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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호의 생물학 공방』 출간 기념. 만화가의 ‘생물학 공방’ 탐방기! 본문

책 이야기/사이언스 스케치

『김명호의 생물학 공방』 출간 기념. 만화가의 ‘생물학 공방’ 탐방기!

Editor! 2015. 12. 3. 17:20

 

『김명호의 생물학 공방』 출간을 기념하여 책의 저자인 김명호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해 보기로 했습니다. 책의 주요 내용들이 탄생한 공간인 만큼 작가의 ‘생물학 공방’은 어떤 모습일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그곳에서 책에 대한 얘기를 나눠 보는 것도 제법 색다른 기분일 것 같았고요. 서울에서 1시간여 지하철을 타고 내린 그곳 양주 시에는 첫눈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버스를 잘못 타는 바람에 양주 시 이곳저 곳을 창밖으로 흩날리는 눈과 함께 구경한 끝에, 드디어 김명호 작가의 ‘생물학 공방’에 도착했습니다. 



편집자: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저술로는 이 책 『김명호의 생물학 공방』이 첫 작품이시죠?


김명호: 네. 몇 년 전에 『알포가 만난 동물 건축가』라는 그림이 있는 과학책을 출간한 적이 있는데, 대상이 어린아이들이었습니다. 비버나 꿀벌 등 여러 생물들의 집짓기를 다룬 책이었지요.  


편집자: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출간하신 지금 감회가 새로우실 것 같습니다. 대상 독자층이 이전 책보다 좀 더 넓어지기도 했고, 또 《한겨레》 과학 웹진인 《사이언스온》에서 3년여 연재를 하신 후에 책이 나온 것이라 출간을 기다리셨을 것 같아요.   



김명호: 제가 갖고 있던 꿈 중에 하나가 마흔 즈음에 제 책을 한 권 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림을 그리게 된 것도 사실 책이 좋아서였거든요. 막연히 언제쯤 책을 내면 좋겠다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딱 맞아떨어지게 되었네요. 50대나, 아니면 더 빨리 20대 혹은 30대 초반에 책을 냈으면 또 느낌이 달랐겠지요. 


편집자: 그 첫 책이 이런 내용일 거라는 상상도 해 보셨는지요?


김명호: 아니요, 전혀 못했죠. (웃음)


편집자: 상상하셨던 첫 책은 어떤 것이었나요?


김명호: 막연히 과학책이면 좋겠다라는 생각은 했었어요. 다만 제가 과학 전공자는 아니니까, 어린아이들을 위해 쓴다거나, 아니면 좀 더 소설에 가까운 내용을 생각했습니다. 개인적으로 SF(과학 소설)를 좋아해서 과학 원리들이 녹아 있는 SF를 써 볼까 했습니다. 하지만 만화 형식일 줄은 정말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 




편집자: 아, 정말요? 그럼, 그 전에는 글로만 된 책을 생각하셨던 건가요?


김명호: 글로만 됐거나 아니면, 그림이 굉장히 많이 들어가 있는 과학책을 생각했습니다. 과학 만화를 하면서 만화로 아예 전업을 한 거고 그 전까지는 삽화가였었으니까요. 만화는 사실 너무 힘들거든요. (웃음) 



편집자: 『김명호의 생물학 공방』이 탄생하기까지 여러 재밌는 얘기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그 이야기는 책 출간 후 ‘과학+책+수다’ 자리에서 다시 작가님 모시고 자세히 나누도록 하고, 이제는 이 작업 공간에 대한 얘기를 좀 해 볼까 합니다. 

입구에 보니까, ‘명랑한 과학 교습소’라는 간판이 붙어 있더라고요. 이 공간에 대해 설명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김명호: 이곳은 제 작업실 겸 아내가 아이들에게 과학을 가르치는 실험실이기도 합니다. 


편집자: 아, 그래서 여기 입구에 실험복들이 걸려 있는 것이군요. 그럼 사모님께서는 과학을 전공하셨나요? 



김명호: 네, 대학원에서 뿌리혹박테리아를 연구하고 연구소에도 좀 있다가 《과학쟁이》로 옮겨가서 과학 기자를 했었습니다.


편집자: 남편은 과학 만화를 그리고, 아내는 과학 관련 글을 쓰고 정말 환상의 짝꿍인데요?!


김명호: 사실 제가 노린 것 중에 하나, ‘내 아내는 과학을 전공했으면 좋겠다.’였거든요. (웃음) 아내가 종종 물어봐요. ‘내가 과학 전공 안 했으면 나 안 만났을 것 아니냐.’고요. (웃음)



편집자: 음, 목적적인 만남이었군요! (웃음) 그럼, 실제로 그림 그리실 때 도움도 받으시나요?


김명호: 초반에는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저보다 영어를 잘하니까요. 제가 비굴하게 ‘이 논문 좀 해석해 줘.’ 하고 부탁하곤 했죠. (웃음) 지금은 많이 읽다 보니까 익숙해져서 부탁을 잘 안 하죠. 


편집자: 그럼 이 공간은 누가 처음에 계획하신 건가요?


김명호: 아내가 적극 추진을 했습니다. 잡지사를 그만 두고 나서 아내가 뭘 할까 고민을 하다 과학 실험실을 만들어서 아이들에게 재미난 실험들을 한번 가르쳐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저도 과학 만화를 그리면서 작업실이 필요하긴 했지만 화료도 제대로 못 받는 상황에서 따로 작업 공간을 꾸려도 될까 하고 있었는데 아내가 좀 더 용기를 냈지요.

아내는 이곳에서 아이들이랑 여러 가지 실험을 하고 실험이 없는 시간에는 제가 나와서 작업을 합니다.




편집자: 실험은 어떤 걸 하나요? 


김명호: 학교 교과 과정을 가르치진 않고요, 아내가 개발한 실험들로 수업이 이루어집니다. 예를 들면 페트병으로 잠수함 만들기라던가, 토네이도나 전동기 원리를 이해한다던가.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서너 개 실험을 하고 그걸 재미있게 보고서 형식으로 꾸미는데 다행히 아이들이 좋아하더라고요.





편집자: 와, ‘과학 수사’도 있네요. 완전 재밌겠는데요. 


김명호: 저나 아내나 선행 학습 같은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진짜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로 실험을 꾸렸는데 주변에 사시는 젊은 부모님들이 호응이 좋았습니다.  

책 맺음말에 등장하는 개구리 해부 사진도 여기서 아이들이 개구리 해부를 할 때 옆에서 같이 하고 사진을 찍었어요.


편집자: 아, 안 그래도 개구리 해부를 어디서 하셨을까 궁금했는데 이곳에서 하신 거군요.


 


김명호: 지금 당장은 만화 작업을 하는 게 더 바빠서 그럴 여유가 없긴 한데 앞으로는 이곳을 과학의 만남의 장, 이야기의 장 같은 곳으로 만들어 보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과학에 취미를 갖고 있는 사람이 의외로 꽤 있거든요. 현미경으로 보고 실험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고 싶은데 그런 공간이 없잖아요. 

외국에는 이런 곳이 꽤 있다고 하더라고요. 폐쇄된 실험실에서 장비를 사들여서 예술가들한테 대여도 하고 공간을 내주기도 하는 곳들이 있대요. 그렇게 거창하게까지는 아니더라도 어쨌든 제 작업실 겸 아이들 실험도 가르치고,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같이 얘기도 하는 공간이 마련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편집자: 그런 공간이 생기면 정말 좋겠네요. 기대됩니다. 

오늘 작업실에 초대해 주셔서 감사드리고 못다한 이야기는 책 출간 후에 또 나누면 좋겠습니다. 


김명호: 감사합니다. 


 『김명호의 생물학 공방』 [도서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