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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무균법의 시작 - 조지프 리스터 본문

(연재) 에피소드 의학사 미리보기

(2) 무균법의 시작 - 조지프 리스터

Editor! 2020. 7. 22. 17:16

시간 날 때마다 손 가는 대로 펼쳐 보기만 해도 의학이 무수한 희생자를 만들어 내던 시대로부터 어떻게 지금의 모습이 되었는지를 저절로 알게 되는 '글 쓰는 의사' 이재담 교수님의 『에피소드 의학사』 3부작. '에피소드 의학사 미리보기'에서는 총 217편의 에피소드 중에서 엄선된 이야기를 7주 동안 매주 한 편씩 공개합니다. 그 두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영국의 외과 의사 조지프 리스터입니다. 마취의 발명으로 살을 찢는 고통은 사라졌으나 수술 후 감염이라는 무서운 존재가 여전히 병원을 삶보다 죽음에 가까운 장소이게 했던 19세기 말, 그가 내놓은 해법은 무엇이었으며 그 이후의 세상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이 이야기에서 함께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사이언스북스 페이스북에서 카드 뉴스로도 즐길 수 있습니다. 이벤트도 진행 중이니 놓치지 마세요!) 


위대한 의학사

40장 무균법의 시작
조지프 리스터

1902년 촬영된 조지프 리스터의 초상 사진

 

조지프 리스터는 루이 파스퇴르의 미생물 기초 연구를 실제로 임상 의학에 응용해 발전시킨 사람으로 역사에 기록되어 있다. 그는 1827년 4월 5일 영국 에섹스 지방의 업턴에서 태어났다. 퀘이커 교도이며 포도주 상인이었던 그의 아버지 조지프 잭슨 리스터(Joseph Jackson Lister, 1786~1869년)는 짬이 나면 스스로 현미경을 만들었는데, 당시 색수차가 없는 현대적 렌즈를 만든 몇 안 되는 사람 중의 하나였다. 리스터는 1852년 런던 의과 대학을 졸업하고 스승들의 권유에 따라 에든버러 대학교 외과 교수였던 제임스 사임(James Syme, 1799~1870년)의 조수로 들어갔다. 그는 여기서 사임의 큰딸과 결혼했으며, 1860년에는 글래스고 대학교 외과 교수로 임용되었다. 


리스터는 1852년 홍채가 민무늬근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근육의 수축과 이완에 따라 눈동자 크기가 조절된다는 사실을 최초로 밝혔고, 1880년에는 생체 내에서 흡수되는 창자실 봉합사를 개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가장 위대한 업적은 외과 수술에 소독의 개념을 최초로 도입한 것이었다.

 

 

현미경으로 극미의 세계를 관찰 중인 루이 파스퇴르. 그의 세균설은 수술 후 감염을 막으려는 리스터의 길잡이가 되어 주었다. Wellcome Images (Attribution 4.0 International (CC BY 4.0))

 

파스퇴르가 발표한 포도주의 발효와 부패에 관한 논문에서 힌트를 얻은 리스터는 수술 후 감염을 막기 위해 상처 부위와 수술장을 소독하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 세균을 죽이는 물질을 찾는 연구를 시작한 그는 염화아연(zinc chloride), 황화합물에 이어 세 번째로 시험한 (하수도 소독용) 석탄산이 살균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고, 이 석탄산을 사용해 마침내 1865년 8월 12일 마차에 깔려 정강뼈 부위에 복합 골절을 입은 소년을 절단 없이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 (이 소년은 6주 후 걸어서 퇴원했다.)

 

상처에 석탄산을 뿌리며 수술하고 있는 조지프 리스터. 

 

1867년 「외과 치료에서 무균 수술법(Antiseptic Principle of the Practice of Surgery)」이라는 논문에서, 그는 1864년에서 1866년에 걸쳐 글래스고에서 시행된 일반적인 사지 절단 수술의 사망률은 45퍼센트에 달했지만, 1865년과 1867년 사이에 시행된 무균 수술은 40명 중 6명만이 사망해 사망률이 15퍼센트로 낮아졌다고 보고했다.

 

 

리스터가 사용했던 석탄산 소독기. Wellcome Images (Attribution 4.0 International (CC BY 4.0))

 

파스퇴르의 이론에 따르면 세균은 공기 중 어디에나 있을 수 있었으므로 리스터는 수술장의 공기를 석탄산 스프레이로 정화했고, 상처 부위는 석탄산, 액상 레진, 파라핀으로 적신 8겹의 붕대로 밀봉했다. 이 리스터의 폐쇄적 상처 치료법은 보불 전쟁이 끝날 무렵 많은 군의관에게 채택되어(이 전쟁에서 부상을 입고 수술을 받은 환자 1만 3000명 중 1만 명이 사망했다.)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수년 후 로베르트 코흐가 상처 부위에 주로 감염되는 병균의 실체를 밝히자 무균 수술법은 더욱 확고한 지지를 받게 되었다.


리스터는 뛰어난 기술을 가진 외과 의사는 아니었다. 그는 성실하고 주의 깊게 정확한 수술을 하는 시술자였으며, 당시 금기로 생각되던 배안(복강)이나 가슴안(흉강)을 침범하는 수술은 평생 엄두도 내지 않았던 신중하고 온건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도덕적인 면에서도 남달랐던 리스터는 1883년 이그나즈 제멜바이스(lgnaz Semmelweiss, 1818~1865년)의 업적을 듣고 무균 소독법의 선구자가 제멜바이스라는 점을 흔쾌히 인정했다.


1869년 리스터는 스승의 뒤를 이어 에든버러의 임상 외과학 교수가 되었으며 1877년에는 런던 킹스 칼리지의 외과 교수로 1892년까지 재직했다. 1883년에 준남작의 작위를 받고, 1897년 의사로서는 최초로 영국 귀족 연감에 오른 리스터는 1895년부터 1900년까지 왕립 학술원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1879년 미국 화학자 조셉 로런스가 그의 이름을 따 개발한 수술용 소독액은 구강 청결제로 그 용도가 바뀌어 아직도 판매되고 있다. image: Britta Gustafson. (CC BY SA 2.0)


 

이재담
서울 대학교 의과 대학을 졸업하고 일본 오사카 시립 대학교에서 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하버드 대학교 과학사학 교실 방문 교수와 울산 대학교 의과 대학 생화학 교실 및 인문 사회 의학 교실 교수, 울산 대학교 의과 대학장, 울산 대학교 의무부총장을 역임했다. 조선일보와 문화일보에 의학사 관련 칼럼을 썼으며, 번역서로 『근세 서양 의학사』, 『의료 윤리 Ⅰ, Ⅱ』와 저서로 『의학의 역사』, 『간추린 의학의 역사』 등이 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

 

『이재담의 에피소드 의학사 1: 무서운 의학사』

코로나19 시대를 극복할 지혜, 의학사에서 찾는다!

 

『이재담의 에피소드 의학사 2: 위대한 의학사』

병마와 투쟁해 온 의료 영웅들의 놀라운 이야기

 

『이재담의 에피소드 의학사 3: 이상한 의학사』

나폴레옹의 치질, 루터의 요로 결석, 루스벨트의 고혈압이 역사를 바꿨다!

 

『의학의 역사』
한 권으로 읽는 서양 의학의 역사

 

『미생물의 힘』
인류의 역사와 문화를 바꾼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의 흥미진진한 역사

 

『아름다운 미생물 이야기』
미생물의 탄생과 진화 다 모았다!

 

『전염병의 문화사』
인류를 만들어 온 것은 병원성 미생물들일지도?

 

『인간은 왜 병에 걸리는가』
병과 의학을 보는 새로운 패러다임

 

『스트레스』
치명적인 질병을 부르는 현대의 스트레스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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