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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까지 외과 의사: 차트에 담지 못한 기록들 본문
차트에 담지 못한 기록들
그날까지 외과 의사
강구정 지음
삶과 죽음, 의술과 예술의 경계에서
반세기 가까이 치열하게 고민한
외과 의사 강구정의 에세이집
삶과 죽음의 길목을 지켜 온
한 외과 의사의 내밀한 기록
생사의 갈림길에서 매일 치열하게 고민한 한 의사가 있다. 자신을 ‘메스를 든 육체 노동자’라 자조하면서도, 뜻대로 수술이 마무리되었을 때의 기쁨이 천하를 얻는 것보다 크다고 고백하며 “나는 외과 의사다.”라고 자신의 정체성을 증명한 그는, 이제 인간의 몸을 깊이 이해하고 최신 의학을 익히며, 연구와 혁신을 거듭해 한국 간담췌 외과의 거목이 되었다.
『그날까지 외과 의사: 차트에 담지 못한 기록들』은 2003년 『나는 외과 의사다』로 민음사 ‘올해의 논픽션상’ 생활과 자연 부문을 수상하며 주목받았던 강구정 교수의 신작으로, 그가 간담췌 외과 의사로서 지난 30년간 매일같이 마주한 수술실과 연구실,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로 빚어낸 자전적 에세이다.
강구정 교수는 현재 대한민국 의학 한림원 정회원이자 계명 대학교 동산 병원 외과학 교실(간담췌 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간, 담, 췌장을 다루는 이 전문 분야에서 그는 간암, 췌장암, 간문부 담관암 같은 고난도 질환과 맞서며 수많은 생명을 구해 왔다. 1999년 미국 듀크 대학교 병원과 존스 홉킨스 병원에서 각각 간 수술과 췌십이지장 수술을 연수하며 세계적 수준의 수술 기법을 익혔고, 귀국 후에는 간 절제술과 췌십이지장 절제술의 안정화와 표준화에 힘쓰며 동산 병원 간담췌 외과의 기반을 닦았다. 이후 생체 간 이식과 뇌사자 간 이식을 안정적으로 시행하고, 복강경 수술과 로봇 수술 같은 최소 침습 기법을 적극 도입해 한국 간담췌 외과의 임상 수준을 한층 끌어올렸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17년에는 한국 간담췌 외과 학회 제14대 회장에 선출되었으며, 《헬스 조선》이 추천하는 간담췌 외과 명의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계명 대학교 동산 병원은 1994년 국내 다섯 번째로 뇌사자 간 이식 수술을 시작한 데 이어, 그의 주도 아래 2004년에는 생체 부분 간 이식, 2015년에는 혈액형 부적합 간 이식으로 고난도 수술의 영역을 넓혀 왔다. 그는 또한 간암 유전자의 분자 생물학적 분석 연구에도 매진해, 미국 국립 보건원(NIH)이 주관하는 ‘암 유전체 지도’ 국제 프로젝트에 한국 대표로 참여했다. 간 손상 기전에 관한 연구 결과도 꾸준히 국제 학술지에 발표하고 있다.
『그날까지 외과 의사』는 이렇게 치열했던 그의 삶을 담은 책이다. 듀크 대학교, 메이요 클리닉, 스탠퍼드 대학교 같은 세계 의학 최전선에서의 경험과 세계적 명의들과의 교류, 간 이식과 간암 연구에 몰두하며 환자들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하는 순간들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하지만 이 책의 더 큰 가치는, 그가 수술 도구 대신 펜을 들어 써 내려간 ‘차트에 담지 못한 이야기들’에 있다. 그가 기록한 생명과 시간, 사랑과 죽음, 그리고 인간다움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들은, 과학과 인문이 만나는 지점에서 의술이 어떻게 ‘치유의 예술’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한 외과 의사가 자신의 손과 마음으로 환자의 삶을 어떻게 어루만져 왔는지를 기록하고, 우리가 어떤 의료를 꿈꿔야 할지를 묻는 이 책은, 의료 종사자는 물론 오늘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필수 의료가 무너져 가는 시대,
왜 외과 의사여야 하는가?
오늘날 한국의 필수 의료는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OECD 기준 한국의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51명으로, OECD 평균인 3.6명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특히 외과, 응급의학과, 산부인과, 소아 청소년과 같은 필수 진료과는 저수가와 높은 법적 위험 부담으로 더욱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게다가 의대 입학 정원 확대 반대 시위로 2024년 초 전공의 및 인턴 수천 명이 집단 사직하며 응급실과 중환자실 운영이 위태로워졌고, 지방 병원은 이미 응급실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텅 빈 응급실과 꺼져 가는 수술실 불빛”은 이제 더 이상 비유가 아니다.
생명을 살리는 가장 기본적인 진료조차 지속 가능성을 위협받는 지금, 반세기 가까이 임상과 연구의 현장에서 몸소 겪은 이야기들을 통해 ‘치유란 무엇인가?’, ‘좋은 전문가란 어떤 사람인가?’, ‘과학과 예술은 어떻게 만나는가?’ 같은 본질적인 물음을 던지는 강구정 교수의 목소리는 단순한 회고가 아니라 절박한 경고이자 해결의 제안으로 다가온다. 무너져 가는 의료의 한복판에서, 그는 “마지막 소임을 다하고 그날까지 외과 의사로 살겠노라고” 묵묵히 말한다. 이 담담한 다짐은, 그가 끝까지 놓지 않으려는 치유와 책임의 윤리, 그리고 한 사람의 전문가가 세상에 남길 수 있는 가장 조용하고 단단한 흔적이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학생들이 돌아오면 그동안 밀린 인문학 강의로 마지막 소임을 다하고 전공의들이 돌아오면 교수들과 함께 이른 새벽에 이루어지는 전체 집담회에서 저들의 발표에 때로는 비판적, 때로는 격려성 논평을 해 주리라. 내게 배당되는 강의 시간에는 외과 의사로서 경험과 지식과 지혜를 들려주고 떠나리라. 정년으로 아름다운 마무리 후에도 심신이 허락한다면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그날까지 외과 의사로 머물고 싶다.
—본문에서
차례
머리말: 바뀐 것과 바뀌지 않은 것 7
1부 나를 찾아가는 여정
외과 의사 인생의 전환점 21
다시 찾아온 기회 31
간암 유전자를 찾아서 39
인생은 짧고 의술은 길다 51
명의보다 명(名)시스템의 시대 59
까칠한 의사, 인자한 의사 71
수술보다 어려운 싸움 79
청진기 하나로 얻은 행운 91
코로나 바이러스 전투의 최전선에서 101
격리된 외과의: 코로나와 함께한 15일 111
2부 메스 하나로 죽음에 맞서며
나눔으로 피어난 생명 133
간 이식이 바꾼 한 가정의 운명 141
생사를 가른 간 이식의 순간들 153
혈액형의 벽을 넘어 173
치열한 고민과 값진 기쁨 181
무엇을 희생할 것인가? 191
환자와 신사용 가방 199
그리고 평화한 나날이 207
설악산 산행과 간암 환자 치료 215
3부 치유를 향한 길, 의술과 예술
치유의 예술 231
거장의 지혜, 천재의 선율 239
외과 의사, 역량의 절정기는 언제일까? 247
세렌디피티 255
예정인가 우연인가? 263
의사와 전문가 정신 275
무너진 필수 의료 283
한국 의료의 도약과 도전 289
한국의 의료 황금닭을 더 키우려면 297
아름다운 마무리 309
맺음말: 그것이 인생이지 317
후주 320
저자 소개
강구정
경상북도 의성에서 태어나 경북 대학교 의과 대학을 졸업하고 계명 대학교 동산 병원에서 외과 전공의 과정을 수료했다. 육군 군의관으로 복무한 후 부산 성분도 병원 외과에서 근무했으며, 1994년 계명 대학교 동산 병원 외과 조교수가 되었다. 일본 교토 대학교 병원, 미국 듀크 대학교 병원에서 연수했고, 메이요 클리닉에서 간암 유전자를 연구했으며, 스탠퍼드 의과 대학 의료 인문학 교실에서 연수 및 교환 교수를 지냈다.
한국 간담췌 외과 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대한민국 의학 한림원 정회원으로 계명 대학교 동산 병원 외과학 교실(간·담·췌장 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나는 외과 의사다』, 『수술, 마지막 선택』이 있고, 옮긴 책으로 『메이요 평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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