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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인류가 백신을 발견했을 때 - 최초의 종두법 접종

Editor! 2020. 10. 26. 15:47

2020년 10월 대한민국의 화두는 백신입니다. 한국이 코로나 백신의 글로벌 생산 기지 후보지로 떠오르며 판데믹 극복의 희망을 줌과 동시에, 독감 백신을 맞은 뒤 사망한 것으로 의심되는 환자가 30명을 넘어서며 죽음의 공포를 주는 존재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현재 방역 당국은 긴급 회의를 열고 독감 접종과 사망과의 관련성, 국가 백신 접종 사업 유지 여부 등을 전반적으로 검토 중입니다. 인류의 '위대한 발견'으로 손꼽히지만 세계 각지에서 여전히 백신 반대 운동이 존재할 정도로, 우리에게 아직 낯선 존재인 백신. 인류가 백신을 처음 받아들이게 된 시작은 어땠을까요? 40년간 의업에 몸을 바치며 울산 의대에서 1,000명의 제자를 길러 낸 의학사 교육의 권위자인 동시에 《조선일보》와 《문화일보》에서 일반인을 위한 의학사 컬럼을 오랫동안 연재한 이재담 교수님의 『에피소드 의학사』 로 인류 최초의 백신, 종두법의 시작을 알아봅시다. 


「위대한 의학사

59장 최초의 종두법 실험
천연두를 박멸하기까지

 

에드워드 제너의 초상화. 이미지 출처: Wellcome Collection (Attribution-NonCommercial 4.0 International (CC BY-NC 4.0))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종두법의 최초 시행은 1796년의 일로, 영국의 의사 에드워드 제너(Edward Jenner, 1749~1823년)를 그 주인공으로 본다. 그런데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제너보다 22년 전인 1774년에 이미 영국 도싯 주 옛민스터의 농부 벤저민 제스티(Benjamin Jesty, 1737~1816년)가 임신한 그의 부인과 두 아들에게 종두법을 시행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제스티는 우두를 앓고 난 사람은 천연두에 잘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 어렸을 때 우두를 앓았던 두 하녀가 천연두 환자를 직접 간호하는데도 병이 옮지 않는 것을 보고 확신을 얻었다고 한다. 그래서 우선 가족들에게 우두를 접종하기로 결심한 그는 인근에 있던 목장의 소에 우두가 발생하자 부인과 아들들을 데리고 가서 팔을 바늘로 긁어 상처를 내고 소의 유방에서 채취한 고름을 주입했다. 이것이 기록에 남겨진 최초의 우두 접종이다.

 

그런데 당시에는 이러한 짓을 하면 소가 된다고 믿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제스티 일가는 마을 사람들의 따돌림을 견디지 못하고 퍼베크라는 섬으로 옮겨가 살게 되는데, 여기서도 그는 주민들에게 우두를 접종한 것으로 알려진다. 나중에 제너가 종두법 발명의 공로로 영국 국회에서 상금을 받게 되었을 때, 이 농부가 나타나 자기가 상금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우두 접종을 받으면 소가 된다고 생각했던 당시의 미신을 풍자한 만화. 이미지 출처: Wellcome Collection (Attribution-NonCommercial 4.0 International (CC BY-NC 4.0))

 

한편 글로스터셔 주 버클리에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에드워드 제너는 원래 런던의 유명한 외과 의사 존 헌터를 사사한 외과 의사였다. 제너는 뻐꾸기가 자기의 알을 다른 새의 둥지에 넣어 기른다는 사실을 최초로 관찰해 보고한 인물이기도 한데 가슴조임증(협심증)의 원인이 관상 동맥의 폐색에 있다는 것을 병리 해부로 증명했다.

 

 

제임스 핍스 소년의 팔에 우두 접종을 하고 있는 에드워드 제너. 이미지 출처: Wellcome Collection (Attribution-NonCommercial 4.0 International (CC BY-NC 4.0))

 

1773년 24세의 나이에 고향에서 개업한 그는 농부들의 이야기를 듣고 우두에 걸린 사람은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마을 사람들을 꾸준한 관찰한 결과 확신을 가지게 된 그는 1796년 5월 소젖을 짜는 사라 넬름(Sarah Nelms)라는 여인의 손에 우두로 인한 물집이 생긴 것을 보고 그 내용물을 같은 동네에 사는 8세짜리 제임스 핍스(James Phipps) 소년의 팔에 찰과상을 내고 접종했다. 2개월 후인 1796년 7월 1일에는 천연두에 걸린 환자의 수포에서 내용물을 채취, 소년의 팔에 피하 투여하고 경과를 관찰했다. 소년에게 천연두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것을 확인한 제너는 수개월에 걸쳐 천연두 환자들의 분비물이나 화농 물질을 반복적으로 소년에게 투여했고, 아무리 투여해도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초의 과학적인 종두법 실험이었다. 

 

 

 『우두의 원인과 효과에 관한 연구』 책 표지.

 

제너는 종두법 실험 결과를 바로 보고했지만, 단 한 사람의 피험자로부터 얻은 결과만으로는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왕립 협회는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제너는 결국 1798년에 자비로 『우두의 원인과 효과에 관한 연구(An Inquiry into the Causes and Effects of the Variolae Vaccinae)』라는 책을 500부 출판했다. 영국 국회는 1802년에야 제너가 천연두 예방법을 확립한 공적을 기려 1만 파운드를 수여하기로 의결했고, 5년 후에는 2만 파운드를 추가로 수여했다.

제너의 우두 접종법은 인류가 어떤 질병의 정확한 원인을 모르면서도 세대를 통해 축적된 경험을 살리면 그 병의 예방법을 발견해 낼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준 몇 안 되는 모범 사례 중 하나였다.

 


 

이재담
서울 대학교 의과 대학을 졸업하고 일본 오사카 시립 대학교에서 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하버드 대학교 과학사학 교실 방문 교수와 울산 대학교 의과 대학 생화학 교실 및 인문 사회 의학 교실 교수, 울산 대학교 의과 대학장, 울산 대학교 의무부총장을 역임했다. 조선일보와 문화일보에 의학사 관련 칼럼을 썼으며, 번역서로 『근세 서양 의학사』, 『의료 윤리 Ⅰ, Ⅱ』와 저서로 『의학의 역사』, 『간추린 의학의 역사』 등이 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

『이재담의 에피소드 의학사 1: 무서운 의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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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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