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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강)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불멸의 꿈! 본문

(연재) <칼 세이건 살롱> 스케치

(11강)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불멸의 꿈!

Editor! 2016.12.22 18:06

올해, 칼 세이건 서거 20주기를 맞아 사이언스북스와 과학과 사람들이 공동으로 주최한 ‘칼 세이건 살롱 2016’이 13주간의 대장정 끝에 지난 12월 20일 막을 내렸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응원과 참여 덕분에 「코스모스: 스페이스타임 오디세이」를 함께 보며 칼 세이건의 정신을 공유하는 이번 행사를 성공리에 마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사이언스북스는 매년 12월 20일을 ‘칼 세이건의 날’로 기념하며 더 좋은 콘텐츠와 행사로 독자 여러분과 만날 계획입니다. 이어서 『코스모스』의 역자 홍승수 선생님의 『나의 코스모스』를 비롯해 『혜성』, 『브로카의 뇌』 등 칼 세이건의 저작들도 곧 출간되오니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인류의 불멸을 꿈꾸며

지금까지 우리는 우주의 처음과 우주의 역사, 우주 안에서의 지구의 위치와 그 안의 인류를 살펴보았습니다. 수많은 우연과 놀라운 사건들이 가득한 이야기였습니다. 가장 오래된 책을 펼치자 가장 새로운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경이감. 이 책의 제목으로 삼고 싶은 단어입니다. 

그리고 이제, 반드시 살펴볼 것은 우주와 인류의 미래입니다.



‘칼 세이건 살롱 2016’열한 번째 에피소드 ‘불멸을 꿈꾸다(The Immortals)’의 첫 문장은 “우리는 죽어야 할까요?”입니다. 그렇습니다. 「코스모스」 이번 에피소드는 “문명의 기대 수명”을 탐색해 보는 내용이었습니다. 코스믹 캘린더의 다음 장을 그려 보는 이야기입니다. 코스믹 캘린더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밤 10시 30분경이 되어서야 등장한 인류. 인류의 역사는 코스믹 캘린더 안에서 약 한 시간 반에 해당할 뿐입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한 시간 반 동안에 지난 한 해의 달력을 그려 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누구도 해내지 못한 업적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다음 해의 달력을 직접 쓰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50억 년 후 태양의 죽음이 예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요. 인류의 지성은 이 자명한 사실 앞에서 자신을 어느 곳으로 이끌게 될까요. 과연 불멸은 가능할까요. 

크고 작은 식물의 생과 사가 모두 일어나는 곳, 숲을 생각합니다. 지구가 숲이라면 크고 작은 식물들의 노력이 숲의 ‘불멸’을 가능하게 할지도 모릅니다. 그 안에 크고 작은 죽음이 있다한들 숲은 계속 삶을 품은 채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불멸을 향해 가는 길목에서 「코스모스」의 마지막 말처럼 “지성을 생존의 도구로 삼아야 합니다.”

12월 9일, 역사에 기록될 이 날에 변함없이 한 자리에서 만난 ‘칼 세이건 살롱 2016’열한 번째 시간에는 천문학자이자 서대문 자연사 박물관 관장이신 이강환 관장님의 강연이 진행되었습니다. 이강환 관장님은 강연에서 함께 시청한 「코스모스」의 이야기들을 더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코스모스」“심화 학습” 편, 시작합니다. 




장면 1. 신의 눈, 헬릭스 성운

(사진: NGC 제공)


먼저 행성상 성운인 ‘헬릭스 성운’입니다. 「코스모스」의 도입부 영상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눈을 닮은 성운, 이강환 관장님은 이 성운을 헬릭스 성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헬릭스 성운의 별명이 ‘신의 눈(eye of god)’이라는 점도 추측에 힘을 실어 줍니다.


“이렇게 생긴 성운이 굉장히 많아요. 별의 진화 단계에서 항상 등장하는 단계이기 때문입니다. 태양 같은 별이 50억 년 지나면 죽는다고 하는데요. 죽을 때 팽창을 합니다. 팽창을 계속 하다 보면 껍데기들이 날아가서 이렇게 링을 만들어요. 가운데에 백색 왜성으로 남고요. 이 성운의 구름은 전부 이 별에서 나온 구름들인 거예요. 이런 단계의 성운을 ‘행성상 성운’이라고 하는데요. 대략 1,500개 정도의 행성상 성운이 발견되었습니다. 별로 많은 게 아니죠. 진화 단계에서 이 과정을 거치는 시기가 굉장히 짧아요. 몇 십만 년 정도밖에 안 되기 때문에(웃음) 금방 지나가거든요.”


지구에서 700광년 떨어진 곳에 있는 헬릭스 성운은 팽창하는 속도로 보아 행성상 성운이 되기 시작한 지 1만 년 정도 되었다고 추측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헬릭스 성운은 초속 30킬로미터로 팽창하고 있지요. 죽어 가는 별의 모습이 이토록 아름답다니 어쩐지 쓸쓸한 느낌도 듭니다.



별의 진화 단계를 지켜본 적은 한 번도 없어요. 그럴 수 없겠죠. 가장 짧은 단계가 수십만 년이니까요. 여러 단계에 있는 별들을 하나씩 유추하는 거고요. 이런 행성상 성운 단계도 그 단계 중 하나입니다.”




장면 2. 인류의 첫사랑, 샛별

(cc)JAN VAN DER CRABBEN


「코스모스」에는 최초로 금성을 숭배하는 시를 쓴 우르크(오늘날의 이라크, 유프라테스 강 동쪽에 위치했던 고대 도시)의 엔헤두안나(Enheduanna)가 나옵니다. 황제의 딸이었던 엔헤두안나는 자신의 이름을 작품에 기록합니다. 이전까지는 어느 누구도 하지 않았던 일이지요. 그리고 작품에서 노래한 것은 바로 금성, 사랑의 여신의 아름다움입니다.


“금성이 「코스모스」에 ‘이난나(Inanna)’라는 이름으로 나왔죠. 이 이름이 ‘이슈타르(Ishtar)’로 바뀌었고요. 나중에는 ‘아프로디테(Aphrodite)’, 그 후에 ‘비너스(Venus)’로 바뀝니다. 모두 미(美)의 여신이었어요.”



그런데 왜 금성이었을까요? 어떻게 일찍부터 사람들은 금성을 노래하게 됐을까요? 이강환 관장님은 금성의 기본적인 조건에서 근거를 찾습니다. 금성의 궤도입니다. 


“태양계 모든 행성의 공전 방향은 같습니다. 자전 방향도 같습니다. 지구가 아침이 될 때 금성을 먼저 보고 태양을 보게 됩니다. 새벽에 동쪽 하늘에서 보이는 별이죠. 또 태양이 진 후 금성이 보입니다. 초저녁에 서쪽 하늘에 보이는 거예요. 금성은 새벽 아니면 저녁에만 보이고 굉장히 밝게 보입니다. 또 크기가 변합니다. 가까이 있을 때는 크게 보이고, 멀리 있을 때는 작게 보여요. 태양이 어느 쪽을 비치느냐에 따라 위상도 변하고요.” 


태양 주위를 약 224일 주기로 도는 금성은 지구의 안쪽 궤도를 공전하는 내행성입니다. 내합과 외합의 위치에서는 금성을 볼 수 없으며 동방 최대 이각일 때 일몰 후 서쪽 하늘에서, 서방 최대 이각일 때 일출 전 동쪽 하늘에서 관측됩니다. 이런 특성 덕분에 금성은 인류에게 좀 더 특별해질 수 있었습니다. 여신의 이름을 가진 존재가 된 것입니다. 




장면 3. 노아의 홍수와 『길가메시 서사시』

(사진: 「코스모스: 스페이스타임 오디세이」 11화에서)


「코스모스」에는 또한 반신반인 길가메시(Gilgamesh)가 등장합니다. 길가메시는 우루크의 전설적인 왕으로 그의 이야기를 담은 『길가메시 서사시』는 기원전 2000년에 쓰인 가장 오래된 서사시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길가메시 서사시』에는 대홍수와 방주의 건조에 관한 내용이 나오는데 이 이야기가 놀라울 정도로 노아의 방주 이야기와 닮아 있습니다. 심지어 구체적인 부분에서도 노아의 방주 이야기와 놀라운 유사성을 가지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전 세계 어디나 홍수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중 길가메시 전설에 나오는 홍수 이야기는 노아의 방주 이야기와 거의 똑같습니다. 비둘기가 올리브 나뭇가지를 물고 오는 것까지 똑같아요.”


이처럼 여러 문명 사이에는 유사한 이야기가 많이 있습니다. 이강환 관장님은 이집트의 신 이시스와 호루스, 오시리스를 보여 주었습니다. 


(사진: wiki)


“여신인 이시스와 이시스의 아들인 호루스이고요. 호루스의 아버지는 오시리스라는 신입니다. 이 이야기가 기독교에서 마리아가 예수를 잉태해 낳고, 예수는 고통을 받다 죽은 후 3일 만에 부활했다는 이야기와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군데군데 다른 부분이 있지만 종합하면 이야기가 비슷해요.”


반드시 설화에서만 유사점이 발견되는 것은 아닙니다. 종교의 토착화 같은 역사의 몇 장면에서도 동서양을 막론한 공통점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통일 신라가 전쟁을 한 다음 사회 안정을 이루기 위해 불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는 이야기 역시 로마에서 기독교가 국교화되는 장면과 상당히 유사해요. 그런 식으로 종교가 토착화되는 면이 연결이 되죠. 국내 절에 가 보면 칠성각이라고 있어요. 칠성각이란 칠성신을 모시는 곳인데요. 산신령입니다. 원래 불교에는 없는 신이에요. 사천왕도 많이 있는데요. 사천왕 역시 불교신이 아니고 고대 인도의 신이었어요. 그런 식으로 토착화가 되면서 융합하는 과정이 그려집니다. 기독교도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나 생각해 볼 수 있어요.”


이강환 관장님은 예수 탄생일, 크리스마스도 같은 맥락에서 읽었습니다. 예수가 12월 25일에 태어났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12월 25일이 성탄절이 된 것일까요? 고대 로마의 사람들은 태양신 ‘미트라’를 숭배했습니다. 이들은 짧아졌던 낮이 다시 길어지는 시기를 태양신의 축복이라고 믿었습니다. 우리의 동지(冬至)와 같은 시기를 축제일로 삼았던 것입니다. 그러다 기독교가 들어오면서 이날이 기독교의 축제일, 크리스마스가 됩니다. 많은 학자들이 크리스마스의 기원을 태양신으로 보고 있습니다. 

길가메시와 노아, 이시스와 성모 마리아, 태양신과 크리스마스, 꽤 흥미로운 연결 고리입니다. 





장면 4. 운석, 생명을 품은 방주

(사진: 「코스모스: 스페이스타임 오디세이」 11화에서)


사실 노아의 방주로 상징되는 이야기가 「코스모스」에 등장한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생명을 품은 방주, 바로 운석을 이야기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어떤 미생물은 생명 현상에 아주 적대적인 환경, 극단적인 온도와 진공 상태 그리고 방사선에 노출된 채로도 생존할 수 있습니다. 남극 얼음에 갇힌 어떤 미생물은 수백만 년의 죽음 같은 잠에서 깨어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어렵지 않게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지구에는 그렇게 강한 방사선도 없고 진공도 없고, 우주 환경과 같은 환경이 없는데 그런 것을 견딜 수 있는 미생물이 왜 생겼을까, 이것들이 실제 우주에 적응하고 산 게 아닐까”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것입니다. 생명 진화의 어느 단계에 소행성 충돌과 같은 멸절의 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처음부터가 아니라 중단된 부분부터 진화를 이어 갔다면, 지구에 떨어진 운석에 그 힌트가 있지 않을까요.


“지구 형성 초기에 생명체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지구는 바로 운석들의 폭격을 받거든요. 지구 전체가 불덩어리가 됩니다. 그때 도대체 어떻게 생명체가 살아남았을까 의문이 들죠. 운석의 폭격이 끝난 후 새롭게 생명이 태어났을 가능성도 이야기하는데요. 「코스모스」에는 운석의 폭격 당시 지구에서 튕겨 나간 운석 파편에 생명이 함께 딸려 나갔다는 이야기를 하죠. 우주로 나갔던 운석 안의 생명이 지구가 식은 후 다시 돌아왔다는 말입니다. 굉장히 그럴듯합니다.”


바람에 흩날리는 민들레 씨앗이 인공위성으로 겹치는 「코스모스」의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운석이 민들레 씨앗처럼 우주 바깥으로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기도 하고 더 멀리 뻗어나가기도 했다면 어떨까요. 생명을 담은 씨앗(운석)이 은하계 전체로 뻗어 나갔다면 어떨까요. 가슴 설레는 상상입니다. 




장면 5. 우주 전체로 퍼지는 생명의 가지

(Image credit: JPL-Caltech)


“태양계는 우리 은하 주위를 2억 2500만 년에 한 바퀴씩 돌아요. 2억 2500만 년 전이면 지구에 공룡들이 등장할 때입니다. 직전에 태양계가 바로 지금 우리 은하 자리에 있을 때가 공룡이 있을 때라는 겁니다. 은하를 도는 동안 공룡이 번성했다가 멸종하고 인류가 태어나서 다시 이 자리로 돌아온 거죠.”


이 회전은 그러나 조용하지 않습니다. 매우 역동적입니다. 중력이 있기 때문이고 태양계가 지나가는 길목에 별이 탄생하는 순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은하에만 거대한 성간 구름이 100개가 넘습니다. 성간 구름을 통과할 때 태양계 바깥의 혜성들은 이 성간 구름의 중력에 영향을 받습니다. 태양계 바깥으로 튕겨 나가기도 하고, 태양계 중심으로 곤두박질치기도 하고, 어떤 행성과 충돌하기도 합니다. 만일 소행성과 지구의 충돌로 지구의 암석 파편이 멀리 태양계 끝자락에 혜성으로 자리하고 있다가 우연히 성간 구름을 지날 때 성간 구름의 중력에 이끌려 새로운 행성으로 들어갔다면? 가능한 상상입니다.


“우주에서 생명이 왔다고 했을 때 가장 큰 반론이 너무나 멀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거리를 날아오려면 아무리 오래 사는 생명체도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이었죠. 그런데 성운을 지나가면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면 이 문제가 해결되는 거예요. 거꾸로 지구의 생명체도 그때 날아가서 새로 만들어진 별에 들어가 그곳에서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켰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가능하고요. 이 얘기는 말 그대로 생명이 불멸하면서 지구뿐 아니라 우주 전체로 생명을 퍼뜨릴 수 있다는 거예요.”


이 이론은 1980년대에 미국의 물리학자 루이스 앨버레즈가 주장했던 이론이기도 합니다. “태양은 쌍성이 있는데 그 쌍성이 주기적으로 지구에 가까이 올 때 지구에 운석이 떨어지게 만든다.”라는 주장이었습니다. 루이스 앨버레즈는 태양의 쌍성에 ‘네메시스’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그러나 존재하지 않는 별을 찾아낼 수는 없는 일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네메시스’를 찾기 위해 애쓰다가 초신성을 발견했다는 사실입니다. 이 초신성 발견으로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으니 엉뚱한 시작의 과학적인 전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강환 관장님의 책 『우주의 끝을 찾아서』에 담긴 내용이니 함께 읽어 보면 좋겠습니다. 


『암흑 물질과 공룡』 [도서정보]


“이에 더해 최근에 비슷한 이론이 또 하나 나옵니다. 『암흑 물질과 공룡』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리사 랜들이라는 미국의 물리학자가 쓴 책인데요. 그분의 주장은 은하에 암흑 물질이 골고루 퍼져 있는 것이 아니고 은하면에 납작하게 주로 분포하고 있다는 거예요. 태양은 은하를 돌 때 진동을 하면서 돕니다. 그러니까 진동을 하면서 암흑 물질을 통과하게 되겠죠. 주기적으로 중력이 큰 암흑 물질 판을 통과하게 되는 겁니다. 그것 때문에 영향을 받아 운석이 쏟아지고 그 운석 때문에 공룡이 멸종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장면 6. 외계 문명, 응답하라!

(사진: wiki/European Southern Observatory)


여러분, ‘다이애나 프로젝트’를 아십니까? 1946년 미군이 실행한 프로젝트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달에 전파를 쏘아 돌아오는 반사파를 감지했습니다. 지구에서 발사한 전파가 달에 도달하는 데 1초, 달에 갔다가 돌아오는 데 약 2.5초가 걸리는데 다이애나 프로젝트는 전파를 4초 간격으로 달에 보냈습니다. 하지만 이 전파는 달에만 가는 것이 아니겠지요. 전파는 달을 지나 먼 우주 공간으로 퍼져 나갔습니다. 그 전파들은 아마 지금도 우주 어딘가를 이동하고 있을 겁니다. 인류가 보내는 최초의 인사가 음산한 종소리였다는 사실이 조금 민망하긴 합니다.


“고의로 전파를 쏴서 받은 건 그때가 최초지만 실제로 전파를 바깥으로 쏜 것은 더 먼저죠. 라디오, TV 신호 등이 있잖아요. 영화 「콘택트」에서 외계인이 지구에서 받아 다시 돌려보내는 신호가 1936년 베를린 올림픽 중계방송이에요. 「콘택트」의 그 신호가 약 26광년 떨어져 있는 직녀성에서 온 신호거든요. 1936년에 신호를 보냈으니까 52년 후인 1988년경에 그 신호를 받는 설정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지구에서 전송하는 수많은 전파는 거대한 구를 이루며 우주 바깥 모든 방향으로 퍼져 나가고 있습니다. 진짜 우리 이야기가 우주의 누군가와 만나게 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어쩌면 그 누군가들은 우리의 존재를 알아차렸을지도 모릅니다. 그 누군가들이 우리에게 전하는 이야기가 있었을지도, 그 이야기를 우리가 놓쳐 버렸을지도 모릅니다. 꽤나 안타까운 가능성, 운에 기댈 수밖에 없는 지구의 사정이 사실이 아니길 바랄 수밖에요. 그리고 “문명의 기대 수명”을 최대한 늘리는 수밖에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강환 관장님은 칼 세이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콘택트」를 추천하며 영화와 관련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좀 더 들려주었습니다. 「콘택트」에 등장하는 웜홀과 「인터스텔라」에 등장하는 웜홀이 흡사하다는 사실입니다. 알려진 대로 두 작품 모두 킵 손이 자문을 했습니다. 또 두 작품의 남자 주인공이 매슈 매코너헤이라는 사실은 어떤가요. “「콘택트」가 「인터스텔라」의 전신”이라는 게 이강환 관장님의 이야기였습니다. 




장면 7. 우주 탐사의 새 시대를 열다

(Image credit: Breakthrough Starshot)


“우리가 불멸하는 좋은 방법은 우리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겁니다. 지구 안에서만 전달하는 게 아니라 우주로도 전달하는 거죠. 우주와 소통하는 게 우리가 불멸할 수 있는 방법이거든요. 「코스모스」를 관통하는 핵심이 인류의 소중함이에요. 우주의 탄생 이후 약 140억 년을 한 해 달력으로 봤을 때 앞으로 오게 될 140억 년의 달력에서는 1월 1일 하루가 제일 중요하다는 겁니다. 그것을 강조하면서 미래에는 인류가 외계로 진출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를 합니다.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는데 ‘세티(SETI)’도 그중 하나입니다.”


‘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의 약칭인 세티(SETI)는 외계에 지적 생명체가 전파를 보낸다는 가정에서 시작합니다. 이강환 관장님이 먼저 소개한 것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있는 우주 신호 수신 라디오 안테나 ‘앨런 망원경 배열(Allen Telescope Array)’입니다.


“보통 이름이 붙어 있는 것은 이 사람이 돈을 냈다는 의미죠.(웃음) 폴 앨런이라는 사람입니다. 빌 게이츠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 창업자인데요. 이 사람이 1000억 원을 기부해서 이런 6.1미터×7미터 안테나를 350개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1000억 원으로는 350개를 못 만들어요. 현재 40개 정도 만들어 놓은 상태입니다. 이 안테나로 외계 전파 신호를 찾는 일만 하는 겁니다.”


폴 앨런 이후 기부자가 나타나지 않아 지지부진했던 세티 프로젝트. 외계인을 찾기 위한 인류의 노력은 최근 러시아의 유리 밀러라는 기부자의 등장으로 다시 활기를 띱니다. 1억 달러를 기부한 유리 밀러의 ‘브레이크스루 리슨 프로젝트(Breakthrough Listen)’ 프로젝트에는 스티븐 호킹, 마틴 리스, 프랭크 드레이크, 앤 드루얀 등이 참여해 더욱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드레이크 박사님이 세티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하셨고요. 거기에 앤 드루얀, 스티븐 호킹을 비롯해 영국 왕립 학회장을 역임한 마틴 리스 같은 분들을 모신 거죠. 이 돈으로 기존의 망원경을 쓸 수 있는 시간을 사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조만간 외계 생명체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 기부금은 미국의 그린뱅크 전파 망원경의 관측 시간의 20퍼센트, 호주에 있는 파크스 전파 망원경의 관측 시간의 25퍼센트 정도를 사용하는 데 쓰일 예정이라고 합니다. 디데이는 2040년, 외계 지적 생명체와의 조우가 머지않은 것 같습니다. 

지난 4월에는 또 하나의 소식이 있었습니다. ‘브레이크스루 스타샷(Breakthrough Starshot)’ 프로젝트가 발표된 것입니다. 이는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별인 알파 센타우리에 초소형 우주선을 보내는 프로젝트입니다.


“「코스모스」 영상 마지막 장면에 돛을 단 우주선이 나오는 것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어요. 브레이크스루 스타샷 프로젝트는 초소형 우주선을 큰 돛에 매달아서 지상에서 레이저를 쏘아 보내는 겁니다. 레이저를 강하게 쏘아 우주선을 밀어 주는 거죠. 계속 밀어서 가속을 하면 광속의 약 20퍼센트까지 가속을 할 수 있습니다. 그 속도로 날아가면 가장 가까운 알파 센타우리까지 20년이면 갈 수 있습니다. 우리가 죽기 전에 작은 우주선이 태양계가 아닌 다른 별까지 가는 걸 볼 수도 있다는 겁니다.”(관련 기사 바로 보기)


신기하게도 지난 8월 또 다른 소식이 전해집니다. 프록시마 센타우리 주위에 지구와 비슷한 행성이 돌고 있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알파 센타우리는 세 개의 별이 모인 삼성계입니다. ‘알파 센타우리 A’, ‘알파 센타우리 B’, ‘알파 센타우리 C’ 중 ‘알파 센타우리 C’가 바로 프록시마 센타우리입니다. 프록시마 센타우리는 태양을, 그 주위를 도는 프록시마b는 지구를 닮았다는 사실은 참으로 알맞은 발견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행성으로 가면 정말로 생명체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발견할 거라고 생각을 해요. 왜냐하면 이 행성은 화성보다 조건이 좋다고 이야기하기 때문입니다.”




장면 8. 프록시마b, 제2의 지구일까?

(사진: wiki/European Southern Observatory)


적색 왜성은 코스모스에서 가장 풍부한 별입니다. 앞서 등장한 프록시마 센타우리가 바로 적색 왜성입니다. 적색 왜성은 태양보다 질량이 작고 수명이 깁니다. 이 사실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코스모스」에서 탐색해 온 인류의 미래와 관련이 있을까요?


“별의 수명은 질량에 따라 정해집니다. 질량 제곱에 반비례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태양보다 열 배 질량이 무겁다면 수명은 100분의 1이 됩니다. 태양의 수명이 100억 년이니까 10배 무거운 별은 1억 년밖에 못 살아요. 순식간에 죽는 겁니다. 대개 별이 생성되는 시간이 1억 년이거든요. 한편 태양 질량의 10분의 1이라면 수명은 100배가 되겠죠. 1조 년이면 우주의 나이보다 많아요. 만약 이런 별에서 생명체가 태어나면 적어도 별이 죽어서 생명체가 멸종하는 일은 없겠죠. 만일 우리가 50억 년 후까지 살아남으면 태양이 죽거든요. 어딘가로 가야 하겠죠. 프록시마b로 가야 합니다. 프록시마 센타우리는 1조 년 살 테니까요.”


1조 년이라는 거의 영원에 가까운 시간을 상상합니다. 아득해지기까지 하지만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때를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될 겁니다. 인류의 몫을 해야 합니다. 이강환 관장님은 「코스모스」에서 상상한 다음 종을 이야기합니다.


“생물 종의 수명이 대체로 몇 십만 년 밖에 안 된다고 해요. 길어야 300만 년 정도 되면 멸종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그러니까 자연 법칙에 따르면 인류가 아무리 오래 살아야 300만 년이라는 겁니다. 50억 년은 너무 긴 시간이죠. 그 시간까지 인류의 후손이 되는 종은 살아남을 수 있겠지만 인류는 살아남기 힘들지 않을까요.”


인류의 강점은 최대한 취하고, 약점은 버린 어떤 종. 인류의 후손은 알파 센타우리로 갈 수도, 우주를 마음껏 이동할 수도 있을 겁니다. 우리는 상상하지도 못한 놀라운 업적을 이루어 다음을 살아갈 겁니다. 지금, 우리가 다음을 잘 준비하기만 한다면 말입니다. 




질의응답

코스믹 캘린더의 다음 장은 어떻게 전개될까요. 설렘과 두려움이 동시에 찾아옵니다. 생명이란, 아주 깊고 거대한 이야기 같습니다. 우주만큼이나 말이지요. 묻고, 답하며 조금 더 이야기 나눕니다. ‘칼 세이건 살롱 2016’ 2강 강연을 해 주셨던 장대익 교수님도 깜짝 출연합니다. 



세티(SETI)가 뭔가요?

이명현(이하 ‘이’): SETI란, ‘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의 약칭이에요. 외계 지적 생명체 탐색, 이 정도로 설명할 수 있어요. 외계인을 찾는 프로젝트를 SETI라고 부릅니다. 

이강환(이하 ‘환’): 지적 생명체의 기준이 뭔가요?

: 어려운 개념인데요. 수학을 바탕으로 과학이 문명을 일으킬 수 있는 성격을 가지고 있어야 ‘지적’이라고 부를 수 있겠죠. 

환: 이 기준에 따르면 전파를 쏘거나 받을 수 있어야 하는 거잖아요. 인간이 지적 생명체가 된 게 얼마 되지 않은 거죠. 100년밖에 안 된 거고, 현재도 많은 인간이 지적 생명체가 아닌 거죠.(웃음) 


「코스모스」에 생명의 씨앗이 태양계 내부는 물론 다른 태양계에도 전해질 수 있다는 이론이 나왔습니다. 박테리아가 우주로 퍼져서 각기 다르지만 완전히 다르진 않은 환경에서 진화를 했다고 했을 때 생물이 어느 정도까지 비슷하게 진화할 수 있을까요? 

장대익: 그것이 진화학자들의 엄청난 논쟁 중 하나였죠. 진화 초기 조건이 달라졌을 때 지금처럼 인간과 똑같이 생긴 생명체로 진화했을까, 하는 질문과 같은 질문이잖아요. 두 견해가 있습니다. 하나는 전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생명의 역사에서 제일 중요한 게 우발성이다, 라는 거예요. 소행성 충돌로 인한 멸절을 얘기했었는데요. 공룡이 멸절했기 때문에 포유류, 영장류의 시대가 열리고 우리가 이런 모습으로 진화한 것이죠. 만약 충돌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파충류의 시대가 지속됐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고요. 그때도 포유류가 있었을 테니까 진화를 했겠지만 지금과 똑같은 호모 사피엔스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라고 얘기를 합니다. 우리와 비슷한 지능을 가진 존재는 나올 수 있지만 우리와 똑같이 생긴 존재는 나올 수 없는 거죠. 이것이 스티븐 제이 굴드 같은 고생물학자들의 기본적인 아이디어입니다. 한편 이것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진화에는 일종의 수렴이 일어난다는 거예요. 환경이 비슷하다면 어느 지역이든 혹은 다른 행성이든 이 정도의 지능과 운동 능력, 성질을 갖고 있는 생명체가 나올 가능성이 꽤 있다고 주장하는 거죠. 또 생명이 박테리아 같은 것으로 시작했다가 점점 복잡해지는, 큰 분수령 같은 것을 넘어선다는 거예요. DNA 같은 복제 체계를 갖는다든가 말이죠. 그런 정도의 방향성은 있을 것이다,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들도 꽤 많습니다.

그런데 이번 「코스모스」에서 보여 준‘생명의 기원이 운석’일 것이라는 이야기는 최근에 말하기 시작한 거고요. 원래 생명의 시작은 원시 대기나 바다, 심해 열수공 같은 데서 시작되었다고 하는 것이 더 많은 사람들의 주장이에요. 생명의 기원을 탐구하는 사람들은 그 정도로 외계 유입설을 받아들이지 않아요. 

환: 저도 그 정도로 외계 유입설을 믿고 있진 않고요. 한 가지 지적하는 건 있어요. 운석이 충돌하면 뜨거워지거든요. 그때는 바닷물도 증발해서 없어요. 그 상태에서 생명이 어떻게 유지됐을까를 설명하는 거죠. 초기 폭격 시대라는 게 있거든요. 운석이 충돌했을 때 생물이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설명하기에는 충분한 거죠. 

: 보통 기상학자나 지질학자, 생물학자는 지구를 닫힌 계(界)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지구 안에서 뭐든지 일어난다고 생각하는데요. 천문학자들의 생각은 다 열려 있어서 연결된다고 생각하는 거죠. 태양계 정도 규모는 그냥 하나로 보니까요.(웃음) 


유리 밀러가 투자했다는 칩 크기의 우주선, 어디까지 갔나요?

환: 아직 출발 안 했고요. 언제 출발할지 알 수 없어요. 

: 그 칩이 아이폰 한 대 값 정도 돼요. 앞으로 20년 동안 개발하겠다는 거고 20년 동안 날아가도록 하겠다는 건데요. 그러면 2056년 정도 되겠죠. 사진이 날아와야 하니까 대략 2060년 정도 되겠네요. 그 안에 통신 장치, 수신 장치, 카메라 장치가 들어 있어요. 아직 개발은 안 됐고요. 고출력 레이저를 쏘는데요. 그것으로 돛을 미는 거거든요. 빛이 반사되어 나오면 밀리잖아요. 한 번 반사되어 나오는데 계속 쏘고 있으면 축적되어서 점점 가속이 돼요. 태양계를 벗어날 무렵이 되면 20~30퍼센트가 가속이 되죠. 그전에는 빨리 가도 문제예요. 태양계 내의 먼지 같은 것과 충돌하면 터져버릴 테니까요. 관건은 이 레이저 장치를 만드는 거예요. 그 돛대, 라이트 세일(Light Sail)은 실험을 많이 하고 있어요. 앤 드루얀과 칼 세이건이 옛날부터 ‘코스모스’라는 제목으로 했던 두 사람의 숙원 사업이기도 했죠. 


앞으로 우주의 역사에서 일어날 큰 사건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 가까운 것부터 보면 50억 년 후에 태양계가 (앞에서 보신) 행성상 성운 보신 것과 같은 모양으로 갈 거고요. 그즈음에 안드로메다은하랑 우리 은하랑 충돌하지 않을까요. 약 80억 년 후, 태양계가 죽어 갈 무렵 안드로메다은하랑 충돌해서 타원 은하가 되어 가는 거죠. 그것도 아마 수십억 년이 걸려야 정착이 될 거고요. 

환: 그게 가까운 거예요?(웃음) 좀 더 가까운 걸 생각하면 오리온자리의 베텔게우스가 곧 폭발한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요즘 아주 잘 보이는 별이죠. 1,000~2,000년 사이에 폭발할 수도, 내일 당장 폭발할 수도 있어요. 천문학적으로는 눈 깜짝할 새죠. 그 외에 생각할 수 있는 것이라면 외계 생명체를 찾는 것이고요. 외계 생명체와의 만남이 아마 우리 인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글 : 신연선

사진 : (주)사이언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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