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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의 영혼, 앤 드루얀 인터뷰 ② 본문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 재밌게 읽으시고 있는지요? 「코스모스」 다큐멘터리 시즌 3가 지난 주 끝났습니다. 아쉬움을 느끼고 계실 독자들과 시청자들을 위해 앤 드루얀의 특별 인터뷰를 일부 공개합니다. 이 인터뷰는 천문학자이자 과학 책방 갈다의 대표인 이명현 박사님께서 2019년 5월 28일 뉴욕 주 이타카 시 앤 드루얀 자택에서 한 것입니다. 이명현 박사님은 칼 세이건의 삶과 업적을 추적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와도 ‘칼 세이건 살롱’, ‘칼 세이건 전작 읽기’ 같은 프로젝트를 함께하고 계시죠. 이명현 박사님은 최근 《한국일보》에 실은 서평에서 “앤 드루얀의 세상이 열리고 있다.”라고 평하기도 하셨죠. (기사 링크) 칼 세이건이 떠난 지 20년 넘게 지났음에도, 새로운 책과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내며 그의 영혼을 계승해 가고 있는 앤 드루얀의 사상과 사랑 이야기를 만끽하실 수 있을 겁니다. 아주 특별한 인터뷰 2편입니다.
“공간의 광막함과 시간의 영겁에서 행성 하나와 찰나의 순간을……”
이명현: 그럼 이제 칼 세이건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죠. 그의 가장 위대한 업적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앤 드루얀: 칼의 가장 위대한 업적이라, 음, 제 생각에 그는 중요한 통찰 여섯 개 정도를 남겼던 것 같아요. 지금도 여전히 중요한 과학적, 문명사적 깨달음일 것 같아요.
과학 분야에서 그가 세운 업적이라면 금성의 평균 기온을 처음 알아낸 것이겠죠. 정말 멋진 일이었고 대단한 일이었죠. 동시에, 그는 전 세계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에게 과학적인 관점이 가진 엄청난 위력을 보여 주었어요. 무엇이 사실이고 진실인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심어 주었어요. 아마 이것은 가장 위대한 문화적 업적 중에 하나겠죠. 과학이 절대적인 진리를 전해줄 수는 없지만, 작지만 끊임없는 접근을 통해 현실에 최대한 가깝게 다가갈 수 있어요. 과학은 우리 같은 미미한 존재가 지도도 나침반도 이정표도 없는 코스모스에서 내딛는 더듬이나 첫걸음 같은 거죠.
또 다른 업적은 ‘핵겨울’이라는 개념을 정립하고 확산시킨 거죠. 과학의 관점에서, 행성학의 관점에서, 코스모스의 관점에서 핵무기가 가져올 비참한 미래를 성찰할 수 있게 했죠. 냉전이라는 국제 정치 문제를 과학의 문제로 성찰한 거예요.
바이킹 탐사선 화성에 착륙했을 때 벌어진 일도 언급해야겠죠. 당시 저는 칼을 잘 알고 있었죠. 바이킹 탐사선은 화성에서 생명의 증거를 찾도록 설계된 장비를 싣고 화성으로 갔어요. 하지만 화성에서 생명의 흔적을 찾지는 못했죠. 바이킹이 화성에 착륙하고 나서 칼이 했던 발언에 대해 과학자들이 맹렬한 비난을 퍼부었어요. 칼은 화성에 대해 알맞은 질문을 하도록 바이킹 착륙선을 설계할 만큼 우리가 영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얘기했죠. 어떤 사람들은 그의 소망이 그의 과학적 판단을 흐리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그의 말이 맞는 것처럼 보여요. 그는 모든 세대가 외계 생명체를 찾도록 이끌었어요. 과학적 추구에 걸맞은 주제예요.
「창백한 푸른 점」 사진도 인류에게 엄청난 영감을 준 업적이라고 생각해요. NASA는 반대했지만 칼은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어요. 그는 끈질기게 주장했죠. 엔지니어들과 관료들은 “이 사진을 찍는 과학적 가치는 무엇입니까?”라고 물었어요. 칼은 우리의 진짜 위치를 두 눈으로 확인하는 데서 오는 정신적, 철학적 가치에 대해 이해하고 있었죠. 아폴로 신의 형상이 사진에 나타나 있지 않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 실은 거대한 우주 속에 존재하는 티끌에 불과하다는 것을 직접 목격한다면 엄청난 변화가 생길 거라고 믿었어요. 과학과 관련된 어떤 학위도 필요하지 않아요. 이 티끌이 우리라는 것만 알면 다른 것들은 알 필요가 없죠. 당신이 알았던 모든 사람들, 그리고 사랑에 빠진 모든 젊은 연인들, 말 그대로 존재했고 존재하는 모든 사람들이 바로 이 티끌 안에 있어요. 이러한 종류의 깨달음은 문명의 새 장을 열게 하는 거죠.
이명현: 저는 『창백한 푸른 점』을 『코스모스』 1.5 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은 미래의 인류에 대한 사랑과 기대를 강력하게 피력한다는 점에서 『창백한 푸른 점』의 속편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앤 드루얀: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이 『창백한 푸른 점』의 속편이라는 당신 생각이 마음에 들어요. 정말 좋아요. 그리고 그게 사실이면 좋겠어요. 그건 엄청난 찬사니까요. 칼이 NASA의 엔지니어와 관료 들을 설득해 찍은 「창백한 푸른 점」 사진처럼,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은 우리가 처해 있는 현실을, 그 절망과 희망을 있는 그대로, 온전히 바라보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죠. 미래에 대한 긍정적 비전을 마음에 품고 이 책과 시나리오를 썼어요.
누가 거리에 나와 “우리는 곧 다 죽을 거예요!”라고 소리친다고 생각해 봐요. 아무리 소리쳐 봐야 별 소용이 없을 거예요. 모두 다 이미 이걸 알고 있거든요. 모두가 느껴요. 바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다 보고 있죠. 하늘, 그러니까 대기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다 알고 있어요. 다 이해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이번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을 통해서 미래에 대한 비전을 보여 주고 싶어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도, 여전히 우리는 미래의 가능성을, 우리가 만들 수 있는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음을 정말로 보여 주고 싶어요. 식물학자 니콜라이 바빌로프의 영웅적인 삶, 그리고 유리 콘드라튜크의 잊혀진 천재성을 재조명하고 싶어요.
우리는 마리 퀴리를 알아요. 아인슈타인도 알죠. 칼도 알고요. 갈릴레오도 알죠. 이 네 사람은 과학의 역사에 한 부분을 차지하지만 콘드라튜크는 그렇지 않죠. 그의 중력 도움 이론에 의존하지 않는 우주선 임무는 단 하나도 없었어요. 단 하나도요. 행성 중력의 도움을 받아 우주선을 성간 우주라는 광막한 코스모스의 바다로 띄워 보낸다는 아이디어는 그가 제1차 세계 대전 때 참호 속에서 생각해 낸 거예요. 그는 자신이 생각해 낸 모든 것을 적어서 출판하려고 했지만 엄청난 모욕을 받아요. 정말 힘든 인생을 살았고 끝내 그가 우리 문명에 어떠한 도움을 주었는지 알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어요. 우리는 이 이야기를 이번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에서 다뤘어요. (8장 「카시니의 희생」 참조)
이렇게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잊혀진 사람들이 만들어 낸 가능성을 그리고 싶어요. 사람들은 조르다노 브루노를 알지만 그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고 얼마나 용기 있는 사람이었는지는 잘 몰라요. 다른 사람들도 있어요. 마이클 패러데이 같은 사람이요. 저는 항상 마이클 패러데이와 사랑에 빠져 있어요. 그냥 그 사람이 너무 좋아요. 굉장히 재미있어요. 그는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개신교의 종파 중 하나인 샌디먼파(Sandemanianism)에 속해 있었어요. 제가 그를 사랑하는 이유는 그의 천재성과, 상상력, 겸손함, 그리고 이타성 때문이에요. 우리는 그의 이타적인 삶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해요. 그래야 우리 자신도 그런 삶을 살 수 있으니까요. 우리는 지금 이 순간만을 위해서 살아가요. 우리 자녀들이나, 손자들, 이 책의 헌사에서 언급한 칼의 아이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현재의 우리 자신들만을 위해서 살아가죠.
이명현: 만약 칼 세이건에게 앤 드루얀의 가장 위대한 업적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어떤 대답을 할까요?
앤 드루얀: 저의 가장 위대한 업적이라……, 잘 모르겠어요. 아직 진행 중이에요. 아마 아직 저의 시간은 오지 않았나 보죠. 저는 두 권의 책과 세 편의 다큐멘터리로 이뤄진 「코스모스」 시리즈, 그리고 보이저 호에 담은 성간 메시지가 자랑스러워요. 아직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골든 레코드가 굉장히 자랑스러워요. 그렇지만 …… 누가 리처드 파인만에게 당신의 가장 위대한 업적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그는 자신의 첫 번째 부인을 사랑했던 것이라고 대답했어요. 완전히 공감해요. 저의 가장 위대한 업적을 모른다고 했지만, 개인적으로 저의 가장 만족스러운 업적은, 가장 위대한 업적은 아닐 거예요. (웃음) 제가 칼을 사랑했고, 칼이 저를 사랑했던 것과 우리의 가족이 서로를 사랑하고 있는 거예요. 우리 가족은 친밀하고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것을 즐기며 서로를 소중하게 생각해요. 이런 세상에서 이것은 엄청난 업적이라고 생각해요.
이명현: 칼 세이건의 친구들은 칼 세이건이 당신을 만난 뒤 많이 변했다며 ‘애니 효과’라는 말을 언급하곤 합니다. 당신도 마찬가지로 ‘칼 효과’ 같은 걸 느꼈나요?
앤 드루얀: 칼이 인생에서 처음으로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 그냥 ‘애니 효과’라고 생각해요. 반대로 ‘칼 효과’도 똑같이 작용했죠. 제 안에는 행복이 내장되어 있어요. 제 할머니도 그랬고 제 아버지도 그랬어요. 하지만 ‘칼 효과’는 칼이 『코스모스』의 헌사에서 말했듯이 엄청난 행운이에요.
인류가 문명의 사춘기에서 벗어난다면
이명현: 제가 알기로 칼과 당신은 「코스모스」 시리즈 말고도 다른 두 프로젝트에 집중적인 관심을 가졌습니다. 태양광을 이용한 ‘돛’ 라이트세일(LightSail)’을 이용한 우주 여행과, 외계에서 지적 생명체를 찾는 SETI 프로젝트에 대한 당신과 칼의 열정은 잘 알려져 있죠. 최근 당신이 자문 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한 브레이크스루 리슨(Breakthrough Listen) 프로젝트와 스타샷(Starshot) 프로젝트로 인해 당신의 꿈이 이루어질 확률이 굉장히 높아졌는데요. 이 책에서도 언급하셨죠.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다른 것은 지구 온난화 문제를 포함한 전 세계적 환경 문제가 있습니다. 이 책의 주제이기도 한데요. 이 분야에 대해서 어떤 예상을 하고 계십니까?
앤 드루얀: 평생 저는 말도 안 되는 꿈들을 꿨어요. 하지만 제 삶은 제일 말이 되지 않는 꿈보다도 더 좋았어요. 네. 이번엔 라이트세일 이야기군요. 유튜브 같은 데서 검색해 보면 칼의 옛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어요. 조니 카슨(Johnny Carson)이 진행하는 토크쇼에 출연해서 우주 돛단배 모형을 보여 주면서 설명하는 칼의 모습을 볼 수 있죠. (행성 협회의 유튜브 채널 영상 링크) 2000년대 초반 저는 행성 협회에서 진행하는 솔라 세일(Solar Sail) 프로젝트의 프로그램 디렉터였어요. 하지만 올해(2019년)에야 이 임무가 성공하게 되었죠.
새로운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에서도 브레이크스루 리슨과 스타샷 프로젝트에 대해서 다뤄요. 제가 ‘스타샷’ 프로젝트를 좋아하는 이유는 ‘스타샷’ 프로젝트의 우주선이 엄청나게 빠르게 날아갈 수 있고 훨씬 작기 때문이죠. 우리가 1970년대에 날려 보낸 두 보이저 우주선들은 지난 40여 년간 시속 6만 킬로미터 정도의 속도로 날아 이제 막 태양계의 경계선을 벗어나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스타샷 우주선은, 아마도 보이저 탐사선들과 같은 방향으로 날려 보내지는 않겠지만, 만약 그렇다고 가정해 본다면 사나흘 안에 보이저 탐사선들을 따라잡고 추월할 거예요. 생각해 보세요.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지.
게다가 ‘스타샷’ 우주선에 설치될 관측기 같은 기계 장치는 아주 작아요. 제 지갑에 통째로 넣고 다닐 수 있을 정도죠. 물론 ‘우주 돛단배’인 스타샷 우주선은 이 장치보다는 좀 더 크겠지만 그렇게 많이 크지는 않아요. 그러나 그 능력은 두 보이저 탐사선들의 능력을 합친 것보다도 더 뛰어나죠. 훨씬 더 많은 정보를 전송할 수 있고, 질량 분석도 할 수 있죠. 만약 이 장치를 단 스타샷 우주선이 어떤 외계 행성에 다가간다고 상상해 보죠. 센타우르스자리 프록시마 별 근처에 있는 행성이라고 합시다. 우주 돛단배 ‘스타샷’은 광속의 20퍼센트에 달하는 속도로 움직이다가 이 관측 장비를 행성 쪽으로 투하해요. 그 장치는 사진을 찍고 그 정보를 지구로 전송할 거예요. 이 데이터는 4년 정도면 지구에 도달하겠죠. 그리고 관측 장비는 행성의 대기권에서 마치 유성처럼 타오르며 소멸하게 돼요. 그래서 외계인에게 우리 관측 장비와 탐사선이 나포될 것을 걱정하지 않고 다른 세계를 정찰할 수 있어요.
저는 이게 지적 외계 생명체가 그렇게 많다면, 왜 지구를 방문하지 않느냐는 페르미 역설(Fermi paradox)에 대한 답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들은 우리가 앞으로 수십 년 안에 쓰려는 방법으로 우리 세계를 정찰했을지도 몰라요. 아주 작고 컴팩트하면서도 쉽게 사라질 수 있는 탐사선을 지구에 보냈던 거죠. 어때요, 제 생각이? ‘스타샷’ 프로젝트는 정말 흥분되는 일이예요.
이명현: 당신은 이 책에서 ‘인류세’ 이야기를 강조합니다. 칼 세이건이 살아 있을 때는 없었던 단어이지만, 이 단어만큼 인류가 현재 처한 위기 상황을 잘 보여 주는 것도 없죠. 그럼에도 당신은 인류의 미래를 낙관하고, 그 희망을 보여 줄 새로운 만국 박람회 이야기로 책을 마무리하죠. 당신은, 왜 그렇게 인류의 미래에 대해서 낙관적이신가요?
앤 드루얀: 왜 제가 아직도 미래에 대해서 낙관적이냐고요? 지금까지 살면서 너무나도 좋은 경험을 많이 했으니까요. 경이로운 의지와 이타성을 가진 사람들을 만났으니까요. 우리는 영리해요. 지금은 추하고 못난 사춘기일 뿐이죠. 저는 인류가 행성 전체를 아우르는 성숙한 문명으로 나아갈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어요. 지금은 야만적이고 탐욕스러운 계급 지배 구조가 끝나기 전 마지막 진통을 겪는 시기일 수도 있어요. 그건 인류의 생물학적 진화 역사가 우리에게 떠넘긴 짊어지고 가야 할 짐 같은 거예요. 하지만 우리에게는 이 짐을 견뎌낼 능력이 있어요. 그렇게 생각하기 충분한 지혜와 선을 인류는 비극의 연쇄처럼만 보이는 역사 사이사이에 보여 줬어요. 과학이 우리 머리를 겨누는 총구 역할만을 할 필요는 없어요. 제가 이 책에서, 그리고 이 다큐멘터리에서 보여 주려고 하는 것 중 하나는 생물학적 환경 정화를 설명하는 거죠. 식물학, 생물학, 물리학과 같은 과학을 사용해서 우리가 훼손한 지구 환경을 복구하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어요. 저는 우리가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명현: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을 포함해서 두 권의 책과 세 시즌의 다큐멘터리로 많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혹시 아직 다루지 않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앤 드루얀: 네. 『코스모스』 시즌 4에서 할 이야기들이 많아요. 지금도 머릿속에서 구상 중이에요. 주제도 정했고 무슨 이야기를 할지도 알아요. 적어도 처음 여섯 편 정도는 무슨 이야기를 할지 알고 있어요. 나중에 브래넌 그리고 샘과 만나면 더 많은 이야깃거리를 찾을 거예요.
이명현: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은 당신이 썼지만, 여전히 칼 세이건과 당신이 함께 쓴 것처럼 느껴집니다.
앤 드루얀: 정말로 칼이 함께 쓴 것처럼 느껴져요? 정말 다행이에요. 그 말이 저를 행복하게 만드는군요. 음, 당신도 저의 마음속에서, 그리고 이 책에서 칼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잘 모를 거예요. 우리는 목소리를 함께 키워 나갔거든요. 칼은 칼이었고 저는 저였지만 우리가 서로 미친 듯이 사랑했던 이유 중 하나는 우리의 영혼과 마음이 정확히 같은 곳에 있었고 우리의 호기심이 같은 곳에 있었기 때문이에요. 당신이 그렇게 생각해 줘서 정말 기뻐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요.
이명현: 그래도 앞으로 나올 새로운 책이나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시즌에서는 당신만의 색깔이 좀 더 강해지지 않을까요?
앤 드루얀: 네. 정말 그랬으면 좋겠어요. 저는 그냥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제가 하는 모든 것이 그에게 사랑과 경의를 표하는 일이 되길 바라죠. 그에게 정말 큰 빚을 졌거든요.
이명현: 마지막으로 한국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앤 드루얀: 한국 독자들에게 몇 마디만 하겠습니다. 10년 전 한국에서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샘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다시 한번 가고 싶다고 하더군요. 다시 서울을 방문하고 싶어요. 저에게는 서울이 미래 도시같이 느껴져요. 특히 공항에서 나올 때 그렇죠. ‘와! 완전 미래에 온 것 같다.’라고 느꼈어요. 그래서 다시 돌아가고 싶어요. 한국 독자들이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이 앞선 『코스모스』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래서 당신이 이 책이 칼의 『코스모스』 같다고 얘기해 줬을 때 저는 정말 행복했어요. 미국의 의회 도서관은 칼의 『코스모스』를 미국을 있게 한 88권의 책 중 하나로 선정했어요. 그 책은 벤저민 프랭클린, 토머스 페인, 그리고 마크 트웨인이 쓴 책들과 같은 반열에 올랐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기도 하고 역사상 가장 현대적이고 기발한 예언적 소설인 허먼 멜빌의 『모비딕』과도 함께 있죠. 제가 대학 시절 잘했던 유일한 일은 멜빌에 심취했다는 거죠. 저는 그의 사고 방식에 매료되었어요. 저는 항상 그가 19세기 미국에 고립된 21세기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는 다른 사람들이 그 당시에 보지 못 하던 것들을 볼 수 있었어요. 칼처럼 말이죠.
앤 드루얀(Ann Druyan)
앤 드루얀은 미국 항공 우주국(NASA) 보이저 성간 메시지 프로젝트의 기획자였고, 2005년 러시아 ICBM으로 발사된 솔라 세일을 활용한 최초의 심우주 탐사 우주선의 프로그램 기획자였다. 작고한 남편 칼 세이건과 함께 1980년대에 「코스모스」 텔레비전 시리즈를 만들어서 에미 상과 피보디 상을 받았고, 공저로 6권의 책을 써서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렸다. 드루얀은 또 워너브러더스 제작, 조디 포스터 주연, 밥 저메키스 감독의 영화 「콘택트」를 공동 제작했다. 폭스 채널과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이 제작한 「코스모스: 스페이스 타임 오디세이(Cosmos: A Space Time Odyssey)」의 대표 제작자, 감독, 공동 작가로 2014년 피보디 상, 미국 제작자 조합상, 에미 상을 받았다. 에미 상 13개 부문에 오른 「코스모스: 스페이스 타임 오디세이」는 전 세계 181개국에서 상영되었다. 드루얀은 2020년 첫 방영될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Cosmos: Possible Worlds)」의 총 제작자, 작가, 감독이다. 소행성 세이건(2709)과 드루얀(4970)은 결혼 반지 같은 궤도로 영원히 함께 태양을 돌고 있다.
옮긴이 | 이명현
네덜란드 흐로닝언 대학교 천문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9 세계 천문의 해’ 한국 조직 위원회 문화 분과 위원장으로 활동했고 한국형 외계 지적 생명체 탐색(SETI KOREA) 프로젝트를 맡아서 진행했다. 현재 과학 책방 갈다 대표이자 과학 저술가로 활동 중이다. 『빅히스토리 1: 세상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이명현의 별헤는 밤』, 『과학하고 앉아 있네 2: 이명현의 외계인과 UFO』, 『과학 수다』(공저) 등을 저술했다.
◆ 칼 세이건과 앤 드루얀의 책들 ◆
『코스모스』
전 세계 과학자들이 추천하는 제1의 과학서
『잊혀진 조상의 그림자』
인류의 운명에 대한 과학적 성찰
『혜성』
우주의 미스터리를 풀어 줄 타임캡슐의 모든 것
『지구의 속삭임』
인류가 심우주로 보낸 편지
『창백한 푸른 점』
현대 천문학을 바탕으로 우주에서 우리의 위치를 찾다
『과학적 경험의 다양성』
과학계와 종교계를 뜨겁게 달군 위대한 강연
『에필로그』
칼 세이건이 인류에게 남긴 마지막 메시지
『콘택트1』
『콘택트2』
외계 생명과의 만남을 그린 명작 영화의 원작
『에덴의 용』
뇌과학과 우주적 상상력의 만남!
퓰리처 상 수상작
『코스믹 커넥션』
50년의 세월에도 바래지 않는 칼 세이건의 통찰
『브로카의 뇌』 (근간)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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