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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살아 있어 줘서 고마운

Editor! 2010. 7. 14. 09:06
<기획회의> 275호에 실린 사이언스북스 한 편집자의 글, "달빛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면"을 5회에 걸쳐서 블로그에 올립니다. 문과 출신(!)으로 과학 편집자의 길을 걷게 된 한 편집자의 이야기, 재밌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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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처드 파인만을 만나다

  • 과학해서 행복합니다 

  • 살아 있어 줘서 고마운 

  • 달이 내려다본다

"과학해서 행복합니다"편에 이어서...

선배들 가슴 철렁하게 하는 “아 맞다!”라는 외침이나, 인쇄 감리 나갈 일을 한강변 드라이브와 혼동하고 설레는 마음은 어찌된 셈인지 첫 책을 낼 때보다 더 심해지고 있는 듯하다. 그래도 처음에는 멋모르고 냈던 책을 만들고 읽히는 데 드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점점 다가올수록, 그렇게 어렵게 탄생한 책들이 나로 인해 말 못할 사연이 아니라 아름답고 멋진 이야기를 간직하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더스트』는 나름 사연이 깃든 책이다. 점점 높이 쌓이는 검토서들의 최근 동향을 살피고자 아마존 사이트를 들락거리면서 연관 검색어를 넣어 보던 중이었다. 데이비드 보위의 노래 제목이기도 한 『문더스트』(사이언스북스, 2008년)가 걸렸다. 대중 음악 평론가이기도 한 저자가 아폴로 달 착륙 우주인들과의 인터뷰를 정리한 책이었다.

여섯 번의 달 착륙, 열두 명의 우주인, 그 가운데 생존한 아홉 사람을 만나러 미국 전역을 돌아다닌 저자 앤드루 스미스 자신부터가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장면을 기억하는 세대였다. 여섯 명 인터뷰도 힘들었는데 아홉 명이라니 좀 대단하다 싶고 존경스러웠다. 하지만 앤드루 스미스는 딸린 식구 없이 다녔으니 더 편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문더스트』에서 비틀스가 해체 전 애플 스튜디오 옥상에서 마지막으로 가진 공연이라든지 베트남 전 반대 시위와 같은 동시대의 사회와 문화 현상을 다루면서 아폴로 우주인들의 삶을 그 가운데 녹여 내고 있다. 스페이스록을 언급하면서 데이비드 보위나 브라이언 이노, 모비 등과 나누었다는 사사로운 대화를 슬쩍 흘리는 것은 덤이다. 하여 나는 그 자랑을 놓치지 않고 원서에도 없는 색인 항목을 만들어 넣어 주었다.

한국어판 표지를 준비하면서 나도 비슷하게 자랑할 거리가 생겼다. 표지화로 쓰인 그림, 「달 위를 걷는 것은 바로 이런 느낌」을 그린 우주 비행사 앨런 빈과 연락을 주고받은 것 말이다. 그런 역사 속 인물이 아직 살아 있다는 점도 내심 놀라웠지만 대번에 이메일로 답장이 와서 더 놀랐다. 시종일관 친절하고 협조적이었음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바야흐로 때는 이소연 씨가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 될 참이었고, 『문더스트』는 우주선의 발사 직전에서 귀환 때로 출간 일정을 바꾸면서 막판 작업 중이었다. 주말도 없이 전 세계에 메일을 보내고, 짬이 나면 옥상에 올라가 허리를 폈다. 그 때나 지금이나 밤하늘의 달은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마지막편 '달이 내려다본다'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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