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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심리 극장 (11) 처용에게 자식이 있었다면 본문

완결된 연재/(휴재) 한밤의 심리 극장

한밤의 심리 극장 (11) 처용에게 자식이 있었다면

Editor! 2014.05.12 09:46

진화심리학으로 드라마와 영화, 소설, 그림 등을 들여다봄으로써 인간 본성에 한 발짝 더 다가서려는 시도를 담은 <한밤의 심리 극장>, 많은 관심과 애정 부탁드립니다.


한밤의 심리극장

by 홍승효


한밤의 심리 극장 (0관) / 

한밤의 심리 극장 소년 (1관) 질투는 나이 들지 않는다 

한밤의 심리 극장 (2관) 구애의 정석 : 썸남, 썸녀를 만나다 

한밤의 심리 극장 (3관) 거울이 들려주는 무서운 이야기 

한밤의 심리 극장 (4관) 선하지만 '공감제로'인 그와 공존하는 법 

한밤의 심리 극장 (5관) 친절한(?) 악마, 사이코패스의 두얼굴 

한밤의 심리 극장 (6관) 프로메테우스가 인류에게 가져다 준 것은?

한밤의 심리 극장 (7관) 죽음을 부르는 치명적인 입맛 

한밤의 심리 극장 (8관) 열 손가락 깨물어 덜 아픈 손가락 

한밤의 심리 극장 (9관) 끝나지 않은 잔혹 동화 

한밤의 심리 극장 (10관) 나는 냄새난다. 고로 존재한다. 편에 이어



11 처용에게 자식이 있었다면?

-- 일처다부제에 관한 발칙하고 진지한 상상아내가 결혼했다

 

제인(가명)은 젊고 아름다웠다. 일정한 직업 없이 나레이터 모델, 웨이트리스 등 파트타임 잡을 전전하며 살아가지만 뛰어난 외모와 발랄한 성격 탓에 주위에는 남자가 끊이지 않는다. 시작은 스티브(가명)였다. 아니, 알렉스(가명)였나? 어쨌든 제인은 추파를 던지는 뭇 남성들 중 한 명을 골라잡고 두 사람은 이내 불꽃 튀는 사랑에 빠진다. 둘의 사랑이 한껏 무르익었을 때 또 다른 남자가 등장한다. 제인은 갈등한다. 짧은 금발에 건장한 체격, 전형적인 스포츠맨 타입의 스티브와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 프렌치 감성의 로맨티스트인 알렉스는 둘 다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어느 한 쪽을 선택하는 일이 불가능하게 생각될 정도다. 근데 이 훈남들, 마음씨도 너그럽다. 딜레마에 빠진 제인이 괴로움에 홀로 술잔을 홀짝이고 있을 즈음, 두 사람은 서로 만나 신사협정을 맺는다. 사랑하는 제인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그렇다고 선뜻 제인을 포기하는 것도 쉽지 않기에 두 사람은 사이좋게 제인을 공유하기로 결정한다. 이윽고 세 사람의 색다른 동거 생활이 시작되고 행복이 절정에 달했을 무렵, 제인은 임신한다. 도대체 아이의 아버지는 누굴까? 임신한 후에도 이 아름다운 공동체가 지속될 수 있을까? 철없는 10대 시절, 이미 한 번 낙태를 경험한 적이 있는 제인은 두 번 다시 그런 끔찍한 일은 저지르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아이를 지키기로 결정한 제인은 두 남자에게 자신의 임신 소식을 전하는데......

(오래전 TV에서 본 어느 이름 모를 영화에서......)

 

 

직장에 다니던 시절, 어찌된 일인지 사내에 (잠시) 진화심리학 바람이 불었다. 월요일 아침 회의 전, 지난주에 읽은 책들에 대해 얘기할 때 (놀랍게도) 진화심리학 대중서들이 몇 권 등장했다. 나름 유행에 민감한 이사님이 말씀하셨다. 일부일처제는 인간의 본성에 맞지 않대. 여러 가지 증거를 봐도 인간은 일부다처의 동물이야. 남자는 바람둥이 유전자를 갖고 있고 여자는 일편단심 유전자를 타고나지. 그래서 남자는 늑대요, 믿으면 안 된다는 거야. , 물론 나는 빼고 말이야.

또 어느 날 회식자리에서였다. 동석한 협력업체의 부장님께서 술이 한 잔 들어가자 지나간 과거를 술술 털어놓기 시작한다. 나도 한때 참 잘 나갔어. 남자들 알잖아. 나는 또 정력이 넘쳤거든. 진화심리학을 전공했다니 잘 알겠네.... 다다다.... 그러다 마누라한테 걸려서 싹싹 빌고. 그런데 이렇게 나이 들고 보니 그저 한 사람하고의 주기적이고 안정된 관계(?)가 제일 좋은 것 같아. 그 때 마누라 붙잡길 잘했어. 마누라도 뭐, 나한테 붙잡히길 잘했지.

 

진화심리학이 나름 대중화된 것은 전공자로서 반가운 일이지만 가끔은 위 상황들처럼 바로잡기 힘든 다소 난감한 오해들과 마주치게 된다. 긍정도, 부정도 하기 힘든 이런 상황에서 대개 나는 그저 왜 사냐 건 웃을 뿐. 남녀의 연애 심리에 진화적으로 접근한 연구들이 소개되면서 연애 상대를 찾을 때, 남자는 질보다는 양을, 여자는 양보다는 질을 추구한다는 도식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았고, 그것을 남자의 바람기나 일부다처제를 정당화하는 논거로 사용하는 남자들도 더러 있다. 이런 분들에게 안쓰러운 마음을 한껏 담아 권해드리고 싶은 책이 있으니 바로 몇 년 전 손예진 주연으로 영화화된 박현욱의 '아내가 결혼했다'이다.

아내가 결혼했다.’ 제목이 참 도발적이다. 그리고 내용 역시 그에 못지않게 도발적이다. 두 남자와 한 여자. 그래, 있을 수 있는 조합이다. 도입부에 소개한 영화도 그런 내용이었다. 그런데 연애가 아니다. 엄연한 결혼이다. 아직 가부장제의 잔재가 시퍼렇게 두 눈을 뜨고 있는 대한민국 땅 한복판에서 어느 간 큰 여자가 당당히 두 집 살림을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나는 원래 그런 여자야를 전제로 시작된 그녀의 논리는 수많은 역사적, 문화적, 진화적 사실들을 오가며 남편을 설득하기에 이른다. 그 결과, 손예진(주인공 인아)은 많은 (특히 남자인) 사람들한테서 무개념녀로 욕을 먹으며 미움을 받았다. 사실, 작품 속의 남, 녀를 바꿔놓고 생각해도 손예진 캐릭터는 미움을 받을 만하다. 배우자의 바람기란 어떠한 논리적 정당성이 존재하든지 간에 감내하기 힘든 것이다. 아무리 성인군자라 할지라도 배우자의 바람기를 참아낼 사람이 몇이나 될까. 어쨌든 그녀의 존재는 남, 녀의 사랑에 대한 사회적인 통념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최소한 여자가 일편단심 유전자를 타고난다는 오해는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앞서 2썸남, 썸녀를 만나다에서 다룬 적이 있지만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도 여러 가지 이유로 다수의 짝을 탐색한다. 그리고 이러한 짝 탐색은 종종 결혼 후에도 지속된다. 배우자의 부정으로 인해 생기는 문제점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주요한 문제 중 하나가 바로 부성불확실성의 문제다. 직접 아이를 낳는 여성들과 달리 남성들은 아이의 부성을 확신하기 힘들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태어나는 아이의 30%배우자가 아닌 다른 남자의 아이라고 보고 있으며, 그래서 가정 분란을 막기 위해 신생아의 혈액 검사 결과를 병원에서 알려주는 것을 금지한다고 한다. 얼마 전 중국에서도 한 유전자 검사 기관에 친자 검사를 의뢰한 사례들 중 20%가 친자가 아닌 것으로 밝혀져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특히 인간 여성은 따로 발정기가 존재하는 대부분의 영장류들과는 달리 상시 성적으로 수용이 가능한 상태이며, 배란시기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로 인해 인간은 아이를 갖기 위해 빈번히 지속적으로 성교를 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 임신의 불확실성은 남, 녀 모두에게 새로운 고민거리와 스트레스를 던져줬음에 틀림없다. 특히 남성들은 태어날 아이의 부성을 확신하기 위해, 발정기가 있는 이웃 영장류 수컷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배우자를 마크해야할 필요가 생겼다. 여성들 역시, 임신 여부를 예측하고 통제하기 힘들다는 문제에 봉착했다. 그렇다면, 인간에서 왜 배란은폐가 진화했을까?

배란 은폐의 진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가설이 존재한다. 그 중 하나가 아빠는 집에(daddy-at-home)’ 이론이다. 캘리포니아대학교 교수인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여자가 배란을 은폐함으로써 남자들이 부성을 확신하기 위하여 여자 옆에 머물면서 자식들을 함께 부양하게끔 유도했다고 주장한다. 두 번째 가설은 인류학자 낸시 벌리가 제시한 이론이다. 이 주장은 인간의 대뇌화와 관련이 있다. 인간은 다른 포유류에 비해 머리가 큰 반면, 골반이 좁아서 출산은 그 자체로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위험한 사건이다. 섹스와 임신, 고통스런 출산의 상관관계를 깨달은 여성들은 죽음과 고통을 피하기 위해 섹스나 임신을 회피하는 방향으로 행동했을 수 있다. 이때 배란기를 감지한 여성들은 배란기를 모르는 여성들 보다 더 효과적으로 임신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시간이 흐른 후, 살아남은 후손들은 배란기를 몰랐던 여성의 자손들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세 번째 가설은 영장류 동물학자 세라 블래퍼 허디(Sarah Blaffer Hrdy)다수의 아버지(many fathers)’ 이론이다. 그녀는 수컷에 의해 자행되는 영아·유아 살해가 여성에서 배란은폐를 유도했다고 주장한다. 침팬지를 비롯한 여러 영장류 종들에서는 외부에서 들어온 수컷들이 집단에 대한 지배권을 새로이 확보하게 되면 기존 수컷들의 자식들을 모두 죽인다. 허디는 인간 여성들이 배란을 은폐하여 부성에 혼란을 가져옴으로써 새로 태어난 아기들을 보호할 수 있었다고 얘기한다. 남성들은 자기 자식일지도 모르는 아이를 해칠 수 없을 것이며, 때에 따라 물질적인 원조를 해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네 번째로 인류학자이자 진화심리학의 개척자 중 한 사람인 도널드 시먼스(Donald Symons)는 배란은폐가 여성의 외도를 도와준다고 주장한다. 여성은 배란은폐를 이용해 남성을 경계시키지 않고도 더 우월한 남성과 은밀히 짝짓기를 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겉보기에는 일부일처제를 유지하면서도 좋은 유전자와 자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외에도 배란 은폐를 진화적으로 설명하는 가설들은 다수 존재한다. 그러나 이중 과학적으로 명확히 입증된 이론은 아직 없다.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의 한 장면>

덕훈은 인아가 아이를 낳은 뒤, 아이의 부성에 집착하게 된다.

 

부성 확인의 문제가 가진 무게 때문에 나는 '아내가 결혼했다'에서도 여주인공의 임신이 이들의 관계에 엄청난 파란을 불러올 것이라 예상했다. 어느 정도, 내 예상은 맞아떨어지긴 했지만 애초에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들의 특별한 공동체는 인아의 임신으로 인해 더욱 공고해지는 계기를 맞았다. 아내의 결혼에 대응해 다른 여성과 맞바람을 피우던 남자 주인공(덕훈)은 관계를 정리하고 가정으로 돌아왔다. 부성에 대한 의심이 없지는 않았지만 의혹의 확인은 출산 뒤로 미룬 채 나름 정성껏 아내를 보살폈다. 출산 이후에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이를 중심으로 세 사람은 서로 협조하며 자연스럽게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두 번째 남편(재경)은 직장까지 그만두고 그녀를 보살폈고 아이의 양육을 도왔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덕훈의 집을 드나들기 시작했다. 직장에 다녀야만 하는 덕훈은 어쩔 수 없이 그의 왕래를 허락했다. 심지어 아내가 친정을 방문하러 미국에 가 있는 동안, 홀로 남겨진 두 남편들은 심심한 회합을 여러 차례 가지기도 했다. 폐렴으로 아이를 잃을지도 모르는 위기를 겪고 난 후 마침내 덕훈은 지원(아이)에게 그놈 같은 삼촌 비슷한 존재가 있다는 것이 크게 나쁜 일만은 아닐지도 모른다며 다른 남편의 존재를 어느 정도 받아들이게 된다.

사실 이 부분에서 영화와 소설은 서로 다른 노선을 택한다. 영화에서 남자 주인공은 부성에 집착한 나머지 유전자 검사를 통해 아이의 친자를 확인한 후, 상대방 집안의 돌잔치에서 그 사실을 밝혀 경쟁자를 축출하려고 시도한다. 반면 소설에서 그는 아내와 약속한 일이라고는 하지만 끝까지 친자검사를 하지 않는다. 대신 나날이 성장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부성을 확인하려 든다. 돌잔치 날 이중 결혼 사실을 까발려 재경을 떨궈내겠다는 계획도 상상만 할뿐 실제로 실행에 옮기지 않는다. 오히려 아내에게 설득당해 세 사람이 보다 거리낌 없이 생활할 수 있는 외국으로 떠날 결심까지 한다. 그렇다고 재경의 존재를 완전히 인정하지는 않았다. 그는 당장이라도 상대를 자신들의 결합에서 내쫓고 싶지만 아내를 지키면서도 그를 몰아낼 수 있는 적당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용인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덕훈의 행동이 바보같고 답답하며, 비현실적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세상의 어떤 남자가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싶고 작가가 이야기를 끌고 가기 위해 너무 무리수를 둔다는 생각도 든다. 한편으로는 아이가 자신을 닮았다는 남자주인공의 확신이 김동인의 발가락이 닮았다의 주인공 M의 주장처럼 조금은 서글픈 억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M과 달리 그에게는 자신이 친부일 가능성이 실재한다. 게다가 그는 아직 아이 엄마에게 매력을 느끼고 있으며, 그녀를 대체할 새로운 짝을 찾는 일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불만스러우나마 재경의 존재를 인정하고, (자기 자식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되는) 아이의 양육에 도움을 얻으면서 멀지 않은 미래에 경쟁자를 물리칠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하는 일은 겉으로 느껴지는 것처럼 그렇게 바보같고 답답하며 불쌍한 행위는 아닐지도 모른다. 사랑에 빠진 바보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그는 아내도 아이도 잃지 않기 위해 나름 계산기를 두드려가며 신중하게 행동하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이혼이란 카드는 시간이 조금 더 지난 후에도 여전히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최후의 선택안으로 남겨놓은 채 말이다.

물론 이 모든 소동의 배후에는 그 여자 인아가 있다. 그녀는 두 남편과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무진 애를 쓴다. 솔직히 그녀야말로 환상의 캐릭터다. 기막힌 미인은 아니라지만 정감가는 외모에 뛰어난 섹스 스킬, 똑똑하고 능력있으며 사교성도 좋다. 요리면 요리, 청소면 청소 못하는 게 없으며 시댁 식구들과도 나긋나긋 잘 어울린다. 남자들의 기를 세워줄 줄도 알고 대화도 잘 통한다. 과연 남편을 둘 둘만하다.

그녀가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그녀는 다수의 아버지들에게서 아이를 키우는데 필요한 지원을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큰 고민거리였던 사회적 시선과 문화적인 장애도 뉴질랜드로 떠나는 것으로 어느 정도 해결을 보았다. 물론 그녀의 이야기는 실제로 있기 힘든, 매우 드문 경우다. 그래서 영화감독은 현실성을 부여하기 위해 주인공 인아를 손예진 같은 빼어난 미인으로 바꾸고 덕훈이 친자검사를 강행하여 재경의 뒷통수를 친 뒤 도망간 손예진을 되찾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와 다시 손을 잡는 것으로 줄거리를 변경한 것 같다. 어찌되었든 나름 갈등은 봉합되고 세 사람은 잠시 동안이나마 새로운 관계에 안착한다.

그러면 도입부에서 얘기했던 영화의 결말은 어떻게 되었을까? 이 영화는 보다 단순한 해결책을 택한다. 제인은 쌍둥이를 낳는다. 스티브를 닮은 금발과 알렉스를 닮은 흑발의 남자 쌍둥이를! 명확히 언급되지는 않지만 영화 속에는 이들이 각기 스티브와 알렉스를 아버지로 둔 이란성 쌍둥이일 것이란 암시가 가득하다. 영화는 양팔로 스티브, 알렉스와 팔짱을 낀 제인이 쌍둥이 유모차를 밀고 대형 쇼핑몰의 회전문을 발걸음도 경쾌하게 빠져 나오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제인처럼 아빠가 다른 쌍둥이를 가진 경우를 이부동시복 임신(heteropaternal superfecundation)이라고 한다. 이란성 쌍둥이는 여성이 배란기에 두 개의 난자를 배출했을 때 생긴다. 이 때 엄마가 두 명 이상의 남자와 짧은 간격으로 관계를 가질 경우 확률은 낮지만 이부동시복 임신이 될 수 있다. 그리스 신화의 영웅 헤라클레스도 제우스와 바람을 핀 엄마에게서 이부동시복 임신을 통해 태어났다고 알려져있다. 이부동시복 임신은 인간에서는 드물지만 동물들에서는 흔히 나타난다고 한다(참조. 이부동시복 임신을 보도한 기사 : http://nownews.seoul.co.kr/news/newsView.php?id=20110420601007 ).

 

<헤라클레스와 히드라, 안토니오 델 폴라이우올로 작, 15세기 후반, 유화, 우피치 미술관 소장>

제우스의 아들 헤라클레스는 어머니 알크메네에게서 쌍둥이 형 이피클레스와 이부동시복 임신으로 태어났다.


두 남자와 한 여자, 그리고 임신. 어쩌면 꽤나 심각할 수도 있는 상황을 위 영화와 소설은 모두 나름 유쾌한 방식으로 풀어나갔다. 그러나 현실에서 만약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아마 당사자들은 핵폭탄급의 강렬한 충격과 고민에서 쉽게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다. 특히나 아내의 부정으로 낳은 자식을 자기 자식으로 키워야할지도 모르는 남성의 입장에서는 그 고민의 무게가 더 클지도 모른다. 그래서 남자들은 부성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하여 여성의 숨겨진 배란기를 추적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들을 진화시켰을 수 있다. 2011년에 방송된 EBS 다큐프라임 남과 여 프로그램에서는 제작진이 연세대 심리학과 김민식 교수팀과 배란기 여성의 무의식적 변화와 관련된 실험을 진행했다. 그들은 여성 지원자 6명에게 배란기일 때와 아닐 때 각각 평소대로 걸어보게 한 후, 두 영상을 실루엣 형태로 만들어 20~30대 남성 34명에게 보여주고 더 매력적인 쪽을 선택하게 했다. 놀랍게도 남성의 76%가 배란기인 여성들의 걸음걸이를 더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어쩌면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은 여성들이 무의식 중에 자신들이 배란 중임을 광고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진화심리학자인 마티 헤이즐튼(Martie Haselton)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여성은 번식력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즉, 배란 시기에 자신을 더 매력적으로 보이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지금은 의학의 발전으로 배란기를 알아내는 방법들이 많이 개발되었다. 생리 주기를 이용하여 배란기를 계산해낼 수도 있고 체온계나 배란측정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 나아가 배란 은폐로 인한 부성 확인의 문제는 친자 검사를 통해 쉽사리 해결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임신과 출산, 부성을 둘러싼 문제들이 모두 다 사라지지는 않았다. '아내가 결혼했다' 영화판에서 재경이 지원이 자신의 아이가 아님을 안 뒤에도 인아를 찾아 떠났듯이, 소설판에서 덕훈이 차마 친자 확인 검사를 실행하지 못했듯이 단순히 진상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처리할 수 없는 문제들도 존재한다. 사랑도 아마 그 중 하나일 것이다. 일부일처제가 인간의 본성에 맞지 않다고 하지만 다른 의미에서 폴리가미(일부일처제의 반대 의미) 역시 인간의 본성에 걸맞다고는 할 수 없다. 본성이란 원래 이질적이고 모순적인 속성들의 집합체가 아니던가. , 녀의 바람기가 본능적인 것이라면 독점욕과 질투심 역시 본능적인 것이다. 조금 뜬금없는 얘기지만 나는 '아내가 결혼했다'를 읽으며 처용이 역신을 물리친 후 아내가 임신을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면 어땠을까 상상해보았다. 자신의 아내를 범한 역신을 가무로 점잖게 쫓아냈던 처용이 아내의 임신이라는 문제를 접하고는 어떻게 행동했을까? 역시 한발 물러나 처연한 시구와 춤으로써 자신의 고뇌를 예술로 승화시켰을까? 아니면 태아의 친자를 감별하는 검사를 받자고 아내를 닥달하여 병원으로 데려갔을까? 어느 쪽이든 처용답지 못할 까닭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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