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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과학+책+수다

[『인류의 기원』 이상희+윤신영 편] ③ 인류학자와 과학 기자

Editor! 2015.10.13 15:04

과학+책+수다 세 번째 이야기

『인류의 기원』  이상희+윤신영 편

책 속에는 들어 있지 않지만 알고 나면 책이 더 재밌어지는 이야기! 한 권의 책을 놓고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모여 수다를 떱니다! 

이번에 ‘과학+책+수다’에 오른 책은 바로 얼마 전 출간이 된 따끈따끈한 신간 『인류의 기원』입니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인류학과에 재직하고 계신 이상희 교수님께서 책 출간을 기념하여 아주 잠깐 한국을 방문하셨는데요, 이 기회를 놓칠 수가 없죠. 그리하여 책을 만드는 내내 메일로만 대화를 주고받던 두 분의 저자, 이상희 교수님과 《과학동아》 윤신영 편집장님, 그리고 담당 편집자가 한자리에 모여 수다를 풀기로 했습니다. 






③ 인류학자와 과학 기자, 두 전문가의 만남!


윤신영: 연재 후반부로 가면서는 교수님께서는 소재가 떨어졌다고 말씀하셨는데 오히려 깊이 있는 얘기들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이상희: 그렇지요, 오히려. 

윤신영: 논란이 되고 있는 내용들인데 저는 그것도 되게 좋았어요. 후반부에 가서 오히려 데니소바나 아시아 기원설 등등 한창 논쟁이 되고 있는 부분들이 등장하니까 전반부에서 일상에서 출발한 얘기들이 나오다가 뒤로 가면서 심화가 되어서, 전체적으로 봤을 때 구성이 좋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편집자: 저도 처음에 원고를 받아들고 편집을 할 때에는 글자 한 자 한 자 보기에 바빠서 큰 그림을 못 보다가 작업 후반부로 가면서는 표지에 넣을 글도 쓰고 보도 자료도 쓰면서 전체적으로 원고들을 바라보게 되잖아요. 그러면서 뒤로 갈수록 기원에 대한 문제라든가 최근 ‘호모 날레디’도 터졌지만 인류의 기원과 관련한 논쟁점들이 풍부하게 다뤄지면서 ‘아, 결국 앞에서 했던 이야기들이 결국에는 우리의 기원, 우리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 온 무엇인가를 찾아가는 여행, 과정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에게 익숙한 일상에서 찾은 조각들로 시작해서 하나하나 퍼즐을 맞춘 다음 마지막에 그림이 완성되어 가면서 큰 이야기를 던져 준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사실 에피소드를 나열하다 보면 그냥 재미있는 이야기만 들려주고 끝나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런데 이 책은 끝에 가서 자연스럽게 심층적인 주제를 건드리면서 각자 나열되어 있던 얘기들을 하나로 묶어 주는 역할도 하게 된 거죠. 그리고 기존 연대기식 구성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제일 마지막에 덧붙여진 부록에서 그 부분을 보완해 주고요. 사람들은 요약 정리하는 걸 좋아하잖아요. 

윤신영: 그 아이디어 괜찮았지요, 부록. 

이상희: 예, 좋았어요. 



윤신영: 원래 처음에 네안데르탈인 특집 했을 때 요청 드렸던 글이에요. 지면에는 편집을 해서 좀 짧게, 그리고 분리를 해서 나갔어요. 그런데 원문이 괜찮아서 아깝다 싶었어요. 책으로 만들면서 에피소드 중심이니까 한 번 정도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 주면 좋겠다 싶었는데 그 특집 때 글이 생각이 나더라고요. 

편집자: 음, 그럼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두 분의 첫 만남으로 다시 돌아가는 건가요? 뫼비우스의 띠 같은 느낌인데요? 우리 이제 다시 시작하면 되나요? (웃음)

그리고 이번에 출간하는 시점에 ‘호모 날레디’ 소식도 터졌지만 2년 넘게 연재를 하는 동안 혹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내지는 가장 좋아했던 에피소드 같은 게 있으실까요? 

윤신영: 교수님께서는 쓰실 때 어떤 게 제일 재미있으셨어요? 

이상희: 전 다 재미있었어요. 진짜 다 재미있었고 아까 두 분께서 끝으로 갈수록 깊이 있는 얘기가 나와서 좋았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저는 들으면서 ‘풋’ 하고 웃었거든요. 그게 의도했다기보다 우연이었어요. 나름대로 재미있는 소재가 다 떨어진 거예요. 그래서 그냥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화석 얘기를 꺼내든 거죠. 

윤신영: 아, 그러셨어요? 

이상희: 꿈보다 해몽이죠, 역시? (웃음) 그러고 보니까 고기 얘기를 특히 재미있게 썼던 기억이 나네요.

편집자: 출간 예고를 하면서 SNS 상에서 책의 내용 일부를 공개했을 때에도 사람들 반응이 제일 좋았던 게 ‘고기 얘기’였어요. 

이상희: 동문회가 있어서 밥을 먹으러 고기 집에 갔다가 떠올린 얘기였어요. 다들 왁자지껄 떠드는 와중에 사람들이 고기 먹는 모습을 물끄러미 보게 되었죠. 그때 갑자기 생각이 난 거예요. ‘우리는 고기 먹는 종이 아닌데 정말 좋아하네.’ 순간 고개를 들어서 주위를 둘러보니까 넓은 식당을 꽉 채운 사람들이 너도나도 앉아서 고기를 부지런히 구워 먹고 있는 거예요. 진짜 신기했어요.

책에서 쓰기도 했지만 사실 고기를 싫어하는 동물은 없습니다. 초식 동물도 고기를 주면 먹어요. 다만 구할 수가 없어서,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고기를 먹어도 소화를 시킬 수가 없기 때문에 주식으로 삼지 않는 거지요. 야사처럼 내려오는 얘기가 있는데 고릴라에게 고기를 줬더니 한도 끝도 없이 먹더래요. 결국은 고릴라의 간수치가 너무 높아지는 바람에 윤리적인 이유로 실험을 중지했다고 합니다. 

「슈퍼 사이즈 미」라는 다큐 영화도 있었지만 우리 인간은 고기를 많이 먹는다고 당장 죽지는 않습니다. 고릴라나 침팬지에게는 없는 아포 지방 단백질이라는 물질을 사용해서 마치 세제처럼 혈관에서 지방 단백질을 제거하고 기름진 음식을 소화하는 것이죠. 



윤신영: 저는 재미있었던 게 육식의 진화를 놓고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방식은 달리 많이 있겠지만 교수님 글은 특이한 화석 얘기로 시작하잖아요. 그것부터 완전 차별화가 되는 거예요. 구체적인 화석으로 시작해서 진화를 말하는 것, 저는 그게 정말 좋았어요. 

편집자: 저도요. 그게 저는 고인류학이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점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고(古) 자가 붙은 학문들이 다 그렇지만 뼛조각이든 도기 조각이든, 누가 실수로 변소를 파다가 나온 무엇이건, 그 작은 단서 하나에서 추적해 들어가잖아요. ‘이게 뭐야.’ 그러고 휙 던져 버리지 않고 이 작은 조각에 ‘뭔가 이야기가 있을 거다.’라고 추측을 해서 마치 탐정이 핏자국에서 시작해서 사건을 추적해 나가듯이 계속 단서들을 쫓는 게 정말 재밌어요. 최근에는 유전학이나 생명 공학 기술이 추가되면서 더욱더 풍성한 이야기를 그려 내고 있고요.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지 않나요? (웃음)

이상희: 맞아요. 고기 집에 많이 붙어 있는 문구죠. (웃음) 

윤신영: 그렇네요. 개업 축하 문구로 많이 등장하죠. (웃음) 

이상희: 그게 정말 고인류학의 굉장한 매력이에요. 자라나는 아이들이 호기심을 갖도록 가르쳐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실제로 그럴 여지가 있는 학문이 많지는 않잖아요.  

편집자: 요즘 한창 각광 받고 있는 융합 교과에도 딱 맞는 것 같아요, 고인류학이.  

이상희: 그렇지요. 그리고 고인류학은 뒷얘기들도 굉장히 재미있어요. 예를 들면, 이번에 호모 날레디를 다루면서 《뉴욕 타임스》에서 처음에 두개골 화석 사진을 실었는데, 그게 ‘미시즈 플레스(Mrs. Ples)’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남아프리카에서 나온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프리카누스 화석이었어요. 

윤신영: 아, 호모 날레디 두개골이 아니라요? 

이상희: 네, 지금은 제대로 사진을 실은 것 같던데, 처음에는 그랬어요. 화석은 대개 완전한 형태로 안 나오니까 일부 조각들을 가지고 학자들이 만들어 내기도 하고, ‘미시즈 플레스’ 경우엔 온전한 두개골로 발굴이 되었는데 도중에 깨뜨리는 바람에 이마 부분에서 위아래로 반 동강이 났었어요. 그런데 그걸 다시 붙이는 과정에서 석고를 낙낙하게 바른 거예요. 부피가 50CC에서 100CC 정도 더 늘어난 거죠. 

당시에는 아프리카누스가 인류의 조상으로 여겨질 때여서 아마도 이마를 좀 더 둥글고 훤칠하게, 인간다운 특징이 좀 더 드러나 보이게 하고 싶었던 거 같아요. 그 후에 다시 벗겨내는 작업을 했죠. 그런데 그 ‘미시즈 플레스’가 《뉴욕 타임스》 호모 날레디 기사에 떡 하니 등장한 거예요. 조작까지는 아니지만 우리의 바람, 희망이 투영된 화석이 새로운 인류를 소개하는 기사에 사진으로 실린 걸 보고 참 아이러니컬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윤신영: 《뉴욕 타임스》에서 오보라니 사건이네요. 

이상희: 학계 사람들이 막 비웃고 그랬죠. 

윤신영: 기사를 확인해 보니 《뉴욕 타임스》에서 나중에 정정 보도가 나고 제대로 된 사진으로 교체하긴 했네요. 



편집자: 이 책이 출간되면서 물론 처음 연재를 시작할 때 생각하신 것도 있겠지만 ‘어떤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라고 염두에 두신 게 있으실까요? 

이상희: 중고등학생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어요. 아까 융합 과학 얘기도 나왔지만 학생들이 이 책을 읽고 호기심을 갖게 되고 나아가서 다른 책이나 뉴스에 더 관심을 보이고 찾아봤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기반이 넓어져야 학문이 발전을 합니다. 

편집자: 네, 맞는 말씀이세요. 

이상희: 점잖지 않은 표현이라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순수 학문 하는 사람들에게는 사회가 곧 물주거든요. 혈세로 연구를 하잖아요. 

윤신영: 좋은 표현인데요, 사회가 물주다.

이상희: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 제가 받는 월급 다 세금에서 오는 건데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걸 알려야 할 필요도 있고, 또 그 사실을 사람들이 이해하면 이해할수록 거기에서 학문도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해요. 

윤신영: 저는 과학 잡지 쪽에 있다 보니까 사람들이 과학이라는 것에 대해 선입견을 갖고 있구나 하는 걸 느낄 때가 많습니다. 과학에 하나의 테두리가 있는 듯이 생각하는데 사실 그게 아니잖아요. 고인류학도 그렇고 교수님께서 걸어오신 길도 그렇죠. 처음에 고고학에서 시작하셨는데 지금은 인류학, 진화까지 연구하고 계시니까요.  

과학에 관심이 있든, 아니면 역사에 관심이 있든, 그냥 단순히 정말 ‘기원’이 궁금한 사람들이 이 책을 많이 봤으면 좋겠어요. 어떤 경로로 접근을 하던지 이 책을 통해서 다른 쪽으로, 예를 들어 과학에 관심이 있어서 이 책을 펼쳤다가 역사 쪽으로 넘어가던지, 혹은 반대로 넘어가던지 경계를 넘어서는 경험들을 해 보셨으면 합니다. 

이상희: 거기에 추가하고 싶은 말이, 책이 나오기 전에 최종 원고를 친구들한테 한 번 읽혀 봤더니, 이 책 안에 많은 것들이 아직 의문점이라는 것이 놀랍다고 해요. 과학이라고 하면 정답이 딱 있는 줄 알았대요. 네안데르탈인 하면 몇 년도부터 몇 년도까지 살았고 호모 에렉투스는 어떻게 살았고, 이렇게 명확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다는 걸 알게 된 거죠. 인류의 진화뿐 아니라 연구 자체가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 책 속에 생생하게 드러나 있어서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윤신영: 맞습니다. 



편집자: 앞에서 얘기한 《뉴욕 타임스》 기사에서 잘못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정정 보도가 나갔듯이 실제로 과학계에서도 정정이 계속 일어나고 있잖아요. 이 책에서도 보면 고인류의 분류가 바뀌면서 처음 붙여졌던 이름에서 다른 이름으로 바뀌는 사례들이 등장하고 있고요.

이상희: 그렇지요. 화석이 이름표를 붙이고 땅속에서 나오는 게 아니니까요.

편집자: ‘계속 바뀌고 있다.’라는 걸 알려 준다는 점 또한 이 책에서 중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윤신영: 이 책이 가질 수 있는, 교수님의 글이 가질 수 있는 특징들이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종이 나타났을 때 당연히 저는 발굴자가 이름을 붙여서 세상에 내놓으면 쭉 그렇게 갈 줄 알았는데 거기에 대해 물음표를 가지고 계속 접근을 하고 있고, 그 과정이 글 속에 담겨 있어서 저는 굉장히 신선했습니다. 

또 한 가지는 여성 고인류학자이기에 가능한, 새로운 시각들이 담겨 있다는 것입니다. 과거에 《과학동아》 편집장을 지내셨던 지금 본부장님 같은 경우에도 여성분이신데 연재되는 동안 굉장히 팬이셨어요. 그리고 그 분께서 그 시각들에 공감을 하시더라고요. 저 또한 일부러 교수님께서 가진 그런 면모를 살리고자 애를 썼었거든요. 그 부분이 독자들에게 잘 전달이 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상희: 정말로 중요한 얘기이신 것 같아요. 

편집자: 정리를 좀 해 보면, 과학 자체가 정답이 있는 학문이 아니라 계속 교정되고 있는 학문이라는 것 또한 이 책에서 말하고 싶은 한 부분이고요. 윤 기자님께서 말씀하신 두 번째 얘기가 이 부분과 어찌 보면 연결되는 것도 같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제가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이 네안데르탈인의 이미지가 변천해 온 과정이었거든요. 서양인들이 네안데르탈인을 처음 봤을 때 식민지 원주민의 이미지를 대입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바뀌었잖아요. 그와 마찬가지로 동일한 대상을 바라보지만 남성 과학자의 시각과 여성 과학자의 시각이 다를 수가 있다는 걸 과학계에서도 점차 받아들이고 있고 그로 인해 교정이 일어나고 보다 풍성해지는 부분들이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이상희 교수님의 시각이기에 드러날 수 있는 얘기들이 이 책에 많이 있고 그게 독자들에게도 잘 전달이 되면 좋겠습니다. 

바쁘신 와중에 두 분 선생님께서 오늘 이렇게 시간을 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 책을 읽은, 혹은 읽을 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상희: 감사합니다. 

윤신영: 저도 감사합니다. 




* 언급된 책 자세히 보기..

『인류의 기원』 [도서정보]


"『인류의 기원』 이상희+윤신영 편"은 다음과 같은 목차로 진행됩니다.

① 인류의 역사를 새로 쓴 ‘환상의 콤비’를 만나다! [바로가기]

② 새로운 구성, 새로운 시각, 새로운 교과서 [바로가기]

③ 인류학자와 과학 기자, 두 전문가의 만남!

④ 과학+책+수다에서 못다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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