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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무시하는 카산드라의 예언, 그것이 만약, 당신의 미래, 당신의 삶, 당신의 자녀들의 삶이라면? 본문

(연재) 사이언스-오픈-북

모두가 무시하는 카산드라의 예언, 그것이 만약, 당신의 미래, 당신의 삶, 당신의 자녀들의 삶이라면?

Editor! 2021. 10. 6. 17:42

2021년 노벨 물리학상이 혼돈과 무질서에서 한 줄기 원리와 질서를 찾고자 한 과학자들에게 주어졌다. 특히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기후 현상과, 그 장기적 변화를 예측하는 모형을 처음 만든 마나베 슈쿠로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 교수와 클라우스 하셀만 막스 플랑크 연구소 연구원에게도 주어졌습니다. 기후 변화에 대한 수치 모형을 처음 만든 이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우리는 기후 변화라는 미증유의 위기에 맞서 전 세계인의 지혜를 모으는 장대한 시도를 시작할 수 있었죠. 그 누구도 듣지 않아도, 믿지 않아도, 미래의 진실을 예언하는 카산드라의 비극을 극복해 온 현대 과학자들의 신화 이상의 신화를 저술가이자 과학 다큐멘터리 제작자로 이름 높은 앤 드루얀 칼 세이건 재단 이사장이 소개한 글을 독자들과 공유합니다. 마나베와 하셀만의 업적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글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2021년 노벨 물리학상의 수상자들. 노벨상 재단 홈페이지에서 갈무리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야기가 하나 더 있다. 역시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이 있었던 사람의 이야기다. 그의 삶과 업적은 과학계 밖에서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는 아폴론도 부러워할 만한 예언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는 앞으로 벌어질 중대한 사건을 놀랍도록 정확히 내다보았다. 우리는 모두 그에게 빚졌다.


그는 일본 에히메(愛媛) 현의 시골에서 태어났다. ‘사랑스러운 공주’라는 뜻의 지명에 걸맞게 자연이 깨끗하고 아름다운 곳이다. 하지만 그는 소년 시절 대부분을 땅속에서 보냈다. 제2차 세계 대전 때문에 소년을 비롯한 작은 마을의 모든 주민이 지하 방공호에서 피신해야 했다.


마나베 슈쿠로(真鍋淑郎)는 원래 아버지와 할아버지처럼 의사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10대 때 물리학을 좋아하게 되었는데, 자신이 수학을 못한다는 사실이 걱정이었다. 성적은 나빴다. 그러나 결국 그는 가장 흥미롭게 여겨지는 의문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왜 지구의 대기와 기후는 현재와 같은 상태일까 하는 의문이었다.


기온이 계절에 따라 오르내린다는 사실은 그도 물론 알았지만, 그가 궁금한 것은 왜 지구의 평균 기온이 매년 일정한가 하는 점이었다. 지구의 자동 온도 조절 장치는 어떻게 계속 그 특정 온도로 유지할 수 있는 것일까? 우리가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변수를 – 대기, 기압, 구름양, 습도, 표면 조건, 바다와 바람의 흐름 등등을 – 포함해 지구 전체 기후를 재현하는 모형을 만들 수 있을까? 예측력이 있는 모형을? 아직 일본 기후학자들이 컴퓨터라는 것을 쓰지 않던 시절이었다. 그는 머리에 쥐가 날 만한 계산을 손으로 해냈다.


1958년, 마나베는 미국 기상청으로부터 이민 오라는 초청을 받았다. 5년 뒤 그는 세계 최초의 슈퍼컴퓨터 중 한 대를 쓸 수 있게 되었다. 당시 가장 강력한 컴퓨터였지만, 그가 지구 기후에 관한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입력했더니 시스템이 다운되고 말았다. 그는 4년 더 증거를 모은 뒤, 대담하고 비극적인 예측을 내놓았다.


예언이란 트로이 공주의 열렬한 읍소 형태일 수도 있지만, 과학 논문의 무미건조한 제목 형태일 수도 있다. 「상대 습도의 분포에 따른 대기의 열평형(Thermal Equilibrium of the Atmosphere With a Given Distribution of Relative Humidity)」이라는 제목은 “재앙이 임박했다! 재앙이 임박했다!” 하는 경고로는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내용은 분명 그런 내용이었다. 마나베와 동료 리처드 웨더럴드(Richard Wetherald)는 인간이 대기로 내놓는 온실 기체가 증가함에 따라 지구 온도가 어떻게 바뀔지 예측했다. 그들은 다가오는 재앙이 어떻게 펼쳐질지 정확히 내다보았다. 우리 시대는 물론이고 그 너머까지, 멀리 볼 줄 알았다. 요즘도 일부 사람들은 기후 변화를 과학적으로 확실히 확인되지 않은 현상이라고 주장하지만, 만약 그렇다면 마나베와 웨더럴드가 어떻게 향후 50년 이상의 지구 온도 증가세를 그토록 정확히 예측할 수 있었겠는가? 그리고 만약 그 변화가 인간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그 많은 이산화탄소가 다 어디서 나왔겠는가?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 본문 412-413p ⓒ(주)사이언스북스


이후 다른 많은 기후 과학자들은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다음과 같은 일들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해안 도시들의 잦은 범람, 사실. 바닷물 수온 상승으로 산호의 떼죽음, 사실. 자연 재해 수준의 폭풍이 더 거세어짐, 사실. 치명적인 무더위와 가뭄과 걷잡을 수 없는 산불이 유례없는 수준으로 벌어짐, 사실. 과학자들은 분명 우리에게 경고했다.


화석 연료 산업에 이해 관계가 있는 기업들과 그들의 지원을 받는 정부들은 꼭 담배 회사들처럼 반응했다. 과학적으로 아직 확실히 결정된 바가 아니라고 말하면서 귀중한 시간을 질질 끌었다.


가장 최근에 지금처럼 지구 대기에 이산화탄소가 많았던 시기는 최소한 80만 년 전이었다. 그때는 변화 속도가 비교적 느렸기 때문에, 대부분의 생물이 적응할 시간이 있었다. 한편 지금 우리는 땅에 축적되는 데 수억 년이 걸렸던 탄소를 수십 년 만에 끌어내어 대기로 이산화탄소를 뿜어내고 있다. 1967년에 두 과학자는 사람들 앞에 나서서 만약 우리가 변하지 않는다면 지구가 어떻게 변할지 말해 주었고, 그들의 예언은 정확히 그대로 실현되었다. 과학은 우리에게 미래의 재앙을 내다보는 능력을 선물해 주었다. 그것은 과거에는 신들만이 줄 수 있는 선물이었다. 하지만 롤런드가 한탄했듯이, “우리가 예측력을 발휘하는 과학을 개발하더라도, 결국 손 놓고 앉아서 그 예측이 현실로 실현되도록 기다리기만 할 거라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대부분의 사람은 산호와 청개구리의 운명에는 마음이 그다지 움직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신의 미래, 당신의 삶, 당신의 자녀들의 삶이라면?


기온이 치사 온도 밑으로 떨어질 때까지 유치원 입학이 미뤄진 아이를 상상해 보자. 산불이 다가왔을 때, 그 아이의 가족은 아이가 어린 시절을 보낸 집에서 아무것도 건지지 못한 채 피신해야 할지도 모른다. 아이의 결혼식에서는 물이 샴페인 역할을 할지 모른다. 북극의 영구 동토층이 녹아서 10만 년 넘게 땅속에서 잠자던 메가바이러스(mega-virus)가 깨어남에 따라 전염병이 대대적으로 돌지도 모른다.


꼭 그렇게 되라는 법은 없다. 아직은 너무 늦지 않았다. 우리에게는 그와는 다른 미래, 그와는 다른 가능한 세계가 있다. 인류세는 인류가 각성한 시대가 될 수도 있다. 인류가 새로 얻은 힘에 따르는 과제에 맞서서 과학 기술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도록 사용하는 방법을 알아내는 시대가 될 수도 있다. 이미 전 세계에서 우리에게 닥친 위험을 경계하며 그것을 피하려는 노력에 헌신하는 사람들이 공동체를 이루고 있고, 인터넷 덕분에 우리는 서로 쉽게 접촉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아직 이뤄낼 기회가 있는 그 미래로, 나와 함께 가자.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

 

『코스모스』
전 세계 과학자들이 추천하는 제1의 과학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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