표작이라 할 만한 책입니다. 전 세계 물리 화학 교과서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피터 앳킨스가 맘 잡고 쓴 책이기 때문이죠. 이 책에 대해 서강대 명예 교수이며 물리 화학자이기도 한 이덕환 교수님이 이 책을 소개하는 글을 보내주셨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일독을 권합니다.


 

달인만이 할 수 있는 짧고 굵은 화학 특강:

『화학이란 무엇인가』 출간에 부쳐

 

화학은 요람에서 무덤에 이르는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 모든 면을 향상시켜 주는 열쇠이다. 생활과 산업 현장에서 쓰는 도구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소재를 제공해 주고, 화려한 색깔에 대한 욕구를 만족시켜 주는 염료와 안료를 만들어 주고, 질병 치료에 필요한 의약품도 생산해 준다. 정보화 시대를 열어 준 반도체와 광섬유도 화학이 만들어 낸 기적과도 같은 소재들이다. 이제 첨단 화학이 개척하고 있는 나노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우리의 삶이 또 어떻게 바뀌게 될 것인지는 미리 상상하기도 어렵다.

 

화학은 우리가 복잡한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을 제공해 주기도 한다. 나뭇잎이 푸르고 장미가 붉고 허브가 향기를 내는 이유도 화학을 통해서만 설명할 수 있다. 돌이 단단하고 반짝이고 쪼개지고 부서지는 이유를 설명해 주는 것도 화학이다. 생명의 신비도 예외가 아니다. 부모를 닮도록 해 주는 유전 정보를 설명해 주는 유전체학과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오묘한 생리 작용의 정체를 밝혀 주는 단백질체학이 모두 화학 지식을 바탕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그런 화학을 엉뚱하게 오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화학은 오로지 시험을 위해 필요한 것이고, 아무 쓸모도 없는 조각난 지식을 무작정 외어야만 하는 과목이라고 인식하는 사람들도 있다. 심지어 화학 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들어 내는 화학 제품들이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믿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화학 물질이 없는 세상에 살아야 한다는 비현실적인 주장이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물론 화학자의 입장에서는 몹시 난처한 일이다.

 

『화학이란 무엇인가』와 『원소의 왕국』의 저자인 피터 앳킨스 교수. 그는 1978년부터 지금까지 전 세계 화학 강의실에서 읽히고 있는 밀리언셀러 물리 화학 교과서의 저자이기도 하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의 화학자였던 피터 앳킨스 교수는 1978년에 초판이 발간되어 현재 열한 번째 개정판이 발간되고 있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널리 활용되고 있는 대학의 물리 화학 교과서 중 하나인 『앳킨스의 물리 화학(Atkins’ Physical Chemistry)』의 저자이다. 일반 화학, 양자 화학, 무기 화학 등의 대학 교과서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앳킨스 교수는 화학을 소개하는 다양한 교양서의 저자로도 활발하게 활동했다. 이 책은 『원소의 왕국』(김동광 옮김, 사이언스북스, 2005년), 『갈릴레오의 손가락』(이한음 옮김, 이레, 2006년)에 이어 우리나라에 오랜만에 소개되는 앳킨스 교수의 교양서이다.

 

피터 앳킨스 교수의 화학 교양서인 『화학이란 무엇인가』와 『원소의 왕국』. 사진: ⓒ (주)사이언스북스.

화학의 영역은 실로 광범위하다. 지금까지 확인된 118종의 원소를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일이다.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화학 물질을 소개하고, 화학 물질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화학 반응을 체계적으로 소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소개의 수준도 문제가 된다. 지금까지 화학자들이 알아낸 심오한 화학적 원리와 법칙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화학을 간결하고 분명하게 소개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화학을 전공하는 대학생들에게 화학의 기본 원리와 법칙을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소개하는 교과서 집필의 달인이었던 앳킨스 교수가 선택한 방법은 독특하다. 화학을 전공하는 과학자들에게나 필요한 세부적인 설명은 과감하게 포기해 버린다는 것이다. 화학이라는 거대한 틀을 이해하기 위해 꼭 필요한 핵심만을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확고한 소신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화학의 오용과 남용에 의한 부작용에 대한 솔직한 고백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지나치게 많은 양을 함부로 사용하면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반대로 아무리 위험한 것이라도 적당한 양을 적절하게 활용하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화학의 정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현명하고 지혜롭게 활용하겠다는 자세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애써 일궈놓은 화학을 포기하고 굶주림과 질병과 사회적 차별이 가득했던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인류의 역사와 미래에 대한 확신도 필요하다.

 

화학은 앞으로도 발전해야만 한다. 인간다운 삶을 이어 가도록 해 주는 새로운 에너지를 개발하는 일에도 화학이 필요하고, 끊임없이 진화하는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과는 포기할 수 없는 투쟁을 위해서도 화학이 요구된다. 더욱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 지구촌에서 모든 인류가 더욱 풍요롭고, 더욱 평등하고 자유로운 삶을 위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이 화학이다.

 

세상에서 가장 쓸모 있는 과학의 핵심. 『화학이란 무엇인가』.  ⓒ (주)사이언스북스.

 


이덕환

서강 대학교 명예 교수. 서울 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코넬 대학교 화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강 대학교 화학과와 과학 커뮤니케이션 협동 과정의 교수를 역임했다. 비선형 분광학, 양자 화학, 과학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으며, 수많은 과학책을 번역해 왔다. 과학 대중화에 대한 공로를 높게 평가받아 대한민국 과학 문화상 등 여러 상을 받았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

 

『화학이란 무엇인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화학 교과서의 저자가 선사하는 화학 교양 강좌

 

『원소의 왕국』

최고의 주기율책!

 

『역사를 바꾼 17가지 화학 이야기』 (전2권)

한국 학생들이 가장 많이 읽은 화학 교양서

 

『세상을 바꾼 독약 한 방울』 (전2권)

독약이 궁금할 때 몰래 읽는 책

 

『화학의 시대』

화학 교양서의 고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