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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바타」의 ‘영혼의 나무’보다 경이로운 수잔 시마드의 ‘어머니 나무’ 본문

(연재) 사이언스-오픈-북

영화 「아바타」의 ‘영혼의 나무’보다 경이로운 수잔 시마드의 ‘어머니 나무’

Editor! 2023. 12. 7. 13:24

전 세계 영화 매출 순위 1위와 3위를 각각 지키고 있는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영화 「아바타」(2009년)와 「아바타: 물의 길」(2022년) 속 ‘영혼의 나무’를 기억하시나요? 숲의 소통에 관한 수잔 시마드 선생님의 연구들은 캐머런을 비롯해 제인 구달, 앤 드루얀, 닐 디그래스 타이슨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과 과학자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시마드 선생님이 1997년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을 비롯한 과학적 발자취와 촘촘히 엮인 개인사를 담아낸 『어머니 나무를 찾아서』의 출간을 기념하며, 이 책에서 출발해 나무 뿌리처럼 뻗어나가는 다채로운 주제들 가운데 세 갈래, 즉 영화, 생태, 가족의 관점에서 입체적으로 살펴보려고 합니다. 먼저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 (공저), 『조식을 먹으며 생각한 것들』의 저자 이다혜 《씨네 21》 기자가 『어머니 나무를 찾아서』를 영화라는 화두를 들고 살펴봤습니다. 이 연재는 12월 21일까지 매주 목요일에 찾아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


나무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숲이 사회적, 협력적 존재라는 뜻이다. 나무들은 땅속 경로 체계로 연결되어 거미줄처럼 얽혀, 서로에게 의존하며 생존한다. 『어머니 나무를 찾아서』의 수잔 시마드는 “과학은 동화도, 상상의 나래도, 마법 같은 유니콘도, 할리우드 영화 속 허구도 아니다.”라고 적었는데, 읽어갈수록 동화도, 상상의 나래도, 할리우드 영화 속 허구도 모두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이야기라는 경이를 체험하게 된다.

 

중국 후난(湖南) 성 장자제(張家界) 시 위안자제(袁家界)에 있는 바위산 남천일주(南天一柱)는 영화 「아바타」 속 판도라 행성에서 초전도 현상으로 떠다니는 산 할렐루야 산맥의 배경이 되었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영화 「아바타(Avatar)」는 판도라라는 가상의 행성을 무대로 한다. 미래의 지구인들은 판도라에서 대체 자원을 채굴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인간은 판도라의 토착민 나비 족의 외형에 인간의 의식을 주입, 원격 조종이 가능한 새로운 생명체 ‘아바타’를 탄생시키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낸다. 군인인 제이크 설리는 아바타를 이용해 판도라 탐사 임무에 앞장서는데, 임무 수행 중 나비의 여전사 네이티리를 만나고 사랑에 빠진다. 문제는 설리가 나비 족을 강제 이주시키려는 개발 회사와 군대의 안내자 역할을 하는 동시에 네이티리와의 관계를 발전시킬 방법이 없다는 사실에 있다.

 

 

「아바타」에서는 ‘교감’이 무척 중요하게 언급된다. 나비 족은 동물을 탈 것으로 길들이는 과정에서, ‘샤헤일루’라고 불리는 교감의식을 갖는다. 나비 족의 머리카락을 동물의 촉수와 연결해 일종의 파장을 맞추는 것이다. 나비 족은 세상 만물에 흐르는 에너지를 잠시 빌려쓸 수 있을 뿐으로 언젠가는 자연에 돌려주어야 한다고 믿는다. 나비 족의 마을에는 거대한 나무가 있고 그 나무는 또 다른 나무들과 연결되어 있는데, ‘우트라야 모크리’라고 불리는 ‘소리의 나무’와 교감하면 조상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조상들은 ‘에이와’라는 만물의 주인, 신 안에 영원히 살고 있는 것이다. 이 ‘에이와’는 나무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이 만물의 주인은 나비 족과 소통한다. 「아바타」는 시고니 위버가 연기하는 그레이스 어거스틴 박사의 입을 빌려 에이와의 신비, 나무의 신비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숲의 생태학에 대해 말하는 거라고요. 나무들의 뿌리가 전기 화학적으로 소통해요. 인간 신경 세포의 시냅시스처럼요. 한 그루는 주변의 1만 그루와 소통하고 판도라엔 총 1조 그루의 나무가 있어요. 인간의 두뇌보다 더 촘촘해요. 일종의 네트워크라고요. 데이터와 메모리를 주고받는다고요.”

 

이 이야기를 들은 개발 회사 사람의 반응은 이렇다.

 

“다들 마약이라도 했어요?”

 

오스트레일리아 북서부 퀸즐랜드 주에 위치한 쿠란다 역시 「아바타」에서 나비 족 마을로 등장한다. 세계 최대의 산호초 지대인 대보초(Great Barrier Reef)와 인접한 항구 도시 케언즈에서 25킬로미터 떨어진 쿠란다는 1873년 금광이 발견된 테이블랜드에서 케언즈까지 금을 실어 나를 철도를 연결하면서 건설되었다.

 

수잔 시마드는 테드 강연(https://youtu.be/Un2yBgIAxYs?si=iK8G8wIoZ0U_d4rO)으로 화제가 된 삼림 생태학자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모내시 산맥에서 태어난 시마드는 미국 오리건 주립 대학교에서 삼림 과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삼림 생명 다양성에 영향을 미치는 나무의 연결성과 소통에 관한 연구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영화 「아바타」와  「아바타: 물의 길(Avatar: The Way of Water」이 시마드의 주장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관되어있는지, 『어머니 나무를 찾아서』를 읽으면 깜짝 놀라게 된다. (「아바타」에서 가장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가장 과학적이었다니?)

 

“숨겨진 지하의 진균 네트워크를 통해 나무들이 메시지를 주고받는다는 사실을 조사하던 중, 최초의 실마리 하나가 등장했다. 대화가 오가는 비밀스러운 길을 따라가다가 나는 땅속의 진균 네트워크가 숲 바닥을 온통 뒤덮고 모든 나무를 연결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거점 나무들과 진균이 만들어 낸 연결점들이 별자리처럼 이어져 있었다.”(『어머니 나무를 찾아서』 16쪽에서)

 

 

2012년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 넬슨에서 이엽솔송나무 뿌리를 살펴보는 수잔 시마드. 이엽솔송나무는 얕은 뿌리 체계를 형성하는데, 젊은 빙퇴석 토양에서 부족한 양분을 찾는 데 도움이 된다. 《네이처》에 투고한 자작나무와 미송의 호혜성에 관한 논문 「야외 서식 외생균근 수종 간 탄소 이동」은 초파리 유전체를 누르고 1997년 8월호 표지 기사로 게재된다. 전 세계에서 인터뷰 요청이 쇄도할 정도로 주목받은 연구 결과가 나왔음에도 캐나다 산림청이 꿈쩍도 하지 않자 저자는 다양한 요인에 따라 나무 사이의 경쟁적, 협력적 상호 작용의 강도를 정량화한 실험을 이어간다.(사진: Bill Heath)

 

 

『어머니 나무를 찾아서』를 읽으면 가장 놀라게 되는 것은 나무가 얼마나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처럼 느껴지는지다. 숲은 항상 기억하고 있는 것 같다든가, “안개가 나무에 윤기를 입히며 로키전나무 무리 사이를 살금살금 기어” 나왔다든가 “우뚝 솟은 대성당처럼 나무가 울창하게 자라던 공간”이라는 식의 묘사는 숲의 생명력과 신비를 강조해 보여 준다. 숲의 신비를 글만으로 상상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사진은 큰 도움이 된다. 비단그물버섯속의 ‘팬케이크버섯’ 사진(30쪽)은 자연의 거대한 농담처럼 보이기도 한다.

 

 

수일루스 라케이 버섯은 얼룩비단주름버섯 혹은  팬케이크버섯으로도 불린다. 이 종은 외생균근균으로 오직 미송과만 관계를 맺고 자란다. 수프나 스튜에 넣어 먹기도 하지만 식용으로 인기는 없다. 버섯갓 아래에 보이는 방울 열매는 미송 열매이며 앞에 보이는 식물은 크리핑 라즈베리와 풀산딸나무이다.(사진: Jens Wieting)

 

 

수잔 시마드는 숲의 신비를 알아내기 위해 관찰과 실험을 병행한다. 그 과정에서 여러 사건이 벌어진다. 벌목 회사에서 유일한 여자 직원으로 일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숲에서 혼자 고립된 것으로도 부족해 허클베리 덤불을 뜯는 회색곰을 만났다. (곰을 한 번만 만나는 건 아니다.) 임신 중에 늑대와 마주쳐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정말 신기한 일들은 나무와 관련한 것들이다. 수잔 시마드의 질문이 이어질 때마다, 우리는 ‘설마’ 싶은 이 가정들이 차례로 과학적으로 입증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바싹 마른 골짜기의 협곡과 땅이 꺼진 지대에 사는 미송과 폰데로사소나무 둘레에 섞여 자라는 유묘와 묘목은 괜찮게 지내는 것 같았다. 아직 깊이 내린 자기의 원뿌리가 주는 혜택을 받지 못하는 때인데도 말이다. 혹시 오래된 나무들이 뿌리접을 해서 어린 나무에게 물을 보내 주며 돕는 것은 아닐까? 접이란 다른 나무들의 뿌리가 한 뿌리로 뭉쳐진 결합체로, 그 결과로 나무들은 공통의 체관부를 공유하게 된다. 마치 피부 이식 후 회복 중인 피부에서 정맥이 함께 자라나듯이 말이다.”(『어머니 나무를 찾아서』 88쪽에서)

 

 

 

『어머니 나무를 찾아서』에서 다루는 나무와 숲의 정경과 인간의 삶의 교차점을 연상시키는 또 한 편의 영화가 있다. 테렌스 맬릭 감독의 「트리 오브 라이프(The Tree of Life)」(2011년)는 자연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부분 차용해 가족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작품이다. ‘생명의 나무’라는 제목처럼, 자신의 뿌리가 된 아버지, 어머니와의 시간을 돌이켜보는 내용인데, 나뭇가지를 스치는 바람부터 나무 그늘이 만드는 여름날의 추억까지를 담아낸다. 「트리 오브 라이프」가 거의 종교적인 태도로 자연을 인간의 삶에 부려놓는다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모노노케 히메(もののけ姫)」(1997년)에서는 숲이 거대한 생명체처럼 존재하는 경이로운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일본의 야쿠시마 숲을 모티프로 했다고 알려진 사슴신의 숲 장면은 생명의 근원으로서의 숲을 경외심을 안고 보게 만드는데, 『어머니 나무를 찾아서』의 다음 대목을 연상시킨다.

 

 

일본 가고시마 현 류큐 열도 북부에 있는 야쿠 섬(屋久島)의 야쿠시마 국립 공원은 아열대림과 아한대림 숲으로 이루어져 있다.

 

 

“메리 토머스의 어머니와 매크릿 할머니는 메리에게 자작나무에게 감사를 표해야 하고, 필요한 이상은 갖고 가지 말아야 하고, 감사드리며 공물을 두라고 가르쳤다. 메리 토머스는 심지어 내가 어머니 나무 개념을 예기치 않게 발견하기 한참 전부터 자작나무를 어머니 나무들이라고 불렀다.” (『어머니 나무를 찾아서』 468쪽에서)

 

호프 자런의 『랩걸』을 재미있게 읽은 독자라면, 『어머니 나무를 찾아서』에서도 저자의 학문과 사생활이 마치 하나의 생명체처럼 성장해가는 과정에 감탄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성장이 순탄하게 상승 곡선만 그리지는 않았다. 책이 중반부에 접어드는 10장 ‘돌에다 색칠하기’에 이르면 기자와 대화하며 “기사에 쓰지는 마세요. 그냥 우리끼리 하는 말인데”라며 가볍게 건넨 농담이 기사화되고 문제가 생겼다. 수잔 시마드는 ‘미스 자작나무’라는 별명을 얻는데, 몇몇 사람이 사적인 자리에서 시마드를 부르는 말(bitch)을 재치 있게 대체한 단어가 자작나무(birch)이기 때문이었다. 논문에 대해서는 “우리는 숲속에서 나무만 쳐다보면서 그냥 춤만 추고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쓴 논문은 게재할 수 없다.”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기자가 멋대로 게재한 뒤 논란을 일으킨 발언 이후로는 여기저기서 적대적인 반응을 마주하고 있었다. 산림청을 떠나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흔한 살의 시마드는 대학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가정 생활은 때로 위기에 처했지만, 연구는 이제 착실하게 궤도에 올랐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 넬슨 근교 내륙 우림에 있는 어머니 나무. 수잔 시마드는 주중에는 밴쿠버 시내에서 지내며 대학 강의와 연구를 하고 주말에는 가족들이 살고 있는 넬슨까지 편도 9시간 거리를 운전해 갔다.(사진: Bill Heath)

 

 

“숲도 인터넷, 즉 월드 와이드 웹 같았다. 하지만 컴퓨터가 전선이나 전파로 연결되는 반면, 이 나무들은 균근균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숲은 오래된 나무들이 가장 큰 소통 허브를, 작은 나무들이 덜 분주한 노드를 구성하며 진균 연결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는 중심부와 위성들로 구성된 체계 같았다. 지난 1997년 내 논문이 《네이처》에 발표되었을 때 《네이처》는 내 논문을 “우드 와이드 웹”이라고 불렀는데, 상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선견지명이 있는 표현이었다. 당시 나는 자작나무와 미송이 단순한 균근 짜임을 통해 탄소를 주고받는다는 것밖에 몰랐다. 하지만 이 숲은 내게 더 완전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오래된 나무들은 허브, 어린 나무들은 노드였고 균근균은 복잡한 패턴을 이루며 나무들을 서로 연결하고 숲 전체의 재생을 촉진하고 있었다.”(『어머니 나무를 찾아서』 377쪽에서)

 

수잔 시마드의 『어머니 나무를 찾아서』는 대대로 숲에서 나무를 베는 일로 먹고산 집안에서 태어난 한 여성의 커리어가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 주는 동시에, 나무와 나무가 균근 짜임을 통해 어떻게 서로 연결되어 존재하는지 알려준다. 삼림 생태학자의 눈으로 본 숲은 여전히 신비롭지만 그와 동시에 놀라울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바타」의 장면 속으로 들어간 듯한 경이감은 물론이다.


이다혜

작가. 해가 갈수록 아침이 똑바로 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지만 큰 변화 없이 살고 있다. 지은 책으로 『총은 총을 부르고 꽃은 꽃을 부르고』(공저), 『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 (공저), 『조식을 먹으며 생각한 것들』, 『출근길의 주문』, 『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 등이 있으며, 《씨네 21》 기자로 일한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

『어머니 나무를 찾아서』

 

『희망의 책』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

 

『식물 대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