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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기원』 이상희+윤신영 편] ② 새로운 구성, 새로운 시각, 새로운 교과서 본문

(연재) 과학+책+수다

[『인류의 기원』 이상희+윤신영 편] ② 새로운 구성, 새로운 시각, 새로운 교과서

Editor! 2015.10.07 15:04

과학+책+수다 세 번째 이야기

『인류의 기원』  이상희+윤신영 편

책 속에는 들어 있지 않지만 알고 나면 책이 더 재밌어지는 이야기! 한 권의 책을 놓고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모여 수다를 떱니다! 

이번에 ‘과학+책+수다’에 오른 책은 바로 얼마 전 출간이 된 따끈따끈한 신간 『인류의 기원』입니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인류학과에 재직하고 계신 이상희 교수님께서 책 출간을 기념하여 아주 잠깐 한국을 방문하셨는데요, 이 기회를 놓칠 수가 없죠. 그리하여 책을 만드는 내내 메일로만 대화를 주고받던 두 분의 저자, 이상희 교수님과 《과학동아》 윤신영 편집장님, 그리고 담당 편집자가 한자리에 모여 수다를 풀기로 했습니다. 





② 새로운 구성, 새로운 시각, 새로운 교과서


편집자: 앞서 잠깐 얘기가 나왔는데 『인류의 기원』이  2년 여간 연재가 됐잖아요. 그 기간으로만 봐도 우리 잡지로서는 드문 일이 아닐까 싶은데요. 《과학동아》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게 아닐까요? 

《과학동아》는 과학 콘텐츠를 다루는 한국 잡지로서는 유일무이한 위치에 있잖아요. 어떤 다른 과학 잡지가 나와서 《과학동아》를 대체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오랜 세월 뚝심 있게 정통 과학 기사들을 일반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2년이라는 기간 동안 고인류학 얘기를 연재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과학동아》의 뚝심과 담당 기자의 애정이 뒷받침되었다고나 할까요? (웃음) 

이상희: (웃음) 맞아요.

윤신영: 제가 처음 과학 기자가 될 때 제일 궁금했던 게 ‘인류의 기원’ 쪽이었어요. 뭘 알아서 그랬던 건 아니고요. 관련해서 언급되는 책들이 좀 있잖아요. 『총균쇠』만 보더라도 현생 인류의 이주에 대한 얘기가 나오죠. 그런 얘기들을 읽으면 너무 가슴 벅찬 거예요. 

사실 처음 기자가 되려 했을 땐 사회부 기자가 하고 싶었거든요. 실제로 일간지에 합격도 했었고요. 그때만 해도 과학 기자는 순위 밑에 있었죠.

편집자: 으음, 윤 기자님의 흑역사가 나오는 건가요? (웃음) 

윤신영: (웃음) 처음에 시작은 그랬어요. 그러다 결국 동아사이언스를 택하며 과학 기자가 됐는데 그때 자기 합리화를 시켰던 게 ‘그래, 과학 기자가 되면 내가 궁금해 하던 인류 진화도 공부해 볼 수 있지 않겠냐.’였었죠. 

그런데 진짜 관심이 있어서 그런지 계속하게 되더라고요. 초창기에 어린이 팀에 한 3년 있었을 때에도 영장류의 진화를 특집으로 다뤘고《과학동아》에 와서 처음으로 만든 특집도 인류 진화였어요. 그때 이상희 교수님께 연락을 했었고요. 책에도 썼지만 『인류의 기원』 연재할 당시 제 기사보다 더 애정을 갖고 글을 대했어요. 너무 좋아서 퇴근도 안 하고 남아서 이렇게도 써 보고 저렇게도 써 보고 여러 버전을 교수님께 보내고는 다시 피드백을 받아서 쓰고 하는 과정이 전혀 시간이 아깝지 않을 정도 즐거웠어요. 

편집자: 그러면 《과학동아》 팀에 와서 처음으로 기획하신 특집에서 이상희 교수님과 연락이 닿았던 거예요? 

윤신영: 그렇죠. 첫 특집이었죠. 네안데르탈인 특집.

편집자: 그것 또한 굉장히 의미 있는데요?

이상희: 저도 그건 몰랐네요. 어, 갑자기 눈물 나는데요. 감동의 순간이네요.


편집자: 과학자들이 글 쓸 시간이 없다는 얘기를 앞서도 잠깐 했는데 매달 이 분량의 글을 쓴다는 게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도 하시는 이상희 교수님께는 굉장히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2년 넘게 연재하면서 어떠셨어요?

이상희: 그 또한 제게는 감사한 기회였어요. 머리말에도 썼지만 저는 주입식 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잖아요. 강의 시간에 ‘이건 너희들한테만 알려 주는 거야.’ 하면서 교수님들이 조금씩, 조금씩 내주는 지식들을 쫙 빨아들이면서 배워 나갔죠. 그런데 지금 학생들은 그렇지가 않은 거예요. 많은 동료 교수들이 한탄하기도 해요. ‘요즘 학생들이 말을 못 알아듣는다. 가르쳐도 모른다.’ 그런데 어느 순간 ‘우리 때도 그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깨우쳐서 공부 잘하는 애들이 있는가 하면 교실의 절반 이상, 6~70퍼센트는 ‘저게 무슨 소리지, 지금?’ 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제가 배웠던 방식이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먹히는 방식은 아니었던 거죠.

『인류의 기원』을 쓰면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그리고 정말로 제 강의를 다 뜯어고쳤어요. 예전에는 정보가 비쌌죠. 정보를 손에 쥐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교수가 될 수 있었고 그 정보를 전달하는 행위 자체가 의미가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정보가 널려 있어요. 정보는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찾아볼 수 있어요. 제가 해야 하는 역할은 정보를 찾아보고 싶어지게 만드는 거예요. 

얼마 전에 남아프리카에서 ‘호모 날레디(Homo naledi)’라는 새로운 인류 화석이 나왔다고 떠들썩했잖아요. ‘호모 날레디? 그게 뭐 어쨌다고? 뼈 쪼가리 그게 뭐 어쨌다고?’가 아니라 ‘새로운 인류라고? 왜 새로운 인류지? 뭐가 새롭지?’ 하며 호기심을 갖고 좀 더 찾아볼 수 있게끔 불길을 당기는 게 제가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 거예요.

편집자: 호기심의 불길을 당기는 역할, 무척 좋은 표현이네요. 

이상희: 솔직히 연재가 2년쯤 되니까 좀 지겨워지죠. (웃음)

윤신영: 드디어 속마음이 나오나요? (웃음)

이상희: (웃음) 지겹다기보다도 그런 거예요. 이야깃거리가 떨어져 가는 거죠. 막 쥐어짜야 되고. (웃음) 

윤 기자님께 원고를 보내면 정말 정성스레 고쳐서 돌려보내 주세요. ‘이건 이런 말씀이신가요? 이런 뜻일까요? 이렇게 고쳐 보면 어떨까요?’ 이런 코멘트를 하나하나 달고 수정안도 두세 개 만들어서 보내고요. 그러면 저는 ‘아, 이 얘기를 이런 식으로 할 수도 있구나.’ 하고 깨달아요. 서술 방식도 태초에 누가 있었고, 그 다음에 누가 있었고 이런 식으로 보통 역사를 얘기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화두들을 고민해서 꼽은 다음 그걸 가지고 얘기를 해 나가는 거죠. 저는 사실 2년 동안 트레이닝을 받은 셈이에요.

트레이닝을 받으면서 제 강의인 인류학 개론 자체를 다시 구상했어요. 강의 호응도도 훨씬 더 좋아졌죠. 그리고 아마 아까 제 웹페이지를 보고 윤 기자님께서 느끼셨던 것처럼 학생들도 약간 저를 무섭게 생각했나 봐요. 강의를 듣고 나서는 ‘생각보다는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는 평이 올라오곤 하고요. (웃음)

윤신영: (웃음) 무서운 분이셨군요. 



이상희: 그리고 뜬금없이 학생들이 이메일을 보내오는 일들이 늘었어요. 고인류 관련 기사가 뜨면 링크를 저한테 보내 주죠. “선생님, 이런 게 나왔어요.” 물론 저야 다 알고 있죠. (웃음) 그런 반응들을 보면서 제가 성공했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제가 원했던 그 의도가 달성된 거지요. 시험에서 얼마나 정답을 맞혔냐보다 고인류학에 보다 흥미를 느끼고 관심을 갖도록 만드는 것 말이에요. 

『인류의 기원』 연재를 하는 동안 전문가가 아닌 보통 사람(개론 수업 듣는 학생들은 보통 사람이잖아요.)들이 궁금해 하는 질문에 그들이 알아들을 수 있게 답할 수 있는 훈련을 했어요. 굉장히 좋은 전문가 훈련 과정이었다고 생각해요. 

편집자: 구성 얘기를 방금 해 주셨는데요, 윤 기자님께서도 맺음말에서 밝혀 주셨지만 연대기식 구성을 탈피해 보고 싶었다는 그 얘기도 저는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가장 흔하게 역사를 서술하는 방식이 과거에서 시작해서 시간을 거슬러 올라오며 몇 년도에 무슨 일이 있었고 그 이후에 무슨 일이 있었고 하는 거잖아요. 이런 방식은 머릿속에 큰 그림을 그릴 수는 있지만 흥미는 좀 떨어지는 것 같아요. 

이상희: 눈 돌아가죠? (웃음)

편집자: (웃음) 네. 봄에도 집합 공부, 여름에도 집합 공부하다 1학년 1학기가 다 가듯이 구석기만 공부하다 끝나는 거예요. 현대까지는 오지도 못해요. 오히려 현대에 가까이 올수록 재미있는 게 많은데 말이에요. 

이상희: 맞아요. 

편집자: 그런데 이 책은 시대 순이 아니라 흥미로울 만한 것들(물론 중요한 것들이기도 하고요.)을 쫙쫙쫙 뽑아서 보여 주니까 구석기만 보다 정작 재미있는 건 못 보고 끝날 일은 없는 거예요. 제가 「닥터 후」라는 외국 드라마를 참 좋아하는데 그 주인공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가는데 그게 매 회 난데없는 곳으로 가잖아요. 어제는 빅토리아 시대로 갔다가 오늘은 중세로 갔다가. 이런 구성 자체가 아이들한테는 재미있게 느껴질 것 같더라고요. 아이들은 사실은 질서정연한 존재가 아니잖아요. 

이상희: 그렇죠, 아니죠. 

편집자: 어느 순간 생각이 이리로 팍 튀었다가 다음 순간에는 또 저리로 팍 튀는 아이들의 구미에는 저런 구성이 딱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와 비슷하게 이 책의 구성도 좋았고요.

윤신영: 정말 고민 많이 했던 거고, 저도 이 분야를 굉장히 좋아하고 관심이 많았으니까 연재를 시작하면서 사실 딱 떠오르는 게 그거였어요. 나와 있는 책이나 문헌 대부분이 연대기식 구성을 띠고 있잖아요. 그래서 제일 먼저 그건 버렸어요. 제가 하고 싶었던 게 최대한 친숙하게 일상에서 출발해서 주제별로 하나씩 묶는 거였어요. 연재 기획안은 일단 몇 개를 올려야 하니까 세 개 중에서 하나는 연대기식 구성을 넣고, 나머지 하나는 여러 명이 돌아가며 쓰는 걸 넣고, 그리고 제일 하고 싶은 거 넣고 그랬었죠. 

이 구성이 통과가 되고 나서는 이상희 교수님과 한 10개 정도 처음에 주제를 뽑았어요. 교수님께서도 제 의도를 잘 이해하셔서 딱 제가 원하는 주제들로 골라 주셨어요. (웃음) 그렇게 처음에는 상의해서 주제를 고르고 연재 순서를 정하고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미리 주제를 안 받았어요. 교수님께 맡겨 드렸죠. 



윤신영: 다음번 주제로 뭘 하고 싶으시냐고 물어보면 교수님께서 예를 들어, ‘피부에 대한 것’을 하고 싶다 하시면서 예를 들어 주시죠. 그러면 저도 대충 어떤 내용이 나올지 아는 거예요, 이제. 그리고 ‘피부’ 편은 신기했던 게 교수님께서 그 주제를 다루고 싶다고 하셨을 때 국내에 니나 자블론스키 교수의 『스킨』이 막 번역이 되어 나왔거든요. 

편집자: 오, 교수님 촉이 대단하신 거 아니에요? (웃음)

이상희: (웃음) 때마침 국내에 출간이 되었더라고요. 

편집자: 그리고 두 분이 정말 호흡이 잘 맞는 것 같아요. 

윤신영: 네, 정말로 잘 맞았어요. 착착 맞아 가니까 뭐 걱정할 게 없더라고요. 반응도 좋았고요. 




* 언급된 책 자세히 보기..

『인류의 기원』 [도서정보]


"『인류의 기원』 이상희+윤신영 편"은 다음과 같은 목차로 진행됩니다.

① 인류의 역사를 새로 쓴 ‘환상의 콤비’를 만나다! [바로가기]

② 새로운 구성, 새로운 시각, 새로운 교과서

③ 인류학자와 과학 기자, 두 전문가의 만남!

④ 과학+책+수다에서 못다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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